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56
화
초거대 화물선. 왜 초거대란 말이 붙었는지 이해가 된다. 이건 거의 몇 Km단위의 길이 높이 폭을 지닌 구조물이니 이걸 무슨 우주선 따위로 부르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물론 이 우주의 많은 행성들과 위성들 항성들을 따지고 보면,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암흑의 빈 공간들을 생각하면 티끌도 되기 어려운 크기지만 그래도 막상 안에서 돌아다녀보니 그 규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확실히 이런 우주선이라면 설계도가 없으면 길을 잃기 쉽겠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내 툴틱에는 나크림이 넘겨준 초거대 화물선, 그 중에서도 이번에 뮤이네 행성에 도착한다는 바로 이 화물선의 구조도가 있다. 물론 화물을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내부 구조가 변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절대 변하지 않는 기본 골조를 따라서 움직이면 어렵지 않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만들어지기를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고, 그 기본 골조를 따라 화물선 수리 로봇들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지금 내가 그 공간에서 포포니윙을 타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 임무는 이 화물선의 메인 관리실까지 가서 그곳에 마법을 이용해서 은폐 공간을 만들고 필요 인원을 불러들이는 것 까지다.
내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여기 있는 이 화물선의 관리 컴퓨터를 어떻게 할 재주는 없다. 그런 건 잘 하는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 거다.
그래서 이미 일단의 컴퓨터 전문가들이 대기하고 있다.
내가 게이트를 열면 냉큼 필요한 자제를 챙겨들고 넘어와서 이 화물선의 컴퓨터를 장악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걸로 상황은 끝, 내가 필요한 정보를 얻은 후에 깔끔하게 사라지면 되는 거다.
아, 지금 열 세 곳의 행성에서는 난리법석이 났을 거다.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들이 날뛰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뭐 그래도 일반인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될 수 있으면 인류의 주거지역에서 먼 곳에 몬스터들을 떨어뜨리라고 했다.
아, 툴틱의 안내를 따라서 오다보니 벌써 화물선의 관리 컴퓨터가 있는 곳이다.
저게 그 컴퓨터인 모양인데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거대한 쇳덩어리뿐이다. 전선은 물론이고 깜빡이는 전구도 하나 없다. 그저 커다란 쇳덩이 이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쇳덩이에도 돌출부가 있고, 그 돌출부가 바로 유사시에 관리 컴퓨터를 점검하거나 혹은 수리하고 프로그램을 수정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외부 입력부다. 저길 포함해서 은폐 마법을 건 다음에 사람들을 불러오면 그들이 알아서 나머지 일을 할 것이다.
나는 포포니윙을 최대한 그 외부 입력부에 가까이 붙이고 은폐 마법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그리고 시험삼아서 밖으로 나가서 몇 걸음 걸어본다.
역시 우주선에선 아무 반응이 없다. 물론 이제 외부 입력부를 열고 뭔가 일을 시작하면 관리 컴퓨터가 이상을 알아차리긴 하겠지만 그걸 어떻게 무마하고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는가 하는 문제는, 다시 말하지만 내 몫이 아니다.
자자, 이제 빨리 사람들을 불러오자. 우주복들 챙겨 입으라고 했는데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일단은 포포니윙 안으로 사람들을 부른 다음에 밖으로 나가게 해야 한다. 이곳과 사람들의 있는 곳의 기압 차이가 있을 테니까 잘못하면 우주선 안의 기압이 멋대로 변해서 관리 컴퓨터가 이상을 알아차릴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 하는 거다.
여덟이나 되는 사람들이 초거대 우주선의 관리 컴퓨터에 붙어서 이리저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 외부 입력부는 몇 번의 해체 작업을 거쳐서 속을 다 드러내고, 거기에 수십 개가 넘는 연결 코드를 꽂고 있다.
그 모양을 보고 있으면 마치 고문당하는 포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이 초거대 우주선을 저 여덟 명의 기술자들이 속이고 회유하고 또 협박하면서 정보를 빼앗고 있다고 생각하면 포로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긴 하다.
“이거 정말 엄청납니다.”
한 사람이 우주선의 정보가 담긴 툴틱 보조 기억 장치를 들고 와서 내게 건네며 그렇게 말한다.
“뭐가 말입니까?”
엄청나다는데 내가 그 이유 정도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말이지.
“여기엔 지금 식민 행성과 모성 사이를 오고가는 모든 화물선들의 운행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이 화물선의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운형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수시로 업데이트를 하는 겁니다. 혹시라도 이 우주선에 무슨 일이 생겨도 이 우주선이 가지고 있던 운행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우주선에 넘겨주는 뭐 그런 것 같습니다.”
설명을 하는 사내는 이번 컴퓨터 기술자들을 이끌고 있는 리더 위치에 있는 사람인데 사실은 범죄자로 사법 기관에 쫓기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내가 세뇌를 시켜서 하수인으로 부리고 있는 건데, 이 사람이 저지른 범죄도 바로 컴퓨터를 해킹해서 벌인 일이라 그 능력 하나 믿고 이번 임무에 불러 온 사람이다.
