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19
화
솔직히 그걸 내가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연금술까지 하려면 준비가 너무 많이 필요하고 또 마법의 서클까지 필요하다. 하지만 에테르가 풍부한 곳에서 나는 서클의 봉인을 풀기 어렵다. 비록 이곳이 다른 데블 플레인에 비해서 에테르의 밀도가 조금 낮다고 해도 그래봐야 아직은 서클 하나도 겨우 쓸 수 있을까 말까 하는 정도다. 그러니 결국 듀풀렉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재료를 얻기 위해선 성형기라고 부르는 페어리군을 손에 넣어야 하는 거다. 뭐 그게 아니면 이곳의 선주민들 유적에서 재료를 찾아야 하는 건데 그것도 내가 4조에 묶여 있는 상황이라서 쉽지가 않은 일이다.
“알아봤는데 가지고 있는 곳이 없는 모양이던데? 적어도 소군 단위까지는 없어. 중군이나 집단군, 혹은 그 위로 가야 알 수 있는 문제지.”
샤마렐의 대답은 무척 실망스러운 것이다.
“코어 모아서 주문을 하면 보급이 되기는 할까?”
나는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안 되면 코어를 주고 사는 거지 뭐.
“뭐하려고? 그런 것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데?”
“방어구나 무기를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으면 좋지 않겠어?”
“엉?”
“그거 있으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지 않냐? 솔직히 그거 하나 구하면 그걸로 같은 물건을 여러 대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잖아. 그럼 그 후론 우리 무기하고 갑옷은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거지. 코어가 그만큼 덜 들어간단 소리가 되는 거잖아.”
“이야, 그거 그럴 듯 한데?”
“어떻게 운을 좀 띄워 봐. 헌터들은 몰라도 일개미들이 뜻을 모으면 가능하지 않겠어? 뭐 저기 1조가 주동을 해 주면 더욱 좋고 말이지.”
“그러면서 너는 사라지고?”
“괜히 관심 받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말이야.”
“그런 이야길 나한테 하는 이유는?”
“너도 별로 충성심 같은 건 없어 보이니까.”
“크크크. 뭐 그거야 그렇지. 내가 바라는 건 그냥 최대한 오래 살아남는 거니까 말이지.”
“그래서 4조에만 매달려 있는 거지? 괜히 위로 올라가봐야 티니페와 싸울 일만 많아지니까. 그렇지?”
“무슨 소릴!! 난 그냥 실력이 모자라서 4조에 남아 있는 거지. 다른 건 아니야.”
“그래, 그렇게 믿어 줄 테니까 그 입체 프린터나 좀 구해 봐. 참, 그거 코어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하는 건 알지? 안 그럼 우린 못 써. 전기 따위로 움직이는 거라면 쓸모없단 말이지.”
“알았어. 알아볼 테니까 조용히 좀 해라.”
샤마렐은 인상을 구기면서 3별군 본부가 있는 곳을 향해서 움직인다. 뭐 그래봐야 헌터들을 만나기 위해서 가는 것은 아닐 거다. 일개미들의 조장을 만나기 위해서겠지. 아, 나참. 듀풀렉 만드는 것이 이렇게 일이 꼬일 줄은 몰랐네. 우리 마눌 무척 걱정하고 있을 텐데. 그런데 유메로는 어떻게 된 거지? 보이질 않는 걸 보니 다른 부대로 간 것 같은데 그걸 확인할 방법이 없네. 툴틱에서도 개인 정보는 확인이 되지 않고 모두가 그냥 소속 집단을 상징하는 숫자들의 나열로 신분을 확인하니 뭐 유메로를 찾을 방법이 없다. 그쪽도 어떻게든 알아봐야 하는데 말이지. 아, 씨! 또 티니페가 이쪽으로 온다. 앞에 놈들이 뚫린 거지. 우린 예비대 성격인데 말이지. 또 몇 죽어 나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젠장!!
“조장 이제 끝난 것 같습니다.”
“나, 조장 아니라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조장은 조원들이 인정하면 조장이 되는 겁니다.”
“조장은 샤마렐 너지. 난 그런 거 줘도 안 하거든? 3조에 결원 생기면 곧바로 올라갈 거니까 나한테 조장 시킬 생각은 하지도 말지?”
“그럼 올라갈 때까지만 하면 되겠군요. 뭐 가는 김에 나도 함께 가고 말이죠.”
“너? 넌 왜? 넌 길게 오래 갈 거라며?”
“아무래 생각을 해 봐도 스벤슨 조장 곁에 있는 것이 더 오래 살 것 같단 말이죠. 이건 내 직감이지만 이렇게 확실한 직감은 따라 줘야 하는 거라니까요?”
