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38
화
“무척 높은 곳에 있고, 또 거대한 땅덩이군요.”
“딩동댕, 맞습니다. 역시 세이커님은 대단해요. 높고 또 크죠. 거기에 더해서 저것들은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또 일정한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움직여요. 마치 행성 주변을 빙빙 도는 위성 처럼요. 그래서 저것들의 위치를 계산하면 이곳의 날짜도 알 수 있고, 또 우리가 행성의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죠. 뭐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런 걸 일일이 공부할 생각은 없으니까 여기 이걸 쓰죠. 호호홋.”
고다비가 꺼낸 것은 툴틱이었다. 그리고 그 툴틱에 하늘의 모습을 비추자 곧바로 이곳의 날짜나 지금 우리들이 있는 위치가 나타났다.
“짜잔. 이런 겁니다. 이건 여기 제9 데블 플레인에 있는 헌터와 일개미들에게 꼭 필요한 거죠. 툴틱에 설정을 해 두면 요긴하게 쓸 수 있어요.”
그러면서 고다비는 나와 포포니에게 그 프로그램을 전송해 준다. 뭐 공짜니까 일단 받아 뒀다.
“흐응. 그럼 이제 가요. 아시는지 모르지만 이곳에도 플레인 게이트가 있어요. 모성과 연결되는 곳이죠. 당연히 헌터도 있고 일개미도 있고요.”
“하지만 제가 알기론 제9 데블 플레인에선 헌터나 일개미가 별로 세력을 떨치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나는 고다비에게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물었다.
“맞아요. 헌터도 일개미도 하늘을 날아다닐 재주가 없으니까 이곳에선 아무 힘도 쓰지 못하죠. 그래서 그들은 그냥 플레인 게이트가 있는 곳에서 도시 하나를 건설하고 이곳 선주민들과 거래를 하면서 도시를 지키는 정도로 살고 있어요. 그래도 그곳이 제법 번화한 곳이니까 그곳으로 가자는 거죠. 모두를 만날 수 있는 곳이 거기니까요. 헌터, 일개미, 선주민, 몬스터까지 모두를요.”
“우웅. 전에는 거길 어떻게 갔지? 날아갔을까? 처음에는 날지 못했을 텐데?”
포포니가 고다비에게 묻는 말이다.
“호호홋, 에이, 처음부터 던전을 통해서 이곳으로 온 것이 아니었죠. 그 때는 플레인 게이트를 통해서 데블 플레인 간의 이동이 제법 자유로웠거든요. 그래서 뭐 여기 와서 어쩌다보니 우여곡절 끝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능력을 배운 거죠. 그래봐야 초보적인 수준을 겨우 벗어난 정도지만요. 그래서 저기 보이는 저런 부유지들을 계단 삼아서 밟고 오르면서 원하는 곳으로 가는 거죠. 대부분의 이곳 선주민들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요.”
“선주민들이라고 모두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은 아닌 모양이군요.”
“맞아요. 세이커님. 그들 중에도 뛰어난 이들이 있고 아닌 이들이 있는 거죠. 거의 모두가 하늘을 날 수 있고, 부유지에서 떨어지더라도 죽지 않을 능력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행 능력의 차이는 분명히 있어요. 아참, 이걸 말씀 안 드렸네요. 이곳 선주민들은 비행 능력으로 계급을 나눠요. 호호홋.”
“웅?”
“뭐라고요?”
비행 능력으로 계급을 나눠? 그럼 나하고 포포니처럼 날지 못하는 경우는?
“그래서 이런 곳에 사는 이들은 최하급 신분이 되는 거고 저 위에 제일 높은 곳에 사는 이들이 고귀한 신분이 되는 거죠.”
고다비가 우리가 서 있는 땅과 하늘 쪽을 번갈아가며 손가락질하며 그렇게 말한다. 아니 그런 내용이 왜 툴틱에는 없냐고.
“그래서 계급에 따라서 차별이 심합니까? 툴틱엔 그런 이야긴 없는 것 같던데요?”
“솔직히 비행 능력이 전투 능력과 같으니까 당연히 무시당하고 뭐 그러는 거죠. 그리고 헌터나 일개미들이야 작은 부유지 하나 차지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고 또 거기선 계급 차별 같은 것이 별로 없어서 잘 알지도 못하는 거죠. 알아도 일개미나 헌터들하곤 상관 없다 싶으니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는 거구요.”
“헌터나 일개미들도 그럼….”
