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79
화
뭐 이곳에도 어느 정도 차별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니까. 리샤의 말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다.
하지만 그래도 궁금한 건 궁금하 거다.
“그 진화란 것이 뭘까?”
“으응. 나도 궁금하다.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지?”
포포니도 관심이 생긴 모양이다. 눈이 반짝거린다.
“세이커님이 힘을 좀 쓰시죠? 호감도를 좀 높이면 의심을 사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법이라도 쓰라는 소리겠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너무 시간이 걸리는데? 차라리 사람들 없는 곳에서 적당하게 최면을 걸어서 이야기를 듣는 쪽이 좋을 것 같은데?”
“그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으네요.”
“좋아. 그렇게 하자. 응응.”
마침 그렇게 의견을 모았는데 적당한 기회가 생겼다.
“자자, 여러분 몇 명이 가서 먹을 것과 입을 것, 덮을 것을 가지고 와야 합니다. 그러니 힘을 보텔 분들은 좀 나서 주시겠어요?”
누군지 모르지만 광장으로 들어오는 입구 중에 한 곳에서 몇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광장 안의 사람들에게 고함을 질러서 자원 봉사자를 모으고 있다. 아마도 일반인보다는 지위가 있는 이들인 모양이다. 아니면 일종의 관리 같은 이들일 수도 있겠지.
어쨌거나 이렇게 앉아 있는 것 보다는 조금 돌아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으니 지원을 해서 나가기로 포포니와 리샤와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우리 셋은 어렵지 않게 자원 봉사자 무리에 낄 수 있었다.
“미리 준비가 되어 있다곤 하지만 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는 되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아요. 복구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 시간도 오래 걸릴 것 같고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좀 도와 주셔야 해요. 참, 나서 주셔서 고맙다는 말, 아직 안 했죠? 제가 정신이 없어요. 호호홋.”
인솔자인 여자는 앞서 가면서 그렇게 아쉬운 소리를 겸해서 감사 인사를 했다.
광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수가 몇 백 명은 되었으니 그에 필요한 용품들도 만만치 않게 많을 것이 분명했지만, 지금 여자의 뒤를 따라가고 있는 사람의 수는 고작 사십 명 정도가 전부다. 그나마 그 정도 인원이라도 자발적으로 나서 준 것이 고맙다는 의미이리라.
그런데 한참을 걸려서 도착한 곳에는 다른 피난처에서 온 사람들인지 몇 팀이 벌써부터 상자들을 꺼내서 챙기는 모습이 보인다.
“여기예요. 자자, 앞에서 열 분, 그러니까 거기 네, 맞아요. 지금 손 드신 분까지는 상자에 식량 표시가 된 거, 그러니까 아시죠? 포크와 나이프가 교차한 표시요. 그걸 세 상자씩 들고 나오시면 되요. 좀 무겁겠지만 크게 무리가 가진 않을 거예요. 다음 열 분, 네, 빠르시네요. 거기까진 옷이 그려진 상자를 네 개씩 들고 오세요. 부피는 크지만 무게는 덜 나가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다음은 네, 거기까지네요. 상자에 보면 딱 봐도 담요라고 생각되는 표시가 있어요. 그걸 세 상자씩 들고 오세요. 마지막으로 남은 분들은 상자 중에서 제일 부피가 큰 것을 들고 오시는 거예요. 하나씩이면 되요. 거긴 잡다하게 필요한 것들이 들어서 아마도 그냥 상자 표시가 그려져 있을 거예요. 특정하기 어려운 물건들이 종류별로 들어 있어서 그래요. 자자, 그럼 다들 좀 서둘러 주세요.”
나와 포포니, 리샤는 한데 뭉쳐 있었던 까닭에 마지막 잡동사니가 들어 있는 상자를 맡게 되었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공간이 엄청 넓은데 사람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혼란스럽다. 간혹 높게 쌓은 상자들이 와르르 무너지기도 한다. 뭐 그래봐야 사람들은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리고 상자에 깔렸던 사람들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상자를 스스로 밀치고 일어나서 얼굴을 붉힌다. 실수를 한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부상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는데 그것은 하나같이 영구적인 효과가 있는 회복 캡슐을 몸에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렇게 상자에 깔렸다가 얼굴을 붉히며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 회복 캡슐의 위력이 남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저 착각일 뿐일까? 아니면 이곳에서 사용하는 회복 캡슐이 밖에서 쓰는 것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것일까? 모르겠다.
