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22
화
아, 지겨운 놈들. 이것들이 날 저희들 졸로 아는지 시간만 나면 끌고 다닌다. 이것들아 여긴 찾아봐야 별 것 없다니까! 내가 어제 너희들 쉬고 있을 때에 나와서 한 번 훑었단다. 그러니 그냥 적당히 하고 포기하지?
“속이 막 찔리고 그러지 않습니까?”
샤마렐, 넌 입 다물고 있지?
“불쌍한 놈들은 조장님이 벌써 다 쓸어 갔다는 것도 모르고 저러고 있지 않습니까. 그냥 말씀을 해 주시지 그러십니까?”
“말하면? 내가 헌터 능력이 제법 된다는 이야기를 해서 상급 부대로 끌려가는 꼴을 보고 싶냐?”
“끌려가긴 뭘 끌려 갑니까? 가고 싶지 않으면 그냥 있어도 뭐랄 사람 없습니다.”
“눈치가 보이잖냐. 사람이란 수준에 맞는 곳에서 놀아야 하는 법이거든. 안 그러면 괜히 슬슬 눈치 주고 막 그러는 거거든.”
“그렇습니까? 그런데 왜 조장님은 제 눈치는 하나도 안 보십니까?”
“그야 넌 나한테 붙어 사는 거머리 같은 놈이니… 집합!! 집합!! 티니페! 상급 티니페다!!”
나는 샤마렐과 말장난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느껴지는 기척에 조원들을 향해서 고함을 질렀다.
우리 4조는 오늘 주둔지 주변 정찰을 하는 중이었다. 사실 정찰이라기보다는 유적 탐사를 하면서 부수입을 좀 얻어 보자는 취지의 소풍이라는 것이 맞는 말이다. 그냥 주둔지에만 있으면 너무 갑갑하니 핑계를 만들어서 밖으로 나온 참인 것이다.
그런데 내 탐지 영역 안쪽에서 갑작스럽게 티니페의 기척이 생성되었다. 이건 마치 던전 안에서 새로운 몬스터가 젠되는 현상과 비슷하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몬스터가 새로 생겨나는 현상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긴 몬스터의 등급이 장난이 아니다. 그냥 느끼기에도 이건 남색 등급이나 그 이상인 것 같다.
“뛰어! 뛰어! 내 곁에서 떨어지면 무조건 죽는다고 생각하고 뛰어!!”
나는 조원들은 내 곁으로 오게 하고 후다닥 달리기 시작한다.
물론 그래봐야 이 떨거지들 속도에 맞춰서 뛰어야 하는데 솔직히 저 무식한 티니페에게서 도망을 갈 수 있으리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저 놈도 벌써 우리들의 기척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저 정도 등급이 되는 놈이라면 그거야 당연한 일이겠지.
“뭡니까? 조장!”
샤마렐이 곁으로 따라 붙으면서 고함을 지른다.
“남색, 아니면 보라색 등급이다. 지랄 하지 말고 튀어!!”
“우어어어!!”
샤마렐은 가만히 있는데 오히려 다른 놈들의 동요가 심하다. 하긴 그 정도 되는 등급이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뭐냐?”
나는 뛰어가면서도 이상한 것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티니페들의 기척이 끝도 없이 생겨나고 있다. 그것도 남색 등급 정도의 티니페들이다.
“젠장!! 여기 남색 등급 티니페 부족 코어가 새로 생겼어. 아까 그게 부족 코어였어!!”
난 상황이 그런 거라고 인식을 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도 이 유적에 티니페의 남색 등급 부족 코어를 지닌 놈이 새로 생성이 된 것이고 그와 동시에 여기 저기에 남색 등급의 티니페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인 것이다.
“어디로 갑니까? 대장.”
“몰라 일단 유적을 빠져 나가야지. 여기 있다간 전멸이야.”
솔직히 남색 등급 정도면 어떻게든 해결을 할 수 있다. 남색 등급이라고 해봐야 마스터 정도의 경지. 마스터 정도면 내 앞에선 디버프에 이은 에테르 폭발로 집단 학살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럼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합니까?”
“툴틱으로 연락 안 했어?”
“네?”
“연락 안 했냐고!!”
“했, 아니 합니다. 해요!! 야 뛰면서 툴틱 날려! 여기 상황 알려서 모두 대피하고 하고 다른 쪽으로도 상황 전파 하란 말이야.”
샤마렐이 조원들에게 소리를 지른다. 물론 그 전에 상황 전파를 한 조원이 있을 거다. 사람이 몇인데 그런 놈이 하나도 없을까. 분명히 있었겠지. 뭐 희망사항이긴 하다만.
