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24
화
솔직히 일이 꼬이기 시작하면 그건 대책이 없다. 안 될 때는 어떻게 해도 안 되는 거다. 하지만 또 반대로 일이 풀리기 시작하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도 별 것 아닌 것이 되기도 한다.
나같은 경우엔 딱 하나만 있으면 되는 거였다. 듀풀렉 말이다. 그것만 있으면 모든 일은 해결이 되는 거였는데 그 듀풀렉이란 것이 사실 만들기로 마음을 먹으면 못 만들 물건도 아니다. 재료 타령을 하면서 입체 프린터가 어쩌고 저쩌고 했지만 그게 없어도 듀풀렉을 만들자면 만들 수 있었다.
단 한 번만, 그것도 정해진 위치에 입구를 짧은 시간만 열 수 있으면 되는 일이니 튼튼한 듀풀렉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 재료의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라도 별로 상관없는 일인 거다. 다만 그런 재료로 듀풀렉을 만들자면 어마어마하게 덩치가 커지게 되니 이전에 일개미 신분으론 그런 걸 만들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는 거고, 또 그렇다고 탈영이라도 해서 혼자 어디 숨어서 그걸 만들고 있기엔 또 모양 빠지는 일이라 하지 않았던 일이다.
그런데 이제 홀가분하게 내 실력 드러내면서 멋대로 굴어도 뭐라고 하는 놈이 없는 상황이니 뭐가 문젤까. 지금의 나는 뭔 짓을 해도 되는 놈인 거다.
“뭐합니까?”
“보면 모르냐? 취미다.”
“취미가 땅바닥에 몬스터 패턴 그리는 겁니까?”
“네가 보기엔 이게 몬스터 패턴으로 보이냐?”
“그럼 아닙니까?”
하긴 샤마렐 저 놈이 보기에 이 마법진이 몬스터 패턴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닮은꼴이긴 하지.
“이건 몬스터 패턴이 아니라 예술이란 거다. 그거 모르냐? 형이상학적인 정신세계를 선과 색으로 구현해 내는 예술 말이다.”
“이걸 그림이라고 우기려는 겁니까?”
우기긴!
“그러니까 이해를 하지 못할 거면 저리 가란 말이지. 굳이 샤마렐 네가 내 예술을 이해할 필요는 없어. 다만 방해만 하지 않으면 될 일이지.”
나는 이걸 빨리 완성해서 허브 기지 창고에 있는 정상적인 듀풀렉을 가지고 와야 하거든?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거 왔습니다.”
“그거?”
“입체 프린터 말입니다.”
“…..”
젠장 난 뭐하고 있는 거냐? 이렇게 큰 마법진을 완성하려면 앞으로도 며칠은 더 걸릴 텐데, 입체 프린터로 만들면 그보다 빨리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어디에 둘까요? 조장 텐트 안에?”
“함께 가자.”
“예술 안 합니까?”
“이건 나중에 해도 되는 거니까 일단 가서 그거부터 보고.”
정말로 지금까지 만들고 있던 마법진은 그냥 예술 행위의 한 부분으로 남을 것 같다. 그것 참.
아마 난리가 났을 거다. 갑자기 내가 사라졌으니 몬스터 전선이 뒤집어졌을 수도 있지. 하지만 나는 지금 거기에 신경을 쓰고 있을 수가 없다.
입체 프린터는 좀 구식이기는 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반나절 만에 뚝딱 만들어 냈다. 그래 딱 반나절만에 1회용 듀풀렉이 내 손에 들어왔던 거다. 그리고 그걸 이용해서 허브 기지에 있던 내 전용 듀풀렉을 찾은 후에 몬스터 전선과 제3 데블 플레인 사이에 성간-게이트를 설치하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도록 은폐 기능으로 숨겨서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그 후에 사람들을 만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우리 포포니가 실종이 된 거다.
아니 정확하게는 포포니가 나를 따라서 제5 데블 플레인으로 잠입을 한다고 떠났단다. 내가 예상보다 많이 늦어서 걱정을 하다가 결국 나를 만나러 가야 한다고 마샤를 닥달해서 신분 세탁을 하고는 일개미가 아니라 헌터 신분으로 제5 데블 플레인으로 떠났다는 건데, 나는 그 즉시 우리 몬스터 전선으로 들어온 여자들 중에서 포포니가 있었는지 확인을 했다. 헌터 중에서나 일개미 중에서 포포니가 있었는지 말이다.
결론은 몬스터 전선에는 내가 온 이후로 여자 헌터와 일개미가 200명 정도 충원이 되었지만 포포니는 없었다는 거. 그러니 내가 제 정신이 아닐 수밖에.
