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5
화
편편나무 여관으로 돌아오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어디서 몰려 왔는지 에테르가 풀풀 넘치는 인간들이 여기저기서 기세를 흘리며 돌아다니고 있다.
여관에도 객실이 없을 지경인데 겨우 직원이 신경을 써 줘서 4인실과 6인실을 얻을 수 있었다.
들어보니 3대 길드에서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해서 이 꼴이 된 거란다.
대부분이 3거점에서 활동하는 이들이고 4거점에서 온 이들도 있단다.
4거점이면 여기서 이틀거리에 있는 곳인데 어떻게 벌써 도착을 했는지 모르겠다. 던전 소문이 돌자마자 출발을 해서 쉬지 않고 달렸다면 가능할까?
아무튼 실력자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원래 2거점에서 활동하고 있던 이들이 기가 죽어지내는 꼴이 되었다.
뭐 그래도 우리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저들과 우리는 전혀 상관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코어를 처분하러 갔던 게리가(이번에는 게리에게 맡겼다.) 꼬리를 달고 돌아왔다.
우리 파티가 판매한 노란색 코어의 수가 여섯 개로 제법 많은 수라서 저들의 관심을 끌었던 모양이다.
“역시, 예상대로인 모양이군. 여기 사람들이 더 있을 텐데? 화원 계집들이 여섯이 더 있다고 들었는데? 어이, 계집들은 어디 갔나?”
오자마자 지껄이는 말이 저 따우다. 가슴에 달고 있는 표식을 보니 일각수, 호른이라는 길드에 소속된 놈이 분명하다.
뒤로 끌고 온 떨거지 넷을 더해서 다섯이 우르르 몰려 왔는데 게리는 기가 죽은 얼굴로 밀려오다시피 왔다.
나는 테이블에서 게리를 기다리다가 어이없는 상황에 기가 막혔지만 일단 잠깐은 참아 보기로 했다.
“뭐냐?”
“뭐냐? 하! 지금 그거 나한테 한 말이냐? 꼬마? 응?”
“그래 너. 어디서 못 빌어 처먹었는지 예의라곤 없는 싸가지 너, 너한테 하는 말이다. 넌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 따구로 말을 하는 모양이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1층 식당이 조용해진다. 그리고 사람들이 분분히 내가 앉은 테이블에서 멀어진다.
게리와 렘리, 마토가 내 뒤로 와서 선다.
“기가 막히는구만. 이거 사냥 나온지 며칠 되지도 않은 초짜가 호른의 티버님에게 입에서 터지는 대로 지껄이는 꼴을 겪게 되다니. 내가 데블 플레인에서 오래 산 모양이군.”
“그래. 오래 산 모양이네. 아주, 감이 없어. 이젠 죽을 때가 된 거지. 티버 오랜만이야.”
티버라는 놈의 말을 받은 것은 의외로 낯선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트리 길드의 표시를 달고 있는 여자로 방금 사람들로 원형의 벽이 만들어진 곳을 뚫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 뒤로 남자 셋에 여자 둘이 뒤따르고 있었다.
“트리 길드의 제이니잖아. 여긴 어쩐 일이래?”
“호른의 티버가 나타난 것도 놀라운데 제이니까지? 그럼 개미에서도 오겠지?”
사람들 사이에서 들리는 대화로 나는 여자의 이름이 제이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예상한 것이 맞았는지 한쪽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개미 길드 소속의 사람들이 나섰다.
“반갑다고 해야 하나? 티버, 제이니.”
“올줄 알았지. 알테인.”
제이니가 인사를 받았지만 티버는 인상만 쓰고 있다.
“그건 그렇고 티버 너는 왜 여기서 세이커씨에게 시비를 걸고 있는 거지? 거기다가 화원까지 씹던데?”
알테인이란 놈은 대뜸 티버에게 시비를 걸고 있다.
뭐냐? 싸우려면 지들끼리 싸우지. 지금은 내가 티버란 저 인간과 이야기 중인 거 안 보이나?
“거기 알테인? 처음 보는 사이라서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티버하고 나하고 이야기 중이니 잠시 기다려 주겠소? 그리고 제이니라는 아가씨도 마찬가지요. 우리가 먼저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이니 티버에게 볼 일이 있으면 이야기 끝나고 했으면 좋겠소만?”
내가 의자에 앉은 상태로 약간 등을 기대며 알테인과 제이니에게 말을 하는 순간 홀은 그야말로 정적. 딱 얼어 붙은 꼴이 되었다.
알테인이란 놈도 제이니란 년도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되새김질을 하는 모양인지 잠깐 굳어 있다.
알만하다. 이런 대접을 못 받아봐서 적응이 안 되는 거구나?
“거기 티버. 아까 하던 이야기 마저 하지? 뭐가 예상대로라는 건지. 그리고 무슨 이유로 나를 찾았는지. 아니 나와 셜린 파티원들을 찾았는지 알고 싶군. 더해서 니가 나를 보자마자 반말로 찍찍 거린 이유도 함께.”