“당연히 천민 취급이죠. 호호홋. 뭐 그러다가 엉뚱하게 실력 있는 헌터에게 걸려서 박살나는 선주민도 있고 그래서 적어도 그쪽 도시에선 좀 덜 한 편인 거죠. 그렇지만 이곳 선주민들 사이에선 비행 능력이 곧 전투능력인 게 사실이어서 그런 의외의 일이 벌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죠. 아무튼 거기 플레인 게이트가 있는 부유지에서만 계급에 따른 차별이 없을 뿐, 어느 곳을 가더라도 계급은 확실하게 구별 되요.”
이건 좀 괴상한 동네에 온 것 같다.
신분이 나누어진 세상이라니 그것 참.
“그럼 가족 사이에도 비행 능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그건 어떻게 하는 겁니까?”
“어머, 거기까지 생각을 하셨어요? 그런데 어쩌죠? 여긴 가족이나 뭐 그런 개념이 별로 없는데요? 아, 모르시는구나. 여기 선주민은 난생이에요. 마을에서 공동으로 관리하는 부화장에서 태어나죠. 그 후에는 능력에 따라서 대우를 받아요.”
“나, 난생이요? 거기가다 공동 부화장이요?”
“이상한 곳이야 남편.” “음. 그 이야긴 좀 그렇긴 한데, 사실 저기 보이는 저 부유지들의 높이가 곧 계급의 차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사실 공동 부화장에서 태어나는 선주민들은 대부분 그 마을이 있는 부유지의 신분을 가지게 되는 거죠. 그 중에서 특별히 능력이 뛰어나면 위로 올라가고 또 능력이 떨어지면 아래로 내려가고 그렇게 되는데 열에 하나는 위로가고 열에 하나 혹은 둘은 아래로 가죠. 나머진 그 수준에 있는 거고요. 하지만 어느 정도는 그걸 이해해야 해요. 왜냐하면 위로 올라갈수록 몬스터들의 등급이 높아지니까요. 높은 등급의 몬스터와 싸우는 이들이 있고 또 그들의 희생이 있어서 아래쪽에 있는 이들이 그나마 편히 살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계급, 혹은 신분제에 대한 불만이 선주민들 사이에선 별로 없어요.”
아무래도 이상한 곳이다. 뭐 그래도 어떤 면에선 이해가 되기도 한다. 솔직히 계급을 나누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런 어떤 행성에서도 모두가 평등한가 물으면 그렇다는 대답을 하기 어렵지 않은가.
더구나 이곳은 수시로 몬스터와 맞서 싸우며 생존을 지켜야 하는 곳이니 그런 곳에서 위험한 곳에 머무는 이들을 대우하는 것이 잘못된 것도 아닐 것 같다. 뭐 그것도 나중에 알아보면 될 일이지.
“배도 있는 걸로 아는데 그건 어떤 겁니까?”
부유지에서 나오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배는 부유지와 비슷한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이곳 제9 데블 플레인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도구로 사용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있긴 하지만 좀 느려서 대형으로 만들어서 화물 운반 같은 용도로 쓰죠. 뭐 작으면 몬스터에게 금방 당해버리기도 하니까 엄청나게 크게 만들어서 그만큼 방어력을 높이는 거죠. 타는 사람들이 많아야 몬스터의 공격에 견딜 확률도 높아지고 그러는 거니까. 뭐 그건 나중에 봐요. 우린 어차피 세이커님이 만든 그거 타고 날아갈 거잖아요. 아, 맞다. 거기 은폐 능력을 이곳의 하늘배에 적용시키면 작고 날렵한 배들도 만들어서 쓸 수 있겠네요. 흐응. 괜찮을 것 같아요. 그걸로 거래도 하고 그러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일단은 우리도 하늘을 날아보자. 제대로 구경을 한 번 해 봐야지.
나는 포포니윙을 꺼내서 포포니를 태웠다.
“고다비님은 날아서 오시렵니까?”
“에? 싫어요. 부유선이 있는데 뭐하러 그래요? 더구나 혼자 날아다니다가 몬스터 만나면 싸워야 하잖아요. 피곤해서 싫어요. 부유선 타고 은폐해서 가면 얼마나 편한데요.”
뭐 그야 그렇다.
우리는 고다비의 안내를 받으면서 곧바로 이곳 주민들이 ‘시장’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향했다.
‘시장’은 플레인 게이트가 있는 부유지를 이곳 선주민들이 부르는 이름이란다. 말 그대로 여러 가지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소를 뜻하는 것인데 플레인 게이트를 통해서 들어오는 여러 물건들과 이곳의 특산품을 거래하는 곳이라서 붙은 이름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