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43
화
“모르시겠지만 나는 제2 데블 플레인 출신입니다. 얼마 전에 그 지역 코어 부활 소동으로 난장판이 된 그 때에 여기 제9 데블 플레인으로 이주를 했습니다.”
드디어 속내를 꺼내는가 싶었더니 하는 이야기가 이렇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런데 와서 보니까 여기 꼴이 아주 우습게 돌아가고 있는 겁니다. 헌터나 일개미는 여기 시장 부유지에 갇혀서 복작복작 거리고 있고, 그나마 코어 거래를 통해서 모성과 무역을 하고 있지만 아무리 봐도 손해만 보는 거래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잡기 어려운 비행 몬스터들이고 또 잡아봐야 코어를 얻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그걸 날로 먹는 놈들 때문에 열불이 나서 제가 여길 한바탕 뒤엎어 버렸지요.”
“오호라. 제법 큰일을 하셨군요. 대단하십니다.”
뭐 이 정도의 입에 발린 칭찬이야 텔론이 드는 것도 아닌데 해 줄 수 있다. 그래서 뭐 어쨌다고?
“그렇게 되면서 여기 시장이란 곳이 어느 정도 모성과 교섭을 통한 거래의 틀을 만들어 갈 즈음에 또 한 번 난리가 난 거죠. 바로 세이커님이 독립을 선언하신 겁니다. 그것도 무려 데블 플레인 연합을 결성하고 그 연합에 들어간 데블 플레인에서 플레인 게이트를 철수 시키고 모성과의 연결 고리를 교역 행성으로 일원화 하셨지요.”
“그래서요?”
“솔직히 그 소식을 듣고 저와 제 동료들은 세이커님이 언제 이곳에 오실지 무척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말씀은 트리무단님과 동료분들이 데블 플레인 연합에 가입을 하고 싶다는 말씀입니까?”
“그야 당연한 일이지요. 솔직히 플레인 게이트를 통해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헌터 생활에서 은퇴를 하거나 혹은 계약 기간이 끝나고 일개미 신분을 벗을 수 있다면 모를까 이젠 이곳에 갇혀버린 신세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더는 모성 놈들에게 착취를 당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겁니다. 그러니 이참에 데블 플레인 연합에 합류해서 서로 도울 수 있다면 좋지 않겠습니까.”
“후우, 뭐 그 말씀이 옳은 말씀이긴 합니다만, 사실 트리무단님과 동료분들, 아니 여기 시장 전체의 인원이 모두 지금 그 생각에 동조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사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트리무단님도 아시죠?”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어어, 이 양반이 왜 이러나? 그렇게 모르는 척 한다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지. 사람이 염치란 것이 있어야 하는 건데 말이지.
“아시지 않습니까? 트리무단님, 이쪽의 세력이 너무 약합니다. 겨우 여기 시장 정도로 연합의 일원으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데블 플레인 연합에서 그만한 위치가 되려면 적어도 이곳 선주민의 어느 정도는 함께 참여를 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야 당연한 말씀입니다만, 조금 전에도 설명을 드린 것처럼 이곳의 선주민들은 좀처럼 뭉치지 못하는 이들이라서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럴까요?”
“네. 그렇습니다.”
뭐 저렇게 자신하는 것을 보니 정말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안다. 저 트리무단도 아직 신경 쓰지 않은 이들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차라리 그들과 함께 하면 했지 트리무단이나 선주민 상위 계급과 함께 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개인주의가 팽배한 곳이라면 저들 알아서 살아남기 위해서 싸우긴 하겠지. 그럼 그대로 두면 되는 거다. 대신에 하나로 뭉쳐서 무리를 이룰 수 있는 이들을 찾아서 그들에게 힘을 실어 주면 될 일이다.
이 제9 데블 플레인에서 가장 큰 땅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그런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고디비에게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트리무단도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부부관계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마을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 마을이란 것이 사실은 부유지 단위라고 하니 하나로 묶인 땅덩이로 생각한다면 엄청나게 큰 땅덩이가 이곳 제9 데블 플레인에 있다.
가장 밑바닥에 있어서 무시당하지만 이 행성의 기본이 되는 땅, 바다와 강과 호수와 대지가 어우러진 본행성이 있는 거다. 그리고 거기엔 외면받는 계급 외의 선주민들이 있다. 트리무단은 그들이 어찌보면 헌터가 되지 못한 일개미들이라고 했었다. 난 일개미들을 외면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던가.
“우웅. 남편 이제 가는 거야? 저 밑에?”
