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41
화
“저 놈이 왜 제게 적대감을 보이는 건지 아십니까?”
나는 트리무단에게 직접적으로 물었다.
“시기심입니다.”
“네?”
지금 나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시기심?
“세이커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 그게 질투가 나서 저러는 겁니다.”
이건 또 뭔 소리야? 아니 그게 말이 되나?
“하하하. 이곳 선주민들의 가치관과 우리들의 가치관이 많이 다르지요. 그래서 생긴 문제입니다. 저들 자고르 계급은 기본적으로 다른 모든 선주민들의 추앙을 받습니다. 그러니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또 우러름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지요. 그런데 이곳 시장에선 그게 좀 약하거든요. 별로 신경을 안 써주기도 하고, 또 같은 선주민들도 이곳 시장에선 적당히 모른 척 지나가고 그럽니다. 그런데 세이커님 일행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끌고 다니는 것을 봤으니 기분이 상한 거지요.”
“하아, 뭐 그런 황당한 이유가 있습니까. 그러니까 겨우 그런 이유로 내게 시비를 걸었단 겁니까?”
“우리에겐 별 문제 아니지만 저들에겐 무척 큰 문제지요. 같은 계급이라도 그 사람을 따르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서 또 대우가 다르니까 말입니다. 여기 선주민들은 서로 의견 다툼이 생길 때에 그걸 해결하는 방법으로 다수결을 할 때가 많습니다. 둘이 의견 다툼이 생기면 두 사람이 외치지요. 각자의 의견을 외치고 그를 지지하는 이들을 모으는 겁니다. 그 때에 어느 쪽으로 사람들이 많이 가느냐에 따라서 그 다툼의 승자가 결정이 됩니다. 그래서 때론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친 이가 승자가 될 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을 지지하는 대중이 많으면 말입니다. 그런 식이다 보니까 방금 그 자고르 계급의 선주민이 세이커님 일행의 모습에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지요. 별로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는 시장에서 기분이 상해 있는데 세이커님 일행 같은 상황을 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뭐 확실히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설명을 듣긴 했으니 알았다고 대답을 해 준다. 어쨌거나 아까 그 놈은 정말 찌질한 놈이었던 거다. 남을 질투하기나 하는 그런 놈이라는 소리니까.
에에에에에엥 엥엥엥엥 에에에엥.
이건 또 뭔 소리? 엄청 귀에 거슬리는 경고음 같은데?
“허어, 이런 하필이면 손님이 오셨는데 이런 일이 생겼군요.”
트리무단이 혀를 찬다.
“무슨 일입니까? 이 사이렌 소리는 뭐죠?”
내가 트리무단에게 묻는데 대답은 뒤에 있던 고다비가 한다.
“세이커님 이건 몬스터들의 공습이 있를 거란 경고 사이렌이에요.”
“경고?”
“멀리서 몬스터들이 다가오고 있다는 거죠. 그걸 감시하는 이들이 있거든요. 뭐 지금 연락을 하고 열심히 도망치고 있을 거예요. 선주민을 고용해서 그런 일을 맡겼거든요. 그 전에는 몬스터들이 시장 부유지에 가까이 올 때까지 모르고 있다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때도 있었다더군요. 그나마 선주민들과 교류를 하면서 이런 대응 방식이 생겼다죠.”
그런 건가?
“얼마나 있으면 도착합니까?”
“보통 5분 이내에 나타납니다. 이럴 때가 아니니 어디 안전한 곳으로….”
트리무단이 그렇게 말을 하다가 말꼬리를 흐리고 만다.
생각해보니 우리에게 피하란 소리를 하는 것도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우리 넷이 모두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있는데 그런 우리들에게 몬스터의 위험을 피해서 숨으란 말을 하는 것이 도리어 모욕을 주는 일 같았을 것이다.
“뭐 그냥 구경이나 하죠. 가 보십시오. 트리무단씨가 이곳의 관리자라면 몬스터가 나타났을 때에 할 일도 많을 텐데 말입니다.”
“아, 네. 뭐 그렇지요. 그럼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트리무단이 부지런히 수행원들과 함께 한쪽으로 달려간다. 우와 그러고 보니 저 인간이 데리고 온 사람들도 제법 수가 많았네? 한 서른 가까이 되는 것 같은데? 저 인간도 여기 관습에 물들어서 사람들 끌고 다니는 재미를 붙였나?
