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54
화
내가 다른 정보보다 은하전도라는 그 우주 지도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서 듀풀렉 게이트의 창고가 열리는 위치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위해서다.
나는 수십 자리에 해당하는 좌표를 듀풀렉의 마법진에 그려 넣는다. 그 좌표란에 들어가는 문자와 도형과 숫자의 종류는 굉장히 많다. 그리고 원래 거기에 들어가는 문자, 도형, 숫자의 조합에는 따로 규칙이나 제한 같은 것이 없었다. 그 좌표는 이전 세상에서는 이공간이라고 해서, 세상의 이면에 존재하는 공간의 틈의 어느 한 부분을 지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어떤 좌표를 설정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그 좌표는 심지어는 최초로 좌표를 활성화시키는 사람의 마력에도 영향을 받아서 같은 좌표를 서로 다른 사람이 활성화 시키면 또 공간이 달라지기까지 했으니 그 세상에서 좌표란 개인의 것으로 인식이 되었었다. 마법사마다 서로 다른 이면 세상의 공간을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로 정리가 될까?
그런데 이곳에선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듀풀렉이 이면의 공간이 아닌 같은 차원의 어느 곳으로 연결을 시키는 엄청난 이변이 벌어진 것이다.
거기다가 좌표를 바꾸면 그 공간의 위치도 달라진다.
이제 내가 은하전도를 얻게 되면 듀풀렉의 창고 공간의 좌표에 대한 단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 동안 나는 쉬지 않고 우주 곳곳에 새로운 듀풀렉 공간들을 열어왔다. 거의 대부분이 우주 공간에 열렸지만, 어떤 경우에는 행성의 대기권 안에 열리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깊은 심해나 지층 속에 열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행성에 가깝거나 혹은 행성 안에서 열린 공간에는 어김없이 일정 신호를 발산하는 발신기를 넣어서 그 신호를 추적했다.
그렇게 몇 개의 행성에서 듀풀렉 공간을 확인하게 되었고, 그 정보는 차곡차곡 모였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는데, 그게 뭐냐면 내가 확인한 그 행성들은 모두가 모성의 플레인 게이트가 먼저 열린 곳이고, 또 그렇게 플레인 게이트가 열려 있었기 때문에 내 듀풀렉 공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거다. 뭔 소린지 모르겠다고? 쉽게 말해서 그 행성들이 도대체 어디 박혀 있는 행성인지는 나도 모른다는 말이다.
내가 많은 행성에 하수인을 두고, 거점을 마련하고 또 은폐된 성간-게이트를 가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행성들이 사실 우주 어디에 있는지는 전혀 모른다.
나는 길을 따라서 행성 사이를 오가는 것이 아니라 게이트를 타고 이동을 하기 때문에 내가 아는 수 많은 행성들이 어떤 것이 서고 가깝게 있고 또 멀리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은하전도가 필요하다. 모성에서 파악하고 있는 우주의 지도, 그리고 각 행성들의 위치를 알 수 있다면 나는 어쩌면 듀풀렉에 적용된 좌표들의 의미를 알 수 있을지 모르고, 그럼 당연히 좌표들을 수정해서 내가 원하는 곳에 게이트를 열 수 있게 될 거란 말이다.
그렇게 되면? 우주전도에 모성의 위치가 있다면 모성에 듀풀렉 공간을 열 수 있게 될 테니, 모성 공략에서 높은 우위에 서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그 은하전도라고 하는 정보가 무척 필요할 밖에.
그런 내게 나크림이 제안한 방법은 의외였고, 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우주의 행성 이동은 전적으로 플레인 게이트를 이용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을 사용하는데 막대한 에너지가 사용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제한이 많기는 하지만, 지금 이 우주의 식민 체제, 혹은 모성 중심의 사회체제가 만들어진 것은 바로 그 플레인 게이트가 바탕이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우주 공간을 누비며 엄청난 화물을 싣고 다니는 우주선들이 있단다.
“우주선이라고?”
“맞습니다. 주인님.”
“그걸 왜 만들었지? 행성간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이동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지 않나?”
“그렇기는 합니다만 100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막대한 화물을 한 번에 이동시킬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막대한 양이라? 그게 도대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거지?”
“인간으로 치자면 1억명 정도를 싣고 간다면 어떻겠습니까?”
“1억 인구를?”
