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66
화
제9 데블 플레인의 초거대 화물선 사건은 오래지 않아서 모성에서까지 말이 나올 정도로 크게 번졌다.
나크림 녀석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번 사태는 모성의 회사들 몇이 모여서 꾸민 일이라는데 초거대 화물선은 데블 플레인을 향해 움직이고 있던 것이 있어서 그대로 운행을 한 것이고, 바뀐 것은 데블 플레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정박을 하고 향후 에테르에 대한 방어가 가능해진 후에 화물 하역을 시작할 계획이었던 것을 대기권 가까운 곳까지 몰고 와서 위협을 주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9 데블 플레인에 대한 위협은 모성 정부의 작전이 아니라 회사들 몇이 모여서 만들어낸 위기 상황이었다는 말이다.
물론 그 초거대 화물선이 어느 순간 실종이 되어버린 사실 때문에 일을 꾸몄던 회사들이 곤경에 처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식민 행성 전체의 혈관 역할을 하는 초거대 우주 화물선 운행에 대한 것은 모성의 정부는 물론이고 수 많은 거대 회사들이 연합해서 추진하는 계획이었는데 그런 일을 몇몇의 회사들이 독단으로 변경시킨 것은 일종의 계약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크림의 소식을 듣지 않아도, 모성에서도 웅성거리는 소음이 들려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쟁이 없을 것 같은 모성이지만 아직 회사들 사이에선 죽고 죽이는 경쟁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니 모성에서 회사들이 싸우면 모성 밖에 있는 회사의 세력들이 서로 물고 뜯는다. 그러면서 식민 행성 몇이 묶여서 또 다른 식민 행성과 대립하고 그러는 거다.
즉 식민 행성들은 따지고 보면 각각이 거대 회사에 속한 공장이거나 시장이거나 혹은 광산이거나 농장이거나 하는 식으로 회사의 일부라고 볼 수 있으니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행성들이 생기고 그러는 거다.
겉으로 보면 모성의 지배를 받는 하나의 묶음인 것 같지만 실제로 그 안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회사들이 조각을 내서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까?
아무튼 그래봐야 모든 것은 모성에 있는 본사에 달려 있는 거다. 어찌된 일인지 이전부터 회사라는 단체는 그 본사를 모성에 두고 발전을 해 왔다. 그래서 모성의 본사가 무너지면 식민 행성에 있는 지사들은 맥도 없이 쓰러지고 만다. 거기다가 모성이 아닌 곳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회사들은 결국 행성 단위도 넘어서지 못하는 규모에서 멈추고 마는데, 그것은 모성 밖에서 생긴 회사가 커지는 것을 모성의 회사들이 두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끼리는 죽어라 물어뜯고 싸우면서도 외부에서 적이 될 세력이 씨앗만 보여도 밟아 문지르는 것들이 모성의 회사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제9 데블 플레인에서 있었던 초거대 화물선 실종과 또 제9 데블 플레인에 대한 초거대 화물선의 위협 행위에 대해서 회사들이 서로 잘잘못을 따지며 좌충우돌 하는 것 때문에 모성의 사회 전반이 어수선했다.
그런 중에 나와 포포니, 그리고 리샤는 또 다시 재미있는 잠입을 시작하고 있었다.
납치된 빈민 출신의 부부와 동생으로 변신하고 사방이 막혀버린 반중력 자동차에 올라탄 것이다.
“어디로 가는 걸까? 남편?”
“글쎄? 모르지.”
“오빠, 무서워요. 흐흑.”
어이, 리샤, 연기도 좋지만 이렇게 안기다간 마누라한데 쥐어터진다?
“우웅. 나도 무서워 남편.”
그럼 그렇지. 포포니가 슬쩍 리샤를 밀어 내며 내게 들러 붙는다. 그러면서 주먹으로 리샤의 옆구리를 살짝 지르는 걸 똑똑히 봤다. 우와, 겉으로 표시나지 않게 속을 쳤어? 마눌, 장난이지만 심한데?
“아윽, 언니! 너무해요.”
“동생이라도 내 남편은 안 돼. 이젠 내 거야.”
“아, 알았어요. 칫.”
그래 그런 거지 뭐. 그나저나 가족 단위로 잡힌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을 보니 그 놈들의 말이 맞는 모양이네.
길에 돌아다니는 사람을 하나씩 납치하다간 괜히 소문이 나고 신고가 되고 그러니까 아예 빈민들이 사는 곳에서 가족 단위로 납치를 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가족들에 대해선 어디로 직장을 얻어서 이사를 갔다거나 혹은 빚 때문에 범죄자들이 끌고 갔다는 식의 소문을 흘려서 신고가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도 하고, 만약 신고가 들어가도 빚 때문에 도망을 간 것이지 누가 끌고 간 것이 아니라고 발뺌을 한다던가?
아무튼 그래서 요즘은 가족 단위로 사람들을 포획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는 놈들이 있었다. 뭐 그런 놈들은 깔끔하게 기억을 지우고 다른 경로를 통해서 팔아 버리라고 했지만, 여전히 범죄자들은 넘쳐난다. 순간의 분풀이 이상의 의미는 없겠지. 거기다가 지금 내가 하수인을 부리는 놈들도 여전히 이전에 해 오던 짓을 그대로 하고 있다.