“남편, 어쩔 거야?”
“음. 울라가서 구경을 해 볼까? 포포니?”
“형님 그게 좋겠습니다. 여기보단 위에서 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텀덤과 고다비가 찬성표를 던진다. 그래서 우리는 포포니윙을 꺼내서 타고 시장 부유지의 위쪽으로 올라갔다. 물론 몬스터들이 나타난다고 했으니 은폐 기능을 활성화 시킨 후다. 포포니윙에 우리가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포포니윙이 사라지자 놀라는 모습이 저 아래에 보인다.
그런데 위쪽으로 올라오니 하늘에 떠 있는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선주민들이 하늘 위로 날아오르고 있다.
날개도 없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저 능력은 정말로 배워보고 싶다.
“저걸 보세요. 저기 보이세요?”
그런데 고다비가 한 명의 선주민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 선주민의 몸 일부를 손가락질 한다.
“어? 뭐죠?”
“피막이에요. 그렇다고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은 아니고요. 선주민들의 옷에는 저런 것이 붙어 있어요. 저게 있으면 아무 능력이 없어도 활강이 가능하죠. 뭐 잘만 바람을 타면 위로 상승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건 좀 어렵고 일반적인 활강은 충분히 가능해요. 저건 저들이 장거리를 이동하거나 혹은 급속 비행, 그러니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전투 비행 같은 걸 할 때에 필요한 도구죠. 그리고 저 피막의 색을 보면 선주민의 계급도 알 수 있어요. 은백색, 청색, 녹색, 노란색, 빨간색, 검은색이 각각의 계급을 표시하는 거죠. 아까 트리무단이 그 선주민의 계급을 알아차린 것도 옷에 붙어 있는 피막의 색이 은백색인 것을 봤기 때문일 거예요. 겉으로 봐선 잘 알기 어려우니까요.”
역시 신분을 표시하는 뭔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더니 그런 거였어?
“그래도 마냥 계급으로 상대를 찍어 누를 수 있는 것도 아니예요. 그러다가 3계급이 4계급에게 밀리면 평생 고개 못 들고 다니고, 또 계급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물론 능력이 쌓이면 계급이 올라갈 수도 있고 그런 거죠. 일단 인정은 해 주는데 능력이 떨어진다 싶으면 가차 없어요.”
“계급이 유동적이란 소리군요?”
“언제나 몬스터와 싸워야 하는데 능력도 안 되는 놈이 끼어 있으면 정말 곤란하겠죠? 그래서 수준이 비슷한 이들끼리 어울리기 위해서 계급이 있는 건데 거기에 맞지 않으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도태 되고 그러는 거죠. 뭐. 아! 왔어요. 저기 몬스터들이에요.”
고다비의 말에 다시 창밖을 보니 멀리서 날아오는 떼거리 몬스터가 보인다. 우와 완전히 공습이다 공습.
그런데 그 몬스터를 향해서 선주민들이 무리를 지어서 돌격을 한다.
“뭐지? 방어를 해 주는 건가?”
“호호홋, 아니요. 용돈 벌이요.”
“용돈?”
“몬스터 잡아서 코어를 얻으면 그걸로 시장에서 꽤나 유용하게 쓸 수가 있으니까요. 코어를 시장에서 환전을 해 주거든요.”
“환전?”
“네. 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로 바꿔 주는데 그걸 쓰고 남으면 다시 남은 화폐의 가치에 해당하는 코어로 교환을 할 수 있죠. 아니면 여기 화폐를 모아서 시장 관리청에서 코어로 바꿀 수도 있어요.”
“그러다가 화폐를 코어로 바꿔주지 못하면 어쩌려고?”
“그럴 일은 없어요. 화폐가 나가있는 만큼 코어를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모성에서 들어온 물건들로 화폐를 거둬 들이면 그렇게 거둔 화폐만큼의 코어가 플레인 게이트를 넘을 수 있죠.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시장에선 코어가 없으면 화폐를 발행하지도 않아요.”
오래 전에 있었던 금본위 경제와 비슷하게 여기 시장에선 코어 본위 경제를 택한 거란 소리다. 뭐 나쁘진 않은데? 나중에 보고 데블 플레인 연합의 화폐 체계를 이렇게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