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53
화
투쇼의 연구센터를 찾아 온 사람은 나크림 이라는 이름 가진 책임 연구원이었다. 그는 휘하에 서른 개의 연구 센터를 두고 관리하는 관리자면서 동시에 스스로 연구 과제를 선정해서 연구를 하는 연구자이기도 했다.
당연히 그는 휘하에 있는 연구 센터의 연구 주제를 자신이 하는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로 채워 넣고 있었다. 그런데 투쇼가 뭔가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냈다며 보고를 했는데 아무리 봐도 나크림의 판단으론 그 연구 결과에 허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조수 한 명과 함께 직접 투쇼의 연구 센터를 찾아 온 것이었다.
하지만 연구 센터에 찾아온 그를 투쇼가 사적인 공간으로 안내했고, 그곳에서 나크림과 그의 조수는 내게 제압이 되어서 세뇌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사실 빠른 시간에 한 사람의 정신을 제압해고 꼭두각시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세뇌가 아닌 최면이라고 해도 그게 단기간에 쉽게 되는 것은 아니어서 복잡하고 어려운 어떤 일을 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투쇼의 경우에도 몇 번이나 공을 들여서 최면과 세뇌를 반복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하지만 나크림의 경우에는 그렇게 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니 그와 조수를 슬립 마법으로 재우 놓고 그에게 아주 단순한 최면을 걸었다.
내가 주는 상자를 감시 받지 않는 공간에 가져다 놓으란 간단한 행동 지침이고, 그에 대해선 나크림의 연구에 언젠가 필요할지 모를 사적인 재료가 들어 있는 상자 정도로 인식하게 했다. 물론 그건 투쇼에게 받은 것으로 기억할 것이다.
조수도 비슷한 최면에 걸렸지만 내용은 투쇼의 연구센터에서 특별한 일이 없었다는 정도로 끝났다.
나크림은 그런 최면이 걸렸지만 그것은 암시처럼 숨어 있는 것이라 다른 행동들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물론 투쇼의 연구에 커다란 허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굉장히 화를 내며 투쇼를 질책하고 연구 센터를 떠났다. 그렇게 떠나는 나크림의 손에는 밀봉된 상저가 하나 들려 있었다. 그것은 나크림의 연구 재료로 중앙 연구소, 즉 인공행성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안전한 곳에서 게이트를 열어 줄 것이다.
나크림 책임 연구원의 사택은 꽤나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실 엄청나게 커 보이는 중앙 연구소라는 이름의 인공행성에도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몇 개의 팀으로 구성된 연구원들이 무리를 지어서 하위 조직인 연구 센터들에서 보내오는 자료들과 연구 성과를 가지고 궁극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연구와 실험, 재작을 하는 곳이 바로 이곳 중앙 연구소란 곳이었다.
나크름은 그 중에서 에테르와 생명에 관한 연구를 하는 팀의 책임자였고, 그 연구는 꽤나 발전을 해서 인류의 몸 안에 에테르 기관이란 것을 만들 정도로 발전해 있었다.
그 에테르 기관이란 것은 아주 초보적인 오러 로드와 비슷했다. 그러니까 몸 안에 에테르가 흐를 통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오러 로드와 다른 점은 따로 에테르를 모아서 저장하는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코어를 통해서 코어가 지닌 에테르를 이용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에테르 기관이었다.
그럼에도 이 에테르 기관이란 것은 꽤나 쓸만한 점이 있는데 에테르 기관에 필요한 코어를 화이트 코어로 사용하게 될 경우 에테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화이트 코어의 등급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어쨌거나 화이트 코어가 에테르를 회복하는, 아니 에테르를 만들어 내는 능력만큼 몸 안에서 에테르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니 에테르를 이용해서 신체 능력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고, 다른 연구팀에서 만들어낸 에테르 방어구나 무기 같은 것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에테르를 이용해서 전사를 만들어 내는 실험이 이쪽 팀의 연구 내용인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더욱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에테르 기관에 대한 연구를 접어두고, 그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에테르를 세포 단위에서 이용하는 육체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들의 목적은 어쩌면 에테르 생명체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에테르 생명체를 만드는 것과 다른 점은 인류를 기반을 에테르를 이용하는 생명체를 만든다는 것이어서 조금 다르긴 하다.