아, 이건 또 무슨 당황스런 경우냐. 이제 겨우 보름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4조의 일개미들이 나를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이건 절대로 내가 원한 것이 아니다. 그저 티니페에게 조금 더 죽게 해 준다는 것이 어쩌다보니 내 곁에 있으면 죽지 않는다는 묘한 소문이 돌게 된 것이다. 사실 나도 그렇게 멍청한 놈은 아니다. 그러니 티 나게 사람들을 구하고 뭐 그랬을 이유가 없는 거다. 그런데도 일개미들이 내 주위로 몰려 든 것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
샤마렐의 말로는 티니페와 싸우다보면 어쩐지 내 곁에 있는 것이 티니페도 더 잘 잡히는 것 같고, 위험할 때에도 티니페가 조금 굼뜨게 행동을 해서 살아나는 경우가 많단다.
처음에는 어떤 지역에서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어름어름 조원들이 꼬이기 시작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장소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이란 것을 알게 되었단다.
미칠 노릇이다.
“입체 프린터 안 준대?”
나는 괜한 말싸움으로 힘을 빼기 싫어서 이야기를 돌린다. 어차피 조장이 아니라고 떠들어 봐야 들어 먹을 놈들도 아니다. 벌써 한 30명 정도 되는 놈들이 내 곁을 에워싸고 여기저기 늘어져 있다. 그래도 이젠 조금 적응이 되었다고 방어구와 무기는 몸에서 떼어 놓지 않는 것을 보면 저들도 이젠 일개미가 아니라 헌터의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불쌍한 놈들이다. 어쩌다가 감언이설에 속아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건지, 언젠가 1조까지 올라가서 계약 일수를 다 채우고 돌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내가 보기에 모성 놈들은 여기 일개미나 헌터들을 플레인 게이트에 태워 줄 것 같지가 않다. 적어도 살아서 여길 벗어나게 할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이지.
솔직히 샤마렐에게 알아보니까 여기 일개미나 헌터들도 대충 짐작을 하고 있단다. 꼭 가야겠다고 고집하면 결국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1조에는 11년 동안 1조에 있는 사람도 있단다. 일찌감치 눈치를 채고 몸조심을 하는 사람들이란 소리지.
이거 빨리 성간-게이트를 열어서 이곳에 있는 일개미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빼돌려야 하는데 말이지.
그렇게 되면 모성도 꽤나 당황하지 않을까? 뭐 그러다 보면 어딘가 빈틈도 생기게 될 거고 말이지.
“그거 알아본다고 했는데 연락이 없습니다요. 뭐에 쓸 거냐고 묻기에 우리 갑옷이랑 무기랑 만들어서 쓸 거라고….”
퍽!!
“쿠엑!!”
“에라 이 멍청아. 그렇게 말하면 그 놈들이 그걸 주겠냐? 응? 무기하고 방어구도 지들이 팔아먹는 중요한 물품 중에 하난데 그걸 자체 해결하겠다고 입체 프린트를 달라면 너 같으면 주겠냐고 이 돌탱아!!”
나는 샤마렐의 허벅지를 한 방 까버렸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놈을 만나서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를 일이다.
젠장 이렇게 되면 입체 프린트는 물 건너 간 거라고 생각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결국 선주민들의 유적이라도 뒤지던가 해야지 뭐. 제기랄!!
“아니 그렇다고 남의 다리는 왜 차고 그럽니까? 그리고 그럼 입체 프린터로 뭘 하겠다고 그걸 달라고 합니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어디에 쓸 건지 댈 핑계가 없잖습니까?”
“그냥 취미 생활로 작은 소품들 만들어 낼 거라고 거짓말을 하기라도 하지 그랬냐? 응? 어차피 그렇게 믿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대놓고 무기랑 방어구 만들 거라고 하는 것 보다는 낫지 않겠냐? 넌 머리가 장식이냐?”
“하긴 그렇기도 하겠습니다.”
저거 혹시 날 방해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 아냐? 저 놈 이곳 지휘부의 첩자일 수도 있단 말이지.
“왜 그런 눈빛으로 봅니까?”
“네가 의심스러워서. 너 지휘부에서 내려보낸 첩자지?”
“엥? 그걸 이제 알았습니까? 대충 하급 부대 동향이 어떤지 알아서 보고하는 뭐 그런 일이 제 임무긴 하죠.”
“뭐?”
“뭘 그렇게 놀랍니까? 별 뜻은 없습니다. 어차피 지휘부도 여기 갇혀서 오도가도못하고 있는 마당인데 괜히 미워하고 그러지 마십시오. 다 같은 처지란 말입니다. 그 놈의 코어가 없으면 굶어서 죽어야 하는 입장이고 이곳 몬스터 전선에 갇혀서 죽을 날을 기다리는 신세는 그들이나 우리나 같은 처지니까요. 그래서 그냥 동향 파악만 하는 겁니다. 괜히 서로 싸우고 그런 일 벌어지지 않도록 말입니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또 그게 전부는 아닐 것 같단 말이지.
“거기도 입체 프린터 없냐?”
“구하기 어렵죠.”
“구해와라. 그럼 내가 4조 조장으로 남아 주마.”
“음. 그건 좀 땡기는 조건이네요. 크크크.”
빌어먹을 놈. 저게 텀덤을 닮지만 않았어도 진작 떼어 버리는 건데. 그놈의 정이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