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7
화
“알았습니다. 세 길드의 의사는 충분히 알아들었습니다. 그리고 짐작하겠지만 나는 어디 다른 길드에 들어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차근차근 사냥터의 수준을 높여서 당신들이 말하는 그 위험한 곳까지 갈 생각이고, 그 때가 되면 서로 돕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이고 말입니다.”
“우리 호른 길드에 대한 감정은 잊어 주길 바랍니다.”
“그건 티버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호른의 호의도 기억하죠.”
“고맙습니다. 자자, 우리 일어나자고. 우리도 먼 길을 오느라 피곤하고, 세이커씨도 오늘 던전 사냥을 마치고 왔으니 쉬어야지. 가자. 우리끼리 가서 한 잔 하자.”
타렌이 그렇게 모두를 끌고 사라지자 편편나무 여관의 1층 홀을 감돌던 침묵이 조금씩 깨어지고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래도 우리 파티가 있는 테이블로 향하는 관심은 줄어들지 않는다.
“올라가자. 객실에서 먹어야겠다.”
나는 한숨을 쉬곤 일행을 끌고 객실로 향했고, 셜린은 떨어지기 싫다고 앙탈을 부리다가 결국 문앞에서 내일 보자는 윙크와 함께 떨어져 나갔다.
참, 일이 많은 날이다.
대충 먹고 마시고 나서 율티 지부장에게 연락을 했다.
율티 지부장은 이미 상황을 알고 있었다. 거기다가 스티커에 대한 것은 비공개로 처리한 것이라고 시인했다. 그리고 여유가 되면 거점의 연합 상점에다가 스티커를 만들어서 맡겨 두라고 했다. 그러면 그걸 거기서 소모를 하거나 혹은 도시로 모아서 판매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에테르 증발에 따른 유효기간을 어떻게 늘리거나 하는 방법을 연구해 보라고 성화를 부렸다.
지금도 판매가 나쁘지는 않은데 그래도 유효기간 이라는 것이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판매에 문제는 없다는 소리를 덧붙였다. 그건 유효기간이 길면 더 비싸게 팔 수도 있다는 소리였지만 지금은 파티원들과 내가 성장하는데 초점을 둬야 할 때다.
능력의 성장도 성장이지만 초보라서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런 소소한 것들을 알아가는 것도 성장의 하나다.
어쨌거나 던전 코어가 어디로 갔는지는 오리무중으로 결론이 나고 2거점에 몰렸던 이들이 다시 분산되면서 편편나무 여관의 1인실이 많이 비었다. 물론 1인실이 1인실로 쓰이는 것만은 아니다.
침대는 하나지만 둘이 쓰는 경우야 흔하지 않은가.
그러나 저러나 객실 쟁탈전에서 누가 이길까? 셜린? 미셀? 라니에? 그것 참. 내가 여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들끼리 나를 두고 결정을 하겠다고 통보를 하다니 이건 뭔 일인지.
며칠 쉬었다.
그래. 며칠.
뭐 했는지 알고 싶어서 묻는 거야? 아니면 알면서 확인을 한 거야?
내 잘못이 아니지. 여긴 남녀가 동등하다고 남자가 여자를 찾아 움직이는 거나, 여자가 남자를 찾아서 움직이는 거나 뭐가 달라? 거기다가 내가 찍혀서 생긴 문제지만 그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어쨌거나 나만 빼고 모두들 배부른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사냥터로 향하는데 나만 젖도 못 얻어 먹은 망아지 꼴을 하고 끌려가고 있다.
왜 하필 망아지냐고? 그래 나 말이다. 말. 지금도 괜찮지만 잘 키우면 정말 대단한 종마가 될 거라고 기대를 모으는 종마 후보. 말이다 말.