“플레인 게이트를 통해서 그 숫자를 이동시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거기다가 시간도 적잖게 걸리겠지요.”
“그래서?”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주인님. 그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자는 거죠. 무게와 부피가 많이 나가는 화물이라 플레인 게이트를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거대한 화물 우주선으로 이동을 시키자는 거지요. 실제로 그렇게 이동된 화물들이 벌써부터 식민 행성들 사이에서 사용되고 있는 겁니다. 짧게는 몇 십 년 전에 출발한 화물선이 이미 도착을 한 거죠. 물론 그 화물선은 다시 새로운 화물을 싣고 목적지로 떠납니다. 그렇게 지금 우주에는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초대형 화물선들이 어두운 공간을 누비고 있지요. 그것들이 지나는 길은 이미 이 모성 쳬계의 세상을 유지하는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플레인 게이트는 빠르고 간단하지만 효율적이진 못하지. 그 문제를 초대형 화물선을 대량으로 만들어서 우주를 누비게 만들어 해결했다는 건가? 그것도 벌써 몇 백년 전부터 진행시켜 온 일이란 말이지?”
“맞습니다. 물론 지금도 플레인 게이트를 통해서 적잖은 화물과 사람들이 이동되고 있지만 그건 초대형 화물선 한 두 척의 화물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요. 실제로 1억 인구를 수면 장치로 잠재워서 이동시키는 화물선도 있고, 커다란 행성 하나를 몇 조각으로 잘라서 그걸 통째로 끌고 다니는 우주선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조금 과장이 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 거대한 우주선이 돌아다니며 이 식민 세상의 혈관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요.”
“그걸 어째서 아는 이들이 없지?”
“우주선은 무인 우주선이니까요.”
“무인이라?”
“맞습니다. 프로그램에 따라서 움직이지요. 그리고 화물선이 화물을 내려놓아도 받는 쪽에서는 행성 내의 어디에서 이동된 것으로 판단을 합니다. 그렇게 기록되게 프로그램 되어 있는 거지요. 그 순간만 지나면 끝나는 겁니다. 이건 어느 행성의 것인데 그것이 이 행성에 도착했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그 수단이 우주 화물선이란 것은 숨겨진 겁니다.”
“그렇군. 그랬어. 다른 식민 행성에서 온 것들이 넘쳐나는데도 불구하고 그게 전부 플레인 게이트를 통해서 들어온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거군. 실제론 우주선도 한 몫을 하고 있는데 말이지.”
“맞습니다. 주인님.”
“그래서 그 우주선에는 자체적으로 은하전도가 내장되어 있다는 이야기?”
“네. 주인님. 초대형 우주선에는 은하전도가 있고, 또 매번 갱신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 우주선을 탈취해서 지도를 얻자는 말이지? 나쁘지 않은 계획이지만 그러자면 적당한 행성과 그 행성에 도착하는 우주선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는 제가 따로 카피하지 않아도 외워서 알려드릴 수 있는 수준입니다. 적당한 것을 찾아서 몇 가지 기억해 둔 것이 있습니다. 이것들 중에서 주인님께서 편하신 것을 택하시면 됩니다.”
나크림이 탁자 위에 영상을 띄운다. 그리고 거긴 나크림이 암기해 와서 다시 옮긴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나는 그 중에서 내가 알고 있고 또 거점과 하수인이 있는 식민행성을 찾고 그에 적합한 행성 중에서도 내가 난동을 부리기에 적당한 곳을 다시 찾았다.
무턱대고 우주선을 탈취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내 목적이 우주선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고 믿게 만들려면 꼼꼼하게 작전을 짜야 하는 거다. 그나저나 무슨 핑계를 대지?
이참에 모성 놈들이 좀 놀랄 정도로 일을 벌여야 할 텐데 말이지. 몬스터 전선을 핑계로 좀 강하게 나가 볼까?
아참, 몬스터 전선에 대한 실험은 이곳 연수소와는 상관이 없다고 했지? 다른 연구소에서 한 것이 아닐까 하고 나크림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말이지.
뭐 그거야 어차피 추측일 뿐이지만, 일단 일반인들을 멋대로 감금 착취하는 곳이 몬스터 전선인 것은 분명하니까 그걸 이유로 한바탕 해도 될 것 같기는 하다.
재미있는 일이 생기겠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