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32
화
“일단 정리하자 남편.”
“그래.”
“저도 돕죠.”
“아니야. 남편은 여기 있어. 저것들 보지도 마. 눈 감아!!”
하아, 역시 우리 포포니 변한 것이 없다.
솔직히 이곳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인간형이고 또 아름다운 여자들이다. 거기다가 입고 있는 옷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아슬아슬 아찔아찔한 옷이니 눈이 호강을 하는 곳이 이곳인 거다. 뭐 남자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걸 포포니가 두고 볼 사람이 아닌 것이 문제다. 봐라 지금도 나한테 눈을 감으라고 으름장을 놓고는 냅다 달려 나가서 거미 여자들을 순식간에 쓸어버리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물론 내가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디버프를 확실하게 걸어주고 있기 때문에 저렇게 학살이 가능한 거다. 안 그럼 아무리 그랜드 마스터라도 저 정도로 학살을 할 수 있는 몬스터들이 아니지. 최하 남색 등급의 몬스터들인데 말이다.
어쨌거나 우리 쪽은 텀덤 포함 그랜드 마스터만 넷이다. 상대가 되지 않는다.
물론 던전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서 남색과 보라색에 걸친 등급의 몬스터들이 나오기도 하고, 또 물량공세로 한꺼번에 수십 마리가 몰려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우리의 발길을 잡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 정도면 고다비님 혼자서 해결할 수준은 아니지 않습니까?”
한창 전진을 하다가 문든 그런 생각이 들어서 물어봤다.
“호호홋. 그야 그렇죠. 그래서 어떤 때에는 이것들을 몰아서 한쪽 구석까지 끌고 간 다음에 따돌리는 방법을 쓰기도 해요. 뭐 그게 아니면 저것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숨어서 살금살금 지나가는 방법도 있죠.”
하긴 은신 능력이 있으면 가능한 일이긴 하겠다. 솔직히 던전이 깊어지면서 나도 혼자서는 조금 버겁겠다는 생각이 드는 수준이 되고 있다. 남색 등급이라면 어떻게든 해결을 할 수 있겠는데 그보다 등급이 높은 것이 대 여섯 마리 정도 나오고, 그걸 상대하는 동안에 또 다른 몬스터들이 몰리게 되면 정말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러니 위험을 감수하기 보다는 그냥 은신이나 은폐 능력을 사용해서 숨어 드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그리고 우린 지금 지름길로 가는 거거든요? 길을 돌아가면 조금 더 편한 길도 있어요.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고다비가 그렇게 첨언을 한다. 하긴 그렇지 않았으면 아무리 고다비라도 이런 곳을 쉽게 드나들긴 어려웠겠지.
“이곳이에요.”
“여기가 던전 코어가 있는 곳입니까?”
나는 고다비가 가리키는 작은 통로를 앞두고 물었다.
“아니요. 던전 코어를 지닌 몬스터는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요. 음, 지금 이정도 전력이면 공략이 가능할 것 같지만 위험할 수도 있을 정도의 전력이 그곳을 지키고 있죠.”
“우웅. 이런 곳의 던전 코어면 우웅, 굉장할 것 같아. 남편. 혹시 괴수 수준 아닐까?”
“형수님 그 정도는 아닐 겁니다. 보라색 등급의 부족 코어도 괴수 수준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우웅, 그럴까? 한 번 보고 싶은데?”
“포포니, 너 지금 여기 던전을 없애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응?”
난 우리 마눌의 속이 훤히 보이는 것 같다. 마눌은 헐벗은 여자들이 등장하는 던전 자체가 싫은 거다.
“호호홋, 그거야 나중에 알아서 하고 일단 설명을 들어요. 여기 이 통로는 평상시엔 그냥 던전의 평범한 통로예요. 하지만 이곳이 때론 다른 행성으로 통하는 게이트가 되곤 하죠.”
나는 고다비의 설명을 들으며 통로의 입구부터 안쪽까지 두루 살폈다. 그러다가 조금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이건 숨겨진 그림이 있는 것 같군요.”
“형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자세히 보면 묘한 무늬가 있습니다.”
“우웅. 몬스터 패턴하고 같은 거 같아. 몬스터 패턴이 바닥이고 벽이고 천정이고 할 것 없이 빼곡하게 있어.”
“역시 한눈에 알아보시는군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운 건데 말이죠.”
“고다비님이 이곳이 특별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알 수 없었을 겁니다. 거의 표시가 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말 그대로다. 돌로 된 통로에 묘한 패턴이 숨겨져 있는데 그게 돌이 지닌 특유의 색깔 변화로 보이게 만들어져 있다. 아니 그냥 딱 봐선 일반적인 통로다. 오히려 우리가 그 속에서 패턴을 찾아 내는 것이 억지로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고다비가 눈가에 가득 장난기를 품고 묻는다. 우리가 비밀을 알아차릴 수 있을지 어떨지 가늠해 보는 것이 재미가 있는 모양이다.
