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
화
도축장의 일을 마치면 오후 여섯시. 휴일이 올 때까지는 계속 그렇게 될 거다. 그 다음에는 여섯시부터 두시 까지가 될 거고, 그 다음에는 다시 두 시부터 열시 까지가 된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온전히 여덟 시간은 도축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거다. 그게 계약이다. 그 일을 해서 게이트 이용요금을 갚아 나간다. 물론 그 사이에 다른 일을 해서 텔론을 벌어서 빚을 다 갚으면 도축장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 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도축장 일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도축장 같은 곳에서 일하려는 일개미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워낙 더럽고 힘든 일이니까.
계약이 그래서 나도 어쩔 수가 없다. 다른 일은 쉬는 시간에 해야 한다. 일종의 아르바이트 같은 거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일을 잘 안 주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짜고서 계약이 끝나지 않은 일개미들에겐 아르바이트도 주지 않는다. 끝까지 거지같은 작업장에서 일을 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역시 어쩔 수 없다. 계약을 어길 수는 없으니까 일을 해야 한다.
계약을 어기면 플레인 연합에서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들은 모성의 정부와 같은 놈들이다.
어쨌거나 일이 끝났으니 이제부터는 자유시간이다.
나는 지난 이틀 동안 계획을 세우느라 고심에 고심을 했다.
내가 가진 것은 특별한 지식이다.
아직까지는 그게 전부다. 지식.
그것뿐이다.
그 외에는 새로 생긴 것이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달라졌다.
에테르에 대해서는 이전과 전혀 다른 입장이 되었다.
이제 나는 에테르를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니 될 것이다.
어떻게?
그건 오러 마법진을 개척하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오러 마법진. 그것은 몸 안에 오러가 움직이는 길을 개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정한 길로 오러가 움직이면 그것은 곧바로 신체 능력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런 오러의 힘이라면 몬스터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에테르란 내가 생각하기에 마나의 다른 이름이 분명할 테니까 말이다.
나는 일개미다.
이 말은 적어도 에테르란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앞에도 이야기를 했지만 게이트를 넘어서 일반인이 들어오면 잘못해서 에테르 중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 괴물로 변한다고.
그 때문에 최소한이라도 에테르에 대한 저항력이 있는 사람을 뽑아서 게이트 너머로 보낸다고 했는데 그게 사실은 에테르에 대한 감각을 지닌 사람들을 뽑은 거라는 말이다.
당연히 일개미지만 나도 에테르를 느끼는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러니 에테르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는 저항을 할 수 있는 거다.
엩테르를 느끼는 거다. 그리고 그걸 이제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도 얻게 된 거다.
거기다가 코어는 에테르의 결집체다. 당연히 기억 속의 마나석 대용으로 사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법이 필요하지. 하지만 당장에 마법을 익혀서 헌팅을 하는 것은 무리다. 그 전에 육체 능력을 먼저 키우는 것이 순서다.
마법진을 그리려고 해도 그게 다 돈이다. 나는 여기서 텔론을 받지 못한다. 그저 간단한 의식주만 보장 받으면서 기간제로 도축 일을 하고 있는 거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도 2년은 더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빚을 다 갚을 수 있게 되는 거다. 1년에 1천만 텔론을 지워가는 건데 실제론 거기에 내 생활비를 더해야 하니까 몇 백만 텔론을 더하면 내 연봉이 된다. 연봉 천이삼백 텔론? 뭐 그 정도다.
몬스터라고 불리는 것들 중에서 사냥감 취급을 받는 것들 중에서는 최하급이라도 그 사체가 30만 텔론 정도는 한다. 거기에서 만약 코어라도 나오면 그건 대박이다. 코어는 사체 가격의 열 배다. 30만 텔론을 받을 수 있는 녀석이 주는 코어라면 300만 텔론은 한다는 소리다. 물론 코어의 에너지를 정확하게 측정해서 가격을 정하지만 대략 그렇게 나온다고 들었다.
운만 좋으면 한 마리 잡아서 3-4백만 텔론을 벌 수도 있단 소리지. 그러니 초급이라도 헌터라면 일개미의 우상이 될 수밖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와서 곧바로 호흡을 시작한다.
에테르를 몸 안으로 끌어 오는 호흡이다. 능력자들은 처음부터 에테르를 사용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물론 사용할수록 그 능력이 발전해서 커진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에테르를 마음대로 끌어들여서 사용할 능력이 부족하다. 겨우 에테르를 느끼고 그것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정도의 능력 밖에 없는 거다.
