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31
화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겠네요. 하지만 던전의 몬스터보다 더 위험한 것은 던전 헌터들이죠.”
“던전 헌터요?”
“던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가요? 그런 던전들은 실제로 다른 행성에서 에테르를 끌어 들이는 통로와 같아요. 이곳에서 아무리 정화 의식을 한다고 해도 그런 던전들이 많으면 정화 의식의 효과가 떨어지게 되죠. 그러니 그런 던전은 발견 즉시 파기해야 해요. 그래서 선주민이나 헌터들 중에서 그런 사실을 알아차린 이들은 그 던전을 공략해서 파괴하는데 힘을 쏟기도 해요. 그런 이들을 던전 헌터라고 해요.”
“그렇군요. 그들이 고다비님이 이용하는 던전을 파괴하면 고다비님은 이동 통로가 없이 갇히게 되겠군요.”
“맞아요. 그래서 잘못하다간 오도가도 못하는 미아 신세가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위험하다는 거죠. 그리고 이곳에서 일종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던전에 대한 권리를 준 이유도 거기에 있어요. 만약 그 던전을 다른 사람이 공략하다간 정말 서로 죽자고 싸우는 방법 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그나마 이곳 제3 데블 플레인 같은 경우엔 어느 정도 양해를 하고 던전을 관리하고 있었어요. 뭐 이젠 그것도 끝인 것 같지만요.”
“끝이라니요?”
“던전을 없애고, 성간-게이트를 설치하면 되니까요. 이젠 던전을 정리해야죠.”
“아, 그렇군요.”
“그래서 던전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드리는 조건이 그거예요. 그 성간-게이트의 관리권을 제게 주세요.”
“그러니까 이번에 고다비님이 알려주는 던전을 통해서 이동하는 곳과 이곳 사이에 성간-게이트를 설치하고 그 관리 권한을 고다비님께 달라는 소리군요?”
“비슷해요.”
“성간-게이트가 몇 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하는 모양이죠? 그 행성에 또 다른 성간-게이트를 설치할 수도 있어요.”
“그럴 건가요?”
“만약을 위해서 숨겨진 게이트를 만들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괜찮아요. 그 정도는. 제가 원하는 것은 제9 데블 플레인으로 통하는 성간-게이트고 그걸 제가 관리할 수 있으면 되요. 그럼 이후에 제9 데블 플레인에서 가장 발달하는 도시를 제가 가지게 되겠죠. 그게 제가 원하는 거예요.”
성간-게이트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이번에 제9 데블 플레인에 만들어질 성간-게이트를 고다비가 가지겠다는 것은 꽤나 큰 이권을 가지겠다는 소리다.
“거기도 듀풀렉 게이트가 설치되어야 할 텐데요? 그게 안 되면 그다지 큰 이득은 없을 것 같은데요?”
뒤에 따라오던 텀덤이 한 마디를 던진다.
“그리고 이번에 까흐제 그 양반이 제9 데블 플레인에 간다고 한 것 같은데 그 양반이 거기에다가 듀풀렉 포인터를 설치하면 고다비님의 패가 약해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만.”
오호? 텀덤? 제법 날카로운데?
“그건 아니죠. 제가 세이커님께 드릴 정보는 던전을 통해서 다른 행성으로 가는 방법이지 제9 데블 플레인으로 가는 방법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제가 이번에 가는 곳은 제6 데블 플레인이지 제9 데블 플레인이 아니에요. 제9 데블 플레인 거긴 던전을 교환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넘겨줬던 곳이죠. 물론 그래도 이용권한은 있지만 까흐제 그 사람이 듀풀렉 포인터를 가지고 간다니 저는 얼음 던전에서 시범을 보일 생각이에요.”
이거 텀덤이 한 방 맞았는데, 뭐 나도 그런 셈이고.
“어쨌건 정보를 주는 대가로 제9 데블 플레인에 만들 성간-게이트의 관리권을 달라는 이야긴데 그 권한은 정확하게 어떤 권한을 이야기하는 겁니까?”
“게이트 온, 오프 권한이요.”
“그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그 게이트가 있는 주변 일정 영역에 대한 권한을 드리죠. 다시 말해서 도시에 대한 권리를 주겠다는 말입니다. 일정 범위에 대한 권리를 가질 수 있으니 도시가 세워지면 거기에서 세금을 걷거나 혹은 토지 이용료를 받거나 그것도 아니면 적당한 통행료를 받아도 되겠지요. 물론 그게 과하게 되면 결국 도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될 테고 그건 고다비님의 손해로 이어질 테니 알아서 하실 일이죠. 물론 또 다른 곳에 성간-게이트가 열릴 가능성도 잊지 않으셔야 하고 말입니다.”