나는 시선을 티버에게 맞췄다.
티버는 얼굴이 벌겋게 익어서는 나를 노려보고 있다.
“감히 우리 호른을 무시하는 거냐?”
“호른 길드만 아무한테나 이 놈, 저 놈 하고, 계집 어쩌고 하는 거냐? 그럼 그런 길드 따위야 내가 알 필요 있나? 그게 그 길드가 하는 짓이면 그건 길드가 아니라 개새끼들 집합소지. 지금 너는 니가 한 짓을 호른 전체의 짓이라고 하는 거고, 그걸 니가 책임을 질 수 있을까 모르겠다. 새끼야. 난 그게 더 걱정이야.”
나는 녀석을 살살 약을 올렸다. 여긴 사람들이 넘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저 놈이 나를 공격하는 건 헌터 생활 접고 범죄자가 되겠다는 말이다.
실상 저 놈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다. 적어도 이런 장소에선 말이다.
물론 사냥터로 나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때는 힘이 모든 것을 이야기 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이미 젝키 패거리들로 경험을 해 보지 않았나.
그냥 죽이고 몬스터에게 던지면 끝이나. 툴틱을 멈추게 하는 기계는 불법이지만 어디서나 불법적인 물건을 취급하는 이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게 아니어도 정체를 들키지만 않으면 그만이다. 복면을 쓰거나 뭘 하거나 말이다.
“대답을 해라. 새끼야. 나한테 시비를 걸었으면 이유가 있을 거 아니냐. 내가 널 처음 보는데 다짜고짜 내 파티원을 개끌듯 끌고 와서 나한테 찍찍 거린 이유가 뭐나고 묻는 거다.”
나는 티버를 몰아 붙였다. 티버는 여전히 붉은 얼굴로 화를 참고 있다. 여기서 발작을 하서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할 머리가 되는 모양이다.
“호호홋, 이거 재미있네? 쟈기야아. 이런 일이 있으면 나를 불러야지. 뭐하고 있었어? 응?”
등 뒤에서 셜린이 나타나 내 어깨에 턱을 대고 속삭인다.
“떨어지지? 나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거든?”
“에이, 자기 정말 화가 났구나? 흐응, 내가 설명을 해 줄게. 그러니까 저기 티버란 저 사람은 호른 길드의 간부 중에 하난데 아마도 이번 던전 코어 때문에 왔을 거야. 아침에 던전 들어갈 때에는 못 봤으니까 아마 늦게 왔겠지. 그런에 와서 보니까 던전은 이미 털린 거야. 그리고 확인을 해 보니까 다른 두 길드에서도 손에 넣지 못한 거지. 그래서 짜증이 바짝 오른 상탠데 여기 우리 게리씨가 노란색 코어를 제법 팔았잖아. 거기다가 우리가 자갸 파티랑 같이 있었다는 정보도 귀에 들어왔겠지. 그러니까 저 안 돌아가는 머리를 돌려서 결론을 낸 거지. 우리 여섯에 자갸가 있으면 코어를 얻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발칙한 상상을 했을 거야. 그걸 확인하겠다고 게리씨를 끌고 온 거지. 아마 맞을 거야.”
셜린은 장황하게 설명을 하고는 테이블 위에 놓인 물잔을 들어서 목을 축인다.
깊이 숙인 허리 때문에 가슴이 온통 드러나 보이는 것 같아서 내가 다 민망하다.
“그래서 티버가 멍청하다는 소리를 하는 거야. 감이 죽었다는 말도 하는 거고. 죽을 때가 되었다는 말도 그런 이유로 하는 거지.”
제이니란 여자가 이야기에 끼어 들었다.
“먼저, 저 파티가 던전 입구로 탈출한 것을 본 사람들이 제법 있는데 그것만 봐도 코어와는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 이런 사소한 확인도 하지 않은 부주의 그건 자기가 호른 길드에 속해 있다는 자만심이나 오만함 때문이겠지? 직접 확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을 테니까. 그래서 죽을 때가 가깝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거야. 그리고 호른 길드에 속해 있다고 다른 헌터를 무시하면 안 되지. 그러면 또 어디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르거든. 될 수 있으면 적을 만들지 말라는 기본을 잊었으니 그것도 죽을 때가 되어서 그런 거고. 다음으로 우리 세 길드가 던전만이 아니라 여기 세이커씨를 영입하기 위해서 움직였는데 그런 영입 대상을 막 대했으니 그건 길드의 방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소리고 또 길드 내의 의사 결정에서 밀려나 있다는 소리지. 그러면 얼마 못 가서 호른에서 퇴출이 될 수도 있단 소린데 지금 하는 꼴을 봐서는 호른에서 퇴출되자마자 어디 뒷길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지. 그래서 하는 말이야. 티버 저 인간 이제는 죽을 때가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