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00
화
열 명의 마약사범이 눈앞에 있다. 다들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넋이 나간 표정들을 하고 있다. 뭐냐? 저건? 도대체 저 꼴을 어떻게 이해를 해 줘야 하는 걸까?
뭐 나야 아직 쉼터라는 곳에 초대도 받지 못했으니 여기서 이대로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건가? 그것 참, 그래도 저것들 소금 봉지는 정말 애지중지하네? 저런 상태인데도 소금 봉지는 입구를 꼭 잡고 있어. 소금이 흘러 나오거나 물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 같은데 대단한 소금 사랑이다. 정말로!
“남편.”
포포니가 기다리다 못해서 곁으로 다가왔다.
“음. 마눌.”
“저 사람들 왜 저래? 소금을 몸에 문지르는 것 같던데?”
“나도 모르지. 소금을 저 옷에 문지르면 저 옷 안으로 소금이 흡수가 되거든? 그런데 그 후엔 다들 저 모양이야. 웃겨 아주.”
“굉장히 행복한 표정들이네?”
“마눌은 저게 행복한 표정으로 보여? 나는 무슨 마약을 먹은 것 같은 사람으로 보이는데?”
“마약?”
아, 포포니는 그게 뭔지 모르지?
“그러니까 일종의 약인데 정신에 영향을 줘서 환각을 보여주는 거야. 자기가 상상하는 최고의 쾌락을 제공한다고 하지. 그런 약이 있어.”
“응. 좋은 거구나. 최고의 쾌락이라니 나도 한 번 먹어 보고 싶다.”
“떽!! 이 여자가 큰일 날 소리를.”
나는 어처구니 없는 포포니의 말에 버럭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응? 왜? 남편 나한테 소리 지른 거야?”
“포포니. 잘 들어. 그런 약은 잠깐 동안 쾌락을 줄지는 몰라도 몸과 정신을 해쳐. 그런 약들의 공통점이 중독성이란 거야. 그리고 중독이 될 수록 약의 양을 늘려야 하지. 그렇게 점점 약의 양이 늘어나면 약이 가지고 있는 부작용도 늘어나는 거야. 정신이 왔다갔다하고 몸의 신경 조절이 안 되고, 근육이 힘을 잃고 그러면서 점점 폐인이 되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약에 의존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사람이 된다는 거야. 그건 정말 무서운 거야.”
“그런 거야? 독초하고 비슷하구나?”
“독초?”
“그런 거 있어. 아주 상처가 심한 전사들에게 고통을 잊으라고 먹이는 독초가 있는데 그거 먹으면 저런 표정을 짓는 경우가 있어. 그럼 고통이 없어지지. 하지만 일족의 어른들이 그런 특별한 경우가 아닌데도 그 독초를 먹거나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있으면 묶어서 동굴에 가뒀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음, 한 번 먹은 사람들이 간혹 참지 못하고 다시 찾는다는 소리가 있었지. 하지만 그래봐야 동굴에 갇혔다가 한 몇 달 후에 나오면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어. 뭐 동굴에 있는 동안에 먹어야 하는 풀이 정말 맛이 없어서 다시는 동굴에 끌려 가고 싶지 않다고들 한다나?”
아, 이 타모얀 종족에도 마약사범이 있는 모양이다. 뭐 이젠 회복 캡슐이 보급되면서 그런 괴상한 독초 따위를 먹는 일이야 줄어 들겠지만 그래도 그 독초라고 불리는 마약 성분의 풀이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조심해야지. 우리 마눌 호기심에 그거 먹겠다고 하면 큰일 난다.
“절대 그런 거에 관심 두지 마. 마눌. 알았지?”
나는 정말로 굳은 얼굴로 포포니에게 다짐을 한다.
“응. 알았어. 걱정하지마. 절대 그런 일 없어. 그러니까 마약이라고 하는 거 정말 안 좋은 거구나? 기분이 좋게 만들어 주는 거는 순간이고 그 뒤에는 엄청 오래 나쁜 병을 몸에 심어 주는 그런 거.”
“어이구. 우리 마눌 똑똑하기도 하지.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안 좋은 거는….”
“웅. 지지는 버려야 하는 거야. 음. 마약도 지지.”
그래. 내가 잘못했다. 저놈의 지지는 언젠가 한 번 사람에게 써 먹은 뒤로 포포니가 잊지 않고 가끔 쓴다. 쓸모없고 더러운 것은 모두 지지다.
“아, 정신 차리나 봐. 남편.”
포포니의 말에 섬사람들을 보니 섬사람들의 눈에 초점이 잡히기 시작한다. 그런데 조금 전보다 훨씬 더 생기가 넘치는 것 같다.
아, 그 손가락!!
– 예상 하지 못했다. 물의 은총을 이토록 많이 가지고 올 줄은.
“별 것 아니야. 필요하다면 그 몇 배라도 가지고 올 수 있어. 별 것 아니지.”
