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2
화
“나왔다. 한 마리.”
셜린이 걸음을 멈추고 몬스터의 등장을 알린다. 게리도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몬스터를 감지했다.
“그냥 생긴 거야. 허공에서 생겨나지. 코어의 힘을 빌려서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몬스터가 나타나. 그걸 우리는 소환이라고 해. 몬스터가 소환된다고. 뭐 다른 곳에서 젠 된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그러지. 요즘은 젠이라고 많이 해. 짧게 말하는 것이 좋잖아. 젠! 한 마디면 모두 상황을 알게 되니까 말이야. 소환! 이라고 하는 것 보다는 약간이라도 빠르지. 그게 생사를 가르기도 하니까.”
나는 셜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도 용어로 선택을 한다면 젠이란 말을 쓰겠다는 생각을 한다. 순간이 생사를 가르는 곳에선 짧고 간결한 것이 좋다.
“사냥 중에 가까운 곳에서 다른 녀석이 나오면 자갸 파티가 맡아 줘야 해. 알았지?”
셜린이 라니에 등의 근접 공격수들을 앞으로 보내면서 내게 부탁을 한다.
“그거야 당연하지. 걱정하지 마. 그렇게 해 줄 테니까. 하지만 그 이상이 나오면 그 때는 상황 봐서 범위로 디버프를 쓸 거야.”
“응, 그래 주면 좋지. 그럼 걱정 없이 사냥을 할 수 있겠네?”
“수고 해.”
나는 일행과 함께 몇 걸음 뒤로 빠졌고, 라니에, 세라, 시에나 셋이 마침 코너를 돌아 나오는 몬스터와 싸움을 시작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음. 도마뱀인가? 저거 어디 식민 행성의 주민이었지?”
렘리가 몬스터를 확인하고 하는 말이다.
그렇다. 나타난 몬스터는 도마뱀 머리를 하고 온 몸에 비늘이 덮여 있는 도마뱀 인간이었다. 다르게는 악어 인간이라고 하기도 하고 파충인간으로 묶어서 부르기도 하는데 생긴 것은 비슷하게 생겼다. 그냥 도마뱀이 서서 칼들고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종류에 따라서 머리가 악어를 닮은 것도 있고 뱀을 닮은 것도 있다. 물론 그것도 주둥이가 길고 짧고, 눈동자가 세로로 갈라지고 가로로 갈라지고 하는 식의 구분들이 있어서 종류가 여러 가지다.
지금 셜린 파티가 상대하는 놈은 팔다리, 주둥이가 모두 길고 눈은 툭 튀어 나온 모습의 도마뱀 인간이다. 주둥이가 길기는 하지만 악어처럼 이빨이 사납게 드러난 것은 아니고 벌어진 입 안을 보니 자잘한 이빨이 가지런하게 나 있는 모양이다.
도마뱀은 꽤나 강력한 몬스터였는지 라니에가 적극적으로 막고 세라와 시에나가 열심히 칼질을 하는데도 별다른 상처를 주지 못하고 있다.
한동안 그렇게 대치를 하고 있더니 결국 셜린 등의 후방 공격수들이 가세하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미셀의 공격이 포문을 열었다.
던전 통로가 좁을 정도로 에테르들이 요동치며 얽혀들더니 하나로 뭉쳐서 형태를 만든다. 정신 능력자의 대표적인 공격기술인 에테르 랜서, 창이다. 뭐 툴틱에선 그냥 꼬챙이라고 부르는데 기본 기술이지만 정신 능력자라면 언제나 사용하는 기술이다. 숙련도와 능력에 따라서 정말 꼬챙이가 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신의 창이 되기도 하는 기술이란 평가가 달린 기술이다.
미셀의 에테르 랜서는 충분히 칭찬을 해 줄만 했다. 크기도 그렇고 에테르 밀집도도 굉장히 뛰어난 것 같았다.
“라니에 준비해!”
이전과 달리 미셀의 목소리가 낭랑하다. 전투 중에는 성격도 바뀌는 모양이다.
라니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하지만 미셀의 에테르 랜서가 날아가자 어떻게 알았는지 간발의 차이로 도마뱀 인간을 떼어내고 몸을 비켜서 랜서가 지나갈 통로를 만든다. 그리고 라니에 때문에 시야를 확보하지 못했던 도마뱀 인간은 에테르 랜서에 직격을 당한다. 그와 동시에 언제 쏜 것인지 셜린과 에시엔이 쏜 화살이 미셀의 공격에 상처를 입은 도마뱀 인간에게 꽂힌다. 그것도 방금 상처를 입은 그곳이다.
손발이 딱딱 맞아 들어가는 팀이다.