아, 신발끈, 하필이면 앞쪽을 막고 나타나는 놈이 있네? 지랄 쉽게 가나 했더니.
창!
“뒤쪽으로 따라 와! 떨어지면 역시 죽는다. 그냥 치고 나갈 거야!”
나는 조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는 몇 걸음 앞쪽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한쪽 유적 벽면이 터져 나가면서 티니페 한 마리가 나타났다.
크기가 10미터는 훌쩍 넘을 것 같은 녀석이 건물 속에서 생성이 되었다가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알을 깨듯이 건물을 부수고 나온 것이다.
“그냥 처박혀 있지 나오긴 왜 나와! 짜식아! 차앗!”
나는 곧바로 티니페를 향해서 뛰어 올라 검을 휘둘렀다. 티니페의 몬스터 패턴은 네 다리와 몸통이 만나는 부분의 중앙에 있다. 우리보다 키가 작은 놈들 혹은 비슷한 놈들은 그 패턴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지금처럼 월등하게 큰 놈은 패턴이 고개만 들면 확실하게 보인다. 물론 거기가 약점인 것은 모든 몬스터가 공통인 것이고 말이다.
좌와왁!
끼리리릭 끼리릭!
나오자마자 몸체가 절반 정도 잘려서 죽는 놈이 억울하기는 한 모양이다.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내가 알아들을 거라고 하는 건 아닐 거다. 대신에 다른 티니페들이 이놈이 지르는 소리를 듣고 몰려 올 것은 분명하다. 지금도 멀리 떨어져 있던 놈들이 이쪽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느껴진다.
“놈이 동료를 불렀다. 서둘러 빠져 나간다. 정말 못 따라 오는 놈들은 버리고 갈 거다. 야! 그런다고 무기 같은 거 버리고 그러지 마라. 그건 정신 상태가 썩은 놈들이나 하는 짓이니까 그런 놈은 살려 주고 싶은 마음도 안 드니까 말이다.”
“조장, 어차피 칼질 해 봐야 흠도 못 낼 놈들인데 무거운 무기 들고 뛰는 것 보다는 버리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샤마렐이 이 상황에서도 한 소리를 한다.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해 봐. 어디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자. 우리 여기서 벗어나면 이후로 계속해서 후퇴를 해야 할 텐데, 그 때 나타나는 티니페들은 어쩌려고? 지금만 살면 그만이냐? 응?”
나는 샤마렐에게 그렇게 핀잔을 주면서도 여전히 걸음을 쉬지 않는다. 여기저기 느껴지는 티니페들의 기척을 피해서 최대한 빠르게 유적을 벗어나려는 거다.
“조장!”
“왜! 또!!”
“우리 주둔지랑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 알고 있습니까?”
아, 저 또라이 새끼! 그럼 그걸 모르고 있겠냐?
“알지 그럼 그걸 모르고 뛰고 있겠냐?”
“아니 주둔지로 복귀를 해야지 이렇게 반대 방향으로 가면 어떻게 합니까?”
“주둔지에 남색 등급 티니페를 막을 헌터들이 있기는 하냐?”
“네?”
“거기로 여기 티니페들 끌고 가면? 거기까지만 우리가 살아서 가면 무슨 해결책이 나오냐? 응? 이왕 죽는 거 거기 있는 동료들까지 몽땅 끌고 들어가서 함께 죽자고? 응? 그런 거야?”
“아!”
미친 놈, 저걸 머리라고 달고 다녀? 이게 그걸 깨달았다는 표정이라니 정말 돌겠다. 우리 텀덤은 안 그런데 저 놈은 자로이라 종족 중에서도 좀 떨어지는 지능을 지닌 건가? 아닌데? 평소 하는 짓을 보면 제법 영민한 놈인데 지금은 왜 저 모양인지 모르겠네.
“조장! 조원들 많이 지친 모양인데?”
“어쩌라고? 지금도 우리 방향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티니페들 몇 마리 있거든. 따라오고 있다는 소리지. 그러니까 계속 뛰어!”
사실 뭔가 이상하긴 하지. 저것들이 아직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는지 행동이 굼뜨거든. 안 그랬으면 우린 이미 예전에 전멸이었을 거다. 물론 내가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되었을 거란 이야기지. 지금이야 내가 있으니까 어느 정도 안정권이 되면 쫓아오는 몇 마리는 잡아 죽이고 탈출을 할 생각이다. 저것들 뛰는 속도가 우리 이동 속도를 훨씬 능가할 테니까 떨치고 도망을 가는 방법은 애초에 없으니 당연히 그 방법 밖에 없는 거다. 뭐 실력이야 아까 한 마리 날려 버린 걸로 다 들통이 난 상태니까 조금 더 보여준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아무튼 여기 와서는 내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