“아무튼, 여기 보면 우주선으로 여행을 하거나 이동을 할 때에 조심해야 할 구간이나 이상 현상이 벌어지는 장소에 대한 설명들이 자세하게 나옵니다. 특히 몇 곳은 완전히 접근 금지 구역으로 잡혀 있는 곳도 있습니다. 근처에 가기만 하면 모든 화물선이 실종되고 이유도 알려지지 않은 그런 곳들이 있다는 겁니다.”
“아, 그건 별로 안 중요한데, 여기 모성의 위치까지 나와 있다는 말, 그거 정말입니까?”
내겐 그게 제일 중요하다. 까짓 정말 모성에 갈 길이 없으면 내가 모성에서 가까운 행성으로 가서 거기서부터 우주선을 타고 모성으로 가는 방법도 생각해 봄직 하지 않은가?
“네? 네. 있습니다. 잠시만요.”
그는 내 질문에 당황한 듯 하더니 곧바로 자신의 툴틱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의 툴틱은 허공에 입체 영상을 투영한다.
“자, 이걸 보십시오. 이게 지금까지 밝혀진 우주 지도입니다. 여기 이곳이 우리가 있는 뮤인 행성입니다. 그리고 여기, 여기, 여기 이렇게 빨간색으로 표신된 곳이 데블 플레인입니다. 그리고 모성은 여기에 있습니다.”
그가 입체 영상에서 모성의 위치로 찍은 곳은 어쩌면 당연하다 싶은 곳이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우주 지도의 가장 중앙부분. 거기에 모성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모성의 플레인 게이트는 모성을 중심으로 입체적은 구체를 만들면서 입구를 열고 있는 듯 했다. 물론 그 중에서는 아주 먼 곳에 자리한 식민 행성도 있는데, 그것은 전혀 의외의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가 모성에서 일정 거리 안에 있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여기까지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나는 모성이 있는 중앙에서 우주 지도의 외곽까지를 손으로 그으면서 물었다.
“으음. 솔직히 그 거리 단위는 일반적인 거리 단위론 말을 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사용하는 가장 큰 거리 단위는 준광년입니다. 즉 빛의 속도에 거의 근접한 속도로 날아서 1년이 걸린다고 하는 거리를 말합니다.”
“그래서요?”
“지금 말씀하신 그 사이의 거리는 광년으로 치면 약 2만 광년입니다. 지금 은하 지도에 나타난 행성들은 사실 화물선이 닿는 행성들을 중심으로 밝혀진 것들만 기록이 되어 있는 것일 뿐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이 지도는 아직도 완성된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여기저기 구멍이 많이 있죠. 다 채워지려면 아마도 훨씬 더 자세한 탐사가 있어야 할 겁니다. 그런데 그런 탐사를 하려면 또 시간도 어마어마하게 걸리겠죠. 지금 이 초거대 화물선의 최고 속도는 빛의 속도의 70% 정도에 불과하니까요. 사실 가까운 거리의 행성을 향해서 끊임없이 다니는 것이 이 화물선의 임무인 것입니다. 어쩌면 그러면서 우주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더 큰 임무일 수도 있겠죠. 평균적으로 반지름 2만 광년의 구체 안에는 200억 개의 항성이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네. 항성입니다. 그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나 그 행성에 딸린 위성은 헤아리지도 않은 숫자가 200억이요.”
“이보다 더 정확한 우주 지도는 얻을 방법이 없을까요?”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네? 그거야 당연히 있지요. 물론 이 우주선에서 얻은 것만큼 구체적인 것은 아니지만 훨씬 많은 별들이 나와 있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식민행성의 천문학자들이 그들의 별에서 관찰 가능한 것들을 모은 다음에 다시 식민행성 전체의 천문학자들이 마련한 공간에 업데이트를 하거든요. 사실은 저도 이 화물선의 정보를 거기에 올려서 좀 더 세밀한 우주 지도 작성에 도움을 줄까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아, 맞다. 내가 원시적인 별에만 살다보니까 다른 식민행성에서 천문을 연구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제각각 흩어져 있는 신민 행성에서 각자 관찰한 정보를 취합해서 하나로 모았다면 그것도 이 우주선이 가지고 있는 우주 지도에 뒤지지 않을 가치가 있을 것이다.
“좋군요. 알았습니다. 이제 끝났으면 이만 철수하죠.”
“네. 알겠습니다. 보아하니 다들 원상 복구를 시킨 모양이니 더 오래 있을 이유가 없지요.”
나는 서둘러서 사람들을 개조 포포이윙에 타게 하곤 외부와 공기를 차단한 상태에서 그들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로 보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뒤에 남은 흔적이나 발자국 같은 것이 없는가 확인을 하고 포포니윙을 타고 원래 화물을 올리고 내리는 소형 우주선이 착륙한 곳을 찾아서 대기했다.
뮤이네의 몬스터 사태가 해결되면 오래지 않아서 다시 화물을 내리는 작업이 시작될 것이다. 그게 원래 프로그램되어 있는 메뉴얼이라고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