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45
화
“당신 때문에 우리들이 상당히 곤란하게 되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세이커 위아드.”
얼래? 이번에는 여자냐? 그나마 말투가 좀 달라진 것을 보니 협상을 해 보자는 이야기겠지?
“우리들, 당신이 부르는 부유지의 선주민들의 삶에서 저들 천민의 마을에서 나는 산물들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들이 없다면 우리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될 거란 말입니다.”
“그럼 대가를 지불하고 가지고 가면 될 일이겠군.”
“그 대가를 우리는 매번 지불하고 있었습니다. 저들의 마을을 지켜주는 것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세이커 위아드 당신이 그 일을 대신해서 해 주는 바람에 우리들은 일자리를 잃은 격이 된 것입니다.”
말이야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 하지만 이전까지 저들의 삶은 매우 궁핍했거든? 저들이 생산한 것을 저들이 누리지 못하고 겨우 연명하는 수준으로 살 수밖에 없었단 말이지. 내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그건 아니거든?
“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저들은 당신들이 가지고 가는 급여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거든? 그래서 조금 싸게 고용할 수 있는 사람들을 고용하기로 한 거지. 그걸 나한테 따지면 안 되는 거지.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건 너희 쪽에서 알아서 저들과 협상을 하면 될 일이니까 말이야.”
상황이 달라진 거지. 이전에는 너희가 갑이었지만 이젠 저들 마을 주민들이 갑이거든? 거기 일자리를 얻으려면 협상을 통해서 급여 책정을 해야 한다는 말이지. 어때? 재미있지 않나?
“우리에게 저 천민들의 마을에 취직이라도 하라는 건가요?”
“대가를 받고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직장 생활인 거지. 이전에는 일꾼들이 큰소리를 치며 횡포를 부렸지만 이젠 경쟁자들이 많으니 그게 어렵게 된 거야. 그러니까 직장 생활을 하고 싶으면 일자리 협상을 하란 거지. 그게 싫으면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 거고.”
“우리들이 궁지에 몰리게 되면 저들이나 당신들 이방인들에게도 좋을 것이 없어요.”
“글쎄, 나도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내가 아무리 봐도 너희가 지금까지 저들에게 한 짓은 정당한 거래가 아니었단 말이지. 그래서 나는 선량한 마음으로 저들에게 공정한 거래를 제안했고, 저들은 그 거래를 따르기로 한 것 뿐이거든? 그러니 내게 이야기를 하지 말고 저들에게 이야기를 해서 저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거야. 알겠어? 물론 너희가 자리를 잡은 마을에는 듀풀렉 게이트나 부유선을 지원하지 않을 테니 그건 고려를 해야겠지.”
그게 문제거든. 어딜 가든, 듀풀렉 게이트를 통한 이동은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지. 거기에 은폐 기능을 이용한 건물이나 부유선은 정말 축복과도 같은 거거든? 이미 그것만으로도 너희들 부유지 선주민들이 저들을 설득할 수단은 없는 거라고 봐야 한다는 말이지.
“당신은 우릴 괴물의 아가리로 밀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린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해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들은 무척 다급한 상황이에요.”
“코어.”
“뭐라고요?”
“코어를 가지고 교역 행성에 가서 거래를 하면 되지 않나? 모성과 거래를 하는 것 보다는 훨씬 후한 가격으로 원하는 것들을 구할 수 있는 곳인데? 너희가 사냥하는 높은 등급의 몬스터 코어라면 충분히 너희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 줄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그 쪽으로 고민을 해 보지 그래?”
사실 너무 빠르긴 했지. 저들이 어쩔 틈도 없이 이쪽에서 일방적으로 거래 중지를 통보했으니 당장 먹을 것에서부터 입을 것까지 모두가 모자라는 상황이 된 거지.
하지만 그런 것은 교역 행성을 통해서 어느 정도 확보가 가능하다. 뭐 넉넉할 정도는 되기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숨통은 터 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이쪽 대륙 선주민들의 생산품들을 모아서 거래하는 장터가 서기 시작하면 저들 부유지 선주민들에게도 물건들을 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겠지. 교역 행성에서보다 싸게 구할 수 있다면 당연히 이곳 주민들이 생산한 것을 사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조금씩 선순환이 이루어지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대신에 이곳 데블 플레인에는 부유지 선주민과 대륙 선주민의 두 파벌이 생기게 되는 것은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솔직히 부유지에서 계급을 따지면서 콧대를 세우는 놈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이런 방법을 만든 것이기도 하니까. 뭐 훗날에 이 상황이 어떻게 정리가 될지는 몰라도 따지고 보면 같은 종족인 놈들이니 어떻게든 해결책이 나오겠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라도.
