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51
화
“아, 이거 봐. 이거. 피부가 이게 뭐야? 도대체 이걸 어쩔 거냐구. 내가 이런 곳에 이렇게 처박혀 있으니까 피부가 이 모양인 거지. 어서 빨리 여길 떠나서 중앙 연구소라도 들어가야 하는 건데 마이야. 쯧쯔. 넌 어떻게 생각하니 앙모앙, 응?”
갸르르르르.
“그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아, 걱정하지 마. 내가 거기로 가게 되면 너도 꼭 데리고 갈 테니까 말이야. 흐응, 넌 내가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이잖니. 앙모앙. 호호홋. 그나저나 그 자고르 부부는 좀 이상한 것 같지 않니? 솔직히 내가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 부부는 이상하게 위기감 같은 것을 못 느끼는 것 같단 말이야. 응? 안 그래?”
투쇼 소장이 앙모앙의 털을 고르면서 중얼거린다.
투쇼 소장은 시간이 나면 이렇게 중앙 공원의 한적한 곳에 앉아서 머리속을 정리하며 휴식을 갖는다. 물론 이런 때에는 이속 공원은 아무도 들어 올 수 없는 금지 구역이 되곤 한다.
“아무튼 재미있는 부부인 것 같아. 그런데 이제 조금 있으면 본격적으로 실험을 해야 하는데 말이야. 좀 불쌍하긴 하지? 이런 저런 실험을 당하다가 결국엔 소각장으로 들어갈 운명인 것을 저들은 모르게 있으니까 말이지. 그나저나 좀 이상해. 어째서 에테르 반응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 걸까? 그 자고르 암컷은 가끔 에테르 반응이 나오는데 수컷 쪽은 에테르가 전혀 없는 것처럼 반응이 없단 말이지. 그래도 그 뭐라나 그랜드 마스터? 거기에 근접한 실력자라고 했는데 환경이 바뀌었다고 에테르가 전혀 남아 있지 않다니 그건 좀 문제라고.”
투쇼 소장이 이번에는 이맛살을 찌푸린다.
갸르, 갸르, 갸르릉.
“어머, 그래. 그래. 아냐 화난 건 아니야. 그냥 그렇다는 거지. 에테르를 몸에 축적하고 있어야 실험을 해도 좋은 결과가 나오는데 말이지. 이번에 내가 받은 그 자고르 실험체들은 별로 에테르가 남아 있지 않거든. 그게 문제라는 거야.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코어에선 에테르가 제법 진하게 흘러나오는데 정작 둘은 그 에테르를 흡수하기만 하고 내 놓는 건 없으니까 말이지. 아, 그나저나 이번 실험은 정말 가능하긴 할까? 세포 단위에서 에테르를 이용한 에너지 활동을 조절하게 한다니 말이야. 그게 정말 될까? 아, 다른 연구자들은 에테르를 몸 안에서 움직여서 어느 정도 신체 능력을 증가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하던데 말이지. 하지만 난 그런 수준이 아니라 세포에 적용하는 연구라고. 나 말고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지 앙모앙 너도 알지? 비록 내가 전에 좀 획기적인 성과를 얻어서 드디어 인체 실험까지 하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나보다 앞선 연구자들이 많을 거라고. 아, 정말 이걸 어쩌면 좋지?”
갸르르르 갸르르르.
“그래. 그래. 너 밖에 없다. 저 밖에 있는 것들은 도대체가 생긴 것만 인간이고 속은 기계라서 좀처럼 정이 안 간다니까? 우리 앙모앙 정도는 되어야 그래도 살아 있는 거라고 할 수 있지. 뭐 그래도 손발 역할은 제법 하니까 괜찮아. 또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것들이기도 하고 말이지.”
갸르릉.
“응? 아. 그래 나도 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이 정도 쉬었으면 또 가서 일을 해야지. 하암. 그나저나 조수라도 하나 신청을 할까? 이 넓은 센터에 인간이라곤 나밖에 없으니까 좀 외롭고 그러네. 잘 빠진 남자 연구원으로 한 명 보내달라고 하면 흐응, 호호홋. 아잉. 쳇, 그런 걸 중앙에서 허락할 리가 없지. 뭔 수작인지 혼자 연구해서 결과만 보내라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 나도 빨리 프로젝트 끝내고 모성으로 돌아가고 싶다. 우웅.”
투쇼 소장은 길게 누워있던 의자에서 일어나며 품에 안고 있던 앙모앙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그리곤 앙모앙의 백합 닮은 귀를 몇 번 잡아 당기를 쓸어 주고는 허리를 세운다.
“나중에 또 보자꾸나. 앙모앙.”
투쇼가 살짝 손을 흔들어주고 앙모앙의 시야에서 멀어진다.
그와 함께 나도 앙모앙과 연결하고 있는 마법의 시야를 해지한다.
“후우!”
“남편. 괜찮아?”
“음. 괜찮아.”
= 남편 무슨 일 있었어?
= 며칠 후부터 본격적으로 실험을 할 생각인 모양이야. 생체 실험.
“그런데 남편, 그렇게 앉아 있으면 다리 안 아파?”
“습관인 거 알면서 또 묻는다. 그리고 이렇게 명상을 해 줘야 되는 거야. 그래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고, 전사의 능력도 기를 수 있지.”
“우웅. 난 그냥 움직이는 게 더 좋아. 에헤헤.”
= 그렇구나. 그럼 어쩔 거야?
