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11
화
“우웅. 저기다!”
포포니의 손가락이 부유선 밖의 수평선을 가리키고 있다.
미간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집중을 해서 봐야 겨우 흔적이 보일 정도로 먼 곳에 그곳, 섬사람들이 ‘근원’이라 부르는 곳이 있다.
“가까이 가도 될까? 남편?”
포포니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묻는다.
“글쎄? 워터 말로는 섬에 올라가지 않으면 괜찮다고 했으니까 뭐 상관없지 않을까?”
저곳에 있는 놈은 섬에 올라오는 섬사람들만 공격을 했단다. 그러니까 그 전까지는 공격을 받지도 않았고 그것이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꽤 큰 섬인가 봐. 그치 남편.”
“그러네. 쉼터 정도가 아니었어. 쉼터 백 개는 모여야 저 정도가 될 것 같은데?”
쉼터는 작은 크기가 아니다. 적어도 수십만의 섬사람들이 모두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규모다. 뭐 그렇게 올라가면 정말 빽빽하게 올라간 거라서 몸을 움직이기도 어려울 정도가 되는 쉼터들이 많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작은 규모는 아닌 거다. 그런데 그런 쉼터 백배는 넘을 크기니까 저 정도면 제법 큰 섬이라고 할 수 있다.
“저런 섬을 그 몬스터 혼자서 차지하고 있단 말이지? 대단한 놈인데?”
“웅. 그런데 왜 저기에 자리를 잡았을까?”
“아마도 그 녀석 수중 몬스터가 아니라 양서류 뭐 그런 거 아닐까? 생긴 것도 그렇게 생겼다고 하니까 말이야.”
“도마뱀이 양서류야?”
“그건 파충류지. 하지만 도롱뇽은 양서류거든? 어릴 때에는 아가미 호흡을 하고 커서는 피부와 폐 호흡을 하는 놈들 말이야.”
“앙, 다른 거야? 생긴 건 비슷한데?”
“다르지. 아마 여기 있는 그 놈도 그런 거 아닐까?”
“그런데 남편?”
“응?”
“몬스터도 숨쉬기 못하면 죽지?”
“그, 그렇지.”
정말 그런가? 아, 그렇다. 목을 졸라서 죽일 수도 있다. 몬스터라도 숨을 못 쉬면 죽는다. 그런데 어째서? 그것들은 에테르 기반 생명체로 일반적은 생명체와는 그 근원이 다른데?
“그러고 보면 몬스터도 뭔가 우리들과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 음음.”
비슷하기는 하지. 목 잘리면 죽고, 상처 입으면 피를 흘리고 그러니까.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것들은 탄생의 근원이 에테르란 것이 다를 뿐이지.
“아, 저기저기 있다. 그런데 뭐하는 거지?”
“뭐 하긴 일광욕 중인 것 같은데?”
“그런가?”
나는 부유선을 섬사람들이 근원이라 부르는 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추고 멀리 보이는 몬스터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생긴 것은 도마뱀처럼 생겼다. 하지만 머리와 목 사이에 아가미가 있는 것으로 봐선 도마뱀이 아니라 도롱뇽에 가깝게 보인다. 다만 그 크기가 머리에서 꼬리까지 150미터 정도 되니 괴물은 괴물이다.
은빛과 몸통에 갈색의 몬스터 패턴이 온 몸을 감싸고 있다. 빈 곳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몸을 휘감은 몬스터 패턴의 중심은 아마도 배나 가슴 쪽에 있을 것 같다.
“우, 완전히 안 귀여워. 저 봐 저 손이나 발이나 툭 튀어 나온 눈도 전혀 안 귀엽다고. 도마뱀은 귀여운데.”
도마뱀이 귀엽냐? 음, 하긴 벽을 타고 오르는 녀석들 중에선 귀여운 것들도 있긴 하지.
“저게 그랜드 마스터의 공격에도 상처 하나 안 나는 녀석이란 말이지?”
“해 볼까? 남편?”
이 여자가 지금!!
나는 급하게 포포니를 껴안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저 놈이 어떤 공격을 할 줄 알고? 그러다가 포포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쩔 거야? 내가 죽는 꼴을 보고 싶어?”
“에? 남편 놀랐어? 농담이야 농담.”
“농담이라니! 할 농담이 있고 아닌 농담이 있지. 포포니가 저걸 공격하면? 나는? 포포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그냥 갈 수 있을 것 같아? 포포니가 위험해지면 나도 함께 위험해지는 거야. 그러니까 제발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 응?”
“알았어. 남편. 우쭈쭈 아주 정색을 하고 그러니까 무섭잖아. 에헤헤.”
“그렇게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야. 지금까진 어떻게든 몸을 뺄 수 있는 수준의 몬스터를 상대했지만 저건 솔직히 가늠을 할 수 없는 놈이라고. 저런 걸 상대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단 말이지.”
