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42
화
“우웅. 몬스터들 이상한 거 많다.”
포포니가 주변을 둘러보며 한 소리를 한다.
지금 우리는 몬스터들과 선주민들이 공중전을 벌이고 있는 곳에 와 있다. 사실 보고 있자니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다.
선주민들이 저렇게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며 공방전을 벌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내가 땅 위에서 움직이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물론 급격한 방향 전환이나 뭐 그런 면에선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그조차도 아주 능숙하고 정교하게 해 내는 이들이 있다. 물론 그들은 거의가 계급이 높은 이들이다.
어쨌거나 비행 몬스터들과 선주민의 전투는 치열하다. 대부분 몬스터가 당하는 상황이지만 간혹 선주민이 피를 뿌리며 저 밑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곤 한다. 그렇게 자유 낙하를 하는 선주민은 오래지 않아서 몬스터에게 따라잡혀서 생을 마감한다.
몬스터들은 날개가 달린 것도 있고, 날개가 없는 것도 있는데 어떤 녀석이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날 수 있다. 솔직히 부유형 몬스터, 그러니까 날개가 없는 것들은 좀 느릴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다. 뭔지 모르지만 순식간에 이동을 한다. 그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는 보나마나 저것들이 지니고 있는 생체 에테르다. 거기다가 몬스터 중에는 간혹 인류형 몬스터도 있고, 동물형도 있다. 뭔 늑대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물고 뜯고 하냐 싶지만 여긴 그런 건 안 따지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날개 없는 것들이 날아다니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곳이 이곳 제9 데블 플레인이란 것을 새삼 깨닫는다. 우와 저건 뭐냐? 꽃봉오리가 둥둥 떠 다니냐? 저것도 몬스터란 말이지? 정말 웃기는 세상이다.
어딜 가나 세력이 있고 또 그 세력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기득권자들이 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일의 선후나 경중을 따질 수 있는 이들은 권력을 쥐고 있더라도 어느 정도 말이 통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간혹 아주 간혹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 놈들이 있다.
나는 이전부터 정말 궁금한 것이 있었는데, 데블 플레인에 있는 사람들이 어째서 모성 편에서 일을 하는 가 하는 점이었다. 그런데 그 대답이 너무 쉽게 나와서 나중에는 허탈하기 그지없었던 경험이 있다.
궁금하지 않은가? 데블 플레인에 사는 이들이 어째서 모성의 편에 서서 활동을 하는 것인가? 그 답은 그들은 언제든지 데블 플레인을 떠날 수 있었기 때문이란 것이다. 즉 위험이 가득한 곳에서 원하면 언제든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벌이가 좋은 데블 플레인에서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서 큰 이익을 보겠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긴 잘만 하면 어디 구석에 있는 식민 행성 하나 정도를 손에 쥘 수도 있는 거래를 모성과 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데블 플레인의 선주민이나 일개미, 헌터 등의 이익은 등한시 하며 어떻게든 모성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뭐 그래봐야 데블 플레인의 플레인 게이트가 폐쇄되면서 그들의 권력도 아침 햇살 앞의 이슬처럼 사라져 버렸다. 모성에서 그들을 버린 것이다. 플레인 게이트를 이용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자격을 박탈했으니 뭐 당연한 일이다.
지금도 교역 행성의 플레인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이들은 모성의 허가를 받은 사업가들 밖에 없다. 모성에선 플레인 게이트로 사람들이 오고가는 것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중에도 그들이 데블 플레인에 첩자를 심기 위해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야 보지 않아도 아는 일이지만 그건 나도 여러 행성에 은신처를 마련하고 하수인을 만드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으니 피장파장인 셈이지.
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곳 제9 데블 플레인에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지금까지 내가 봤던 어떤 데블 플레인보다 선주민들의 정신이 썩은 곳이다. 뭐 모든 선주민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계급이 높은 놈들이 그렇다는 말이다.
트리무단이 털어 놓은 이야기에 따르면 제9 데블 플레인의 자고르 계급과 인세티 계급 중에는 모성과 활발하게 거래를 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친모성파는 하위 계급의 선주민들을 착취하는 모성의 행위에 대해서 모르는 척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어째서 그런 짓을 한다는 겁니까?”
“지극히 단순한 이유지요. 상위 계급이 획득하는 코어의 가치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그러니 하위 계급이 가지고 오는 등급이 낮은 코어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그런 생각인 것이죠. 거기다가 더 심각한 것은 그들 중에 상당 수는 이미 플레인 게이트를 넘어서 다른 행성으로 이주를 했다는 것입니다.”