뭐 나도 그런 도전을 피할 생각은 없고 포포니도 의욕적으로 던전의 게이트를 여는 방법을 찾으려고 눈에 광채가 난다. 텀덤이야 별 관심 없는 듯 보이지만.
몇 번을 벽과 바닥 천장을 살피던 나는 어느 순간 패턴의 전체적인 모습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 패턴이 과거 보았던 가장 복잡한 괴수들의 패턴에 비등할 정도로 복잡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엄청난 규모에 또 엄청나게 복잡한 모양의 패턴이다.
자, 그럼 이젠 당연히 패턴의 중심을 찾아야겠지? 몬스터 패턴이건 마법진이건 에너지의 흐름을 이끄는 중심이 있기 마련이고 그곳이 약점이 되기도 하고 또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되기도 한다.
“우웅. 남편. 보여?”
“뭐가?”
“패턴이 있는데 패턴의 중심이 없어. 우웅. 이상해.”
역시 포포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포포니의 말에 고다비의 눈빛이 더욱 빛을 낸다. 흥미 진진한 표정이 역력하다.
이거 여기서 고다비에게 물어 보는 것도 자존심이 상당히 상할 것 같다. 쓸모없는 자존심 대결이 되겠지만 일단 걸렸으면 자존심을 지켜야 하지 않겠나.
“흐음.”
“왜요? 뭔가 알 것 같아요?”
고다비가 나를 뚫어져라 관찰하고 있다가 대뜸 물어 온다. 눈치가 굉장히 빠른 여자다. 고다비의 물음에 포포니와 텀덤의 시선도 내게 집중되었다.
“어느 정도 알 것 같기도 한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군요.”
나는 정말 놀라고 있다.
눈앞에 있는 통로는 가로세로 2미터 남짓의 사각 단면의 공간이 15미터 정도 이어지는 모습의 단순한 구조다. 그 양쪽 입구는 열려 있으니 결국 긴 쪽이 15미터 짧은 쪽이 2미터인 사각형 평면 넷이 모여서 바닥과 벽, 천정을 이룬 구조일 뿐인 거다. 그런데 그 네 개의 면에 숨겨진 어떤 패턴이 공간을 열어서 먼 곳의 행성으로 통하는 게이트를 만들어 내는 거다.
다시 봐도 저건 마법진과 매우 유사하다. 물론 그럼에도 내가 알고 있는 마법진과는 전혀 다르다. 두 체계는 전혀 접점이 없으면서 묘하게 닮아 있어서 나를 당황스럽게 하다.
아, 그건 그거고 지금 내가 놀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이 보이는 이 텅 빈 통로에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패턴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건 입체 평면 마법진이 아니라 입체 공간 마법진인 거다. 텅 비어 있는 듯이 보이는 빈 공간에도 패턴이 숨어 있고 그것이 사면의 평면에 있는 패턴들과 연관을 맺는다.
내가 일곱 고리를 완성하고 입체 공간 마법진을 다루었던 경험이 없었다면 절대로 알아보지 못했을 그런 엄청난 수준의 비의가 여기 펼쳐져 있다.
하아, 그럼에도 나는 이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겨우 찾을 수 있는 것이 이 패턴의 핵이 어딘지 알아낸 것이 고작이다. 그리고 그 핵에 에너지를 가하면 게이트가 열릴 것이란 사실까지가 내 한계다.
“저기군.”
나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서 통로의 입구 바로 앞에 섰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코어 하나를 꺼내서 허공에 내밀었다.
“뭐하는 거야 남편?”
포포니는 내가 뭔 짓을 하는지 모르겠단 표정이고, 텀덤도 포포니와 다를 것이 없다. 다만 고다비는 엄청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어떻게 내가 그 비밀을 알아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여기가 게이트를 열 수 있는 핵심이야. 그리고 여기에서 이 코어의 에테르가 흐르기 시작하면….”
내가 말을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내가 허공에 들고 있던 코어에서부터 에테르가 거친 흐름으로 흘러 나와서 빈 공간에 검푸른 색의 기묘한 무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늬는 마치 덩굴 식물이 빠르게 자라는 것처럼 자라나서 통로의 벽이나 바닥이나 천정은 물론이고 텅 빈 공간까지 점령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모든 패턴들은 하나로 뭉쳐서 통로 중앙에 하나의 에테르 소용돌이를 만들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