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12
화
제7 데블 플레인의 근원에 대한 공략은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다. 아니 워터를 비롯한 섬사람들의 자살을 말릴 길은 없으니 다른 데블 플레인과 헌터들의 지원을 무기한 미뤘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적어도 근원에 있는 그 몬스터의 공격을 한 번이라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전까진 도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의지다.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오로지 운에 생명을 맡겨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 상태로 몬스터 사냥을 나가는 헌터는 없다. 아니 섬사람들 이외에 다른 선주민들도 그런 위험한 사냥을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근원에 사는 몬스터 도롱뇽에 대한 사냥은 사냥이 아니라 관찰로 바뀌었다.
솔직히 워터나 다른 섬사람들에게도 도롱뇽에 대한 사냥을 중지하라고 권고하긴 했지만 그 말을 들어먹을 것 같지가 않다. 그러니 그들의 집단 자살을 막을 수 없다면 도롱뇽에 대한 정보라도 얻어 보자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 제1,2,3 데블 플레인의 선주민들과 이알-게이트의 헌터들이 부유선을 이용해서 근원이라는 섬 주변을 지키고 있다. 물론 성간-게이트를 이용해서 이동을 하는 것인데 나는 이들 위해서 부유선이 주중에서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도록 개조를 해야 했다. 제7 데블 플레인의 성간-게이트가 물 속에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러니 정말로 근원이란 섬을 탈환하고 싶다는 생각이 소록소록 들기도 하는데 방법이 없으니 일단은 미뤄 뒀다.
대신에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겼다.
제5 데블 플레인에 들어간 유메로가 실패를 한 모양이다.
제5 데블 플레인으로 들어간 것은 분명한데 듀풀렉 포인터가 작동을 하지 않는다. 그 말은 유메로나 듀풀렉 포인터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몸에 지니고 있는 물품 일체를 빼앗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유메로가 교역 행성에서 제3 데블 플레인으로 통하는 성간-게이트를 사용했다는 것을 모성에서 알아차리고 그를 특별 관리하거나 혹은 구금 심문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더 끔찍한 일이 있었을 수도 있고 말이다.
“정말 갈 거야?”
“그래. 일단 들어가서 확인을 하고 싶어. 나 때문에 유메로가 위험한 상황이면 구해 줘야지.”
“히잉. 하지만 남편 혼자 가는 거 싫은데….”
나도 마눌과 떨어지는 거 싫어. 하지만 그렇다고 유메로를 모르는 척 할 수는 없잖아. 그리고 제5 데블 플레인으로 통하는 성간-게이트가 꼭 필요하기도 하고 말이지.
“걱정하지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알잖아. 나 세이커 위아드야. 마눌 남편.”
“그래도오….”
그래, 나도 이해한다. 솔직히 제5 데블 플레인으로 혼자 들어가겠다는 나를 걱정하는 건 당연하겠지. 하지만 만약에 그곳으로 들어가는 모든 일개미와 헌터들이 개인 물품을 압수당하는 상황이라면 내가 아니면 방법이 없는 거다. 내가 직접 가서 제5 데블 플레인 안에서 듀풀렉 게이트를 만드는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어 보인다.
물론 지금도 열심히 모성과 관계가 깊은 사람들을 수소문하고 있다. 권력자들 말이다. 그런 이들을 찾아서 세뇌를 시키기만 한다면 뭔가 획기적인 돌파구가 만들어질 거라고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아무리 찾아봐도 식민 행성 하나를 관리하는 정도의 권력자 이상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성의 관리자인 총독 정도 되는 인물들도 플레인 게이트를 타고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그들은 말 그대로 자신이 맡은 행성에서나 최고일 뿐, 다른 행성으로 갈 일이 없다. 그럼 다수의 행성들을 묶어서 관리를 하는 이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찾아 봤는데 그런 사람이 없는 거다.
그저 모성에서 내려오는 지령에 따라서 움직이는 행성 단위의 관리자들 밖에 없다. 그러니 결국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모성에서 식민 행성 하나하나를 지휘 감독하고 있다는 것뿐이고, 플레인 게이트를 멋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권력자는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래도 계속해서 정보를 모으고 있는 중이지만 나 대신에 제5 데블 플레인에 들어갈 사람은 찾지 못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을 세뇌시켜서 그에게 듀풀렉 게이트의 제작 방법을 가르쳐서 제5 데블 플레인으로 들여 보내는 것도 생각을 해보지 않을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
지금 만들어지는 모든 마법 물품들은 그 발동을 마법사인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어져 있다. 즉 내가 만드는 것과 완벽하게 같은 물건을 카피한다고 해도 마법사가 없으면 시동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들여보내게 되면 그곳에서 만들 물건은 마법사 없이 발동이 되는 조건을 가진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게 다른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게 되면 정말 난리가 나게 되는 거다. 마법사가 아니어도 발동이 되는 듀풀렉 게이트가 퍼지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래서 결국 내가 제5 데블 플레인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에스폴 마샤의 도움을 받았다.
