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55
화
아, 유메로. 다시 기억이 났다. 이 녀석 지금도 몬스터 전선 어디선가 열심히 구르면서 내가 자신을 구해줄 날을 기다리고 있겠지? 하지만 그 놈이 포포니도 아닌데 내가 내 일을 팽개치고 놈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수소문을 할 일은 없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뭐 어쩌면 그 녀석, 어디선가 몬스터에게 당해서 이미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아직도 살아 있는 것 같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자.
응? 그 녀석이 살아 있는지 어떤지 어떻게 아냐고? 그거야 내가 마법사이기 때문에 아는 거지. 뭐 안다고 해서 정확한 것은 아니야. 그저 살아 있는 것 같다는 느낌 정도지. 그것도 그 녀석이 내 하수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야. 내 마법에 의해서 세뇌가 된 녀석이라서 어느 정도 마법적인 연결이 있다고 할까?
그것도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건데 요즈음 내 마법이 여섯 개의 고리를 희미하게 그려나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느끼게 된 거지.
에테르가 있는 곳에서도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면서 실제로 내 고리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지. 그것도 이전에 마나로만 그려지던 고리보다 훨씬 더 강하고 튼튼한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거야. 워낙 에테르의 성질이 거칠다보니 그걸 포함해서 만들어지는 고리는 그야말로 크고 굵고 튼튼하게 변한 거지. 전혀 의도하지 않았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효과지만 기분 좋은 파탄이라고 할까? 아무튼 내 마법 실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높은 곳으로 오르고 있는 중이다. 즐거운 일이지.
아무튼 유메로가 다시 생각난 이유는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유메로의 고향인 뮤이네 행성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여길 온 이유는 당연히 내게 필요한 우주 화물선을 차지하기 위해서지. 얼마 후에 이곳에 뮤이네 행성에 우주 화물선이 도착하기로 되어 있거든. 그런데 그 화물선이 행성으로 내려오는 것은 아니니까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대기권 밖의 화물선으로 침입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단 말이지. 특이 그 우주선에 누군가 침입했다는 사실은 모성에서 몰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뮤이네 행성에서 커다란 소동을 일으킬 필요가 생긴 거지. 큼. 좀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할까?
거기다가 지금 전 우주 공용의 툴틱에는 제5 데블 플레인에 대한 폭로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야. 음? 무슨 내용?
그거야 제5 데블 플레인을 핑계로 헌터와 일개미를 모집해서 몬스터 전선이라는 곳으로 보내고 그곳에 억류해서 몬스터 사냥을 시키며 헌터와 일개미를 찾취하고 또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그런 내용이지.
아, 이런 내용을 어느 행성 한 곳에서만 퍼뜨리면 당연히 플레인 게이트를 막아서 소식이 전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거점을 가지고 있고, 또 하수인이 있는 모든 행성에서 이 정보를 퍼뜨리도록 했지. 물론 당연히 하수인들이 알아서 제 앞가림을 하겠지. 그 놈들 대부분이 범죄자인 경우가 많으니 그 정도 머리를 알아서 굴릴 거다. 스스로를 보호는 일에는 아주 뛰어난 본능을 지닌 놈들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 몬스터 전선에 대한 폭로 내용 마지막에는 내가 모성에 보내는 경고도 들어 있다.
그 경고의 내용은 에테르 몬스터를 이용해서 헌터나 일반인이가 혹은 그 어떤 인류라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은 없어야 하며, 이번 몬스터 전선과 같은 사태는 모성이 얼마나 부덕한 자들인지를 잘 알려주는 사례라는 내 성명이 첨부되어 있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서 몇몇 행성에 경고를 보낸다는 내용도 함께 들어 있다.
응? 경고? 그걸 뭘 물어? 그냥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 몇 마리씩 행성에 던져 주는 거지.
전에도 말했지만 생체 에테르가 존재하는 동안에 몬스터들은 거의 무적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보이거든? 그러니 그런 몬스터가 날뛰기 시작하면 그 행성은 그야말로 엄청난 두려움에 떨어야 하지.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과하다 싶은 정도로 몇몇 행성에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 다섯 마리 정도씩을 풀어 놓기로 했지. 지금 포포니, 텀덤, 마샤, 리샤가 모두 나서서 각 행성에 몬스터를 풀고 있을 거다. 개인별로 행성 셋씩 맡겼으니까 모두 합하면 열 두 곳의 행성에 몬스터가 나타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 뮤이네까지 열 세 곳이 되는 거지.
