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03
화
나참, 내가 그동안 아주 큰 실수를 했었다. 여기 이 제7 데블 플레인의 쉼터에서 지내다보니까 이곳이 그렇게 평화롭고 안전한 곳이라는 착각을 했었던 거다.
“우아아아. 남편!!”
“꽉 잡아. 마눌!!”
번쩍, 번쩍!
우르르르릉 꽈과광!
지랄을 해요. 아주 난리가 났다. 응? 뭐냐고? 뭐긴 뭐냐? 태풍이지.
부유선 타고 유유자적 했던 건 좋은데 갑작스럽게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하더니 하늘이 새까맣게 변하곤 그 뒤로 미친듯이 번개가 치고 난리도 아니다. 바람이 워낙 거센 것도 있지만 이건 뭐 파도가 수 백 미터 높이까지 솟아 오르는데 아주 미칠 지경이다. 거기다가 그 파도 속에는 몬스터들도 있어요. 아주 이것들은 그런 험한 파도에도 완벽 적응을 했는지 그런 파도 속에서도 우리 부유선을 발견하면 물어뜯으려고 달려든다니까? 응? 은폐를 어떻게 알아보고 달려드냐고? 은폐가 발각 된 거냐고? 물론 그건 아니지. 그냥 살짝 실험을 해 본 것 뿐이야. 이 거친 환경에선 몬스터들도 정신을 못 차리겠지 하고 은폐를 살짝 풀었다가 한 번에 몬스터 입으로 삼켜질 뻔 했지. 우와 정말 아찔했다니까.
“워터 괜찮을까?”
“글쎄? 기절해 있으니까 뭐 괜찮지 않을까? 수조 속에 들어 있고 뚜껑도 닫아 줬으니까 말이야.”
나는 포포니의 말에 잠깐 걱정이 되어서 뒷자리를 살폈다.
워터가 들어 있는 수조는 뚜껑을 굳게 닫은 모습으로 놓여 있다.
알고 보니까 이렇게 날씨가 지랄같으면 이 섬사람들은 모두 쉼터 밑에 바짝 다닥다닥 붙어선 파도가 잠잠해 질 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괜히 나갔다가 번개라도 물에 떨어지면 아주 짜릿하게 구워지는 경험을 하기 때문에 절대로 이런 날씨에는 밖에 안 나간다는 거다.
녀석 뭔 겁이 그렇게 많은지 아주 번개가 칠 때는 자지러지곤 했다. 그래서 그냥 수조 안에서 쉬라고 하고 그래도 무서워하는 것 같아서 뚜껑까지 덮어 준 거다. 뭐 부유선이 흔들릴 때마다 물이 쏟아지고 해서 뚜껑을 덮은 것도 있지만.
“우와. 무섭다. 남편. 온통 난리야. 여기도 번쩍, 저기도 번쩍, 또 번쩍, 그리고 번쩍.”
뭐 내가 봐도 유독 번개가 많이 치기는 한다. 그 때문에 살짝 위험하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유선이 번개에 맞는다고 무슨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만 그래도 계속 맞으면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거다. 워낙 밖에 번개들이 살벌하게 꽂히고 또 번지고 하니 그렇다. 번개가 꼭 위에서 아래로 향한다는 편견은 지금 완전 깨진 상태다. 번개는 상하좌우로 멋대로 뻗어간다. 살 떨리게 만들면서 말이다.
“구름 위로 올라가서 기다려볼까?”
“우웅?”
“구름 위로 가면 번개는 없으니까 말이지. 거기서 날이 개일 때까지 기다려보는 거야.”
“하늘 몬스터 없을까?”
포포니가 살짝 걱정을 한다. 대충 확인하기론 물에 사는 몬스터 말고는 없다고 하는데 그래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없다잖아. 뭐 있으면 도망쳐야지.”
“우웅. 우리 물속으로 들어가서 피하면…. 아웅. 몬스터들 많아서 안 되는 거구나. 어쩔 수 없네. 남편 위로 올라가자. 구름 위로 가는 가야. 응응.”