– 정말인가?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겠다. 그리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이야기해라.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건 들어 주겠다.
그래, 아주 적극적이시군. 좋은 현상이지. 그런데 니들이 뭘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거래를 해도 하는 거 아니겠냐?
“물의 은총이야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그리 값비싼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 부부가 이곳으로 오고 가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크다. 혹시 악마라고 부르는 것들을 죽이고 얻는 구슬이 있나? 우리는 그것을 코어라고 부른다.”
– 코어? 악마의 심장을 말하는 건가? 기다려라.
또 손을 내리고 지들끼리 뭐라하더니 한 놈을 심부름 보낸다. 그리곤 대기.
어째 하는 짓이 단순하고 정형화 된 느낌이다.
얼마 후에 연못으로 들어갔던 녀석이 나와서 몬스터 코어를 몇 개 주머니에서 꺼내서 건넨다.
그걸 받은 녀석이 또 손가락질이다.
– 이걸 말하는 건가?
맞다. 그거다. 우와 딱 봐도 남색 등급 이상인데? 보라색 등급도 있고 말이지. 어? 저건 화이트 코어다. 등급은 보라색? 대단한데?
“맞다. 우리가 이곳을 오고 가는데 필요한 힘을 그것으로부터 얻는다. 그러니 그것만 적당히 준다면 물의 은총? 그래 소금이야 얼마든지 줄 수 있다.”
– 좋다. 거래하자. 우리도 악마의 심장으로 우리 쉼터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래도 남는 것이 있다. 남는 것과 물의 은총을 바꾸자. 물의 은총이 있으면 우리의 형제자매들이 더 많이 깨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이 싸울 수 있고, 더 많은 악마를 잡을 수 있다. 물의 은총이 있다면 우리들은 얼마든지 악마와 싸워 이길 수 있다.
이건 뭐 소금이 무슨 각성제라도 되냐? 왜 이러는 거야?
“물의 은총이 그렇게 중요한가? 어째서 그렇지?”
나는 슬쩍 물어 보면 좀 곤란해 보이는 것을 물었다.
– 우리들은 은총이 가득한 물에서 살았다. 그런데 악마들이 나타나서 물에서 물의 은총을 빼앗아갔다. 빼앗긴 물의 은총을 찾기 위해서 우리들은 선조 대대로 지금까지 싸웠지만 악마들은 가지고 간 물의 은총을 어디에 숨겼는지 내 놓지 않았다. 엄청나게 많은 악마를 죽이고 거대한 악마도 많이 죽였다. 하지만 점점 물의 은총이 사라지고 그 때문에 우리들은 잠들어야 했다. 물의 은총이 없으면 힘을 쓰지 못하고 점점 말라서 죽는다. 그러니 죽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잠이 들고 얼마 남지 않은 수호자들만 일족을 보호하며 떠돌게 된 것이다. 그나마 잠든 일족들이 아주 소량씩 물의 은총을 만들어 내어 우리를 움직이게 하지 않았다면 우리들 역시 오래전에 잠들어야 했을 것이다.
“그럼 이 물이 원래는 물의 은총이 가득한 물이었단 소리야?”
– 그렇다. 선조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 쉼터 아래에는 은총 가득한 물에서 살던 생명들이 있다. 그 생명들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잠깐, 그럼 거기 있는 물은 짠 물이란 소리잖아. 그 물을 정화해서 소금을 만들면 되지 않나?”
–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아주 조금씩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생명들이 모두 죽을 것이다. 정말 급할 때에 어쩔 수 없이 물의 은총을 얻긴 하지만 대부분은 잠들어 있는 일족들이 만들어 내는 물의 은총을 기다린다.
“아니, 그럼 그 잠들어 있는 이들은 물의 은총을 어디에서 만들어 내는데?”
– 세상에 가득한 물로부터 만들어 낸다.
담수에서? 그것 참 대단한 능력이긴 하다. 잠든 이들이 무슨 수로 그런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뭐 일단 이들이 어떤 이들인지는 알 것 같다.
“좋아. 그럼 이제 거래를 하자. 참, 언제까지나 이렇게 물에 감겨서 있을 수는 없으니까 거기 쉼터에서 저기 저 부유선이 내려앉을 정도의 공간만 빌려 줘. 우리가 너희와 거래를 할 때엔 거기에 내려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말이야. 소금을 가지고 와도 어디 내려 놓을 곳이 있어야 하잖아. 모두 물에 내려놓을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지.”
우와, 저 봐. 표정 리얼하다. 소금을 물에 내려놓는다는 말을 하니까 놀라는 거 봐라.
– 기다려라. 의논을 해 봐야 한다.
그러시겠지. 어련하시겠어? 손가락질 그만 두고 또 저들끼리 떠드는 시간이 흐른다. 그것 참. 뭐라고들 떠드는 걸까? 이거 녹음해 뒀다가 나중에 내가 꼭 확인을 해 보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