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57
화
단순 연산의 문제에 있어서 인류의 능력은 절대로 컴퓨터를 따라갈 수가 없다. 아니 연산과 기억의 영역까지도 그러하다. 다만 인간이 아직까지 컴퓨터라는 전자 두뇌에 앞서는 것은 창의성으로 대표되는 영역일 것이다. 뭐 어쨌거나 적당한 기준을 주고 그에 합당하는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일은 수천억 번의 연산이 필요한 일이라고 해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주 복잡한 것 같은데도 내 팔뚝에 있는 툴틱조차 그것을 간단하게 처리해 내는 것을 보면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나는 내가 듀풀렉을 만들 때에 좌표 설정에 사용하는 도형과 기호, 숫자들을 모두 하나씩 툴틱에 기억을 시키고 그것들의 조합으로 창고가 어디에 생겨났는지를 우주 지도에 표시했다.
즉 내가 확인이 가능한 듀풀렉의 창고 위치를 우주 지도에 표시하고 그것에 사용된 죄표 설정 도형과 기호, 숫자를 입력한 것이다.
일단은 대조군이 생긴 것이니 어떻게든 작은 결과라도 나오면 그걸 기반으로 다시 실험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내가 좌표 설정에 사용하는 기호, 도형, 숫자의 순서다. 그 많은 것들이 어떤 질서나 법칙을 가지로 나란히 줄을 서야 한다. 그래야 어떤 것 다음에 또 어떤 것을 쓸 수 있을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역기서 내가 숫자라고 하니까 그 숫자에는 이미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 내가 숫자라고 부르는 것은 과거 내 제여넌의 기억에는 분명히 명백한 순서가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숫자라고 하는 그것조차도 하나의 도형 정도로 인식이 되는지 순서가 맞지 않는 것 같다.
그걸 어떻게 확인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뭐 사실 아직 확인이라고 할 수도 없는 민망한 수준이다. 그저 숫자 하나만 변화를 시킨 후에 그 듀풀렉의 공간이 어디에 나타나는지 확인을 해 본 것이 전부니까 말이다. 사실 내 생각에 그 많은 좌표의 자릿수 중에서 숫자 하나에 행당하는 것을 그 다음 숫자로 바꾼 아주 작은 차이라면 듀풀렉 공간은 근처 어딘가에서 생성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예상이었다.
그런데 듀풀렉 공간은 엉뚱한 우주 공간에 나타나서 그곳이 어딘지도 확인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 숫자에 해당하는 부분이 워낙 높은 자릿수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생긴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위치로는 좌표의 제일 마지막 부분에 있는 것이었단 점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내가 숫자라고 부르는 그것도 이곳에선 기호나 도형에 다름 아닌 것이 아닐까 한다.
뭐, 어쨌거나 나는 툴틱에게 줄 수 있는 몇 가지 정보를 주고 그것들을 서로 대조해서 어떤 것이건 규칙을 찾아내길 원했고, 그 규칙은 며칠 지나지 않아서 내 손에 들어왔다.
처음 내가 얻게 된 규칙이란 것은 그다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작은 규칙을 반영해서 몇 개의 듀풀렉을 만들고 거기서 성과를 얻은 다음에는 듀풀렉에 사용하는 좌표를 분석하는 일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뭐 해? 남편?”
포포니가 내 곁으로 바짝 붙어 앉으며 묻는다.
“이게 거의 끝난 것 같다. 일단 이미 만들어진 듀풀렉에서 창고 옆 공간을 열 수 있는 듀풀렉을 만들었거든.”
“우웅? 무슨 소리야? 그게?”
“그러니까 우리 세포니에 창고 있지?”
“웅. 있어.”
“그 창고 옆에 뭐가 있지?”
“여기저기로 가는 통로도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남편이랑 나만 쓰는 침실도 있고, 다른 쪽에는 포포니군이랑 그 가족들이 있는 커다란 작업장도 있고 그렇지.”
“그런데도 우린 창고로만 게이트를 열 수 있고, 창고에 있는 물건만 넣고 뺄 수 있잖아. 그건 듀풀렉이 그 창고 공간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고 말이야.”
“응. 그래. 그렇지.”
“그런데 요기 이 듀풀렉은 우리 부부 침실로 통하는 거고, 이건 작업장으로 통하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곳으로 창고를 열 수 있게 된 거지.”
“우와, 그럼 여기 여기로는 안 되는 거야?”
포포니는 우리가 있는 응접실 바닥을 가리키며 묻는다.
“음, 아직 그것까진 안 되는데 오래지 않아서 될 것 같아. 아직은 이미 만들어진 듀풀렉 창고의 좌표를 기준으로 조금씩 움직이는 거거든.”
“아, 그렇구나. 거리가 멀어지면 비켜날 확률도 높아지니까 정확하게 하는 게 어렵다는 말이구나?”
역시 똑똑한 우리 포포니.
“거기다가 우린 세포니 행성을 기준으로 해서 실험을 할 수도 없어. 그건 마눌도 알지?”