와, 대단해. 역시 우리 마누라는 내 마음을 확실히 알고 있다니까? 하하핫. 이래서 내가 이 여자에서 폭 빠져서 사는 건지도 모르지. 흐흐흣.
이거 봐라, 딱 걸렸어. 이것들이 정말로!!
제9 데블 플레인의 상황을 조사하면 할수록 복마전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곳은 부유지가 아닌 본행성의 대륙이다. 그리고 그 대지에 살고 있는 선주민들이다. 물론 부유지에 살고 있는 선주민들에겐 계급도 없는 천민 취급을 받는 바로 그들 말이다.
그런데 그런 천민들의 마을에 웃기게도 3계급이나 4계급의 선주민들이 두세 명씩이 상주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런데 이들이 천민 마을에 있는 이유가 아주 웃긴다. 그 이유가 바로 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즉 몬스터들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서 천민 마을에 상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는 그래도 이것들 중에도 제대로 정신이 박혀 있는 놈들이 있다는 생각에 흐뭇하기도 했는데 속을 파헤쳐보니까 그게 아주 속에서 불이 날 정도로 더러운 꼴이더라는 거다.
그것들이 천민 마을에 있는 이유는 천민 마을에서 주기적으로 세금을 걷어가기 위해서란다. 천민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수확한 것들을 일정 기간마다 수거해서 가지고 가는 거다.
그리고 거기에 사용되는 것이 거대한 하늘배다. 나도 처음 봤을 때에는 부유지가 아닌가 했는데 부유지가 아니라 하늘배라는 배란다. 길이가 몇 백 미터를 훌쩍 넘는 거대 함선이 천민들의 마을을 정기적으로 돌면서 세금을 걷어가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타당하다. 높은 계급의 능력자들이 마을을 지켜주고 있으니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라는 것.
뭐 그래 그렇게 우긴다면야 어쩌겠나. 죽기 싫으면 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하고, 그러자면 세금을 내야 하는 그런 구조라는데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너무 심하단 생각이 들지? 그래 당연하지 내가 생각해도 나쁜 놈들이란 생각이 불쑥 불쑥 드는데 누군들 안 그렇겠어?
그래서 내가 나서기로 했지.
저 위쪽 부유지에서 노는 놈들은 그들이 알아서 살라고 고다비에게 적당한 곳을 정해서 교역 행성과 통하는 성간-게이트를 열어 줬지. 뭐 거길 통해서 교역 행성에 갈 수 있으니 알아서들 살겠지. 다만 그 성간-게이트는 이용 대금이 조금 비싸다. 뭐 다들 능력 있는 놈들이니까 그 정도 부담은 감수하겠지.
그리고 그 쪽은 그걸로 끝. 더는 투자를 할 생각이 없어서 그냥 뒀다.
나는 제일 밑바닥에서 이곳의 천민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꾸기로 했으니 말이다.
들어보니까 아주 웃기더라고. 원래 제9 데블 플레인에는 부유지란 것이 없었단다. 그런데 몬스터가 날뛰고 살기 어려워지니까 부유지를 만들어서 도망을 간 놈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거다. 어떻게 부유지가 생긴 건지는 몰라도 이곳 행성의 특수한 토질과 에테르가 만나서 그런 성질의 땅들이 생겨난 것이란다.
그러니까 능력이 좀 되는 놈들은 부유지가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다들 거기에 올라타고 도망을 가고, 그 이후엔 힘없는 약자만 대륙에 남아서 몬스터들에게 잡아 먹혔다는 거다.
그러다가 대륙에 남은 인류가 몇 없는 상황이 되니까 몬스터들이 진화를 했던지 하늘로 날아 올라서는 부유지의 인류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단다. 그래서 도망자들도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건데, 그게 참 불공평하게도 그 쪽으로 간 놈들이 혈통이 좋은지 유전자가 좋은지 어쨌거나 에테르를 사용하는 능력자들이 많이 나와서는 결국 부유지에 있는 이들이 대륙에 있는 이들을 지배하는 구조가 생기기 시작하고 또 그들 사이에서도 계급이 나뉘기 시작했다는 거다.
이 제9 데블 플레인에 몬스터가 나타난 것도 무척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어서 어쩌면 제3 데블 플레인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이곳에 그랜드 마스터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은 부유지란 천혜의 장벽 덕분에 몬스터와 어느 정도 선을 그어 놓고 살 수 있었던 환경 탓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그런 역사까지 알게 되니까 더더욱 부유지에 사는 놈들이 용서가 안 되는 거다. 그래서 보란 듯이 본행성의 대륙 곳곳에 듀풀렉 게이트를 설치하고 또 마을마다 은폐 마도구를 전해서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해 줬다. 물론 그 전에 마을에 있는 파견자들에게 떠나달란 통보를 하는 것이 먼저였지만 말이다.
