ALGATE RAW novel - Chapter 298
화
또 손가락질이다. 이건 어떻게 할 수 없나? 기분이 정말 요상하단 말이지.
– 무슨 일인가?
이번에도 한 사람이 내게 손가락질을 하며 대화를 시작한다. 그런데 전에 봤던 그 사람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솔직히 생긴 것이 비슷비슷하고 목소리가 아닌 뜻이 전해지는 것이라 구별하기 어렵다. 섬사람들은 다들 비슷비슷하게 생겼다.
“이제 우리도 저기 저 쪽에 여길 오갈 수 있는 거점을 마련했다. 그걸 이야기해 주려고. 그리고 내 아내가 조금 전에 실수로 너희 쉼터 밑으로 들어갔던 모양이다.”
– 실수로 들어왔다는 것을 어떻게 믿나?
“이봐, 우린 땅 위에서 살아. 그러니까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고. 거기다가 내 아내는 대지의 일족, 그러니까 땅의 기운을 받드는 일족의 첫째 딸이야. 어쨌거나 우린 아내나 나나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이 사실 이곳에서 처음으로 하는 일이야. 그래서 실수가 있었어. 그건 사과하지. 사과의 표시로 뭔가 받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걸 줄 생각도 있다.”
슬쩍 미끼를 던져본다. 이렇게 섬에 고립되어 살아가다보면 뭔가 필요한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알 수 있다면 조금 더 우호적인 관계로 교류를 시작할 수 있을 테고 말이다.
– 사과의 표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겠다는 것인가?
“맞다. 너무 과하지 않은 것이라면, 아니 무엇이건 이야기를 해 봐라. 너희에겐 귀한 것이 우리에겐 너무 흔한 것일 수도 있다. 또 우리에게 귀한 것을 너희가 하찮게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니까 아무거나 일단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 봐라. 그럼 내가 그것을 듣고 가능한 것이면 들어 주겠다. 내 아내가 실수를 한 것이니 그에 대한 사과의 표시다.”
뭐 자존심을 굳이 긁을 필요 있나? 그러고 보면 포포니 덕분에 일이 쉬워진 거지. 아무렴. 역시 우리 마눌은 뭘 해도 내게 도움이 된단 말이지.
– 잠시 기다려라.
그래, 손가락질 당하고 있는 것도 좀 그러니까 잠시 쉬자. 계속 그렇게 손가락질 당하고 있으면 정말 기분이 묘하다고.
어쨌거나 또 저희들끼리 뭐라고 뭐라고 떠들기 시작한다. 워낙 그 음이 높아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건 튤틱이 있어도 어쩔 수가 없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저들의 대화를 어떻게든 저장을 하고 있지만 그저 소리의 저장일 뿐, 그 하나하나의 음절, 어절, 구절의 의미를 아는 것이 없다. 이제 저들과 교류가 되고 그러면서 저들의 말을 조금씩 배우게 되면 지금 저장하고 있는 말들을 통해서 저들의 사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저들의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 저들이 말을 조심할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에선 저들도 말조심을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커엄. 뭐 다 그런 거다. 이 정도 잔머리를 쓰는 거야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지. 아무렴.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아까 나와 이야기를 했던 녀석이 앞으로 나와서 다시 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다. 아, 이 놈이 전에 그 놈인 모양이다. 손가락을 보니까 그런 것 같다. 저 손가락 끝에 손톱이 눈에 익은 모양이다.
– 우린 사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사과의 뜻으로 전하겠다는 것도 받겠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물의 은총이다.
뭐? 뭔 은총? 그렇게 이야길 하면 내가 알아 들을 수가 있나? 너희에겐 그게 물의 은총인지 몰라도 나는 또 다르게 부를 거란 생각은 안 하냐?
“물의 은총이란 말뜻은 알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확하게 어떤 것을 가리키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내가 사는 곳에는 물의 구슬은 있어도 물의 은총이란 것은 없다. 그러니 혹시 그것이 무엇인지 보여 줄 수 있나? 그렇다면 그것을 내가 구할 수 있는지 어떤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내 말을 들은 그는 잠시 말이 없다. 보아하니 내게 그것을 보여주는 것을 상당히 꺼리는 모양새다.
“무엇인지 모르는 그것을 줄 수는 없다. 뭔지 알아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너희에게 귀한 것이 우리에게 흔할 수도 있다. 그래서 너희에겐 은총일지라도 우리에겐 대수롭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라.”
나는 그를 어떻게든 설득을 하려 했다. 일단 뭔가 물꼬를 터야 하지 않겠냐고.
– 알았다.