“왜 못하는 거… 아! 알았다. 남편이 가지고 있는 우주 지도에 세포니 행성의 위치가 없어서 그렇구나? 웅웅. 알았어. 세포니 행성에는 모성에서 만든 플레인 게이트가 없어서 우주 지도에 위치를 넣을 수가 없는 거야.”
“아, 꼭 그런 건 아닌데, 이상하게 세포니 행성에서 관측되는 우주의 별자리나 모습들이 지금 우주 지도에 잘 들어맞질 않아서 그래. 묘하게 어긋나는 부분들이 있거든. 비슷한 것 같으면서 아닌, 뭐 그런 거지. 정확한 것은 과학자들에게 의뢰를 해야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세포니 행성의 위치가 역추적을 당할 가능성도 있고 해서 아직은 그냥 두고 있는 거야. 사실 다른 행성에 열린 듀풀렉 창고가 없는 것도 아니니까.”
“우웅. 알았어. 그리고 나도 남편 생각에 찬성해. 그 세포니는 남편이랑 내 이름을 딴 거니까. 잘 아끼고 보호해야 하는 거야. 암암.”
“맞아. 내 생각도 그래. 세포니는 정말 중요한 곳이지.”
나는 포포니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혹시라도 우리 데블 플레인 연합이 모성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리게 되면 최후의 도피처로 세포니 행성을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응? 왜 이런 생각을 하냐고? 까짓 모성이 뭐가 무서워서?
아, 내가 저번에 열세 곳의 행성에 보라색 등급 몬스터를 뿌렸던 일에 대한 경과를 이야기 하지 않았구나? 그래서 지금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보라색 등급 몬스터들이 어떻게 되었을 것 같아? 응?
쯧 말도 마라. 처음에는 각 행성들이 난리가 났다. 툴틱에서만 간혹 데블 플레인에 위험한 몬스터가 있다는 소리를 듣곤 했던 사람들 앞에 감당하기 어려운 몬스터들이 쏟아졌으니 당연한 일이지.
그런데 저번에 한 번 당한 것이 있어서 모성에서도 제법 준비를 했던 모양이더라고.
보라색 등급 몬스터들이 날뛰기 시작하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플레인 게이트를 통해서 일단의 무리들이 나타난 거지.
그러면서 모성에서도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지. 뭐라더라? 그래 ‘이젠 몬스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모성에선 백성들의 안전을 위해서 몬스터를 상대할 부대를 만들었고 그들의 능력은 충분히 몬스터를 압도한다. 지금 그들이 나서서 침략자를 응징하고 있다.’ 뭐 이런 내용이었지. 그리고 그 뒤는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모성의 특수부태의 활약상이 자세한 영상과 함께 소개가 되었고 말이지.
그래 내가 보낸 몬스터들은 그 대 몬스터 특수부대란 놈들의 화려한 등장에 밑거름이 된 거지.
물론 그 특수부대라는 것들의 활약이 담긴 영상을 보면 혀를 끌끌 차게 만드는 모습이 적지 않지. 거기다가 실제로 그들이 몬스터를 잡아 죽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그곳이 데블 플레인이 아니었기 때문이지.
데블 플레인이 아닌 곳에서 몬스터들은 스스로 에테르를 회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몸 안의 에테르를 소비하면서 날뛰다가 밧데리가 다한 장난감처럼 엎어지는 거니까 말이다.
모성의 특수부대는 그 시간까지 몬스터를 붙들어 놓고 버틴 것에 불과했다는 말이다.
아직 그 부대의 능력은 마스터에 겨우 닿은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 놈들이 보라색 등급을 사냥하겠다는 것은 과욕일 뿐인 거다.
하지만 나는 그 일로 상당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특수부대는 나크림이 있는 연구소 쪽에서 나온 결과물과 비슷했던 것이다. 나크림이 알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발달한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그 기본은 에테르 기관을 몸 안에 가지고 있는 이들이 그들 특수부대란 사실은 명백했다.
그리고 다른 연구소에서 이전에 나크림 쪽에서 했던 연구를 이어받아서 더 발전시킨 것이 분명하고 말이다.
그러니 내가 놀라지 않을 수 있겠어? 모성 놈들이 드디어 에테르를 사용하는 몬스터나 혹은 전사들을 상대할 대책을 마련했다는 것을 보여 준 거잖아.
쉽게 말하면, ‘우리에겐 이런 힘이 있으니까 경거망동 하지 마라.’라는 경고라고 할까? 한 방 먹이고 한 방 먹은 거지.
몬스터 전선에 대한 진실이 알려지면서 지금 그 쪽은 이미 폐쇄가 된 것이나 다름이 없지. 그쪽으로는 이제 내가 만든 성간-게이트를 통해서 교역 행성과 연결이 되었으니 모성의 플레인 게이트 따위는 완전히 박살을 내 버렸다고 한다.
물론 플레인 게이트 자체는 모성 쪽에서 관리하는 것이고 이쪽은 그 게이트가 열리는 공간만 있는 거지만, 그 공간 자체를 아예 무너뜨리거나 박살을 내 버렸다고 하니 모성에선 꽤나 큰 손실을 입은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봐야 어딘가 또다시 몬스터 전선을 만들 것 같기는 하지만, 그건 나중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