그 놈들이 자리를 비우면 또 다른 놈들이 들어와서 같은 짓을 할 것이 뻔하고, 또 그렇게 되면 우리 거점이 위험해지니 그냥 원래대로 하도록 두고 보는 것이다.
포포니는 끌려가는 사람들이 불쌍하고 범죄자들이 나쁜 놈들이라고 콧김이 나도록 씩씩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몇 놈을 죽이거나 병신으로 만든다고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내 말에, 눈이 빨갛게 되도록 화를 내다가 며칠 동안 토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도 방법이 없는 것을.
거기다가 그런 뒷골목의 범죄자 놈들은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제대로 박살을 내려면 좀 더 중심으로 파고들어 가야 하는 거다.
납치를 당했는데 인간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강제로 탈의를 시키는 곳에서는 진짜로 확 뒤집어엎을까 했었다. 감히 포포니를!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나체가 되는 상황이라 포포니가 팔을 잡고 말리면서 조금 시간이 지나니 겨우 참을 만 했다. 안 그랬으면 정말 그곳에서부터 박살을 냈을 것이다.
이후로는 놈들이 지급한 옷을 걸치고 열 명씩 감옥 같은 공간에 갇혔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밀어 넣고 입구를 에너지 빔 종류의 창살로 막아 버린 것이다. 그나마 포포니와 리샤가 아직까지 내 곁에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나는 포포니에게 내 허벅지를 내어 주고 포포니가 베고 누울 수 있게 해 줬다. 곁에는 리샤가 살짝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있다.
아내에게 허벅지를 내어주고, 동생에겐 어깨를 내 준 오빠의 모습. 연출이지만 뭔가 그림이 되는 것 같지 않나?
그러나 저러나 이곳에 들어온 후로는 인간들의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모든 것이 음성을 통해서 통제가 되고 있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다. 아, 물론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고통을 당한다. 발바닥이 닿은 곳에서 강한 전류가 흐르는 아주 단순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썼다. 쓰러지면 쓰러져서 닿은 면적만큼에서 또 전류가 흐르는 모양인데 딱 죽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정신도 잃지 않을 정도로 괴롭혔다.
그러니 시키는 대로 움직일 밖에 도리가 없는 거다. 누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옷을 벗고 싶었겠는가.
나도 발바닥에서 전류가 흐르는 느낌은 별로 좋지 않았다. 느낌이 오자마자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해서 그나마 잠깐 찌릿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우리 셋 중에 하나를 떼어내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미 가족이 찢어지는 꼴을 봤으니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믿을 수는 없는 일이고 말이지.
“뭐,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시작을 해야겠지.”
“웅? 무슨 소리야 남편?”
“아니야. 아무 것도. 누구도 우리 마눌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응. 그렇구나.”
“오빠, 그럼 저는요?”
“무, 물론 너도 당연히 지켜야지. 아무렴.”
“네에. 전 오빠만 믿어요. 그런데 여긴 너무 무서워요. 어딜까요?”
리샤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어디긴 어디야. 지옥이지.”
그런데 같이 있던 이들 중에 하나가 툭 던지듯 대답을 한다. 대답이라고 할 내용은 아니지만.
“지옥이요?”
심심했던지 리샤가 되묻는다.
“나도 들은 이야기지만 요즈음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더군. 그런데 그 사람들이 모두 회사에서 하는 무슨 실험에 끌려가서 죽는 거라고 했지. 재수 없으면 그런 꼴을 당하니까 조심하라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정말로 내가 이런 곳에 끌려오게 된 거지.”
“회, 회사에서 실험을 해요?”
리샤가 겁이 난 듯이 벌벌 떤다.
“그래. 뭔지 몰라도 인간에게 실험을 해야 하는 건가 보지. 그걸 하느라고 수많은 사람들을 끌고 가서 다시 돌려보내지 않은 것을 보면, 생각할 것도 없이 그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고 봐야지.”
“시, 실험이니까 실험에 성공해서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흐흑.”
“어이, 아가씨, 우린 그냥 실험용으로 쓰는 거지. 정말 실험에 성공해서 쓸 만한 것이 나오면, 그 때는 우리 같은 것들에게 실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인간들에게 하지 않겠어?”
“흐흑, 왜 자꾸 그래요. 무섭게. 흐흑 오빠!”
어어, 또 안긴다. 너 그러다가 정말로 포포니에게 터진다?
“쯧쯔. 어쩌다가 아내와 여동생까지 데리고 이런 곳에 오게 된 건지 모르지만 안타깝군. 나야 뭐 이젠 다 살은 인생이니 아쉬울 것도 없지만 말이야.”
말을 들어보니 겉으로 보기엔 40대로 보이는 저 사내도 외형을 바꾼 사람인 모양이다. 한 번 시술을 받으면 죽을 때까지 젊은 외형을 유지하는 세상이라서 나이가 많이 들어도 겉으론 구별이 안 되는 거다. 하긴 아까 잠시 들어 본 것처럼 어느 정도 세상을 보는 시각을 가지려면 교육을 잘 받던가 아니면 오래 살아야 그게 가능한 거지. 그리고 저 사람은 교육이 아니라 오래 산 연륜에서 저런 결론을 낸 것인 모양이고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