열 셋.
이 숫자는 이상하게도 많은 문명권에서 불길한 숫자로 취급하더라고. 그래서 아무 의미도 없는 숫자를 맞춰 주기로 했지. 자, 그럼 이제 여기도 몬스터들을 한 번 꺼내 볼까?
뮤이네 행성도 난리가 났다. 다섯 마리의 보라색 등급 몬스터가 허공에서 나타나서 물류창고를 덮쳤다. 그것도 조금 전부터 대기권 밖의 우주선에서부터 화물을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습을 받고 우왕좌왕한다. 그래봐야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들에겐 그저 번거롭게 도망 다니는 나약한 생명일 뿐이겠지.
나는 혼란에 빠진 물류창고를 보다가 겨우겨우 빠져나와 대기권으로 올라가는 작은 우주선 하나를 발견하고 따라붙었다. 급하게 부상하느라 제대로 닫히지 못한 화물칸의 문이 천천히 닫히고 있었지만 그건 내게 별 문제가 아니다.
나는 어렵지 않게 우주선에 침입했다. 눈에 보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마법, 블링크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 공간 사이를 접어서 그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마법, 그것이 실제로 발현되면 이곳에서 저곳으로 순간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인데 여섯 고리를 가진 내게는 그렇게 어려운 마법이 아니다.
우주선에 올라온 나는 조심스럽게 우주선 내부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굳이 멀리 돌아다닐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이제 곧 이 작은 우주선이 대기권 밖의 초거대 화물선과 연결이 되면 다시 배를 갈아타야 하는 입장이니까 말이다.
우주선을 갈아타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소형 우주선은 초대형우주선의 내부에 착륙을 했고, 그 후엔 움직임을 멈췄다. 나크람이 알아온 내용에 따르면 지상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지면 화물선은 대기권 밖에서 머물면서 사태가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니 지금 이 초거대 화물선은 뮤이네 행성의 몬스터 사태가 정리되고 물류창고에서 하역 작업을 지시할 때까지 무한 대기 상태가 된 것이다.
나는 지금 개조형 포포니윙을 타고 거대 우주선 안을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다. 부유선 포포니윙의 개조 버전인 이 녀석은 에테르 코어를 동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력을 동력으로 하는 녀석이다. 즉 데블 플레인에서 쓰자고 만든 것이 아니라 일반 행성에서 사용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이걸 만든 직접적인 이유는 모성의 감지 체계에 에테르 감지에 대한 기술이 굉장히 발달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사실 그 때문에 나는 식민지에 퍼져 있는 여러 거점들을 에테르 코어가 아닌 마나를 사용하도록 바꾸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는 마나를 사용한 거점을 새로 만들고 있다는 말이 맞다.
기존에 있던 에테르 코어를 이용한 은폐 거점이나 그 안에 있는 성간-게이트까지 그대로 둔 상태로 따로 마나를 이용한 거점들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연구소를 다녀오면서 어쩌면 모성 놈들이 내가 식민 행성에 만들어 놓은 거점을 대다수 찾아 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정도로 에테르를 감지하는 능력이 발전해 있는 것을 확인했던 것이다. 작은 도시 하나 정도는 감지 범위 안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을 한 것을 봤다. 물론 지금 식민 행성 어디를 가더라도 에테르 코어를 이용한 시설들이나 장비들이 널려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신고 되지 않은 것, 혹은 의심되는 에테르 밀집 지역 정도는 충분히 분류하고도 남았을 시간이 흘렀다고 느꼈다. 그래서 마법 실력이 늘어날수록 점차 마력을 이용한 장비들에 신경을 쓰고 있는 거다.
뭐 그래봐야 마나가 뭉쳐 있는 마나석이 없어서 곤란을 겪고 있지만 그나마 마나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마나를 품고 있고 또 조금씩 흡수해서 저장하는 성질을 지닌 돌을 찾을 수 있어서 간단한 도구들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것은 다행이라고 할 것이다. 최하급 보석으로 취급되는 돌덩이가 그런 능력있을 줄은 몰랐기에 나도 놀랐지만 말이다. 우리 마눌 선물을 산다고 기웃거리지 않았으면 절대 몰랐을 발견이었지. 역시 우리 마눌은 복덩어리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