우리 셋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깊은 곳까지 이동해서 상자들을 챙겨 들었다. 아무래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선 사람들이 없는 곳이 편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다.
“우웅. 돌아다니면서 이것들 전부 훔치려면 힘들까?”
포포니가 어처구니없는 소릴 한다.
“여기 있는 것만 다 훔치려고 해도 시간이 엄청 걸릴 거예요. 불가능해요.”
“우웅. 그렇구나. 아까 보니까 신기한 거 많이 있는 것 같던데.”
“그건 또 언제 봤어?”
“입구에서. 사람들이 상자 뜯어 놓고 이런 저런 설명하는 거 봤어.”
그러니까 우리 인솔자의 말은 듣지도 않고 다른 곳에 한눈을 팔고 있었단 소리지?
“재미있는 거 많아. 물이 잔뜩 들어 있는 작은 물통도 있는데 그 물로 부풀리면 요만한 것이 이만하게 변해서 맛있는 음식이 된데. 그리고 옷도 신기하다? 손바닥 크기가 펼치면 엄청 따뜻해 보이는 옷이 되는 거야. 음음. 아주 마음에 들어. 그리고 담요로 그래. 작은데 커지고 그래. 참, 여긴 뭐가 들었는지 확인을 못했는데 우리 한 번 보고 가면 안 될까?”
“안돼.”
“안돼요. 나가면 설명을 해 줄 테니까 그냥 가요.”
나와 리샤가 화들짝 놀라서 포포니를 말렸다. 그리고 셋이 상자 하나씩을 들고 부랴부랴 입구로 나갔다. 포포니가 고집을 부리면 곤한한 것이다. 입구엔 인솔자 아가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모두 오셨군요. 그럼 일단 우리가 가지고 가는 물품에 대한 설명을 잠깐 하고 가죠. 가서 나눠주면서 설명을 해 주셔야 하니까요. 그러니까 이건….”
그렇게 인솔자 아가씨가 음식과 옷, 담요, 잡동사니 물품에 대한 설명을 진행하고 곧바로 다시 원래의 광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광장에 도착해서 물건을 나눠주는 사이에 슬쩍 빠져나와 인솔자 아가씨와 몇 명의 사람들이 어디론가 가는 것을 뒤따랐다. 아마도 저들이 비상사태에서 이곳을 책임지는 조직에 속해 있을 테니 광장에 머무는 것보다는 저들을 뒤따르는 것이 더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행 따위는 생각지도 않는지 서로 작은 목소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어디론가 가는데,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이번 사태에 대해서 광장에서 사람들이 떠들던 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대화가 오고 갔다.
다만 비상사태에 대한 지침이 며칠 전에 내려온 것이나 새로 지급된 비상 조명 등이 참으로 요긴하다는 말에서 지금의 관리 체계가 며칠 사이에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사태에서 건물을 통제하고 있는 이들이 행정청의 경비 인력이란 사실도 아울러서 알아냈다.
그리고 십여 분 정도 걸었을 때, 앞서가던 이들은 하나의 건물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것을 건물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건물 안에 세워진 독립된 건물로 보였기 때문이다. 참 신기하단 생각이 든다. 거대한 빌딩 안에 또 몇 층이나 되는 건물이 세워져 있다니 말이다.
“저건 구획마다 있는 경찰서예요. 경비대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리샤가 그 건물의 정체를 알려줬다. 그런 건물이 구획별로 하나씩은 있다는데 어떤 곳에는 한 층을 담당하고 또 어떤 곳은 두 개나 세 개의 층을 담당하기도 한단다. 그건 그 구획이 어떤 구조냐에 따라 다르다는 말이다. 한 층에서 그치는 구획이면 거기에 맞는 건물이 세워지고, 여기처럼 5층 이상의 경찰서 건물이 있으면 이 구획이 다섯 개의 층을 공유하는 곳이란 소리가 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