너무 큰 욕심을 부리면 곤란하지. 더구나 던전의 통로를 작동시키는 방법을 고다비 당신만 알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지금 내가 당신에게 우호적인 이유는 당신이 내게 호의를 보이기 때문이란 말이지. 그런데 그 호의를 넘어서는 불쾌감을 내게 주면 우리 사이는 비틀리게 되는 거란 말이지.
“좋아요. 솔직히 게이트 자체를 얻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대신에 성간-게이트가 열리는 부유지는 제 소유로 하겠어요.”
“그렇게 하죠. 단 그 부유지의 크기를 보고 최종 확답을 하겠습니다.”
부유지란 제9 데블 플레인에서 허공을 떠다니는 땅들을 이르는 명칭이다. 크기도 제각각이니 그냥 주겠다는 말을 쉽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너무 크지 않은 곳에 세워주길 저도 바래요. 넓으면 관리하기 어려우니까요.”
“좋습니다. 거래 성립입니다.”
나는 까탈을 부리지 않고 시원하게 고다비의 바람을 들어주었다. 고다비는 내가 내미는 손을 잡으면서 활짝 웃었다. 이로서 고다비는 제9 데블 플레인에서 유력 인사가 될 발판을 마련했다.
예전엔 얼음 던전까지 가려면 꽤나 시간이 오래 걸렸었다. 그 길을 나와 포포니 텀덤, 마샤가 뚜벅뚜벅 걸어서 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곳과 가장 가까운 타모얀 마을로 게이트 이동을 한 후에 다시 부유선을 타고 가는 방법으로 하룻만에 얼음던전까지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우와, 여기 다시 오니까 좋다.”
포포니는 오랜만의 나들이에 들뜬 모습이다. 하긴 그 동안 우리 부부가 많이 떨어져 지내긴 했지.
“변한 건 없어 보입니다. 형님.”
“여긴 바람과 얼음 뿐인 곳이에요. 변화가 별로 없는 곳이죠.”
고다비가 텀덤의 말을 받았다.
“자, 이리로 와요. 지름길로 가죠.”
고바디가 안내를 시작했다.
“남편, 제6 데블 플레인엔 가 봤지않아?”
포포니가 내 옆구리를 파고들면서 묻는다. 이전보다 훨씬 더 자주 안겨오는 포포니다. 확실히 오래 떨어져 있었던 것이 문제는 문제였던 모양이다.
“음. 이야기만 들었지 가 본 적은 없어. 데블 플레인들 중에서도 거의 버림받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모성에서도 플레인 게이트를 열어 두고도 별로 활용을 하지 않는 곳이라더군.”
“왜에?” “거건 너무 추워서 그래요. 가 보면 알겠지만 그곳은 혹한의 지옥과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몬스터들은 그런 환경에 잘 적응을 하는데 다른 생명체들은 적응을 하지 못한다는 거죠. 그래서 몬스터들이 거의 저항을 받지 않고 행성을 점령한 곳이에요.”
“우웅. 몬스터들도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행성에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아닌가요?”
포포니가 이상하단 표정으로 고다비에게 묻는다.
“맞아요. 그런데 제6 데블 플레인은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곳이 아니라 살기 어려운 곳일 뿐이죠. 그런 곳에선 오히려 몬스터들이 더 빨리 적응해서 번성하는 것 같아요. 거기다가 제6 데블 플레인엔 불행하게도 인류가 거의 없어요.”
“거의란 말은 있긴 하단 겁니까?”
내가 고다비에게 물었다.
“아니요. 있었는데 멸종을 했다는 말이 맞을 거예요. 거의 없다는 건 혹시나 하는 가능성을 두고 하는 말이지만 그 가능성은 거의 없는 거나 같아요. 거기 사는 선주민들은 수가 별로 되지도 않고 또 특이한 능력도 없어요. 그래서 너무 쉽게 살해당했죠.”
“그렇군요. 그럼 그들의 문명 수준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제6 데블 플레인의 선주민들은 아주 간신히 인류라는 범주에 들어올 정도의 수준이에요. 도구를 사용하고 간단한 언어를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는 정도. 도구도 돌과 나무, 넝쿨을 이용하는 정도죠.”
“원시인 정도라는 말이군요.”
“뭐 그렇죠.”
“형님. 그만 떠들고 이것들 좀 처리해 주십시오. 잔뜩 몰리지 않습니까?”
앞에서 텀덤의 하소연이 들린다. 앞장서서 몬스터들을 막고 있는데 우린 한가하게 이야기나 하고 있으니 심통이 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