곧바로 다시 제3 데블 플레인으로 돌아와서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포포니가 어디 가서 쉽게 당할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분명히 잠입에 성공을 했단다. 내가 그랬던 것과 같은 과정으로 다만 일개미가 아니라 헌터로 갔다는 차이만 있을 뿐, 제5 데블 플레인으로 간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 마눌은 어디로 갔을까?
“아무래도 제5 데블 플레인이 한 곳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리가 침묵을 깨고 그런 결론을 내렸다. 사실 나도 그런 것을 의심하고 있던 상황이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찾아야 한다.”
“게이트를 만들 수 있는 분은 총괄리더님 밖에 없습니다. 총괄리더님이 경험한 몬스터 전선과 같은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을 투입해서 포포니님을 찾는다고 해도 그걸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도 포포니님께서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포포니도 빈 몸으로 들어갔겠지?”
“리더님과 동일한 과정을 거쳤을 테니 그럴 겁니다.”
“맞아. 마눌 듀풀렉도 그곳에 있었으니까 그게 맞을 거야. 그럼 어쩔 수 없이 내가 마눌을 찾아서 움직여야 한다는 건데, 제5 데블 플레인에 필요한 사람들을 모집해서 몇 곳으로 분산해서 보내는 거라면 도대체 그곳이 몇 곳이나 될지 알 수가 없는 거잖아.”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제5 데블 플레인은 있습니다. 이전에 교류가 가능할 때에 분명히 제5 데블 플레인도 있었습니다. 그 몬스터 전선이라고 부르는 곳들만 숨겨져 있는 거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런 곳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라도 대충 짐작은 해 볼 수 있습니다.”
“게리, 어떻게 짐작을 해 본다는 거야?”
“제5 데블 플레인으로 보낸다고 모집하는 사람들의 수에 비해서 총괄리더님이 계셨던 그 몬스터 전선에 도착하는 인원의 수를 비율적으로 계산하면 대충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일단 제5 데블 플레인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총 인원을 알아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
역시 게리가 잔머리는 잘 돌아가는 것 같다. 하긴 이알 상점의 주인 노릇을 오래 했으니 쌓인 경험도 무시할 수 없는 거겠지.
대충 네 곳 정도가 될 거라는 결론이 나왔다. 모집하는 총원에 비해서 내가 있는 곳으로 왔던 사람들의 인원이 20%를 조금 넘는 것이니 많으면 다섯 곳이고 적으면 네 곳 정도에 나눠서 보내는 것이란 말이 되었던 거다.
그러니 내가 다시 잠입을 하게 되면 비슷한 확률로 내 마눌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에스폴 종족의 도움을 받아서 다시 신분을 조작하고 제5 데블 플레인으로 가는 일개미가 되었다. 어째 내가 구한 신분들은 하나같이 일개민지 모르겠다. 헌터 정도가 되면 더 편할 것 같은데 그런 사람의 신분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다음엔 헌터 신분을 구할 수 있도록 해 보겠다고 했으니 이번에 가는 곳에 포포니가 없다면 다음에는 헌터 신분으로 도전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도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듀풀렉을 꼭 마법 도구로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거다.
듀풀렉도 원래 마법진을 발현이 되는 마법이었다. 그 말은 도구가 아닌 마법으로도 실행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최소 다섯 서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란 문제가 있었다. 즉 에테르가 별로 없는 행성, 데블 플레인 이외의 일반 행성에선 듀풀렉 없이도 나는 게이트 입구를 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걸 이용해서 데블 플레인에서도 서클의 봉인을 풀고 듀풀렉을 여는 연습을 했다.
마나 서클과 에테르는 엄청난 반발력을 가진다. 이유는 모르지만 에테르는 오러로는 가공이 되면서 마력으론 절대 변하지 않고 도리어 충돌해서 폭발하는 현상을 보였다. 완전히 극과 극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내가 그랜드 마스터가 되면서 오러의 운용 능력이 좋아지면서 오러로 서클을 보호하면 잠깐동안은 에테르가 충만한 곳에서도 서클의 봉인을 풀 수 있게 되었다. 그걸 이용해서 듀풀렉 게이트를 열 수 있다면 따로 듀풀렉을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아주 잠깐만 게이트를 열거나 창고에서 물건을 꺼낼 정도만 되면 어렵게 새로 듀풀렉을 만드느라 고생을 할 이유도 없다.
더구나 전에 갔던 몬스터 전선은 에테르의 농도가 낮았다. 그 정도면 오러의 도움을 받아서 어렵지 않게 마나 서클의 봉인을 잠시 풀고 마법을 쓸 수 있을 터다. 그러니 이번에 가는 곳에서 포포니를 찾기만 하면 전처럼 어렵게 듀풀렉을 만드느라 고생할 일도 없다.
우리 마눌 잘 지내고 있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