뭐?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여기 선주민을 다른 행성으로 이주를 시켰다고?
“놀라지 마십시오. 그냥 쉽게 생각을 하시면 됩니다. 적당한 대가를 치르면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를 받아준다는 뭐 그런 겁니다. 그러니 위험한 이곳에서 사는 것이 싫은 이들은 그런 방법으로 행성을 떠나는 것이지요.”
허허허. 능력이 있으니 그렇게 하겠다는데 뭐라 말릴 수는 없는 일이지. 하긴 다른 행성으로 떠나는 것도 한 방법이기는 하지. 까짓 행성이 여기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해서 안전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게 나쁠 것은 없지. 그런데도 왜 이렇게 입 안이 쓴 걸까? 마치 새카맣게 탄 숯을 씹는 느낌이다.
“좀 과한 대가가 필요하긴 하지만 부부 한 쌍으로 이주를 받아서 보내고 있지요. 다른 건 몰라도 여기 선주민들 부부 금슬은 최고니까요.”
“그럼 제1계급과 제2 계급이 모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겁니까? 고향을 지키거나 혹은 하위 계급의 동족들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없느냔 말입니다.”
“부부, 부유지 마을, 계급, 종족. 이게 뭔지 아시겠습니까?”
이 사람이 지금 나하고 스무고개 하자는 거야?
“뭡니까? 그게?”
“이곳 선주민들이 애착을 가지는 혹은 지키려는 것을 순서대로 하면 대충 방금 말씀드린 그 순서가 됩니다.”
“그래도 공동체 의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모양이네요.”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럼 아니란 말입니까?”
“저들은 아내나 남편을 위해선 마을도 버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마을을 위해선 같은 계급의 사람들의 위험에서도 고개를 돌릴 수 있고, 종족의 멸망 따위도 신경쓰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죠.”
이야기가 또 그렇게 되는 거야? 뭐 여긴 정말 엄청나게 이기주의 아니, 개인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인 건가?
“단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공동부화장이죠.”
“공동부화장이요?”
“그게 위험할 때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나서서 지키려고 들지요. 뭐 멀리서 찾아가서 지키는 경우는 없어도 눈에 위험이 보이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거의 본능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게 없으면 종족이 멸종을 당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겠지요.”
그건 또 재미있네. 그런데 다른 식민 행성으로 이주를 시키면 그곳에도 공동부화장이 있는 건가?
“이주민들에게도 공동부화장이 있습니까?”
“흐음. 그건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없을 겁니다. 제가 알기로 이곳의 공동부화장은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지요. 그 재료 중에는 하늘배를 만드는 재료도 포함이 되고 말입니다.”
하늘배 재료는 이곳 행성 밖으로 나가면 전혀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그런 재료들로 만들어진 부화장이 제9 데블 플레인 밖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 선주민들도 이 행성이 아니면 멸족을 길을 걸어야 할 사람들이란 소리다. 뭐 연구를 해 보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모성에서 그런 연구를 해 줄 것 같지도 않은데 어떨지 모르겠다.
“그래도 플레인 게이트로 이 행성을 떠나는 이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워낙 비싸니까요. 그리고 사실 그렇게 떠난 이들이 어디에 어떻게 정착을 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아서 뒷말이 좀 많은 편이지요. 허허허.”
그게 웃을 이야기냐? 모성에서 그들을 모두 쓱싹 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하면서 웃어?
“그러니 여기 선주민들도 어쨌거나 살아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요. 참, 그거 아십니까? 여기 공동부화장에서 코어와 몬스터 사체를 쓴다는 거 말입니다.”
“네?”
“제가 듣기로 그 몬스터들이 지닌 에테르를 정화해서 행성의 본래 기운으로 돌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 걸로 압니다만, 그걸 여기선 공동부화장에서 하는 거죠. 재미있지 않습니까?”
뭐 이건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는군.
여긴 따로 깝딴이나 프락칸이 있는 것이 아니었어? 제7 데블 플레인의 섬사람처럼 자살해서 에테르를 정화하는 것도 아니고, 공동부화장이란 특별한 장치를 통해서 그 일을 한단 말이지? 그나마 정화장치란 것이 있다는 이야기니까 이쪽이 제일 발달한 형태로 봐야 하나? 아니면 능력이 없어서 도구를 사용하는 쪽으로 봐야 하나? 헷갈리네.
그나저나 이 양반은 내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도대체 뭐지? 이곳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이 목적은 아닐 텐데? 제법 끈질기게 말을 돌리면서 주도권을 쥐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을 보니 가벼운 것은 아닌 모양인데 말이지.
도대체 무슨 거래를 하고 싶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