“결국 이곳에서 사용하는 코어와 화이트 코어의 수가 엄청나게 많다는 거로군?”
“맞습니다. 주인님.”
나크림이 앉은 자리에서 넙죽 허리를 숙인다. 이번 최면과 세뇌에 조금 문제가 있었던지 나크림은 나를 주인님이라 부르면서 엄청난 충성심을 보인다. 역시 인간의 정신에 관한 마법은 쓸 때에 여간 조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엔 그래도 부작용이 봐줄만 하다지만 다른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식민 행성들에서 코어의 가격이 자꾸만 올라가는 건가?”
사실 코어는 소비품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화이트 코어는 자체 충전이 되기 때문에 반영구적인 물건인데 그 수요가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그 가격이 동급의 코어 백 배가 넘어가는 실정이다. 그런데 사실 근 몇 년 사이에 코어와 화이트 코어의 가격이 폭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내가 나서서 데블 플레인 연합이 만들어지고, 또 다른 몇 가지 경로에서 풀리던 에테르 코어의 흐름이 몇 곳에서 차단된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가격이 뛴다 싶었더니 이유가 있었다.
이런 연구에 어마어마한 코어가 소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소비되는 코어 중에는 화이트 코어도 적지 않다. 화이트 코어는 원래 충전을 통해서 계속 쓸 수 있는 것인데, 이 화이트 코어를 가지고 실험을 하다보면 훼손, 망실 되는 경우가 많다. 아니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정도다.
최소 단위인 연구센터, 그러니까 투쇼가 관리하고 있던 정도의 규모에서 사용하는 코어와 화이트 코어의 양이 마스터 서너 명이 모여서 몬스터를 사냥하는 사냥 팀의 코어 획득 량을 초과할 정도다.
그런 연구센터의 수가 자그마치 천 개가 넘는다.
그 천 개의 연구 센터가 각각 서른 개 남짓으로 묶여서 책임 연구원이 관리한다. 그런 책임 연구원 서른 명 정도가 이곳 중앙 연구소에서 팀원 몇 명을 거느리고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중앙 연구소에 인류라고는 다 합쳐서 500명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중앙 연구소에서 하루에 소비하는 코어의 수는 아마도 텀덤이 관리하는 교역 행성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코어의 수와 맞먹을 정도일 거다.
한 번의 실험에 꼭 하나의 코어만 사용한다는 고정관념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 번에 수 백, 혹은 수 천 개의 코어를 날려버리는 실험이 종종 행해지는 곳이 이곳 중앙 연구소다. 그건 화이트 코어라고 예외가 되지 않는다. 이들에겐 일반 코어보다 조금 더 귀한 재료일 뿐, 코어는 연구 재료에 불과하다. 그러니 정말 아낌없이 쓰고 있다는 말이다.
“연구소가 여기만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주인님.”
“하긴 그도 그렇군. 그런데 알아보라고 한 것은 어찌 되었지?”
“접근 권한이 있어서 정보를 찾아 봤습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자 내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설마 그걸 찾아냈단 걸까?
“모성에서 개척한 식민 행성은 물론이고 플레인 게이트가 열렸던 위치에 대한 맵이 있습니다. 명칭은 은하전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가능한데 그것을 따로 복사하거나 혹은 이동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허어!”
빌어먹을! 그럼 그렇지 그게 그렇게 간단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겠지.
“그래서 방법을 찾아 봤습니다.”
방법을 찾아봤다?
내가 물끄러미 나크림을 쳐다보자 그는 더욱 자세를 낮춘다. 그러면서 그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