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16
화
우리들이 터널 끝에 도착을 했을 때, 거기엔 미리 준비가 된 개인 장비들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그 수가 못해도 수 백 벌은 되어 보였다.
알고 보니 각 터널 끝에는 언제나 그렇게 개인 장구류가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사용할 사람들이 와서 골라가고 나면 또 그만큼 장비를 새로 채워 넣고 한단다. 그런데 갑옷이나 헬멧 같은 개인 장비는 크기별로 구별해서 놓았지만 무기는 다른 곳에 따로 진열을 해 뒀었다. 그러니까 무기는 알아서 챙기라는 뜻인 거다.
그래서 나는 고민을 하다가 검 하나와 석궁과 볼트 한 통을 선택했다.
활이나 석궁 모두 제법 쓸 줄은 알지만 그래도 활을 쓰면 너무 눈에 띄일 것 같아서 석궁을 선택한 것인데 아는 그런 중에도 은근슬쩍 볼트 중에서도 위력이 제일 좋은 것으로 선택을 했다.
어찌된 것인지 볼트나 화살들은 제각각 위력에 차이가 있었다. 사실 그런 투사무기는 촉 부분에 타격과 동시에 에테르 충격을 가하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데 거기에 얼마나 많은 에테르가 들어가 있는가에 따라서 위력이 다르다. 뭐 그걸 눈으로 보고 확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대신에 눈이 아닌 에테르 감지 능력이 있다면 어렵지 않게 확인을 할 수 있는 문제다. 뭐 그래서 나도 좋은 것이 좋다고 제일 화력이 좋은 볼트를 선택한 것이고 말이다.
몬스터 전선, 여기가 정말로 제5 데블 플레인일지는 나도 확신이 없다. 뭐 그렇다고 하니 그런 것으로 알 수밖에.
그런데 생각을 다시 해보니 이런 식의 데블 플레인에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발견되 데블 플레인이 아홉 곳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곳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거다. 모성에서 정보 통제만 성공을 했다면 그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곳처럼 툴틱을 제한하기만 하면 뭐 그걸로 세상과는 완전히 격리된 곳이 되니까 수없이 많은 제5 데블 플레인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다.
“정말 그런 것은 아니겠지?”
“응? 뭔 소리야? 스벤슨?”
“아니. 혼잣말이야. 그런데 여기 지형은 정말 짜증나는데? 너무 건조해.”
“그렇지? 거기 본부라고 하는 쪽에는 그래도 나무하고 풀들이 제법 있었는데 하루 종일 걸어왔더니 이쪽은 온통 바위하고 자갈들 뿐이네.”
“그래 붉은 색 바위와 자갈, 거기에 모래들. 여긴 사막 기후인가?”
“그렇지만 그렇게 덥지는 않은데?”
“사막이 꼭 더운 건 아니지.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추워도 사막이 되는 거지.”
“그런 거야? 음. 그렇구나.”
그렇기는 뭐가 그래? 그걸 몰랐단 말이야? 그나저나 이거 언제까지 걸어야 하는 거지? 벌써 사람들이 지치기 시작하는데? 휴식도 없이 이렇게 걷다가는 쓰러지는 사람도 나오겠는 걸?
응? 이건?
나는 묘한 기척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적어도 사람은 아니다. 사람도 아닌 것이 생체 에테르를 품고 있다면 뭐 볼 것도 없이 몬스터들이다. 드디어 티니페란 놈들을 만나게 되는 건가? 그런데 이렇게 무방비하게 가다가는 위험하지 않나? 아무리 지금 다가오는 것들이 빨간색 등급의 몬스터라고 해도 말이지. 저기 저 놈 봐라 갑옷 상의와 하의 사이에 에테르 연결 고리도 벗어 놓고 있다. 저러면 당장 몬스터가 나타나서 가슴 부분의 에테르 공급 장치를 작동시켜도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정말 스치는 걸로도 사망할 수 있다.
삐이익!! 삐이익!! 삐이익!!
인솔자가 입에 뭔가를 물고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순간 나는 가슴 부분의 에테르 공급 장치를 작동시키고 등에서 석궁을 뽑아서 두 다리 사이에 끼우고 시위를 당겼다.
“뭐, 뭐냐?”
샤마렐이 허둥거린다.
“뭔지 모르냐? 훈련 한두 번 받았어? 몬스터 온다는 소리잖아!”
나는 샤마렐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석궁을 들어서 앞쪽 언덕에 나타난 티니페에게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팍!
이크, 반동이 제법이다. 이거 오러를 돌리지 않고 그냥 맨 몸으로 쓰기엔 조금 무리가 있을 정도다. 나처럼 단련이 되어 있는 몸이 이 정도면 일반인은 정말 쓰기 어려운 놈이겠다.
“크윽.”
나는 신음을 흘리면서 뒤로 주저 앉았다.
“응? 뭐야? 왜?”