뭐 우리가 여관에 며칠 있었던 것은 사람들의 관심이 좀 줄어 들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솔직히 너나없이 우리만 보이면 하던 일을 멈추고 우릴 관찰하느라 바쁘니 좀 여유를 가지자는 뜻에서 여관에 있었던 거다. 그 사이에 셜린과 미셀, 라니에가 나를 번갈아 올라 탄 것은 그냥 서로 즐기자는 여흥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미셀도 그렇고 라니에도 그렇고 전혀 셜린에게 뒤지지 않는 몸을 가지고 있다. 그냥 꽉꽉. 으흐흐.
뜨겁기는 라니에가 제일이고 기교는 셜린이 제일, 미셀은 약간의 백치미로 남다른 분위기를 만드는데 그게 또 아주 사람을 녹이는 맛이 있다. 거기다가 하나같이 명기를 가지고 있으니 가슴 큰 라니에, 작은 미셀, 조금 큰 셜린. 아무튼 좋았다. 뭐 아주 좋았지.
물론 게리, 렘리, 마토도 제 짝이랑 아주 잘 지냈단다. 뭔 일인지 파트너도 바꾸지 않고 처음 그대로 엮여 있는데 저러다가 가슴에 벌 달겠다고 나서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다.
뭐 절대로 그걸 허락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런 꿈을 꾸고 있다면 그 놈만 불쌍할 따름이지.
우리는 사냥에 집중했다.
나는 디버프 기술을 주로 사용하면서 오러 수련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마법에 대해서는 성과가 별로 없었다.
내 마법은 마법진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다. 마나를 모아서 틀을 만들고 그 틀에 각 단계에 해당하는 마법진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에는 문제가 있다. 이것은 마나와는 많이 다르다. 더 강력하고 흉폭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오러 호흡법으로 어느 정도 몸에 알맞은 형태로 가공이 가능하지만 애초에 마법의 서클이란 자연의 마나를 끌어 모아서 그것을 기반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 이 에테르로 마법진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을 내 관념의 세상에 품어서 서클로 마법진의 조합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차라리 필요할 때에 허공에 마법진을 그려서 마법적인 효과를 내게 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지금 정신 능력자들이 에테르를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에테르를 허공에서 가공해서 어떤 작용을 만드는 것이 바로 정신 능력자들의 방법인데 내가 생각하는 마법진을 정신력으로 그려내는 것과 거의 같은 내용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수련은 어쩔 수 없이 기존에 존재하는 정신 능력자들의 기술들을 섭렵하는 쪽으로 선회를 했다.
하지만 그런 기술들의 완성도는 아무래도 마법진을 통한 방법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마법진을 이용한 에테르 활용을 연구하는데 신경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익히는 그런 공격 기술들을 기본적인 것 이외에는 다른 이들에게 보이지 않았다.
오직 디버프만은 누가 보더라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데 힘을 썼을 뿐이다.
범위를 넓히고 위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수준이 되고 나니 범위 디버프와 개별 디버프 사이에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위력이 둘다 같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개별 디버프의 위력이 월등하게 상승된 것이다.
그것은 내가 에테르를 다루는 능력이 한 단계 성장한 순간부터 일어난 일인데, 나는 그 순간 내 정신 능력이 정확하게는 에테르를 움직일 수 있는 정신력이 확장된 것을 알았다.
그와 동시에 더 넓은 범위의 디버프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더 강력한 디버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디버프는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에테르로 몬스터가 자지고 있는 생체 에테르에 간섭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해서 몬스터의 생체에 있는 에테르가 제 활동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몬스터 마다 각기 다른 에테르를 지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몬스터의 에테르는 비슷하지만 또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인데 내가 정신력이 늘어나면서 에테르에 대한 감각이 이전보다 민감해져서 몬스터의 에테르 차이를 알게 되자 거기에 간섭하는 것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개체별 디버프의 위력이 상승한 이유다. 일종의 맞춤형 디버프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말이지.
범위형은 그게 아니어서 위력의 증가 폭이 크지 안지만 그래도 몬스터 종류별로 또 다른 약간의 차이는 파고 들 여지가 있어서 범위 디버프라도 위력이 조금은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