응? 에테르를 왜 막냐고? 그거야 에테르 때문에 돌연변이가 되면 안 되는 거니까.
그럼 지금은 왜 에테르를 끌어 들이냐고?
그래야 에테르를 사용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
이미 이야기를 했잖아.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고? 그거야 이전에 에테르를 몸에 받아들이면 위험하단 소리만 들었지 어떻게 유용하게 쓸 수 있는지는 배운 적이 없잖아. 그래서 그런 거야. 지금은 유용한 방법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잘 생각을 해 보면 에테르를 몸 안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 건 어쩌면 돌연변이를 걱정한 것이 아니라 헌터가 늘어나는 것을 걱정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헌터의 수가 너무 늘어나게 되면 모성의 입장에서도 그 무력이 부담이 될 거고,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헌터들도 제 몫을 나눠야 하니 아까웠겠지.
거기다가 공급량이 늘어나면 당연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니 연합과 모성 정부 사이의 줄다리기를 위해서도 헌터의 수는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었을 거다.
와, 이거 봐라. 과거의 기억이 있으니까 무지 똑똑해진 것 같은데? 사고의 영역이 넓어진 느낌이야.
겨우 중급 아카데미까지 밖에 나오지 않은 내가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
뭐 좋아. 뭐가 되었건 잘 된 것 같으니까.
에테르를 느끼는 것은 어려울 것이 없는데 그 다음이 문제야. 오러 로드란 것은 말 그대로 마나를 몸에 받아 들여서 몸속의 일정한 경로를 통해 움직이게 할 때에 그 움직이는 경로 그게 오러 로드야. 그리고 그 오러 로드란 정말 무궁무진할 정도로 다양하지.
인간의 몸에 얼마나 많은 길이 있을지는 상상도 하지 마. 너에게 컵을 하나 줄 테니까 그 안에 얼마나 되는 상상의 선을 그을 수 있는지 대답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그만 두는 것이 좋아.
인간의 몸 안에 오러가 지나다닐 길이란 바로 그 상상력에 따른 거니까 말이야. 상상하는 모든 곳으로 오러는 통할 수 있어. 내 몸이라면 어디든 말이야.
아, 그렇다고 그게 무조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편히 잘 다닐 수 있는 길이 있으면 가시밭길도 있고, 터널이 필요한 길도 있는 법이잖아?
그리고 지금 내 몸은 길이라곤 하나도 없는 미개척의 영역이란 말이지. 거길 지금 처음으로 길을 내려고 하는 거야
자, 선택지가 놓였어. 몸 중심에서 시작해서 외부로 나오는 거, 아니면 외부에서 시작해서 내부로 들어가는 거.
어떤 것이 좋을 것 같아?
맞아. 내부에서 나오는 거야. 몸 중심에 오러의 그릇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서 필요할 때마다 오러를 뽑아서 사용을 하는 거지. 뭐 쓰고 남은 것은 다시 그릇에 넣어 두고 말이야.
물론 평소에는 그 그릇을 키우고 담겨 있는 오러의 양을 늘리는 일에 힘을 써야 하는 거야 당연하지.
그런데 그게 또 쉽지가 않은 거야. 좋은 건 쉽게 얻기 어렵잖아?
대신에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건 처음이 아주 쉬워.
예를 들어서 에테르를 일정한 경로로 돌리면 팔의 힘이 강해지지. 아니면 다리라거나 하는 신체 일부를 강하게 만들거나 빠르게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가능해.
음 이때 사용하는 에테르는 그 신체에 퍼져 있는 것을 불러다 쓰는 거야.
쉽지? 뭐 그것도 계속 하다보면 이용할 수 있는 에테르의 양과 효율이 늘어서 점점 강해지기도 해.
하지만 이렇게 시작을 해도 언젠가는 오러의 그릇을 만들어야 하지. 문제는 그 때는 온 몸에 퍼져 있는 에테르들 때문에 곤란하다는 거야. 오러의 그릇에 담기는 것은 오러지만 몸에 깃드는 것은 오러와는 조금 다른 변형된 에테르거든.
에테르와 오러는 달라. 내 몸에 잘 맞게 개량된 에테르가 오러야. 그러니 오러의 그릇을 만들 때에 쓸데없는 에테르가 몸 안에 있으면 곤란하지. 서로 충돌을 하기도 하고 뭐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