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29
화
이거 상황이 아주 우습게 돌아간다.
제5 데블 플레인에 파견한 헌터와 일개미를 구하는 문제에 대해서 그곳에 간 사람들이 실종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툴틱을 통해서 슬쩍 흘려 봤다.
그런데 그에 대한 반박이 아주 거세게 올라온다. 그러면서 제5 데블 플레인의 상황이나 그곳에서 생활하는 헌터와 일개미 선주민들의 생활상이 활발하게 올라오고, 거기에 더해서 그곳에서 근무를 하다가 계약 기간을 채운 후에 퇴직을 한 일개미들이나 은퇴한 헌터들의 이야기가 툴틱을 점령했다.
우와 대단한 언론 플레이다.
하지만 이쪽도 만만찮다. 아는 사람들 중에서 몇몇이 제5 데블 플레인에 지원해서 갔는데 실제로 툴틱으로 연락도 되지 않고, 또 실제 제5 데블 플레인에서 일하고 있다는 일개미들이나 헌터들에게 지인의 현 상황을 알려 달라는 의뢰를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그들이 제5 데블 플레인에 온 적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니까 실종자들이 실제로 많이 있다는 것을 증언하는 목소리가 적잖다는 말이다.
뭐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올리는 이야기들은 순식간에 다른 이야기에 묻혀서 이슈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얼렁뚱땅 지워지고 사라진다. 거기다가 더 심한 문제는 이후에 그런 내용을 툴틱에 올린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압력이 가해진다는 것이다. 내가 세뇌한 하수인들이 내 뜻에 따라서 일을 하다가 경고를 받거나 실종이 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었다.
실종이란 다른 말로 사망과 동일한 말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다. 그나마 그런 일을 시킨 하수인들은 내가 보기에도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망종들을 이용한 거라서 별로 미안하거나 죄책감이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다.
“교역 행성은 굉장한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형님.”
“공단이 완성되었다며?”
“그렇습니다. 다른 데블 플레인에서 필요한 여러 물품들을 생산할 공단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단을 운용하는 것이 이쪽 사람들이라서 앞으로 여러 상품의 수급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모성 놈들이 은근히 공산품으로 고삐를 쥐려는 시도는 다시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에테르가 넘치는 데블 플레인에 세울 수 없는 생산 공장을 교역 행성에 건설한 것에 대한 이야기다. 텀덤은 교역 행성의 지배자나 마찬가지 위치에 있다.
“그거 다행이네. 그건 그렇고 텀덤.”
“넵. 형님.”
“모성으로 듀풀렉 포인터를 넣을 구멍은 아직도 찾지 못했어?”
“아, 그게… 솔직히 전수 검사라는 벽을 넘기 어렵습니다.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퇴짜를 놓는다고 들었습니다. 예외 조항 같은 건 하나도 없는 모양입니다. 거기다가 모성으로 들어가는 것은 코어 이외에는 없습니다. 사실 코어 이외에 필요한 것들이 많이 있을 텐데도 코어만 포착이 되는 것이 이상합니다만.”
“그렇지. 모성이 소비 행성이란 건 나도 아는 건데, 그들이 사용하는 소비재들이 들어가는 구멍을 찾을 수가 없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오직 코어만 수입을 해 가고, 다른 것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어딘가에 몬스터 전선처럼 모성만을 위한 생산 기지들이 있을 테지.”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거 곤란한데? 어떻게든 모성에 직접 간섭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말이지.”
“다른 방법을 찾고 있으니 조금 느긋하게 기다려 보시죠. 그건 그렇고 제7 데블 플레인의 섬사람들 말입니다.”
“응? 거긴 왜?”
“깝딴 33명과 에스폴 30명, 헌터 디버퍼 20명이 지원을 해서 근원이란 곳을 공략하기로 했답니다.”
“뭐?”
미친 거 아냐? 거기 그 놈의 공격은 한 방이면 훅 가는 공격인데, 그걸 막을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공략을 피하기로 했던 거 아니었어?
“제3 데블 플레인의 대전사들이 나서서 깝딴과 에스폴, 디버퍼 등을 보호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막을 수 있기는 하고?”
