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8
화
당연히 파티원들은 신이 났다.
이전과 같은 몬스터도 훨씬 잘 썰리니 당연한 일이다.
함께 다니는 셜린네 파티도 우리와 함께 주황색 등급의 몬스터들을 쓸고 다니는 재미에 푹 빠졌다.
노란색 등급의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파티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주황색 등급을 떼로 잡을 수는 없는 일이다.
거기다가 운이 좋았는지 우리는 주황색 등급의 몬스터 중에서 갈색 사마귀 여왕을 발견해서 코어를 얻는 횡재도 했다.
그게 뭐냐고? 여왕은 부족 코어를 가지고 있는 개체다. 그러니까 우리가 주황색 등급의 화이트 코어를 얻었다는 말이다. 우하하하.
그게 자그마치 250억에 팔렸다. 값이 별로라고?
그거야 사마귀 여왕을 잡을 때에 난도질을 좀 했기 때문에 코어의 가치가 많이 떨어진 탓이다.
사실 주황색 등급의 몬스터가 부족 코어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초록색에 준하는 몬스터라고 봐야 한다. 그걸 우리 파티와 셜린네 파티까지 열 명이 잡았으니 그게 어디 쉽게 잡았을까? 검기를 두른 셜린네 공격수들이 죽어라 공격해도 칼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그 사이에 검기를 못 만드는 이들은 여왕을 지키려는 다른 일반 사마귀들을 처리하느라 죽을 고생을 해야 했다.
한 마디로 범위 디버프가 없었으면 절대로 성공하지 못했을 사냥이었다.
검기가 가능한 라니에, 시에나, 세라, 셜린이 바짝 붙어서 사마귀 여왕을 공격하고 나머지 잡것들은 마토가 몬스터의 관심을 끄는 기술로 끌어 들여 방어를 하고 남은 사람들이 그것들을 처리하는 식으로 사냥을 진행했다.
내 머리가 화끈거리고 열이 오를 정도로 디버프를 유지하는 시간이 길었다. 한 순간도 멈출 수가 없으니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었다.
나는 그 때에 알았다. 잠깐이라도 쉬는 것과 연속으로 정신력을 쓰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말이다.
그건 무거운 물건을 들고 한 순간도 쉴 수 없는 상태가 유지되는 것과 같았다. 그 동안에 나는 잠깐씩 무거운 물건을 내려놓고 쉬다가 다시 드는 식으로 정신력을 써 왔던 것이다.
그걸 연속으로 하자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뇌를 쥐어짜는 듯 한 시간이 이어졌다고 할까?
사마귀 여왕이 쓰러졌을 때, 나는 화이트 코어를 얻었다는 기쁨 보다는 디버프를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는 것에 더 환호했다. 철퍼덕 자리에 주저앉는 추태를 보였던 것도 그 순간이었다. 정말 정신력을 쥐어 짠다는 것이 그런 것이란 사실을 처음 알았던 순간이고 좋은 경험을 했다고 여긴 순간이기도 했다. 죽지 않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으면 좋은 경험인 것이다.
어쨌건 그 코어 덕분에 우리 파티는 백억 텔론을 벌었고, 나는 그 중에서 40억이 넘는 텔론을 내 몫으로 챙길 수 있었다.
그리고 렘리 등은 16억 텔론을 받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기뻐했다.
전에 받았던 돈과는 단위가 다르다 보니 이젠 정말로 그동안 받았던 모든 서러움과 슬픔을 청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던 모양인지 눈물을 감출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사냥과 수련에 미쳐서 지내다 보니 율티 지부장의 독촉은 매일같이 날아왔다.
스티커 판매가 끝났는데 언제 스티커를 만들 거냐고 따다다다 쏘아 붙이는 거다.
하지만 나는 제3 거점에 자리를 잡고 다시 노란색 등급의 몬스터 사냥을 계획하는 중이라 거점 도시로 갈 일이 생기면 보자고 계속 미루는 중이다.
지금 돈이 급한 것도 아닌데 스티커는 우리가 쓸 정도만 있으면 그만이다. 그래도 스티커에 대한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제3 간이 거점으로 출발하면서 2거점의 연합 상점에서 스티커를 구해서 챙겼다.
내가 만들 수 있는 걸 굳이 구입한 것은 셜린 쪽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이전에 몇 번 쓰는 것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노란색 등급의 몬스터들을 사냥하러 가는 길에는 주요 보급품으로 준비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값도 비싼데 그걸 굳이 뭐 하러?”
