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36
화
“형님. 선주민들은 에테르가 필요합니다. 오래 에테르에 노출된 된 행성일수록 그 행성에 사는 생명들은 에테르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데블 플레인의 선주민들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이고 말입니다.”
“그거야 그렇지.”
“그러니까 에테르는 적당히 있어야 하고, 그러자면 몬스터들도 역시 적당히 있어야 합니다. 다만 그것들 때문에 생존의 위협을 느낄 정도만 아니라면 된다는 겁니다. 그런 조절이 가능하다면 뭐 적당히 살려 둬도 문제는 아닐 겁니다. 우리 헌터들이 일반 던전이 발견되면 그걸 관리하면서 사냥을 한 것이나, 몬스터들의 영역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될 수 있으면 부족 코어를 건드리지 않았던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웅. 맞아. 맞아.”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차피 저도 에테르가 없는 곳에서 일반인보다 약간 나은 능력자일 뿐이죠. 그래서 저도 일반 행성으론 나가지 않아요. 어차피 에테르가 어느 정도 있는 곳에서만 살다 죽어야 할 운명이란 소리죠. 에테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가능해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 정신없네. 갑자기 이야기가 왜 이렇게 돌아가는 거야?
나는 손을 들어 올려서 세 사람의 말을 멈추게 하고는 등을 돌려 산 아래쪽으로 시선을 던지면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다.
에테르는 능력자들이나 선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물론 오랜 시간이 흐르는 사이에 몬스터들이 조금씩 정리가 되면 결국 에테르 농도가 낮아지다가 에테르가 사라지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금까지 몬스터들이 행성을 점령해 온 것만큼이나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면서 행성의 생명들은 에테르가 줄어드는 것에 적응을 하겠지.
뭐 솔직히 지금 그런 고민을 하는 것도 우습다. 내가 죽을 때까지도 데블 플레인 중에 어느 한 곳에서 몬스터를 완전히 몰아내는 것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데 말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단지 저울의 무게추를 몬스터가 아닌 우리들 쪽으로 옮기는 것 뿐이다. 지금까지는 계속 우리들이 밀리고 있었지만 요즈음 여러 데블 플레인이 연계를 하면서 조금씩 몬스터에게 우위를 점하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그거면 된다. 결국 그 작은 우위가 몬스터들 몰아내는 전환점이 될 거라고 믿으니까 말이다.
“내가 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군. 내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잖아. 몬스터를 전멸시키거나 혹은 조금 남겨서 이용을 해 먹거나 하는 건 나중에 내 자식들이나 손자들이나 그도 아니면 후손들이 결정을 할 문제지. 지금 따질 문제가 아니라고.”
나는 한참 생각을 하다가 와락 몸을 돌려서 포포니와 텀덤, 고다비를 보며 목소리를 높여서 그렇게 말했다.
“에? 그런가?”
“하하. 맞습니다. 형님. 그게 하루 이틀에 될 문제가 아니죠. 넵. 아무렴요.”
“휴우, 갈 길이 먼데 너무 앞섰네요. 맞아요. 우리가 심각할 이유는 없는 문제인 것 같네요.”
“뭐 완전히 외면할 문제는 아니지만 심각할 이유도 없는 일이죠. 자, 그럼 어디 제6 데블 플레인을 한 번 돌아볼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부유선을 꺼냈다. 새로 만든 포포니윙이다. 어디 한 번 가 볼까?
제6 데블 플레인은 고다비의 말로는 거의 90% 이상이 에테르 생명체에게 점령당한 상황이란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행성 생명체들이 멸종을 당한 상태라고 봐야 한다는 소리다. 그나마 살아남은 생명체들은 지하로 숨어들어서 버티고 있는 중이지만 애초에 에테르를 정화할 방법이 없는 곳이라서 점차 에테르의 양이 늘어나면서 일반 생명체들은 급격하고 사라지는 추세라고 할까? 그런 상황인 것이다.
우리는 부유선을 타고 온통 눈과 얼음이 가득한 제6 데블 플레인을 몇 시간 동안 둘러보다가 적당한 곳에 부유선을 세우고 성간-게이트를 설치하기로 했다.
물론 그 과정은 고다비에게 보여줄 이유가 없으니 고다비는 먼저 제3 데블 플레인으로 보내버렸다. 고다비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개인 소유의 듀풀렉으로 데드존을 만드는 것이나 성간-게이트를 열 수 있다는 것에 무척 큰 호기심을 보였지만 그녀의 호기심을 채워줄 마음이 없는 나는 그냥 그녀를 하늘 분지로 보내버렸다.
그리고 제6 데블 플레인의 산기슭에 은폐 마법도구를 사용한 거점을 만들고 성간-게이트를 설치했다. 자주 사용할 곳이 아니어서 하루에 한 번만 짧은 시간 게이트가 열리도록 만들었지만 그걸 만들기 위해서 스스로 충전이 되는 화이트 코어가 필요했고 마침 던전에서 얻은 던전 코어가 있어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물론 우리 포포니는 코어를 내 놓는 것이 아까운 눈치였지만 어쩌겠는가 남편이 하는 일인데 도와야지.
