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17
화
그나저나 이건 제법 잘 만든 물건이다.
뭘 보고 있냐고? 아, 내가 입고 있는 방어구들을 살피는 중이지. 뭔지 모를 재료를 써서 에테르를 머금고 있도록 만들어 놓았는데 어떤 코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방어력의 차이가 나게 만든 물건인데 지금까지 내가 봤던 다른 데블 플레인에서 일개미들이 헌터 노릇을 할 때 쓰던 도구들에 비하면 한 단계 발전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물건들이다.
투구와 갑옷 상하의, 거기에 장갑과 부츠로 이루어진 방어구는 각각 에테르가 흐를 수 있는 선을 꽂아서 연결을 하도록 되어 있다. 거기에다가 손에 쥐게 되는 무기들은 장갑의 손바닥 부분과 무기 손잡이 부분이 마주 닿으면 에테르가 흘러 들어가게 되어 있다. 거기다가 무기의 타격 부분에는 에테르의 밀도가 높게 몰려 있어서 무기의 위력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 확실히 이런 물건이면 빨간색 등급의 몬스터들은 충분히 사냥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코어의 수준을 높은 것으로 하면 주황색 등급도 사냥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샤마렐이 심심한지 반쯤 누워서 바위에 기댔던 몸을 일으키며 묻는다.
“이거 멋진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음?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자꾸 그렇게 작동을 시키다간 나중에 코어가 힘을 잃으면 정작 중요할 때에 작동을 안 할 수도 있어.”
그건 그렇지. 하지만 그런 상황이 되어도 뭐 적당히 오러를 주입하면 될 것 같거든? 오히려 이 갑옷에 오러를 흐르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단 말이지. 그냥 오러의 힘으로 방어를 하는 것 보다는 이 갑옷에 오러를 주입하는 것이 더 쉽고 또 방어력도 커질 것 같단 말이지. 뭐 그래봐야 노란색 등급까지나 통할 정도지만 이걸 좀 더 연구하면 훨씬 더 나은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그런데 이건 뭐로 만들었을까?”
나는 방어구 안에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선의 재료가 궁금했다. 에테르를 머금고 또 통로 역할을 하는 이건 재료가 뭘까?
“티니페.”
“응?”
“그거 피니페 껍질이랑 체액이랑 그런 거 섞어서 만드는 거야.”
“무슨 소리야? 샤마렐,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뭐 이제 거의 도착을 했으니까 어차피 알게 될 거 미리 알려 주는 거야. 난 이번에 새로 들어온 일개미가 아냐.”
샤마렐은 그러면서 벌떡 일어선다. 나도 몸을 일으키며 한 걸음 물러난다. 저 놈 뭐지?
“정식으로 소개하지. 난 3별군장 휘하의 4조장이야. 이번에 오는 너희들의 관리 책임자지.”
“관리 책임자? 4조장?”
“아, 그래. 너흰 군인이 아니니까 군인으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잖아. 그래서 조로 편성을 해. 군인들을 돕기 위해서 보조 임무를 맡게 되는 거지. 그 중에서 너희들은 일개미 4조가 되는 거고, 그 조장이 바로 나야.”
“그런데 어째서 훈련장에 와 있었지? 감시를 한 건가?”
“다들 그래. 일부러 훈련을 함께 하면서 사람들을 뽑는 거야. 다른 사람들 모르게 서로 의논을 해서 겹치지 않도록 분배를 하지.”
“제일 늦게까지 남았던 사람들? 이름을 따로 부르지 않았던 그 사람들?”
“맞아.”
“그런데 어째서 나한테 그렇게 관심을 뒀지?”
“그게 말이야. 이상했거든.”
“이상하다니?”
“너 영구 캡슐 사용자잖아.”
“아!”
뭔 소린지 알겠다. 내 몸 안에는 의료용 영구 캡슐이 있다. 그래서 어지간한 부상이나 병은 걱정할 필요도 없는 몸이다. 그런데 이 영구 캡슐이란 것이 워낙 비싼 것이어서 평범한 사람들은 꿈도 못 꾸는 물건인 거다. 그걸 쓰는 내가 일개미로 지원을 했으니 당연히 관심을 주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건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당연한 것인데 말이다.
“실수 했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지?”