그렇게 충격을 받은 도마뱀 인간은 세라와 시에나가 좌우에서 에테르가 일렁거리는 검을 휘두르는 것을 다시 맞았다.
이전에는 에테르를 검 밖으로 끌어내지 않더니 중요한 순간에 힘을 낸 것이다.
그러니까 이전까지는 그냥 설렁설렁하면서 상대하고 있었다는 말이 되겠다.
상당한 충격을 받은 도마뱀 인간은 이후에 거의 꼭 같은 패턴의 공격을 한 번 더 받고는 쓰러졌다.
죽은 도마뱀 인간에게서 코어가 안 나왔다며 투덜거리는 라니에였지만 사냥 과정에 대해서는 만족한 듯이 밝은 표정이었다.
“아주 잘 짜여진 팀이군.”
나는 사냥을 마치고 오는 셜린에게 내가 느낀 감탄을 그대로 전했다.
“뭐 보통이지. 우린 이런식으로 기본적인 몇 가지의 공격 패턴을 가지고 있어. 그걸 상황을 봐 가면서 활용을 하지. 사실 연습도 무지 많이 한 거고.”
“하긴 그래야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 팀은 전혀 연습이 없는 상태라 곤란한데? 보고 배울 것이 많아.”
“뭐 그렇다면 서로 좋은 일이지. 안 그래? 고마우면 돌아오는 것도 있을 거 아냐?”
“뭐야? 또 작업 걸고 있어? 자꾸 그러면 내가 들러붙는 수가 있어. 패어플레이 해야지? 셜린?”
“이년이 또 끼어드네. 너 좀 빠져주면 안 될까? 다음에 괜찮은 놈 있으면 너 줄게.”
“웃기는 소리. 니가 왜 찾아 주냐? 내가 찾고 말지.”
“그러니까 다른데 가서 찾아. 응. 우리 자기는 포기하고 응?”
또 시작하나 싶어서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다행스럽게도 가까운 곳에서 또 다른 몬스터가 젠 되었다.
“젠!!”
셜린이 고함을 치고 모두들 긴장한다.
“마토 가서 막아. 렘리 붙어! 게리 상황 봐서 지원사격.”
나는 급히 파티원들에게 소릴 지르고 새로 나타난 몬스터 주변에 디버프 기술을 펼쳤다.
“우우, 범위 디버프다.”
미셀이 그걸 알아보곤 웅얼거리며 한 마디 한다.
“넓어. 범위 10미터 이상. 대단해.”
그걸 어떻게 아는 건지 모르겠다. 나야 내가 펼치는 거니까 안다고 하지만 동료들도 알아차리지 못하는데 말이다.
“뭐야? 저거 말이 되냐?”
미셀의 말도 그렇지만 그보다는 다들 다른 것에 놀란 모양이다. 도마뱀 인간이 마토와 렘리에게 썰려 나가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물론 칼로 젤리 가르듯이 갈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검기도 없는 칼질에 주욱주욱 상처가 생기니 셜리 파티원들이 모두 입을 벌린다.
“미쳤어. 디버프가 대단하단 생각은 했지만 노란색 등급의 몬스터를 썰고 있어. 저게 저래도 되는 거야?”
라니에가 잘못하면 입에 거품이라도 물 기세로 떠든다.
그러거나 말거나 게리의 화살이 도마뱀 인간의 머리에 박히면서 사냥은 끝이 났다.
“어쩐지 허무하다.”
“그러니까. 미셀 너도 다음에는 디버프 한 번 써봐라 어느 정도 되는지.”
“미셀이 디버프도 쓰나?”
나는 라니에의 말에 조금 놀라서 물었다.
“범위는 아니고 개별 몬스터 하나에 디버프를 걸 수 있지. 위력이 나쁘진 않아. 아깐 노란색 등급의 몬스터 위력을 보려고 안 썼던 건데 등급 높은 몬스터 한 마리씩 잡을 때에는 아주 유용한 기술이라서 미셀에게 신세를 지곤하지.”
셜린이 설명을 해 준다. 범위는 쓰지 못하고 한 마리에겐 쓸 수 있다니 나는 처음부터 범위건 단독이건 상관없이 쓸 수 있었던 거라서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쨌거나 디버프를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미셀은 굉장히 고급 자원에 속한다. 정신 능력자가 많지도 않은데 그 중에서 다섯에 하나 꼴로 디버프를 쓸 수 있는 정신 능력자가 있다고 들었다.
참 찾기 어려운 사람이란 뜻이다. 신기하게 정신 능력은 기본 기술도 사람에 따라서 익힐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다. 나는 별 구애를 받지 않는데 다른 이들은 왜 그런지 알 수가 없다. 뭔가 차이가 있다는 건데 그건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나중에 지부장에게 물어보면 알려줄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