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02
화
“어차피 여긴 날아다니는 악마들은 없으니까 우리 부부가 부유선 타고 날아다니면서 쉼터를 찾아 그들과, 아니다. 너도 함께 가자. 함께 다른 쉼터를 찾아가서 네가 설명을 하면 되겠다. 어떠냐? 대신에 죽으로 가는 사냥은 하지 말자. 응?”
정말 그건 아닌 것 같거든?
– 우린 물로 돌아갈 때가 지난 이들이다. 너무 오래 잠들어 있었다. 이젠 새로운 세대가 태어나서 우리 뒤를 이어야한다.
“야, 그래도 지금은 아니지. 일단 이렇게 하자. 다른 쉼터에 있는 동족들과 연계를 하는 거야. 그래서 모든 쉼터의 동족들이 깨어나면 그들과 함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거지. 혹시 다른 쉼터에 동족들이 없으면 어쩔 거야? 그들이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물로 돌아갔다면 그 쉼터들을 관리할 사람들도 필요한 거잖아. 안 그래?”
– 맞다. 그 생각은 못했다.
“그런데 그 손가락질 안 할 수 없는 거야? 우리가 사는 곳에선 그렇게 손가락질 하는 거 별로 안 좋아 하는데?”
– 서로 접촉하면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않아도 된다. 손을 잡길 원하나?
으음? 손가락질 당하는 것과 손을 잡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좋을까? 솔직히 이 섬사람들은 남녀 구별을 못하겠다. 지들 끼리는 남녀가 있다는데 그게 몸에 나 있는 몬스터 패턴 같은 그 패턴으로 구별이 된단다. 나는 그게 몬스터의 가죽을 벗겨 만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냥 원래 타고 태어나는 무늬란다. 그래도 조금 위안이 되는 것은 그 무늬가 몬스터 패턴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거다.
내가 보기에는 몬스터들이 나타나면서 이 섬사람들도 몬스터 패턴을 닮은꼴로 진화를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 이 행성에 몬스터들이 나타난 것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제3 데블 플레인 보다도 훨씬 오래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왜냐면 이들은 악마 강림에 대한 어떤 신화나 전설 같은 것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악마와 싸우고 또 악마를 세상에서 몰아 내야 한다는 의식만 뿌리 깊게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걸로 보면 몬스터가 나타나기 시작한 때에 대한 이야기가 남아 있는 다른 데블 플레인에 비해서 이곳은 너무 오래되다보니 그런 이야기도 사라지고 그냥 죽고 죽이면서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하는 것만 남은 그런 시기가 될 것이 아닌가 싶은 거다.
“아니. 그냥 손가락질 하고. 일단 여기 사람들 마구잡이로 사냥 나가서 죽고 그러지 말고 다른 쉼터들의 상태를 보고 결정하자고 설득을 해 봐. 우리가 갔다 오는 사이에 다들 죽어 버리면 곤란하니까 말이야.”
– 알았다. 이야기를 하겠다. 듀풀렉 게이트, 그런 것이 있다면 정말 도움이 될 것이다. 거기다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그것은 정말 유용하다. 하지만 조심해라. 악마들 중에서는 물에서 아주 높이 솟구쳐 오르는 녀석들이 있다.
“괜찮아. 은폐 기능도 있어. 그거 하면 괴수들도 잘 찾지 못해.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 그런데 그 안에 물이 있나? 우리들은 물 밖에서 오래 있지 못한다. 하루 이상 물 밖에 있으면 살 수 없다.
하루? 그럼 부유선 안에 수조라도 하나 만들어 둬야겠군. 그것도 소금물 수조로.
“부유선 안에 수조를 준비하지. 소금 타서.”
– 좋은 말이다. 은총 가득한 물, 나도 좋아한다. 그런 물에서 쉴 수 있다면 기분이 좋을 거다.
그러고선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웃는다. 이것들이 단체로 웃고 떠들면 유리가 남아나질 않을 거다.
“그런데 이름이 뭐야?”
포포니가 뒷자리에 앉아 있는 섬사람에게 묻는다. 섬사람 녀석은 한손은 내 어깨에, 다른 한 손은 포포니의 어깨에 올리고 있다. 그래야 대화를 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하는 거다. 손을 잡을 수는 없으니 그렇게 어깨에 손을 올리고 대화를 하고 있다.
– 나를 부를 때엔 보통 몇 번째 알에서 태어난 아이인지를 가지고 구별해서 부른다. 나는 쉼터 열다섯 번째 웅덩이에서 백 마흔 다섯 번째 알에서 여섯 번째로 태어난 아이다.
뭐냐? 그건?
“우웅. 어렵다. 그냥 부르는 이름은 없는 거야?”
– 무엇으로 부르고 싶은가?
“그냥 토미라거나 헤리라거나 샘이라거나 뭐 그런 식으로 부르는 거지. 나는 포포니, 내 남편은 세이커라고 부르니까 말이야.”