더는 세금을 내지 못하겠다는 통보를 들은 그들은 곧바로 짐을 챙겨서 마을을 떠났는데 그렇게 따나면서도 마을 사람들이 무사하길 빌기 보다는 곧 모두 죽을 거란 저주를 뿌리고 가곤 했다. 뭐 그래도 자존심이 있어서 천민들이 떠나라는 말에 미적거리며 붙어 있으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가 마을을 지켜주는 대가를 받는 것이라 했기 때문에 상위 계급자로서 천민 따위에게 체통을 잃을 수는 없다는 심리가 강했던지 별다른 소동 없이 마을을 떠난 것이다.
그렇게 듀풀렉 게이트가 설치되고 또 파견자들이 없어지는 마을이 하나씩 늘어났다. 거기에다가 내 부탁으로 제2 데블 플레인과 제3 데블 플레인에서 몇몇 실력자들이 파견을 왔다. 본행성의 대륙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라고 해봐야 노란색 등급이 최고 등급이니 그 정도를 감당할 수 있는 헌터들이나 선주민은 널리고 널렸다. 마을에 한 열 명 정도만 상주하고 있어도 충분한 인원이다.
헌터들에게 그런 소문이 나자 너도나도 없이 제9 데블 플레인으로 사냥을 가고 싶다고 나섰다. 헌터들 입장에선 정말 안전한 사냥터라고 할 수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겠지.
그렇게 사람들을 구해서 천민이라고 불리는 본토 선주민들의 마을을 독립시키다 보니 점차 위쪽에서도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모양인지 조금씩 다툼이 생기기 시작했다.
뭐 하늘배를 끌고 다니면서 세금을 걷던 놈들이 빈 배로 마을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화풀이를 시작했다고 할까?
뭐 그래서 나하고 포포니하고 둘이 가서 하늘배 하나를 나포해서 우리 거점 앞마당에 장식용으로 하나 가져다 놓기도 했다.
새끼들이 죽을라고 내 영역에서 난동을 피워? 싹 다 죽여 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인생이 불쌍해서 적당히 패서 쫓아 보낸 거다. 앞으로도 그런 놈들이 있으면 하늘배 몇 척을 더 빼앗아 볼까 하는 중이다.
시비 거는 놈이 있으면 뭐 나도 지원군 불러서 한 번 붙어 보는 거지. 아, 그렇다고 내가 그 부유지의 선주민들과 굳이 싸우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어차피 조만간에 시장에 있는 플레인 게이트 폐쇄 하라고 모성에 한 번 시위를 할 생각이니까 그 놈들도 어차피 고다비 부유지의 성간-게이트에 목을 맬 수밖에 없을 테고, 그렇게 되면 그 쪽은 그쪽 나름으로 알아서 살고, 이쪽은 이쪽 나름으로 알아서 살자고 선을 그어 줄 생각인 거다.
솔직히 그 놈들이 세금만 걷어가지 않으면 이쪽은 정말 풍족하게 살 수 있는 곳이다. 몬스터도 그리 강하지 않고 말이다.
물론 여기 천민이라고 부르는 본토 선주민들이 조금 약하긴 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일반 일개미도 헌터로 만드는 기술력이 있다. 거기다가 저번에 갔다 온 몬스터 전선이라는 웃기는 이름의 가짜 제5 데블 플레인의 무기와 방어구도 있다는 말씀. 솔직히 그 쪽이 조금 더 나은 것 같으니까 그걸 이쪽에서 만들어서 보급을 하면 여기 본토 선주민들도 몬스터로부터 스스로를 어느 정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다. 주황색까지는 어떻게든 씹어 먹을 수 있겠지. 노란색은 좀 어려울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많은 선주민들 중에서 에테르 능력자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니까 분명 노란색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능력자도 나오게 될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발전하는 거 아니겠어?
뭐 위에 있는 놈들이 정말로 화끈하게 한판 붙어 보자고 떼로 몰려 오면 그게 좀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말이지.
“남편!!”
응? 포포니가 왜 저렇게 급하지?
“남편, 큰일 났어!!”
또 왜? 뭔 일인데? 어째 잠시도 쉴 틈이 없냐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