그렇다 언젠가 제2 데블 플레인에서 딱 한 번 지역 코어를 획득한 것 이외에는 한 번도 없는 일이다. 아니 그렇다고 알고 있다. 사실 다른 데블 플레인에서 과거에 지역 코어가 잡혔던 적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괴수라고 부르는 것들, 보라색 등급을 뛰어 넘는 것들도 그랜드 마스터 혼자서는 절대 상대를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위에 있는 지역 코어, 그것을 품고 있다고 짐작되는 저 놈은 감도 안 잡힌다. 솔직히 거리가 멀어서 디버프를 시행해 볼 엄두도 안 나는데 만약 디버프를 건다고 해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거의 움직이지도 않네?”
“그러게.”
“돌아가자. 남편. 재미 없다. 꼼짝도 않는데 뭘 보고 있어?”
“생각 같아서는 어떻게든 도발을 한 번 해 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네?”
“음. 그럼 말이야 남편.”
“응? 왜?”
“우리 저 위로 올라가서 바위라도 하나 떨어뜨려 볼까? 어떻게 반응을 하나?”
포포니가 하늘을 가리킨다.
음? 거기 올라가서 바윗돌을 자유 낙하 시켜? 하지만 그래선 거의 효과가 없을 텐데? 일반적인 물리 공격은 몬스터들에겐 전혀 효과가 없으니까 말이지.
몬스터 생체 에테르 때문에 에테르가 포함되지 않는 충격으로는 그것들에게 어떤 상처도 주지 못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아주 강력한 물리 충격을 줄 경우에 약간 효과를 본다던가? 뭐 그것도 실제론 어떻게든 그 물리 충격에 에테르가 포함되었을 거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도 저 녀석이 움직이는 꼴을 보고 싶기는 하니까 한 번 해 볼까?
“올라가자. 마눌.”
“웅웅.”
저 놈은 분명히 우리 부부가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괴수 수준만 되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인데, 그보다 상급이란 저 놈이 모를 수는 없겠지. 하지만 어쩐 일인지 섬으로 올라가지만 않으면 관심도 두지 않으니 그나마 이렇게 정찰이라도 할 수 있는 거겠지.
우와아아아. 죽을 뻔 했다.
“괜찮아? 응? 어디 다친 데 없어?”
나는 곁에 있는 포포니의 몸을 여기저기 더듬어 본다.
“으응. 괜찮아 남편. 그런데 어떻게 된 거야?”
포포니도 정신이 없었나보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도 모르니 말이다.
“우리가 그 섬 위로 들어가는 순간 그 놈이 공격을 한 거야. 우리 포포니 윙은 박살이 났지. 그 사이에 마눌이랑 나랑만 이렇게 도망을 친 거고.”
바짝 긴장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정말 큰 일이 났을 거다. 어쩐지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 부유선을 지상에서 1키로 미터 정도 높이로 올린 다음에 섬으로 들어섰는데도 곧바로 응징이 날아왔다. 비스듬히 누워서 죽은 듯이 자고 있던 놈이 갑자기 머리를 들어 나와 포포니가 타고 있는 부유선을 보는 순간 번쩍 하고는 빛이 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리가 타고 있던 부유선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는데 나는 그와 동신에 포포니를 끌어안고 듀풀렉 게이트를 만들어서 뛰어 들어 온 거다. 그리고 나는 게이트를 통과하기 직전에 우리가 타고 있던 부유선 포포니 윙이 잘게 바스러지는 것을 분명하게 봤다. 그 빛이 뭔지는 몰라도 엄청난 에너지를 품고 있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거, 잘못하면 이번 공격에 희생이 적지 않겠어. 그런 공격이 날아오면 그거 막을 수 있을까?”
“모르겠어. 남편. 난 못 봐서.”
“그거 못 막으면 곤란해. 사냥에 지원한 깝딴이나 에스폴, 헌터들이 죽게 되면 정말 곤란하다고. 그 놈도 머리가 있으면 섬사람이 아니라 디버프 종류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노릴 가능성이 높아. 거기다가 그 놈에게 디버프를 걸기 위해서는 적어도 300미터 내로는 들어가야 해. 아니 200미터, 그 정도까지 다가가야 하는데 그 놈 몸 크기가 150미터가 넘으니까 놈이 움찔하면 닿는 거리까지 가야 한다는 거지. 위험해. 정말 위험해.”
나는 솔직히 깝딴들만 있어도 사냥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전 제2 데블 플레인에서 지역 코어를 사냥한 전적이 있으니 그렇게 생각을 했던 것인데, 이번 경험으로 희생 없이 사냥을 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편, 어차피 많이 죽어. 섬사람들도 많이 죽을 거야. 그리고 지역 코어를 공략하는데 목숨을 걸지 않고 참여할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힘 내.”
그래. 맞는 말이다. 엄청난 섬사람들이 희생을 전제로 사냥을 계획하고 있는 거다. 그런데 깝딴이나 에스폴, 헌터 들의 목숨만 걱정하고 있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일이다.
안다. 알고 있다. 목숨에 가치의 차이가 어디 있을까. 모두가 같은 숨인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섬사람들 몇 백, 몇 천의 죽음보다 내게 가까운 이들의 목숨이 더 걱정된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나는 사람일 뿐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