샤마렐이 놀라서 부축을 한다.
“이거 반동이 엄청난데? 젠장.”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다시 사이에 석궁을 끼우고 시위를 당겨서 볼트를 장전하고 티니페를 겨냥했다. 아까 쏜 볼트는 한 마리의 티니페를 스치고 지나가며 약간의 상처를 줬을 뿐이다.
“이번엔 맞출 수 있어!”
나는 샤마렐을 의식해서 그렇게 말하곤 석궁의 방아쇠를 당긴다.
팍!!
꽝!!
“오예! 명중이다.”
샤마렐이 호들갑을 떤다.
“위험해!”
“걱정하지 마. 우라차차차!”
나는 한 마리의 티니페가 멀지 않은 곳에서 도약을 하는 것을 보고 샤마렐에게 소리를 질렀는데 샤마렐은 호기롭게 도끼를 두 손으로 꼭 잡고 호기를 부린다.
하지만 티니페는 나와 샤마렐이 아닌 다른 동료를 덮쳤다.
“우와악!!”
티니페의 공격을 받은 동료는 놀라서 버둥거리며 소리를 지른다.
멍청한 놈! 무기를 써서 공격을 해야 할 것 아냐! 뭘 하는 거야?
그래도 가슴의 에테르 공급 장치는 가동을 했는지 한 번의 공격에 큰 상처는 입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티니페 밑에 깔려서 버둥거리면서 소리만 지르고 있다. 저러면 죽는다.
나는 다시 석궁에 볼트를 장전하기 위해 힘을 쓴다. 석궁은 이래서 문제다. 볼트를 장전하는데 시간이 적잖게 걸리니까 말이다. 자동으로 되는 것도 있는데 왜 이런 물건을 쓰는지 모르겠다. 하긴 장전이 쉬운 것들은 또 그마큼 사거리가 짧긴 하지.
팍!!
꽈광!!
이번에도 정확하게 티니페 놈의 머리에 명중했다.
키끼끼끼기끼.
나는 몬스터들의 저런 소리가 싫다.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는데 귀에 거슬린다.
“죽여!!”
내 볼트에 맞아서 뒤로 밀리며 뒤집어진 티니페에 동료들이 달려들어 칼질을 한다. 그래 그렇게라도 하나 처리를 해야지.
“이크!”
나는 위에서 떨어지는 티니페의 기척을 느끼며 옆으로 굴렀다. 지금 나는 힘없는 일개이 스벤슨일 뿐이다. 그 역할에 충실해야지. 아무렴.
콰과!!
내가 있던 자리에 티니페 한 마리가 떨어져 내린다.
“이런 빌어먹을 것이!!”
그런데 그 티니페의 등짝을 샤마렐이 거대한 도끼로 찍어버린다.
콰과곽!! 콰득!!
좋았어! 제법이다. 한 방에 티니페 한 마리가 죽어 나갔다.
“스벤슨 괜찮아?”
“아아, 그래. 괜찮아.”
나는 샤마렐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면서 다시 석궁을 시위를 당긴다. 이거 정말 거추장스럽네.
“놈들 걱정은 하지 마. 내가 가까이 오는 것들은 다 죽여 줄 테니까 말이야. 하하핫.”
샤마렐이 내 곁에서 눈을 부라린다. 이 놈은 지금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나?
어쨌거나 나는 계속해서 석궁을 쏜다. 사실 허리 높이도 되지 않는 불가사리들은 정신만 차리면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는 놈들이다. 저기 보이는 병신처럼 에테르 공급 장치를 가동하지 않는 멍청한 짓만 하지 않으면 말이다. 저 봐라. 딱 한 방에 피떡이 되는 거.
장비를 괜히 준 것이 아니란 말이지. 멍청하게 굴다간 죽을 수밖에 없는 곳에 자신이 서 있다는 사실을 잊은 놈들까지 내가 신경을 써 줄 이유는 없다. 지금 나타난 티니페는 겨우 서른 남짓. 이 정도면 일대 일로 상대를 해도 반수 정도의 사람만 나서도 된다. 그리고 우리에게 지급된 장비들은 충분히 저런 등급의 티니페는 상대를 하고도 남는다. 아무리 봐도 이 티니페들은 빨간색 등급에서도 최하급에 속하는 놈들이 분명하니 말이다.
그래도 여기저기서 정신 차리고 공격을 하기 시작하니 그 동안 반은 훈련이 아주 헛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긴 목숨이 걸린 상황이고 벌써 몇은 죽거나 크게 다친 상황이니 다들 정신이 번쩍 들겠지.
거기다가 저 뒤에서 뭔가를 적고 있는 인솔자를 보면 이 상황이 의도된 시험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나도 아차 하는 사이에 저 인솔자는 잊고 티니페에만 집중을 했으니 이거 본의 아니게 좋은 점수를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젠장, 주목 받는 것은 좋지 않은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