– 그럼 다른 포포니와 다른 세이커, 다른 토미는 없는가?
“그거야 뭐 있겠지.”
– 하지만 나는 우리 쉼터의 열다섯 번째 웅덩이에서 백 마흔 다섯 번째 알에서 여섯 번째로 태어난 유일한 존재다. 이것이 더 자신을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지 않은가?
“야, 그럼 차라리 조상들 이름을 하나씩 이어 붙여서 자신을 증명하는 쪽이 더 확실하지 않냐? 대충 6대조 정도부터 나열을 하면 뭐 거의 확실하게 동명이인은 없을 것 같구만. 하지만 그건 너무 번거로우니까 그냥 짧게 이름을 정해서 부르는 거잖아. 그런 의미에서 네 이름은 너무 길다는 거지.”
– 그런가?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그냥 우리가 널 부르는 이름을 하나 정하자는 말이지. 이를테면 워터로 할까? 그건 우리 들이 물이란 의미로 쓰는 단어다.”
– 워터? 그게 물이란 뜻이라고? 그럼 그렇게 해라. 상관없다. 어차피 나를 그렇게 부르는 것은 너희뿐이니까.
“아니지. 내가 너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에도 나는 제7 데블 플레인의 워터라고 할 거란 말이지.”
– 그래. 알았다. 너를 아는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알아도 상관없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내가 워터라 불린다고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
의외로 그런 쪽에선 쿨한 건가? 아니지. 이것들이 이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거겠지. 하긴 한꺼번에 알무더기에서 수십, 수백이 태어난다고 하면 그 웅덩이에 알을 낳은 부모가 일일이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긴 하겠다. 내가 아는 어떤 수중 생물은 한꺼번에 몇 만 개의 알을 낳기도 하던데 섬사람 종족이 그런 경우면 할 말이 없는 거지 뭐. 그런데 정말로 한 번에 몇 개의 알을 낳는 걸까?
“그런데, 웅, 워터? 알은 한 번에 몇 개나 낳는 거야? 그리고 그 알들 중에서 몇이나 태어나? 응?”
역시 우리 마눌이다. 내가 궁금한 것은 마눌도 궁금해 한단 말이지.
– 출산 준비가 된 이들이 한 번에 몇 백에서 몇 천 개의 알을 낳는다. 그렇게 알이 웅덩이에 모이면 준비가 된 다른 이가 와서 수정을 시킨다. 그래서 한 웅덩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는 몇 만이 넘는다. 그래도 나는 일찍 태어나서 여섯 번째 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었다. 그건 정확한 이름인데 다른 녀석들은 그냥 줄 세워서 이름을 줬다. 누가 먼저 나왔는지 모르는 경우가 생기면 그렇게 한다.
잠깐 좀 이상한데? 여성체가 우르르 몰려 와서 웅덩이에 알을 낳아 두면 거기에 남성 하나가 와서 수정을 시킨다는 뭐 그런 거잖아. 역시 여성보다 남성의 수가 적은 건가?
“여자가 남자보다 많은 거야? 응? 그런 거야?”
– 우린 남녀 구별이 있지만 남자가 여자가 되고 여자가 남자가 되기도 한다.
이건 또 뭔 소리?
– 여자로 살다가 때가 되면 몸의 빛이 화려해지면서 남자가 된다. 그리고 수정을 시킬 준비가 된다. 그런 때에 준비된 웅덩이가 있으면 거기에서 수정을 시키면 되는 거다. 하지만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냥을 나간다. 용감하게 싸우다가 물로 돌아가는 거다.
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들과는 너무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러니까 자웅동체야? 아, 그건 아닌가? 그냥 여자로 살다가 불현듯 남성으로 바뀌고 그 상태에서 알들을 수정시키는 일을 하지 못하면 그냥 나가서 용감히 싸우다 죽어야 하는 거야? 아니면 그런 규칙이 없는데 그냥 나가서 싸우다 죽는 거야? 역시 행성이 다르고 사람이 다르니까 뭐가 정말 골때린 것 같다. 그런데 이 섬사람들도 인류로 보긴 해야 하나? 유전적으로 결합이 되기는 할까? 우리들은 종족간의 결합으로 후세를 남길 수 있는 경우에만 인류로 보는데 말이지.
아, 뭐 어쨌건 일단은 인류를 많이 닮았으니 그냥 넘어가자. 내가 여기 섬사람들과 결혼을 할 것도 아닌데 뭘.
참, 내가 아직도 이들을 섬사람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들은 자신들을 우리들이란 식으로 표현을 하기 때문에 따로 무슨 종족이니 하는 표현이 없는 까닭이다. 뭐 굳이 따지자면 우리들, 사람들 정도의 의미로 전달이 되는데 그렇다고 내가 저들을 사람들이라고 불러선 구별이 안 되니까 그냥 섬사람으로 부르기로 했다. 쉼터라는 섬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이들이니 꼭 틀린 말도 아닐 것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