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07
화
나는 다시 가방에서 소금이 들어 있는 봉투 몇 개를 꺼내서 그에게 전했다.
그는 내가 주는 소금 봉투에 눈이 똥그랗게 변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동족들에게 분배한다. 다시 저들끼리 뭐라고 떠들고 있는데 역시 뭐라고 떠드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 사이에도 포포니는 열심히 섬사람들에게 소금물을 주입하고 있다. 이미 내 손에 들려 있던 소금물 봉투도 가지고 가서 쉬지 않고 섬사람들을 깨우고 있는 것이다.
이놈은 손가락질 대신에 내 손을 잡기로 한 모양이네? 아, 놈이 아니지? 섬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여성이지? 그럼? 아니 그건 넘어가고.
– 우리의 구원자다. 우리들은 은혜를 잊지 않겠다. 하지만 지금은 급하다. 우리들의 쉼터를 지키고 악마들을 물리친 후에 다시 이야기를 하자.
“그래. 우리 부부는 신경쓰지 말고 서둘러. 참, 대신에 우리 부부를 공격하진 말라고 전해 줄래? 아무래도 너희는 외부인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 걱정하지 마라. 여기 이 아이를 남겨 두겠다. 이 아이가 너희에 대해서 다른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해 줄 것이다.
그래. 고맙다. 그런데 뭔 말을 하기도 전에 가버리냐? 그건 예의가 아니지. 어? 너도 손을 잡는 걸 좋아하냐?
– …..
뭐? 말을 할 것도 아니면서 왜 손은 잡고 그러는데?
“할 말이라도 있냐?”
– ….
고개만 흔들면 다냐?
“누구야? 남편?”
포포니가 일을 마쳤는지 가까이 다가왔다.
“아까 그 섬사람이 남겨두고 갔어. 이 아이가 우리를 모르는 다른 섬사람들이 우릴 공격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해 주기로 했어.”
“앙. 그렇구나. 그런데 아이야?”
“키도 조금 작고 그렇잖아. 그 섬사람이 아이라고 했으니까 그렇겠지.”
“그렇구나. 자 이리 온?”
포포니가 섬사람 아이의 다른 손을 잡았다.
– ….
아이는 우릴 번갈아가며 바라본다.
“음? 난 포포니야. 포포니가 이름이지. 넌 이름이 뭐니?”
포포니가 친근하게 물어보지만 아이는 그냥 고개를 흔든다. 설마 이 아이는 ‘의지로 말해요.’ 뭐 이런 능력이 없는 건가?
“넌 이렇게 손잡고 대화하는 것을 익히지 못한 거냐?”
내가 그렇게 묻는데 고개를 끄덕거린다.
“우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말은 통할 사람을 남겨 둬야 할 거 아냐!”
“참아 남편. 말을 하지는 못해도 알아듣기는 하잖아. 그러니까 상관없지. 어차피 우릴 공격하는 섬사람들을 말리기 위한 건데 우리와 말이 안 통하는 건 무슨 상관이야? 거기다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몬스터와 싸워야 하니까. 아이를 남긴 것이 당연하잖아. 한 사람이라도 아쉬운 상황인데.”
“그야 그렇지만. 자, 그럼 우린 쉼터 위로 올라가자. 물속에 너무 오래 있었더니 속이 답답해지기 시작하네.”
“우웅. 그렇겠다. 남편. 남편 너무 오래 물속에 있었어. 어서 나가자. 응응.”
우리에게 말을 하지 못해도 알아는 듣는 아이가 있으니 쉼터의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꼬불꼬불 어지러운 수중 통로를 따라서 아이는 우리 부부의 손을 양손에 나눠 잡고 조금 앞서서 이끌었다. 역시 어려도 섬사람은 섬사람 아이가 분명했다. 손을 쓰지 않으면서도 물속에서 자유롭게 방향 전환을 하며 우리를 끌고 나가니 말이다.
“푸하! 후아! 여, 역시 공기가 좋아.”
나는 웅덩이로 나오자마자 깊게 심호흡을 하며 답답했던 폐를 공기로 씻어 냈다. 곁에선 포포니도 깊게 심호흡을 한다. 하지만 섬사람 아이는 그런 우리를 물끄러미 보고만 있다. 뭔가 이상한 사람을 본다는 듯한 표정이다.
나와 포포니는 아이를 데리고 근처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린 이곳 사람들이 아니란다. 음, 너희들은 물속에서 주로 살지만 우리들은 물 밖에서만 살지. 물속으로 들어가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는단다. 숨을 쉴 수가 없거든. 뭐 나나 우리 남편은 특별한 방법을 배워서 물에서도 오래 숨을 쉴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은 별로 없단다.”
포포니가 섬사람 아이에게 조곤조곤 설명을 해 준다.
아이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몰랐던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포포니의 설명을 듣고 있다.
나는 가끔씩 주변 웅덩이에서 기어 나오는 몬스터들을 보이는 족족 죽이고 있다. 뭐 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눈에 보이는 몬스터만 터뜨려 주는 것이라서 어려운 일도 아니다. 웅덩이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대부분 등급이 낮은 몬스터들이라서 신경 쓸 일이 거의 없다.
그러는 중에 웅덩이에서 하나 둘씩 섬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마도 밑을 정리하고 위로 올라온 모양이다. 그리고 우리 부부와 섬사람 아이를 발견하고 달려오다가는 섬사람 아이가 뭐라고 날카롭게 떠들면 힐끔힐끔 보다가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아마도 섬사람 아이가 우리들에 대해서 뭐라고 설명을 하는 모양인데 그리 길지도 않은 말로 어떻게 저들을 돌아서게 하는 건지 신기하다. 뭐라고 했을까?