“네 명이 힘을 모으면 방어가 가능하단 결론이 나왔답니다. 그러니까 그랜드 마스터 넷이 보호막을 치고 그 뒤에 깝딴드과 에스폴, 헌터 서너 명이 배치되는 겁니다. 그리고 괴수의 공격은 일단 한 번은 방어를 하고 방어 후에는 곧바로 뒤로 빠져서 회복을 한 후에 다시 공략에 참가하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하는 공략 방법입니다. 물론 섬사람들은 죽음을 피하지 않고 공략에 나선답니다.”
“얼만 많이 죽을지 모를 일인데 그걸 또 한다고?”
“그들은 죽어서 물로 가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종족입니다. 더구나 아직도 자신들이 너무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수명 이상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으니 근원이란 곳에 대한 공략 의지가 꺾이지 않는 겁니다. 우리 도움이 없어도 공략은 시작될 거라고 했습니다.”
“워터가 그랬어?”
“이번에는 워터도 반드시 물로 돌아갈 거라고 벼르고 있답니다. 뭐 자살을 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죽는 것을 겁내진 않겠다고 각오가 대단하다죠.”
텀덤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그것 참, 그 종족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종족이라니까. 그래도 이쪽 제3 데블 플레인으로 알을 옮겨서 깨어난 섬사람들은 조금 성향이 다르다니 다행이다. 뭐 물의 차이가 섬사람들의 차이를 만들었다는 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자살 지망자는 아닌 것 같으니 다행이지.
“아, 그리고 까흐제 그 양반이 듀풀렉 포인터를 하나 가지고 갔습니다.”
“엥? 그건 또 왜?”
“제9 데블 플레인에 가져다 둔답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네요. 데블 플레인 중에서 자신이 갈 수 있는 곳은 그곳이 마지막이라고요. 그리고 그거 가져다 둔 후에는 타모얀 대지의 종족의 일원으로 인정받게 해 달랍니다. 손님이 아니라 대지의 일족으로 인정받고 함께 지내고 싶답니다.”
“휴우, 그 사람도 참 괴인은 괴인이야. 그랜드 마스터면 스스로 알아서 길을 찾을 때가 지나지 않았나? 아직도 호승심을 감추지 못하니 원.”
까흐제에 대해선 참 뭐라고 해야 할지, 애증이 교차한다.
사실 그 사람은 강해지고 싶다는 한 가지 열망으로 사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게 조금 이기적인 면모를 강하게 지니고 있어서 문제다. 그게 에테르의 영향으로 살짝 맛이 간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경쟁자가 있으면 어떻게든 제거를 하려고 드는 것도 그렇고, 또 자신보다 강자라고 인정한 사람에겐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렇다. 그게 참 묘한 일인데 처음에 강자라고 인정을 하고 나면 그냥 고개를 숙인다. 대신에 경쟁자라고 생각하면 그가 자신보다 강하더라도 숙이지 않고 부딪히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까 까흐제에겐 경쟁자,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 하찮아서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사람, 배울 것이 있는 강자 정도로 사람들이 구별된다고 할까? 그 중에 경쟁자와 경쟁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해코지를 해야 할 사람인 거다.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니 까흐제가 사람들의 따돌림을 받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나는 까흐제에게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서 막강한 경쟁자가 되었다. 아직도 까흐제는 내가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면서도 제거해야 할 위험한 존재 정도로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선주민 강자들과 선을 대어 줄 수 있는 내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참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그런데 형님.”
텀덤의 목소리가 은근하게 낮아진다. 뭔가 중요한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뭔데?”
“까흐제 그 양반, 아무래도 플레인 게이트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데블 플레인을 오고 가는 모양입니다.”
“뭣? 뭐라고?”
이건 또 무슨 하늘 무너질 소리야?
“또 다른 형태의 성간-게이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걸 알고 있는 이들이 까흐제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다른 헌터 그랜드 마스터들 중에서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자, 자세히 이야기를 좀 해 봐. 그게 무슨 말이야? 성간-게이트라니, 플레인 게이트도 아니고, 우리가 사용하는 게이트도 아닌데 그런 것이 있단 말이야?”
“거의 확실합니다.”
뭐가 이러냐? 세상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