“뭐는, 이게 보기보다 굉장하지. 이걸로 죽을 목숨이 살 수도 있어. 여기 게리가 이거 덕분에 목숨을 건졌잖아. 저번에 초원에서 몰이 사냥한다고 몬스터 끌러 갔다가 고슴도치 밭을 들어가서 죽을 뻔 했는데 그걸 이 스티커 덕분에 헤치고 나왔지.”
“그런 일이 있었어? 응? 자세히 이야기 좀 해 봐봐.”
“나한테 묻지 말고 게리한테 물어 봐. 직접 당한 놈이 더 잘 알겠지.”
“아이, 자기가 해 주면 되지. 뭘 게리씨에게 가 보래? 조것들을 곁에 불러 오려고 그러는 거지? 응?”
셜린이 강짜를 부린다. 미셀이나 라니에가 내가 탄 바이클로 넘어 오는 것을 경계하는 거다.
우리는 여전히 4인용 바이클을 타고 다니고, 셜린 파티는 6인용 바이클을 가지고 다닌다.
6인용은 페달을 밟는 자리가 앞에 핸들이 있는 곳에 하나, 뒤로 둘씩 두 칸이 있어서 다섯이 페달을 밟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물론 짐칸도 4인용에 비하면 조금 더 길다.
그런데 미셜은 내가 있는 바이클 짐칸에 올라와서 치근덕거리며 붙어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일을 할 때에는 정확한 사람이라 그런 면에서는 배울 점도 많은 여자다.
맺고 끊는 것이 명확하니 믿음이 간다고 할까?
“그런데 그거 어떻게 생각해? 전에 사마귀 여왕 잡았다고 연합에서 경고 왔잖아.”
나는 미셜에게 얼마 전에 비공식으로 내려온 경고에 대해 물었다.
그건 다름이 아니라 사마귀 여왕을 잡아서 몬스터 영역에 대대적인 변화가 생긴 것 때문에 헌터들이 혼란을 겪게 되어 유감이라는 그런 내용이 헌터 연합, 그것도 제3 데블 플레인의 본부에서 내려온 거였다.
이게 웃기는 건데 부족 코어를 얻으면 얼씨구나 좋다고 와서 구매를 해 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헌터들의 무분별한 사냥으로 몬스터와 헌터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사실 주황색 등급의 부족 코어가 사라지게 되면 그들은 약 3개월 후에 어디선가 다시 등장하게 된다. 지역 코어가 새로운 부족 코어를 생성하는데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물론 등급이 높은 부족 코어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간이 거점이 만들어지고 나면 그 근처에서는 부족 코어를 일부러 사냥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근처 부족 코어를 모두 사냥해 버리면 간이 거점을 세운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흘러서 다시 근처에서 부족 코어가 생성되고 몬스터들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게 바람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 그저 좋은 사냥터는 유지를 하는 것이 좋은 일이다.
거기에 문제를 일으켰으니 공식적은 아니어도 비공식적으로 경고가 내려왔던 거다.
아니 누가 뭐 잡고 싶어 잡았냐? 잡다 보니 보이고 보이니 싸우게 된 거고 그러다가 죽지 않으려니 잡을 수밖에 없었던 거지.
그래 욕심이야 당연히 났지. 사실 앞에 돈덩이가 있는데 안 잡고 그냥 두냐?
솔직히 거기 제2 거점에 있던 헌터들도 능력만 되면 잡고 싶은 사람들 많을 거다. 그런데 능력이 되는 이들이 거기 머무는 경우가 별로 없고, 머물러도 헌터 밥 좀 먹어서 돌아가는 것을 알고 있느니 거점 근처의 부족 코어는 건드리지 않는 것 뿐이지.
셜린이야 그걸 알고 있었지만 초보인 우리가 있다는 것을 핑계로 그냥 쓱싹 한 거다.
말릴 생각도 않고 도리어 편승을 해서 용돈 벌이를 했다나 뭐라나.
“아이, 다 그러면서 경험을 쌓는 거지. 뭐 그런 걸 신경쓰고 그래? 우리 쟈갸 정도 되면 그런 경고 정도는 무시해도 된다고. 이 제5 거점 도시에서 쟈갸같은 능력자 구하기가 어디 쉬운가? 연합도 우리가 퍼나르는 코어들로 환호성을 올리고 있을 걸? 그러면서 쟈갸가 실수 좀 한 거 가지고 뭐라고 하기도 그러니까 그냥 살짝 형식만 갖춰서 경고를 한 거지. 다른 뜻은 없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