그는 내 말에 그렇게 대답하곤 다시 자기 일행들 중에 한 사람에게 뭐라고 떠든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가 놀란 표정을 짓고 뭐라 하는데 아마도 물의 은총을 가지고 오라는 말에 놀라서 반발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몇 마디 말이 오고간 후에 명령을 들은 사내가 후다닥 뛰어서 가까운 연못으로 풍덩 입수를 한다. 그리고 나는 멀뚱멀뚱 서 있어야 했다.
다시 손가락질을 하고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으니 기다릴 수밖에.
그렇게 몇 십 분이 지난 후에 드디어 연못에서 아까 뛰어 들어갔던 사내가 나오고 그 사내는 작은 주머니를 가지고 와서 나와 대화를 나누던 이에게 전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받아들고 풀기 시작을 하는데 처음에 주먹 만한 크기의 주머니는 몇 겹을 쌌는지 점점 작아져서 끝내는 손톱 크기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손톱 크기의 뭔가를 내게 내밀어 보였다.
뭐냐? 저건?
하얀 색의 결정이 보인다. 약간 탁한 갈색도 끼어 있는 듯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하얀 색의 결정이다.
“이봐, 그렇게 봐서는 알 수가 없잖아. 무슨 돌덩이인지 뭔지.”
내가 떠드는데 그가 다시 내게 손가락질을 한다.
– 뭐라 했나?
“그렇게 보기만 해서는 알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 내가 아는 것만도 수 십 가지가 넘는데 그걸 그렇게 보여만 줘서야 무슨 소용이 있나?”
–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손을 내려서 손톱으로 그 하얀 결정을 아주 조금 뜯어낸다. 그렇게 경도가 높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아, 아니다 저들이 대전사에 버금가는 능력을 지닌 이들인데 저게 뭐가 되었건 쉽게 뜯어낸다고 경도가 어떻다고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잠깐 착각을 했다. 일단 받아 봐야 알겠다.
나는 그가 내미는 깨알 같은 하얀 가루를 받아들었다.
넌, 도대체 뭐냐?
그런데 받아든 결정이 녹는다. 조금 전에 이걸 받기 위해서 손을 닦는다고 젖은 옷에 손을 문질렀는데 그 습기에 작은 알갱이가 녹고 있는 거다. 나는 지금도 섬에 올라가지 못하고 상체만 약간 물 밖으로 내민 상태라서 어쩔 수 없는 일었다. 그런데 섬사람이 준 것이 물에 녹을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냐고.
야, 녹으면 안 되는 거거든? 난 아직 너가 뭔지 파악을 못 했거든? 지랄.
나는 급히 섬사람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봐, 손가락, 손가락 올려 봐!”
내가 뭐라 소리를 지르자 그가 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 무슨 일이냐?
그의 뜻 전달에서도 뭔가 다급함이 느껴진다.
“이거 물에 녹잖아. 일단 가서 이게 뭔지 확인을 하고 올 테니까 조금 기다리고 있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포포니에게 툴틱으로 허브 기지에 갔다 온다고 하고는 급히 허브 기지로 게이트를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손에 묻은 것이 없어질까 노심초사하며 페어리군에게 달려가서 손에 묻은 물기에 대한 성분 분석을 시작했다.
페어리군이 입체프린터라고 하지만 뭔가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스스로 조합하거나 혹은 구별해서 사용하는 능력이 있는 까닭에 뭔가 새로운 물질을 주입하게 되면 그것을 분석해서 그것이 뭔지 알아내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다급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페어리군은 내 손바닥에서 뭔가를 받아 들여서는 잠깐 분석을 하더니 그 결과를 내 놓는다.
“뭐, 뭐냐? 이건?”
분석 결과는 물로 나왔다. 아니 누가 그걸 몰라? 물인 건 나도 알지. 알아도 너무 잘 안다고. 내가 알고 싶은 건 그 물에 포함되어 있는 성분이란 말이지.
나는 세부 성분을 확인하기 위해 페어리군을 조작했다. 그러자 뭔가가 주르륵 뜬다. 그걸 하나하나 확인을 하는데 그래도 물이다. 보통 물속에 들어 있는 성분들이 나열이 된다.
그래, 좋다. 어차피 내가 받은 것이 저들이 말하는 물의 은총이라고 한다면 물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 그런데 지금 그게 다시 물에 녹았으니 뭐 페어리군이 물이라고 성분 분석을 해도 할 말은 없는데, 그럼 물에서 나와서 하얀 결정이 되는 것이 뭐가 있지?
아! 이런 돌대가리.
나는 다시 페어리군에게 성분 분석을 했는데 이번에는 섬사람에게 받은 것이 녹아 있는 손바닥 말고 젖은 몸의 다른 부분에 있는 물을 페어리군에게 넣어서 성분 분석을 했다. 그리고 손바닥의 것과 비교해서 다른 점이 뭐가 있는지 찾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