= 기회를 봐서 투쇼 그 여자를 세뇌시키고 여길 점령해야지. 여긴 인간이라곤 그 여자 밖에 없고, 다른 것들은 전부 기계들이니까 말이야.
= 우웅. 나 놀랐어. 완전히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 몸뚱이는 생체니까. 인류와 다르지 않지. 속에 조금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이 생체로 이루어져 있어서 나도 깜빡 속았으니까 말이야.
= 그런데 프로그램에 따라서 움직이는 기계란 말이잖아. 엄청 대단해. 나 정말 놀랐어.
= 인공지능은 아니야. 애초에 그건 금지되어 있으니까. 통제가 되지 않는 인공지능은 무서운 괴물이 되지. 그래서 그런 걸 만들려고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범죄거든.
= 힝, 그래도 남편은 이미 그걸 만들었을 거라며?
= 완전 통제가 가능한 수준에서 만들었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폐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고 이용을 하는 수준으로 말이야. 하지만 그것도 몇 없는 걸로 알아. 성능이 떨어지는 것들은 차라리 툴틱 정도로 해결이 되는 거니까 필요가 없고, 고성능은 숨기기도 어려워서 모성에서 통제하는 것 이외에는 없다고 하지. 뭐 또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수도 있긴 하지만 말이야.
= 웅 그렇구나.
나는 포포니와 음성으로는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 속 깊은 내용은 마주잡은 손을 통해서 서로 주고받았다. 일종의 메시지 마법의 변형이다.
투쇼 소장, 아니 이 센터가 가지고 있는 감시 장비들 중에는 에테르에 민감한 것들이 다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에테르를 사용하는 것을 극히 자제하고 있는 중이다.
대신에 내가 마법을 사용해서 이런 저런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앙모앙이란 녀석은 공원에 갔단 첫 날, 공원의 중앙 거목 아래에서 내가 직접 패밀리어로 만들었다. 녀석을 붙들고 서로 눈싸움을 한다고 하면서 패밀리어 마법을 걸었던 것이다.
만약에 이 센터에 마력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수단이 있었다면 꽤나 위험했을 도박이지만 결과적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나는 무사히 앙모앙 녀석을 패밀리어로 만들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앙모앙으로 뭔가 대단한 것을 얻을 욕심은 없었다. 그저 우리가 없는 사이에 공원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살펴서 이 센터에 있는 사람들을 파악하겠다는 그런 생각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의외로 그 앙모앙은 연구소장 투쇼의 애완동물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그런 녀석 말이다.
거기다가 투쇼라는 이 소장 말고는 센터에 다른 연구원들이 전혀 없었다. 아니 사람 자체가 없는 곳이어서 투쇼 혼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그런 곳이었던 것이다.
나는 모성에서 자원이 넘쳐나서 이런 센터 하나를 투쇼에게 맡겨 놓은 것이 아니란 사실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되었는데, 투쇼의 연구가 워낙 비밀스러운 것이라서 혼자만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다른 연구자들과 떨어지게 격리를 시켰다는 것을 투쇼의 입에서 직접 들어 알게 되었다.
천재라고 할까? 투쇼는 그런 류에 속하는 인물인 듯 보였다. 다만 정신 상태가 약간 불안정한 면이 있는데 급격한 감정 변화가 있어서 극과 극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번은 앙모앙을 거의 죽일 듯이 찢어 놓은 적도 있었다. 뭐 그 다음에는 또 화들짝 놀라서는 치료 캡슐을 복용시키고 안절부절 난리를 피우기도 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앙모앙 덕분에 나와 포포니는 이 센터에 대한 것을 거의 파악할 수 있었다. 투쇼의 혼잣말 하는 습관이 무척 도움이 된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우웅. 남편 그래서 이젠 뭐 할 거야?
= 어쩔 거야? 남편? 계획이 있어?
“쉬다가 식사해야지. 따로 할 일이 있나?”
“점점 게을러지는 것 같아. 남편. 핏.”
“으음. 그리고 식사 끝나면 우리 마눌 꽉 안아 줘야지. 흐음. 마눌에게 꽉 깨물려 볼까?”
“에헤헤. 히잉. 그렇지마안. 다 보고 있는 걸?”
“아, 그런가? 그거 참. 곤란하네. 그래도 안 본다고 한 시간에는 안 보지 않을까?”
“우웅. 하지마안, 그래도오. 호옥시나아.”
이 여자 몸을 왜 그렇게 꼬고 그래? 이미 투쇼가 우리 개인 사생활은 살펴보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 말이지. 뭐 그래도 우리 모습이 기록으로 남겨진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긴 하다. 투쇼는 안 봐도 이곳 센터의 관리 컴퓨터는 본다는 소리다. 물론 깔끔한 화면으로 저장도 된다. 투쇼가 마음만 먹으면 그걸 찾아서 보는 것도 가능하겠지. 언제든지 말이다. 그것도 화면 열 몇 개가 사방에서 잡은 멋진 그림으로 나와 포포니의 그렇고 그런 모습을. 우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네. 이걸 콱 그냥 한꺼번에 다 박살을 내고 싶지만 투쇼를 제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벌이면 이곳 센터의 이상 상황이 곧바로 중앙으로 통보가 된다. 그러니 지금은 참아야 할 때인 것이다. 후훅, 후훅! 심호흡. 심호흡.
두고 보자. 이것들이 감히 포포니와 나의 즐거움을 방해하다니 말이야. 죽일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