아, 유메로.
응? 유메로 몰라? 기억 안 나지? 그래 그래서 나도 잊고 있었던 거지.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불쌍한 유메로는 그 동안 완전히 잊혀졌던 거다. 그래도 내 하수인 1호인 녀석인데 그렇게 버림을 받았다니 불쌍하기도 하지.
자 이제 기억이 나나. 그래 방아깨비 인간, 뮤이네 행성의 유메로. 그 녀석이 제5 데블 플레인으로 들어간 갔는데 결국 행방이 묘연해서 내가 그 놈 찾으려고 거길 들어갔던 거 아니었냐구.
그런데 우리 포포니가 실종되는 바람에 거기에 화들짝 놀라서는 포포니 구출 작전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정작 유메로는 잊어 버리고 있었던 거지.
여기 제9 데블 플레인이야 이제 교류의 물꼬를 터 놓았으니 마토 녀석을 불러서 관리를 맡기면 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내가 중요한 순간에 일을 맡길 놈들은 대부분 이알 회원들이다. 게리, 렘리, 마토가 최고 관리자로 있는 이알게이트는 이젠 내 사조직 같이 변해 있다. 어차피 그 사람들이 모두 계약 관계로 묶여 있으면서 이런 저런 이권을 얻고 그 대가로 이알게이트 회원으로서 회비도 내고 또 서로 상부상조하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지만, 그런 사람들 이외에 내 텔론으로 고용하다시피 해서 부리는 이들의 수도 상당히 늘어났다.
특히 모라산 마을을 중심으로 발전했던 초기 이알 회원들의 모임이 이젠 제3 데블 플레인의 여러 마을이나 도시들은 물론이고 이번에 크게 확장을 한 교역 행성의 공업 단지나 연구소 같은 곳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뭐 어쨌거나 내가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나야 뭐 시작만 해 두고 도와줄 것이 있으면 도우는 정도로 하는 거다. 이제 제9 데블 플레인의 대륙 선주민들을 지원하고 또 부유지 선주민과 밀고 당기는 협상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닌 이알의 회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알 회원 중에 선주민들까지 끼어들게 되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게 전부 텀덤이라 게리 같은 녀석들의 농간이겠지만 뭐 그냥 모르는 척, 아니 상관없는 일 정도로 넘기고 있다. 이알이 무슨 범죄 집단도 아닌데 누가 회원이 되건 무슨 상관이겠어? 더구나 그들이 내는 회비가 솔직히 적은 것도 아니고 말이야. 내가 이렇게 놀고 먹으면서도 점점 부자가 되고 있는 이유 중에는 분명 회원들의 회비에서 얻는 이익도 있을 거다.
아무튼 지제 내가 할 일은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 즉 제5 데블 플레인의 탈을 쓰고 있는 몬스터 전선 행성들을 찾아서 해방을 시키는 일이다.
될 수 있으면 모든 몬스터 전선을 해방시키고 싶은데 그게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으니 그것도 참 문제다. 그런 정보는 모성 쪽에서만 관리를 하고 있는지 도저히 파고들 틈이 없는 거다.
빌어먹을 놈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데블 플레인이 아니라 몬스터 전선이라고 부르는 곳은 조금 이상하단 말이지. 그 몬스터들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닐 수도 있단 생각이 자꾸 들어서, 모성 놈들이 일부러 그런 행성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불안하기까지 하다.
제5 데블 플레인으로 가는 헌터와 일개미를 구하는 구인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에스폴 종족의 도움을 받으면 두 달에 한 번씩은 위장 잠입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렇게 위장 잠입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은 데블 플레인 연합의 일을 볼 수가 있으니 실제고 제5 데블 플레인에 잠입하느라 낭비하는 시간은 두 달에 일주일 정도의 시간 뿐이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당연히 벌거숭이로 몬스터 전선에 도착해도 곧바로 듀풀렉 창고를 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뭔 소리냐고?
그거야 전엔 포포니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했던 마법이 이젠 혼자서도 가능하게 되었다는 소리지 뭐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