포포니가 결국 구름 위로 올라가는 것에 찬성을 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시커먼 구름 위로 올라가서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곳에는 하늘 몬스터는 없었다. 아니 안 보였다. 있는지 없는지야 알 길이 없지만 어쨌거나 보이진 않았다.
“히익!”
“헥! 놀랐어. 놀랐어. 우아. 정말 놀랐어. 워터 그러지 마. 갑자기 어깨에 손 올리면 놀라잖아.”
포포니가 워터에게 따따따 쏘아 붙인다. 워터 이 씨발라먹을허스똥꼬에서나온개똥참외같은 놈아. 무슨 귀신도 아니고 갑자기 뒤에서 소리도 없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지랄이야 지랄이.
– 놀랐나? 난 몇 번 불러도 대답이 없기에.
“그럼 손가락질을 하고 불러야지. 그냥 부르면 알아 듣냐? 그렇잖아도 밖이 소란스러웠는데?”
– 그렇군. 알았다. 다음에는 그렇게 하지. 그런데 여긴 어딘가?
이 놈이 뭔가 부유선의 요동이 줄어들고 물이 잔잔해지니까 궁금해서 나온 모양이다.
“구름 위야. 구름 위로 올라오면 번개에 맞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지.”
– 그런가? 그나저나 걱정이다.
“뭐가?”
얜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이러는 거야?
– 이렇게 파도가 높아지면 그 후에는 물과 물이 섞이고 뒤집힌다. 그러면 쉼터 안으로도 악마들이 들어오곤 한다. 물이 뒤집어 지면서 그것들이 쉼터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거다.
어? 그럼 잘못하면 큰 일이 생길 수도 있겠네?
– 쉼터를 지키는 이들이 많지 않아서 이런 때에는 정말 위험하다. 얼마 되지 않는 악마들이라도 쉼터의 영역으로 들어와서 우리를 발견하게 되면, 아니 잠들어 있는 동족들을 발견하게 되면 엄청난 학살이 벌어지게 된다. 그렇게 쉽터 전체가 물로 돌아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 거다.
그것 참. 그럴 수도 있겠네. 바다가 몽땅 뒤집어 지는 소동이 벌어졌는데 쉼터의 영역으로 몬스터들이 들어가는 일도 생길 수 있지. 그런데 그런 쉼터를 지키는 이들의 수는 별로 안 되니까 잘못하면 몰살을 당할 수도 있겠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 그냥 걱정을 할 뿐이다. 그런 때를 대비해서 물의 은총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걸 이용해서 잠든 이들을 깨우고 싸워 이기는 방법 밖에 없다. 전에 봤잖은가 네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묻고 그것을 보여 달라고 했을 때, 그 때에 보여준 그 물의 은총이 그런 일이 벌어질 때를 대비해서 분비해 놓은 것이기도 하다. 비상용이지.
아, 그 코딱지만큼 작은 소금? 그거? 에휴 얘들도 딱 보면 정말 불쌍하게 사는 녀석들이라니까. 그것 참.
그래, 내가 너희들에게 은총을 한없이 내려주마. 음… 차라리 다른 행성의 바다와 이곳의 쉼터 사이에 게이트를 만들어서 그 쪽 바닷물을 게이트를 통해서 불러 와? 입구를 좀 좁게 하면 뭐 몇 백 년 동안은 쏟아지게 할 수 있지 않겠어? 은총 가득한 바닷물이 세세무궁토로 흘러나오는 뭐 그런 거지. 그리고 이곳에 있는 물은 같은 방법으로 그 행성으로 가게 만드는 거지. 그럼 바닷물을 끌어 오고 담수를 보내는 거니까 뭐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궁리를 좀 해 봐야겠다. 재미도 있을 것 같고 말이지.
“그런데 전에는 여기 물이 전부 은총 가득한 물이었다면서?”
– 그렇다고 들었다. 우리들은 그 은총 가득한 물에서 살았다고 했다.
“그 때도 몬스터 그러니까 악마들은 있었다면서? 물에도 염분이 가득했고?”
– 맞다.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물에서 은총이 없어지기 시작한 거다. 선조들은 악마들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했다. 악마들이 우리들을 감당할 수 없게 되니까 결국 물에서 은총을 빼앗아 우리들을 멸망으로 이끌려고 했다는 거다. 그래도 우리들은 오래도록 악마들에 맞서서 싸워오고 있다. 쉼터 하나에서 일족이 나서면 아무리 큰 악마라도 처치할 수 있었다.