“우웅. 여긴 나중에 다시 와야겠다.”
“여길? 왜?”
“아직 대지가 살아 있으니까 다시 와서 살려 줄 수 있으면 살려 줘야지. 남편도 약속했잖아. 데블 플레인에서 몬스터들 몰아낸다고.”
하아, 그런 약속을 하긴 했지. 그나마 전 우주에서 에테르 생명체를 박멸하자는 거에서 많이 양보한 수준이 그거였었지?
“그, 그랬지.”
“웅, 그러니까. 여기도 빨리 구해야 해. 괴물들을 몰아내고 균형을 잡아 줘야 해.”
그래. 우리 마누라 참 거창하시기도 하지. 혼자서 행성 하나를 구하시겠단다. 뭐 작은 마을이나 도시도 아니고, 대륙도 아니다. 행성 하나를 에테르 생명체에게서 구하시겠다고 의지를 세우고 계시니 이 남편은 참으로 답답할 따름일 뿐이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약속을 해 버렸는데.
“형님. 생각해 봤는데 말입니다.”
“응? 뭘?”
“당분간 부족 코어 사냥이나 좀 다녀야겠습니다.”
“응? 왜?”
“솔직히 그 동안 형님이 사용하신 코어들이 좀 많습니까? 물론 그걸 다른 데블 플레인의 선주민에게 받아서 쓰긴 했지만 요즘 들어서 그 쪽으로 나가는 듀풀렉이나 부유선의 수도 조금씩 줄고 있잖습니까. 그런데도 형님이 일반 행성 곳곳에 뿌리고 있는 코어의 수는 줄어들지를 않고 말입니다. 아직 코어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준비를 해야지요. 마침 고다비님 덕분에 좋은 방법도 생각이 났고 말입니다.”
“설마 그 방법이 부유선 타고 다니면서 부족 코어를 지닌 몬스터를 찾아서 데드존에 넣는 방법이냐?”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텀덤이 눈이 똥그랗게 뜬다.
“어떻게 알기는 어떻게 알아? 부유선 타고 여기 둘러 보는 동안에 네 눈빛이 그렇게 반짝반짝 거렸는데 그걸 짐작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하지.”
“하하하. 그렇습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아주 간단하더란 말입니다. 그냥 부유선 타고 가서 지상에 있는 녀석 발견하고 데드존으로 납치하면 끝이지 않습니까. 교역 행성을 관리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그렇게 사냥을 다녀야겠습니다. 하하하.”
“될 수 있으면 이쪽에서 해라. 다른 데블 플레인에서 하지 말고.”
“알고 있습니다. 형님. 부족 코어들을 그렇게 사냥하고 다니면 몬스터들의 영역 구분이 사라지고 몬스터들이 여기저기서 멋대로 나타나게 될 테니 사람들이 고생을 하겠죠.”
“그러니까 아예 이런 곳에서 사냥을 하란 말이다.”
“넵. 형님.”
저 녀석도 그 동안 서류 더미에 치이더니 쌓인 것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형님, 제7 데블 플레인에서 있을 지역 코어 사냥에는 정말 참가하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텀덤이 은근한 목소리로 묻는다. 함께 하자는 의미다. 옆에서 포포니는 살짝 눈썹을 모으고 텀덤을 쳐다본다. 위험한 일에 나를 끌어들이려는 텀덤에게 보내는 경고다.
“제5 데블 플레인하고 몬스터 전선을 조금 더 파악해야 하니까 그 쪽에 신경을 써야지. 그리고 제9 데블 플레인도 둘러 봐야 하고 말이야. 그 근원이란 곳을 공략하는 것이 큰 일이긴 하지만 행성 단위의 문제는 아니잖아. 그래도 보고 시간이 허락하면 가 보긴 할 생각이야. 전력에 포함해 달라곤 하지 않겠지만 관전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여차하면 함께 거들어서 힘을 보테는 것도 생각을 해 보고.”
“하하하. 역시 형님이십니다.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텀덤은 내가 그 사냥에 빠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는지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환호한다.
“남편.”
물론 포포니는 조금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내 팔을 껴안아 오지만 나는 그런 포포니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뿐, 이미 한 말을 되돌릴 생각은 없다.
“우우. 나도 갈 거야. 남편하고 같이.”
결국은 포포니도 포기하고 대신에 함께 간다고 통보를 한다. 나는 여전히 포포니를 쓰담쓰담해 준다. 어차피 내가 가는데 포포니가 빠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위험하다고 포포니를 뺀다면 나도 갈 수가 없을 거다. 그리고 솔직히 모성에서 일개미가 되어 데블 플레인에 온 순간부터 내 삶이 언제 위험하지 않은 때가 있었던가?
지금까지 잘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