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1
화
“개미?”
“맞아. 개미야. 그래서 저들은 개미 길드야. 원래 일개미에서 헌터가 된 이들이 중심이 되어 생긴 길드라는데 실상은 일개미는 여전히 일개미고 능력자들이 밀고 올라가서 상층부는 대부분 능력자야. 그러니까 간부고 뭐고 할 것 없이 능력자 헌터가 차지하고 있는 거야. 그래서 길드 마스터는 여왕 개미, 그 밑으로 수개미, 병정개미, 보모 개미, 일개미, 유충 들이 있다더군. 재미 있는 건 일개미가 유충이 된다는 거야. 그 유충에서 병정개미가 나오는 거지. 수개미나 보모 개미는 간부야. 그래도 일개미들에겐 꽤나 우호적인 세력이지. 하긴 일개미가 저들 길드를 지지하고 있는 받침이기도 하니까. 자 이렇게 셋으로 세력이 구별되어 있어. 하지만 저게 전부는 아니지. 어디 가든지 꼬리 보다는 머리가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잖아. 그래서 이런 저런 세력들이 있어. 저 세 세력이 대표라는 것 뿐이야.”
“그건 뭐야?”
나는 새로운 걸 발견하고 셜린에게 물었다. 셜린 들의 가슴에도 동일한 문양이 있었던 거다.
“응? 이거? 별 거 아니야. 그냥 장미지. 아, 길드 같은 거는 아니야. 장미도 있고, 백합도 있고, 카네이션도 있고 뭐 이렇게 가슴에 꽃 달고 다니는 얘들 있어. 화원이라고 불러. 화원 길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사실은 길드까진 아니고 친목 단체 정도지. 나중에 어느 정도 힘이 생기면 그 때는 길드로 나설 생각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아니야.”
“여자만 있나?”
“호홋, 그럴 거 같아?”
“남자도 있다는 소리군.”
내 말에 셜린은 모호한 웃음을 흘린다.
“미친년 그게 뭐 숨길 일이라고. 세이커, 남자들도 있어. 우리 좋다고 쫓아다니는 남자들이 있으니까. 또 짝을 찾은 년들도 있어서 화원에 남자들도 있지. 꽃이 남자 없으면 어떻게 살아? 그래서 가슴에 벌이나 나비 그리고 다녀. 벌은 짝이 있는 것들이고 나비는 구애중인 것들이지.”
재미 있네. 별 것이 다 있다. 하긴 사람 사는 곳이니 뭔들 없을까.
그래서 툴틱에 간혹 꽃이름과 나비 벌 따위가 언급되곤 했나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함께 들어가자. 저들이 뭉친다고 함부로 사람들을 죽이거나 하진 못해. 그럼 정말로 난리가 날 테니까. 다만 코어가 발견되면 상황이 달라지지. 먼저 선점한 쪽을 인정해 주는 것이 보통인데 서로 비슷하게 발견을 하게 되면 싸움이 나기도 하거든. 그런 상황 아니면 던전 구경하는 사람까지 어쩌진 않아. 그러니까 굳이 단체고 뭐고 신경 안써도 된다는 말씀. 물론 우리랑 함께 다닌다는 전제에서 하는 말이야. 화원은 그래도 화원이니까. 우리가 데리고 다니는 남자는 잘 안 건들거든.”
어쩐지 함께 가고 싶지 않은데? 우리가 셜린 들의 보호를 받는 다는 말인데 이건 뭐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는 거잖아.
그래도 어쩌겠나. 우린 주황 등급도 제대로 상대를 해 본 적이 없는 초짜들인데 이렇게라도 묻어갈 수 있으면 가는 거지.
자자, 누님들 그럼 어디 가 봅시다. 저기도 대충 정리가 되는 모양인데.
“그럼 가지.”
남자가 숙이고 갈 수는 없지 않나. 그래도 나는 디버프라는 최강의 패를 가지고 있다. 기죽을 일은 없는 거다. 고개를 들고 뻣뻣하게. 오만하게. 그렇게 커어엄.
셜린은 원거리 공격수, 라니에는 마토와 같은 포지션, 세라는 정신 능력자로 역시 원거리 공격, 그 외에 세라, 에시엔, 시에나라는 세 여자 중에서 에시엔이 셜린과 같은 석궁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라니에 옆에서 칼질을 하는 공격수였다.
그러니까 후방에 셜린과 미셀, 에시엔이 서고, 전방에 라니에를 중심으로 좌우에 세라와 시에나가 서는 형태가 셜린 파티의 기본 배치인 셈이다.
거기에 나와 게리가 원거리, 마토가 방어, 렘리가 공격수가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셜린은 처음부터 우리들을 후방에 배치했다.