약 한 달, 그 기간 동안 내 몸의 생체 정보를 특정한 사람의 것으로 유지하게 하는 시술을 받았는데 이를 위해서 마샤가 에스폴 종족 열 명을 데리고 와서 시술을 했다.
시술이라니 특별한 것이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침대에 누워 있는 내게 마샤를 비롯한 에스폴 종족이 그들의 에테르를 이용해서 마사지를 해 준 것 밖에 없다. 그런데도 그것만으로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의 생체 정보를 가지게 되었다. 한 달 정도 유지가 된다고 했으니 그 사이에 제5 데블 플레인에 들어가야 한다.
내가 지닌 생체 정보는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 중에서 일개미로 뽑힌 사람의 것을 모방한 것이다. 그 사람은 당연히 잠수 중이다. 좀 미안하지만 살짝 세뇌를 시켜서 한 두어 달 정도 칩거를 하며 쉬도록 명령을 내려 뒀다.
내가 그 사람을 선택한 것은 수소문 중에 그가 제5 데블 플레인으로 가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뭐 텔론을 엄청나게 벌게 되었다며 은근히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을 했는데 그게 내 정보망에 걸린 거다. 그래서 그를 만나서 세뇌를 시키고 내가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사실 요즈음 몇몇 후진 그룹의 식민 행성의 주민들 사이에선 제5 데블 플레인으로 일거리를 찾아서 떠나는 것이 무슨 열풍처럼 번지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제5 데블 플레인으로 가는 것보다는 안전한 일반 행성에서 사는 것이 좋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그런 열풍이 불고 있다.
그곳에 가기만 하면 엄청난 텔론을 벌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내 생각에 이것도 모성에서 벌이고 있는 공작의 하나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4등급 이하의 행성에서만 이런 소문이 크게 번질 이유가 없지 않은가 말이다.
거기에 더해서 제5 데블 플레인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도 짐작을 해 볼 수 있는 문제다. 그곳에 투입되는 인원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전투가 치열해지고 있다는 소리도 또 사망자가 많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지금 그 곳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곳에 가 있는 유메로는 괜찮을까 걱정이다.
“스벤슨? 스벤슨?”
“네에. 저, 접니다.”
“이름을 부르면 즉각 반응을 보여야 할 거 아닙니까.”
“죄송합니다. 많, 많이 낯설어서.”
나는 그저 죽을죄를 지었다는 듯이 주눅든 표정으로 허리를 굽신굽신한다.
나는 지금 제5 데블 플레인으로 갈 일개미 면접을 보기 위해서 플레인 게이트를 타고 낯선 곳으로 와 있다.
이곳에 오기 위해서 네 번이나 플레인 게이트를 타야 했다. 그리고 플레인 게이트에서 내리자마자 그리 크지 않은 터널을 따라 한동안 걸은 후에 넓은 광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곧바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의 말에 따라서 이런 저런 검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내 생체 정보가 스벤슨이란 인물의 것으로 인식이 된 것은 참 다행이다. 진짜 스벤슨은 지금 안가에서 지내고 있을 것이다. 물론 거기에 관여한 사람들도 모두 나와는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후에 약간 곤란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까지 내가 신경을 써 줄 수는 없는 일이지. 남모르는 이들을 조금 이용해 먹는 것까지 신경을 쓰며 살 수는 없잖은가.
“저리 들어가서 옷을 벗고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을 모두 그곳의 탁자 위에 올려놓으세요. 반지나 귀걸이 같은 아무리 작은 물품이라도 지니고 있다가 걸리게 되면 첩자로 몰려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하나도 남김없이 탁자에 올리시기 바랍니다. 그 상태로 오른쪽 문을 열고 들어가면 거기 스벤스 당신이 입어야 할 옷이 있을 겁니다. 서둘러 움직이십시오.”
이건 뭐 완전 노예 취급인데? 거기다가 헌터들에게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게 했다면 유메로가 듀풀렉 포인터를 빼앗긴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그곳에 가서 듀풀렉 게이트를 직접 만들어야 하겠군.
나는 탈의실로 들어가면서 팔찌로 착용하고 있던 듀풀렉 게이트를 작게 열어서 허브 기지의 창고에서 똑 같이 생긴 모조품을 꺼내고 작동중인 듀풀렉 게이트를 창고로 던져 넣었다. 그와 동신에 듀풀렉 게이트의 입구가 닫혀버렸다.
이젠 당분간 제5 데블 플레인에 갇혀버린 신세가 된 거다. 새로 듀풀렉 게이트를 만들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그나저나 뭔 옷이라고 주는 것이 이렇게 볼품이 없냐? 색깔도 회색 단색이고 튼튼해 보이긴 하지만 멋이라곤 하나도 없는 옷인데? 어쭈? 신발도 기본적인 안전화잖아? 이거 완전히 일꾼 취급이군. 젠장. 하긴 일개미로 왔으니 당연한가?
어디 어떤 곳이 나를 기다리나 한 번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