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99
화
그래 인정한다. 물의 은총 맞다. 정말 대단한 은총이지. 이게 없이는 우리가 살기가 참 어렵거든. 꼭 있어야 하는 거고 말이지. 없으면 정말 곤란하지.
나는 페어리군에게서 얻은 결론을 가지고 조금 허탈한 마음이 되어서 맥이 빠졌다.
처음과 두 번째의 비교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염분 농도였다. 그래 그거다. 소금. 그 섬사람들이 애지중지하는 그건 소금이었던 거다.
하긴 물이 소금물이 아닌 민물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이 소금을 어디에서 얻었을까 하는 것이 더 궁금해질 정도다. 그들이 했던 말대로 물의 은총이라면 민물에서 소금을 걸러냈다는 말인데, 그건 또 그것대로 엄청난 공이 들었을 거라는 짐작이 간다. 정말 무슨 수로 소금을 만들어 냈을까?
페어리군의 분석에 따르면 그곳에 물에는 보통 담수에 포함되어 있는 것과 비교해서 아주 약간 높은 염분이 측정된다. 하지만 그건 거의 의미가 없는 수치일 뿐이다. 어쩌면 내 몸에서 나온 땀과 섞여서 올라간 염분 농도일 수도 있을 정도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거기 섬사람들이 있는 곳의 물은 완전한 담수라는 소리다. 그 담수에서 소금 결정을 얻었다면 그게 무슨 방법이 되었건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 니들 최고다.
어쨌거나 확인이 되었으니 이젠 섬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기로 하자. 까짓 소금? 아주 들이부어 주마. 아, 그런데 그 정도의 소금은 없구나. 하지만 뭐 우리 마눌 가방 속에 소금은 제법 많이 있을 거다. 음식 만드는 것이 취미인 우리 마눌은 그런 기초적인 양념들은 잘 가지고 다닌다. 근데 소금도 양념인가? 아무튼.
나는 곧바로 창고로 가서 포포니에게 신호를 보냈다. 포포니가 창고를 살피고 있다면 내 행동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그럼 곧바로 게이트를 열어 줄 것이다. 역시.
나는 포포니가 열어주는 게이트로 포포니 옆으로 왔다.
포포니는 허브 기지 창고를 살피면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갑자기 가 버리면 어쩌라고. 남편! 걱정했잖아.”
“내가 포포니를 더 걱정했지. 우리 포포니만 여기 남기고 갔는데, 나는 허브 기지에 있고 포포니는 여기 있는데 왜 포포니가 나를 걱정해? 내가 포포니 걱정을 해야지.”
“히잉, 그래도 갑자기 없어지니까….”
“그래. 알았어. 잘못했어. 급해서 그래서. 봐서 알지? 저 섬사람이 내게 뭔가를 줬는데 그게 내 손에 있는 습기 때문에 녹잖아. 그래서 깜짝 놀라서 그게 뭔지 확인 하려고 서둘렀어.”
“그래서 뭔지 알아냈지. 저 사람들은 그걸 물의 은총이라고 부르는데 하얀 결정이더라고. 뭔지 몰라서 한참 찾았어.”
“소금이잖아.”
“엉?”
“물에서 나는 하얀 결정. 물의 은총이라고 부를 정도로 귀한 거. 그거 소금이잖아.”
“아니. 포포니야. 우리에겐 소금이 중요할지 몰라도 저 섬사람들에겐 아닐 수도 있잖아.”
“아니야. 소금이야. 소금은 정말 중요한 거야. 우리도 땅에서 소금을 찾지 못하면 소금 호수나 바다까지 가야 해. 그리고 땅에서 나는 소금도 원래는 물이 준 선물이야. 그러니까 소금 맞아.”
뭐 이래? 선주민들끼리는 뭐 통하는 거라도 있는 거야? 난 죽어라고 페어리군을 통해서 분석을 해서 알아낸 건데 포포니는 그냥 소금이라고 딱 알아 맞춰? 그럼 난 뭐야? 내가 어디가 좀 모자란 거냐?
“왜? 아니었어? 우웅 소금 같은데?”
내가 말이 없으니 포포니의 자신감이 조금 줄어드는 모양이다. 이러다가 나중에 소금이 맞다고 하면 또 토라질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야. 소금 맞아. 나는 우리 마눌이 그걸 한 번에 알아 맞춰서 너무 놀라서 그런 거야. 이야, 대단한데? 우리 마눌?”
“아니야.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거야. 흠흠.”
포포니 그러면서 그렇게 의기양양한 건 좋은데,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것을 몰랐던 나는 뭐가 되는 거야? 응?
아, 오늘도 또 하염없이 무너지는 신세구나.
“포포니 가방에 소금 있지?”
“웅, 있어. 굵은 소금. 가는 소금. 가루 소금. 양념이 된 것도 있고, 다른 영양소를 넣어서 만든 것도 있어. 아! 그래도 순수한 소금이 좋겠다. 그지 남편?”