아직 함께 사냥을 해 본 적이 없으니 따로 따로 사냥을 하 보자는 거였다. 그러다가 위험한 상황이 되면 서로 도우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특히 내가 셜린 파티의 사냥에 참견하지 않도록 부탁을 했는데, 그 이유는 지금 셜린 파티의 능력을 알아두어야 나중에 사냥을 할 때에 기준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즉 내가 디버프를 써 놓으면 셜린 파티의 전력 평가를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물론 그에 대해선 나도 동감이다. 당연히 우리 팀이 사냥을 할 때에 셜린 쪽에서의 개입도 자제 해 줄 것을 요구했다.
뭐 우리 팀은 몬스터가 한 마리 나올 때에 사냥을 해 보기로 한 거여서 크게 어렵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조율을 마친 후에 우리는 본격적으로 던전 내부로 진입을 했다.
들어가는 입구는 좁아서 짜증이 날 정돈데 안쪽으로 들어가자 훤하게 트인 공간이 나왔다.
“여기가 보통 던전의 현관 홀이야. 보통 여기는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지. 그리고 이런 홀에는 본격적인 던전으로 가는 길이 하나에서 많게는 예닐곱 개가 있어. 갈라지는 거지. 그렇게 갈라진 길은 안에서 서도 다시 만나기도 하고 중간에 끊기기도 하고 그래. 그러니까 들어가면서 툴틱을 이용해서 지도를 그려야 해. 툴틱에 보면 지도를 자동으로 작성해 주는 기능이 있어. 그걸 작동시키면 되는 거지. 보통 밖에서 다닐 때에는 그게 필요가 없는데 복잡한 곳에선 쓸모가 많아. 참, 깊은 숲에 들어 갈 때에도 요긴한 기능이야. 잘 알아 두면 좋아.”
셜린이 던전의 길잡이 역할을 자청했다.
그래서 앞서서 우리를 인도하며 이런 저런 설명을 해 준다.
셜린이 앞장을 서는 이유는 그녀가 레인저라서 몬스터 탐지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함정 탐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함정이란 것이 단순히 물리적인 성질을 이용한 것이면 기술이니 뭐니 하는 것으로 찾을 도리가 없다. 그런데 던전의 함정은 에테르를 이용해서 발동시키는 것이 많아서 그렇게 숨겨진 에테르를 찾을 수 있는 기술이 있으면 함정도 찾을 수 있고, 그 경험이 쌓이면 나중에는 함정의 해체도 가능해 진단다.
“몬스터는 코빼기도 안 보이네.”
한참을 걷다가 렘리가 투덜거렸다. 하긴 한 시간 이상을 걸었는데 아무 것도 없다면 지루할 만도 하다.
“던전은 보통 하루나 이틀에 모두 돌아 볼 수 있을 정도 넓이야. 하지만 등급이 올라가면 더 넓고 복잡해지지. 여긴 노란색 등급의 던전이니까 꽤나 넓을 거야. 전에 주황색 등급의 던전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전부 돌아보는데 이틀은 걸리는 넓이였어. 지도로 확인하면서도 그랬는데 오죽할까.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건데 던전에서는 죽은 몬스터가 더 빨리 생성된다고 해. 앞에서 사람들이 몬스터를 쓸고 지나갔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는 거지. 몇 시간 안에 다시 생겨나니까 말이야.”
그건 또 대단하다. 던전 코어가 몬스터를 만들어 내는데 그것도 빠르게 생성을 한단 말이지?
“사실 던전 코어는 화이트 코어라서 에테르가 회복되거든. 그러니까 그 회복되는 에테르로 사냥당한 몬스터를 다시 생성시키는 거야. 그래서 던전의 넓이와 몬스터의 숫자에 따라서 코어의 가치가 널을 뛰지. 넒은 곳에 많은 몬스터가 있는 던전의 코어는 같은 등급이라도 품고 있는 에테르의 총량이 차이가 있어. 질은 같아도 양이 다른 거지. 당연히 양이 많은 쪽이 비싸. 그것도 차이가 많이 나지.”
셜린의 설명은 그렇게 계속 이어졌다.
그러면서 우리는 하나씩 모르던 것을 배우는 거다. 사실 이렇게 도움을 받고 있으니 고마운 마음이 없지는 않다. 이번 일이 끝나면 어떻게든 보답을 해 주리라 마음먹었다.
어쩌면 셜린도 그런 이유로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이들의 목적은 노란색 등급의 몬스터를 상대하는 경험을 얻자는 거니까 서둘거나 욕심낼 일도 없다는 태도다.
그것 역시도 우리 파티에겐 좋은 일인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