어쨌거나 쉼터 위는 빠르게 정리가 되고 있다. 점점 많은 섬사람들이 웅덩이를 통해서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저들 중에서는 워터가 구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내가 구해서 보낸 사람들이 구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많은 섬사람들이 죽었겠지만 그래도 전멸을 당하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이번 폭풍이 워낙 거세서 다른 쉼터들도 이모양이 되었을 텐데 괜찮을까 모르겠다. 보통 많아야 20명 정도의 섬사람만 깨어서 쉼터를 지키는 경우가 많다고 워터가 그랬는데 말이다.
어? 뭐? 섬사람 아이가 우리 둘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켜 한 곳으로 걷기 시작한다. 누가 뭐라고 했나보다. 아마 우릴 데리고 오라는 소리를 들었겠지?
아이의 쉼터는 3만 명의 섬사람들이 살아남았다. 아이의 쉼터라는 곳은 워터의 쉼터와 구별하기 위해서 붙인 이름이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섬사람 아이에게 아이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뭐 어린아이라는 뜻보다는 그냥 어감이 예뻐서 붙인 이름 ‘아이’다.
그리고 아이의 쉼터와 워터의 쉼터 사이에 듀풀렉 게이트를 설치하려고 했는데 그게 좀 문제가 있었다. 쉼터 위에는 기존의 듀풀렉 게이트를 설치할 수가 없었다. 원래 듀풀렉 게이트는 기준점을 잡고 행성 내의 좌표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인데 이 쉼터들은 물에 떠 있으면서 흘러 다니는 놈들이라 좌표 변화가 너무 심한 것이다. 어느 정도의 진동이나 지진을 고려해서 듀풀렉 게이트를 만들었지만 흘러 다니는 쉼터에 맞게 듀풀렉 게이트의 좌표 설정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건 좌표 없이 사용이 가능하게 만든다는 소리고 그렇게 되면 그것을 가지고 성간-게이트로도 사용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고민을 좀 했는데 포포니에게 바보 같다는 소리만 듣고 문제가 해결되고 말았다.
응? 어떻게 했냐고? 그거야 좌표가 움직이지 않는 곳에 듀풀렉 게이트를 만들면 되는 거지. 그런 곳이 있냐고? 당연히 있지. 물속에 만들면 되는 거니까 말이야. 수심 100미터 정도면 그런 지형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니까 듀풀렉 게이트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았지. 거기다가 양쪽 모두 물속이라서 게이트를 열어도 물이 흘러넘치거나 하는 일은 없었어. 물론 아주 세밀하게 중간의 두 게이트를 밀착시키서 만들어야 했지만 그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고 말이지.
사실 제7 데블 플레인의 듀풀렉 게이트는 특별한 과정으로 만들어진 틀 안에서 두 듀풀렉 게이트의 입구가 연결되게 만들었어. 커다랗게 만들어져서 밀폐된 상자에 물을 채우고 그 안에서 제7 데블 플레인의 듀풀렉 게이트 입구들이 열리게 만들어 놓은 거지. 그러니 물이 약간 흘러나오거나 말거나 상관없는 일이지.
사람은 필요에 따라서 해결책을 만들어 내기 마련이거든. 응? 처음에는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거 아니냐고? 벼, 별 문제 없었어. 그냥 조금 습기가 차고 그런 것뿐이지.
어쨌거나 아이의 쉼터 이후로 나와 포포니는 정말 부지런히 쉼터를 찾아다녀야 했어. 이번 참사를 생각하면 다른 곳이 어떻게 되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거든.
뭐 그래서 결국은 수십 곳의 쉼터를 돌면서 듀풀렉 게이트를 설치하고 또 완전히 전멸해버린 쉼터 몇 곳도 발견을 했지. 뭐 섬사람들은 죽으면 모두 물로 돌아가니까 그냥 텅 비어 있는 쉼터를 발견했을 뿐이지. 모든 살육이 끝나고 몬스터들도 정신을 차리곤 도망을 가 버린 거지. 쉼터 자체가 괴수의 기운을 품고 있어서 다른 몬스터들이 오래 머물지 못하고 떠난 후에 텅 비어 버린 것이지만 그곳에도 듀풀렉 게이트를 설치하면 곧바로 섬사람들이 들어와서 정착을 했어.
빈 땅이 있으니 서둘러 인구를 늘려야 한다나 뭐라나 떠들면서 웅덩이에 온통 새파랗게 알을 낳아 놓기도 하고 말이지. 한 웅덩이에 수 만 개의 알을 낳아 뒀는데 색이 푸른색이라 웅덩이 전체가 푸른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더라고.
그게 수정이 되면 또 연녹색으로 바뀌고 시간이 지나면서 갈색에서 황금색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짙은 밤색이 되면 부화 시기가 되는 거라더군. 한 번에 수 만 명의 섬사람이 태어나는 거지. 뭐 태어날 때에는 손톱 크기라서 모두들 웅덩이 아래로 내려가서 쉼터 밑의 안전한 장소에서 성장을 해서 나온다는데 그건 뭐 우리 같은 이방인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니 나중을 기약하기로 했지. 우리 부부가 본 것은 푸른색으로 가득한 웅덩이 뿐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