“그래. 다른 거 안 섞인 걸로. 굵은 소금하고 가는 소금 두 거지 다 꺼내 줘. 얼마나 있어?”
“쓰던 거 말고 음 작게 포장된 거 세 개씩. 많이는 없어. 그러니까 두 개씩만 가지고 가.”
“아니다. 하나씩만 줘. 일단 그것만 해도 충분할 거야.”
나는 포포니에게서 소금 두 봉지를 받아들고 다시 부유선을 나와서 섬으로 다가갔다. 포장이 되어 있는 소금은 물에 잠겨도 괜찮으니 다행이다.
섬사람들은 내가 다시 부유선에서 나오는 모습에 조금 놀란 듯 보인다. 눈앞에서 사라진 사람이 멀리 떨어진 부유선에서 다시 나타났으니 놀랄만도 하지.
아, 그런데 저 노무 손가락질!
– 방금 다른 행성으로 간 것인가? 그리고 지금 저기로 다시 온 것이고?
“맞아. 내 아내와 나는 언제든 서로의 곁으로 갈 수 있지. 그래서 내가 다른 행성으로 갔다가 쉽게 아내 곁으로 올 수 있었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이거 받아라. 내 아내의 실수에 대한 사과의 표시다. 안에 들어 있는 햐얀 것이 너희가 말하는 물의 은총이다.”
– 정말인가? 그렇게 많은 그것이 물의 은총이란 것이?
놀랐나? 왜 저렇게 눈이 커져? 어쭈? 몸을 가린 가죽옷에도 변화가 있네? 몬스터 패턴이 분명한데 거기에 에테르를 흘려? 뭐지? 설마 몬스터 패턴을 이용해서 에테르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거야? 아니 그 전에 몬스터 패턴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어느 정도 파악해서 이용하고 있다는 소리야?
이거 잘 하면 엄청난 수확을 얻을 수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몬스터 패턴의 의미를 파악해 낼 수 있다면 몬스터들에 대한 연구에 엄청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저들이 단순히 몬스터 패턴을 장식용으로 쓰는 것이 아닌 것 같으니까 말이지.
“맞아. 확인해 봐. 난 네가 주는 그것이 물에 녹는 바람에 확인을 하기 위해서 무척 고생을 했다고. 하지만 물의 은총이라는 그것은 우리들이 소금이라고 부르는데 우리 행성에서도 없으면 안 될 것으로 취급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귀한 것은 아니야. 없어서는 안 되는 거지만 흔하기도 한 거란 말이지.”
– 흔하다고? 그, 그렇다면 은총 가득한 물이 많은가?
“은총 가득한 물이란 것이 짠 물을 말하는 거라면 우리가 바다라고 부르는 곳에 넘칠 정도로 있지. 뭐 거긴 몬스터가 많아서 우리가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기는 하지만 그래도 소금을 얻는 것이 어렵지는 않아. 오래 전에 땅 위에서 물이 증발하면서 만들어 놓은 소금도 있고 하니까 말이지. 그게 아니라도 다른 행성들에서 가지고 올 수도 있는 문제고. 다른 행성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래서 좋은 거야.”
– 이해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럼 너도 우리와 교역을 하고자 하는가?
“음? 아, 꼭 거래를 하자는 것은 아니야. 그냥 서로 교류를 하자는 거지. 도울 일이 있으면 서로 돕고 그러자는 말이야.”
– 잠깐 기다려라.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물의 은총이 맞는지 확인을 하고 다시 이야기를 하자.
그래. 손가락질 그만하고 니들끼리 또 떠들 거지? 그래라.
나는 여전히 물속에 있다. 이것들은 손님 대접이 영 엉망인 거다. 지들 땅이라고 생각하는 쉼터에는 올라오란 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상체 약간을 제외한 나머지는 물에 잠긴 상태인 거다. 내가 수영 실력이 좋지 않았으면 아마 꼴깍꼴깍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들은 배려가 없어 배려가.
어쨌거나 지켜보고 있으니 재미는 있다. 아주 난리가 났다. 무슨 신주단지 모시듯이 조심조심 합성수지로 된 봉투를 아주 조금 뜯어서는 그 안에서 소금은 정말 손톱만큼 꺼내서 그걸 입에 넣는 것이 아니라 제 몸에 문지른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이상한 가죽 옷에 흡수를 시키는 거다. 가죽 옷이 소금을 빨아 들이듯이 흡수한다.
그런데 저건 뭐냐? 아주 무슨 환각제 먹은 표정으로 황홀해 하는 모습이다. 응? 아니 정말로 그 표정이다. 반쯤 넋이 나가서 헤롱거리는 그게 딱 환각제에 취한 모습이라니까.
어이, 어이, 니들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손님 앞에서 다들 맛이 가면 안 되지. 야, 야! 그러지 말라니까?
이것들이 내가 지켜보는 사이에 다들 손톱 정도의 소금을 제 가죽 옷에 문지르더니 모두들 맛이 간 표정으로 헤롱거린다. 어이, 넌 그러지 말아야지. 아, 신발끈, 저 새끼도 맛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