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27
화
사실 모든 일에는 절차라는 것이 있는 거다. 내가 포포니를 만나고 싶다고 해도 이런 저런 절차를 거쳐서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우리 마눌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된 순간부터 나는 그런 모든 것을 무시했다. 앞을 가로 막는 놈은 날려버리고, 궁금한 것은 멱살을 쥐고 물었다.
그렇게 정찰대라고 하는 이들을 찾아가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하루였다.
뭐 그 하루 동안에 이곳 몬스터 전선에선 곳곳에서 난리법석이 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제일 먼저 본부까지 달려가는데 걸린 시간이 서너 시간 정도, 그 다음에는 정찰대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서 본부를 뒤엎고 위치를 알아내는데 걸린 시간이 한 시간, 거기에 정찰대가 있다는 곳으로 달려가는데 걸린 시간이 또 반나절 정도에 정찰대가 출동을 해서 어디론가 갔다고 해서 다시 심술을 부리며 난동을 부린 것이 한 시간 정도였다.
그게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곳 몬스터 전선에는 툴틱의 보급이 열악해서 통신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내가 포포니를 찾아서 뭘 해 보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던 거다.
이곳 헌터들과 일개민들은 최대한 모성에 비협조적인 이들이어서 정말 급한 것이 아니면 플레인 게이트를 통한 거래를하지 않는데 툴틱까지도 마치 통신 장비처럼 사용을 하고 개인별로 지급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포포니가 있다는 정찰대에 연락을 해서 포포니를 불러 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던 거다. 하필 포포니가 이끌고 나간 정찰대에 툴틱 사용자가 없었다나? 그냥 가까운 곳에 산책 삼아서 나간 것으로 공식적인 움직임이 아니라서 툴틱 사용자를 동반하지 않고 움직였다는데 그 때문에 내가 더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말이다.
이곳 전선에서 가장 뛰어난 엘리트만 모아뒀다는 부대에 툴틱 보급률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고 또 하필 이럴 때에 마눌과 연락이 안 된다는 것에 더 화가 치밀었던 거다.
어쨌거나 마눌이 갔다는 방향으로 열심히 달리다가 결국에는 숲 안 가운데서 감격적인 상봉을 하긴 했다.
“마눌!!”
퍽!
“쿠엑!! 마눌, 이게….”
“아, 미안 남푠.”
격정적인 포옹을 기대했는데 이게 뭐냐? 뭔 쇳덩이를 이렇게 몸에 가득 걸치고 있는 거야? 이걸 방어구라고 덕지덕지 붙이고 있는 거야?
“어디 봐. 괜찮아?”
“괜찮아. 그냥 우리 마눌을 안고 있는 것 같지 않고 무슨 나무토막을 안고 있는 것 같아서 어색할 뿐이야.”
“에헤. 그런데 남푠 늦었어.”
“늦기는 이 여자야. 아니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곳에 지원을 해? 응? 당신 찾느라고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아?”
“우웅. 미안.”
“이게 미한하다고 될 일이야?”
“하지마안, 제5 데블 플레인이 한 곳이 아닐 거라곤 생각을 못했어. 난 그냥 남푠이 보고 싶고 걱정이 되어서….”
그걸 내가 모를까. 이 여자 그냥 그런 마음으로 무턱대고 몸을 던진 거다.
“내가, 우리 포포니 못 찾으면 어쩌나 싶어서 얼마나 마음을 조렸는지 알아? 응? 어디 봐. 다친 곳은 없는 거지?”
“웅. 나 괜찮아. 별로 힘들지 않았어. 그냥 열심히 싸우면서 남편 기다리고 있었어.”
“그래. 그래. 어디보자.”
뭘 자세히 보고 싶어도 헬맷을 벗은 머리 빼고 나머지는 온통 두꺼운 금속으로 만들어진 갑옷 차림이어서 살펴볼 수가 없다.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홀딱 벗겨 봐야 마음이 놓일 텐데.
“누구래?”
“남편인 모양이야.”
“대장 찾아서 여기까지 온 거래?”
“대장이 그랬잖아. 남편이 찾아 올 거라고. 그 남편인 모양이지.”
“그런데 자랑한 것 만큼 대단해 보이진 않는데?”
“너 그러다가 대장한테 죽도록 맞는다. 대장이 다른 건 몰라도 남편 욕하는 건 못참는 거 몰라?”
“아니, 그냥 딱 봐도 그렇게 강해 보이지 않아서 하는 말이지.”
부부 상봉 중에 한 둘씩 나타나기 시작한 헌터들이 이젠 열 명 가까지 모여서 우릴 놓고 입방아를 찧기 시작한다.