그렇겠지. 수십만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건데 개미가 그만큼 달려들어도 뭔가 이룰 숫잔데 섬사람들이 그 정도 숫자가 나서면 괴수라도 사냥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더구나 이 섬사람들은 에테르를 아주 능숙하게 다룬다. 사실 이건 좀 믿기 어렵지만 적어도 물속에서는 섬사람들 모두가 대전사에 가까운 사람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뭐 안 싸워 봐서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내 생각에는 말이야. 그 뛰어난 전사들이 몬스터와 싸우다가 희생을 당하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 능력이 있는 이들이라면 좀 더 큰 일을 할 수도 있지 않겠나?”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어쭈? 눈치는 있단 말이지?
“다른 세상에 은총이 가득한 물로 채워진 바다가 있다.”
– 전에 이야기 한 적이 있지. 믿기 어렵지만 우리에게 주는 물의 은총을 생각하면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지.
“그래. 그런데 그곳에도 네가 말하는 악마, 우리가 몬스터라고 부르는 것들이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들은 물에서 살지 못하기 때문에 물에 사는 악마들을 처리할 쉽게 처리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말인데 이곳의 일족 중에서 일부가 그곳으로 가서 그 악마들과 싸울 수는 없나? 네가 말한 대로 물의 은총에서 네 종족들이 얼마든 태어날 수 있다면 그 물의 은총을 받는 대신에 일부가 우리 세상으로 이주를 할 수는 없는가 묻는 거다.”
뭐 이러다가 후쿠드의 어머니들이 땅 위에서 죽어라 그 자식들을 늘리고 물에선 이 섬사람들이 끝도 없이 늘어나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몬스터가 세상을 점령하는 것보다 나쁜 일이 될 거란 생각은 안 든다. 뭐 나중에 서로 물고 뜯고 싸워도 그거야 원래 인간이란 것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 여기면 그만이고 말이다. 일단은 몬스터 퇴치부터 생각을 하자는 거다.
바다에 사는 몬스터를 어쩔 거야? 그러니 섬사람들을 영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거지. 뭐 안 되면 몇 명이라도 데리고 가면, 거기서 알아서 알을 낳고 하면서 수가 늘어나지 않겠어? 뭐 교육시키고 해서 전력이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바다의 몬스터를 책임질 이들이 생긴다는 면에선 큰 의의가 있지. 음. 좋을 것 같은데?
– 우린 우리의 세상을 지켜야 한다. 우린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다.
어쭈? 딱 잘라서 거절? 그건 좀 곤란한데?
“그럼 말이지. 그냥 천 명 정도만 이주하면 안 될까? 거기서 은총 가득한 물에서 후세를 키우면서 그곳의 물을 정화하며 살면 좋지 않을까? 쉼터 전체가 가는 것이 곤란하다면 그 정도 숫자는 괜찮잖아. 그리고 그들이 새로운 장소에서 번창하면 그것도 나름대로 그곳에 사는 모든 생명들에게 유익할 테고 말이지. 사실 우린 물에 사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거든. 물의 일족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수가 워낙 적어서 앞으로가 걱정이란 말이지.”
– 음. 전체가 아닌 일부라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의논해 봐야 한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서로 의논하고 그 결과를 따른다.
알지 알아. 뭔 말을 그렇게들 많이 하는지 틈만 나면 머리 맞대고 떠들잖아.
“남편, 바다 몬스터들을 섬사람들에게 맡길 생각이야?”
“후쿠드의 어머니가 육지 전력을 늘려준다면 섬사람들은 물속의 몬스터들에겐 최적의 상대 아니겠어?”
“그렇기는 하지만 섬사람들은 좀 단순한 거 같아. 죽음을 겁내지도 않고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좀 그래.”
– 우리가 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물에서 왔으니 물로 돌아가 물이 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아니다.
그래. 워터, 너희 종족에겐 그게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에겐 낯선 거다. 뭐 그런 것뿐이지. 옳다 그러다는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