샤마렐이 얼굴에 재미있다는 표정을 잔뜩 그려 놓고서 나를 보고 있다.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하네. 하지만 별 것도 아닌 걸로 관심을 받게 되니까 좀 이상하긴 하네.”
“별 것도 아닌 거? 영구 캡슐이 별 것도 아니야?”
“그렇지. 그냥 주워 먹은 거니까.”
“영구 캡슐을 주워 먹어? 4급 행성에선 구경하기도 어려운 그걸?”
“뭐 뒷골목 생활을 하다보면 그런 행운이 생길 때도 있는 거야. 그리고 그런 기회가 있으면 그냥 먹고 보는 거지. 그렇게만 알아. 자세한 건 알아도 별로 도움이 될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냥 어물어물 넘겨 보자. 지가 어쩔 거야? 내가 어디선가 캡슐을 주워 먹었다는데.
“설명이 안 된다는 거 알지?”
“그래서 뭐? 어차피 일개미로 온 건데 텔론이나 적당히 벌어서 돌아가면 될 일이고, 내가 영구 캡슐을 먹었다는 것이 샤마렐 너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니지 않나?”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스벤슨 네가 첩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첩자?”
“이 몬스터 전선에 대해서 알아내려는 세력에게 포섭된 경우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어?”
“그렇게 생각하면 뭐 내가 힘이 있나? 조장인 네가 알아서 해야지.”
어차피 관심 대상이 되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이런 경우엔 상황에 맞춰서 행동을 결정해야지.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말이지.
“쯧, 벌써 포기야?”
“내가 첩자라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나 한가? 겨우 일개미 주제에?”
“……”
샤마렐은 내 말에 한 방 맞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그러다가 다시 자리에 앉아서 바위에 반쯤 기대고 누워서는 반쯤 혼잣말을 한다.
“크큿. 하긴 그렇긴 하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지. 맨몸뚱이로 왔는데 뭘 할 수가 있겠어? 어차피 일개미들은 매일같이 죽어 나가는 것이 일인데 말이지.”
“그리고 믿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난 적이 아니야.”
나도 슬쩍 자리에 앉으면서 그렇게 샤마렐의 경계심을 낮추려는 시도를 한다.
“상관없어. 어차피 적은 티니페로 충분하거든. 가 보면 알겠지만 이곳 몬스터 전선에서 스벤슨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하나야. 죽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래, 그러기 위해서 티니페를 죽도록 잡아야 하지. 그리고 코어를 얻어야 하고 말이야.”
“코어?”
“조별로 행동을 하는데 굶어 죽지 않으려면 열심히 사냥을 해야 하는 거야. 코어를 가지고 가야지 부식을 얻을 수가 있으니까 말이야.”
“뭔 소리야? 우린 일개미지 군인이 아니라면서?”
“그래. 그런데도 코어가 없으면 굶어야 하지. 원래 일개미는 헌터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텔론을 받게 되어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헌터들이 일개미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어. 그들은 그들이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챙기지. 그러니 일거리가 없는 일개미는 굶을 수밖에.”
“그래도 계속 일개미를 모집한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있지. 일개미도 하급 몬스터는 사냥을 할 수 있다는 사실. 그게 중요하니까 말이야. 솔직히 지금 입은 장비만 제대로 활용하면 하급 헌터들 정도의 능력은 보일 수가 있거든? 그러니 싸게 쓸 수 있는 하급 헌터들이 생기는 셈이랄까? 그래서 일개미는 자꾸 들어오고 또 자꾸 죽어가고 그러지.”
“하긴 그것도 그렇군. 어떻게든 티니페만 사냥할 수 있으면 된다는 거로군?”
“사실 어딜 가건 1조 정도 되면 그 놈들은 대부분 하급 헌터보다 뛰어난 실력자란 소리지.”
“1조?”
“결원이 생기면 아래에서 위로 실력 있는 녀석을 끌어 올리거든. 1조에서 결원이 생기면 조에서 제일 실력이 좋은 놈을 데리고 가는 거야. 뭐 안 갈 수도 있지만 대부분 냉큼 자리를 옮기지. 동료가 실력이 좋으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그러는 거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아, 다시 출발한다. 휴식 끝이야. 이야기는 가면서 계속하자고.”
샤마렐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여기저기서 쉬고 있던 이들이 모두 다시 줄을 맞추기 시작한다. 이제 3별군의 본부가 멀지 않았다고 했다. 뭐 몇 번이나 들었던 말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