“우쒸 저것들이?”
“마누라 부하들이야? 대장이라고 부른 것 같은데?”
“우웅. 정찰대라고 하는 부대에서 내가 데리고 다니는 헌터들. 실력은 고만고만 한데 그래도 마스터도 몇 있고 나머진 마스터에 가까워.”
“이곳 실력으론 제법이네?”
“웅, 그래도 아직 멀었어. 거기다가 정신 능력자는 하나도 없어서 그게 문제지.”
“정신 능력자는 왜 없는데?”
“있긴 하지. 그런데 그 능력을 제대로 키울 방법이 없는 거야. 여긴 헌터 기술을 파는 상점 같은 건 하나도 없으니까 말이야. 얼마 전까지는 그래도 기술을 담은 석판을 코어로 교환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것도 안 되나봐.”
“그거야 우리 쪽에서 막았잖아. 제1 데블 플레인의 후쿠드족 어머니들이 만드는데 그걸 우리가 가로챘으니까 말이야.”
“우웅. 그래서 여기도 보급품에서 그게 빠진 거지. 하지만 그 전부터도 그건 굉장히 비싸서 거의 구입을 못했던 모양이야. 더구나 정신 능력자의 기술들은 육체 능력자들에 비해서 더 비싸서 거의 구매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거고.”
“그래서 모두들 육체 능력자들만 모여 있는 거군.”
“정신 능력자도 있긴 하지만 하급 부대에 몰려 있어. 아까운 능력을 썩히고 있는 거지.”
“그거야 나중에 어떻게 구제를 하기로 하고. 어디 봐, 우리 마눌 얼굴 한 번 자세히 보자.”
나는 포포니의 얼굴을 양손으로 받치고 커다란 눈과 오똑한 콧날, 거기에 작고 예쁜 입술을 보다가 한 입에 포포니의 입술을 삼켜 버렸다.
“우읍.”
뭐 잠깐 움찔 했지만 포포니도 내 어깨를 감싸며 깊은 키스에 호응을 해 준다. 얼마만에 내 아내 포포니를 느끼는 것인지,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다.
“뭐냐? 저건?”
“젠장, 나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가족들이 보고 싶어.”
“흐흑. 그러니까. 이 빌어먹을 모성 놈들은 우릴 여기에 가둬 두고!!”
“어어엉. 아이들이 보고 싶어. 모성 놈들, 우리 가족들에게 준다는 텔론도 제대로 안 줬다더만.”
“죽었다고 통보를 한다잖아. 짧으면 몇 개월에거 길면 몇 년 안에 그런 통보가 간다고 하덕군. 내 고향에서 온 사람에게 분명히 들었지.”
“우리 아이들하고 부모님이 그 소식 듣고 얼마나 슬퍼하셨을까. 내 이 놈의 모성 놈들을 언젠가는 가만두지 않을 테다.”
“진정해. 그래도 대장 남편은 정말 대단하다. 아내를 찾아서 여기까지 오다니 말이야. 듣자니까 제5 데블 플레인이라고 하는 곳이 한 곳이 아니라던데…”
“잠깐, 그럼 저 남편이란 사람은 다른 곳에 배치가 되었다가 탈출해서 다시 대장을 찾아왔다는 말 아냐?”
“어? 듣고 보니 그러네? 그런 저 사람은 여기서도 나갈 방법이 있다는 걸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우리 대장이 여기 온 것이 다섯 달이 조금 안 되는데 그 사이에 다른 곳에 갔다가 여기까지 다시 왔다면 몇 달이면 탈출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말이잖아.”
“에이, 그게 아니잖아. 그냥 대장 찾아서 지원을 했는데 한 방에 여기가 얻어 걸린 걸 수도…”
퍽!!
“에구! 왜 때려?”
“넌 뭘 들은 거야? 대장이 남편 찾아서 지원을 했는데 여기엔 남편이 없었다잖아. 그런데 그 남편이 여길 나타났다면 다른 제5 데블 플레인에서 벗어나서 여기에 왔다는 소리니까 뭔가 방법이 있다는 거지. 넌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
“아! 그렇구나. 흐흑. 그럼 우리 여길 나갈 수 있는 걸까?”
우아, 저 빌어먹을 놈들. 우리 지금 찐하게 키스하고 있는 중이거든? 응? 진짜 간만에 느끼는 건데 그렇게 초를 쳐야겠냐? 아우, 저것들을 그냥!!
“남펴언. 신경쓰지 말고 집중해 줘. 응?”
“아, 그, 그래.”
아, 이 여자야. 여기서 깨물지마. 큰 일 난다고. 큰 일!!
“아아악!!”
깨, 깨물었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