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82
화
확실히 표시가 난다.
제 기능을 하는 건물과 그렇지 않은 건물은 느낌부터가 다르다. 거기다가 전기라는 에너지 또한 명확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느껴진다.
행정청 건물은 그야말로 엄청나게 넓고 복잡했다.
우리는 우리가 찾고자 하는 중앙 시스템이 있는 곳까지 오는데 무려 이틀이란 시간을 더 허비했다.
정말 그렇게 시간이 걸릴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나마 밖에 에테르 폭탄의 공격 시점을 여유를 두고 지시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동하는 사이에 잠을 잘 때에는 적당한 방에 들어가서 은폐마법을 펼쳐 놓은 상태로 잠을 잤다. 사실 며칠 정도는 뜬눈으로 보낸다고 몸에 무리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도 급히 서두르기 보다는 여유를 가지자는 생각에서 쉴 시간이 되면 쉬면서 움직였던 거다. 물론 우리 부부와 달리 혼자서 자야하는 리샤는 그다지 반기지 않는 눈치긴 했지만.
어쨌거나 전기가 살아 있는 영역으로 들어서면서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어떤 방법으로든 행정청에서 우리의 움직임을 알아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니 당연한 일이다.
“안 되겠네. 조금 더 기다렸다가 움직이자.”
나는 전기가 살아있는 구역 앞에서 포포니와 리샤의 걸음을 붙잡아 세웠다.
“남편 뭘 기다려? 응?”
“아마도 오늘 에테르 폭탄이 다시 터지기로 된 날이 맞을 거예요. 그래서 세이커님은 그걸 기다리자고 하시는 거고요. 제 말이 맞죠?”
리샤가 내 의도를 정확하게 맞췄다.
“그래. 그걸 기다리자는 거야. 잘하면 지금 복구되고 있는 부분들이 다시 먹통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말이야.”
“응. 그렇구나.
포포니가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나저나 저 쪽에선 난리가 났겠다. 벌써 며칠 동안 연락을 안했으니 말이다.
아, 저쪽은 데블 플레인 쪽을 말하는 거다. 장인 장모나 친구들과 그 외에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우릴 걱정하고 있을 것 같다. 모성의 행정청을 공격한다고 하고는 그 후로 제대로 연락도 하지 않았으니 지금 어쩌고 있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면 우린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는 상황인 거다. 아, 잘못하면 장인 장모에게 엄청 야단맞을 수도 있겠다. 그동안 제법 사위 대접을 잘 받고 있었는데 이번 일로 한 방에 훅 가는 거 아닌지 몰라.
– 알립니다. 알립니다. 재해 대책 본부에서 알립니다. 현 시간부로 비상을 발령합니다. 아울러 모든 전력의 생산과 운용 및 저장을 중단합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현 시간부로 전력의 생산과 운용 및 저장을 중단합니다.
“어? 뭔 일이야?”
“에테르 폭탄의 폭발을 미리 알았다는 듯한 반응인데?”
“어떻게 알았을까요?”
“뭔가 감지 장치를 만들었겠지. 에테르 폭탄이라는 것이 코어를 이용한 거잖아. 코어의 성질을 약간 변형시킨 것이니까 그걸 감지할 수 있다면 에테르 폭탄의 위치를 찾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걸 모성 전체로 확대하진 못한 모양이고 이곳 행정청 주변으로 그런 기미가 보이니까 비상을 선포한 거 같은데?”
“우와 반응이 엄청 빠르구나. 어떻게 벌써 그렇게 할 수가 있지? 대단해.”
“포포니 그걸 지금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이렇게 되면 에테르 폭탄이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그럼 남편이 준비하고 있다가 터트려 버려. 에테르 폭탄 폭발이 지나고 나면 다시 전기를 쓸 거 아냐? 그럼 거기에 맞춰서 자기가 한 방 터트리는 거야. 어때?”
나쁘지 않은 방법이긴 하지만, 그걸로 우리가 이곳에 침입해 있다는 사실을 들키는 건 피하기 어렵게 되는 거 아닌가? 그냥 이대로 은폐 상태로 들어가다가 들키게 되면 그 때에 폭탄을 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그게 그건가? 아니면 비상 상황을 해제하고 방심하고 있을 때에 터트리는 것이 더 효과가 좋을까?
“그래. 그렇게 해 보자. 여기서 중앙 시스템이 있는 곳까지는 얼마 멀지 않은 것 같으니까 비상을 해제하고 전력이 공급되는 순간 폭탄을 터트리는 걸로 하자. 물론 폭탄을 터트린 다음에 곧바로 이동을 해야지. 최대한 들키지 않도록 말이야.”
“응응. 좋아. 역시 남편! 화끈해!”
화끈은 무슨. 이 여자가 지금 이게 무슨 놀이인 줄 아나?
세상이 다시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빛을 머금고 있던 것이나 내뿜고 있던 것이나 할 것이 없이 모든 빛이 사라져 간다. 대책 본부라는 곳에서 에테르 폭탄의 폭발에 대응하기 위해서 모든 전기를 끊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발광체들이 여기저기 살아남아 사람들의 두려움을 거두어 주고 있다.
하지만 재해 대책 본부의 대응이 완벽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아직도 흐르고 있는 전기의 힘이 느껴지는데 건물 밖에서부터 거센 에테르 폭풍이 밀려든다.
그와 동시에 전기를 머금고 있던 것들이 맥없이 녹아내리고, 또 어디선가는 약간의 폭발을 일으키기도 한다. 에테르 폭탄이 터지기 전에 전기를 끊어 내지 못한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지 않아도 느낄 수가 있다.
하지만 미리 대비가 되어 있었던 만큼,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에 비하면 피해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다.
에테르 폭풍이 지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건물에 전기가 공급되기 시작한다.
– 재해 대책 본부에서 알려드립니다. 위기 상황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이번 공격에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주민 여러분들은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복구를 기다리시면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알려 드립….
“정말 그런가 어디 보자고.”
나는 방송을 들으면서 확장 가방 안에 들어 있던 에테르 폭탄을 꺼내서 복도 건너편 방으로 던졌다.
– 복구를 기다리시면….
파파팟 파팍.
갑자기 나오던 방송이 끊기면서 건물의 전력이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가 던진 에테르 폭탄이 터졌다.
“반응이 굉장히 빠른 것 같아요. 확실히 뭔가 에테르 폭탄을 찾아내는 방법이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리샤가 꽤나 놀란 표정으로 감탄한다.
“그래 맞아. 남편이 폭탄을 꺼내서 던지자마자 곧바로 전력을 끊기 시작했어. 대단해.”
“그래도 급하긴 했던 모양이에요. 방송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전력을 끊어 버렸으니 말이죠. 그래도 피해가 적지 않을 것 같아요.”
리샤는 행정청 건물의 피해가 클 거라고 예상했다.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니 내가 던진 에테르 폭탄 때문에 일어난 전기와 에테르의 충돌이 꽤나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어쩌면 중앙에서 제어하는 전력을 제외한 다른 제어장치의 전기, 전자 장치들은 이번에 거의 모두 못쓰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이동을 하지. 이쪽에서 에테르 폭탄이 터진 것까지 감지를 했다면 침입자를 잡기 위해서 움직인 사람들이 있을 거야. 경비대나 그런 곳에 속한 사람들 말이야.”
“맞아. 남편.”
“어서 가요.”
내 말에 포포니와 리샤가 서둘러서 가자고 팔과 손을 잡는다.
그런데 어디로 가나?
“저 쪽으로 통하는 통로의 문은 열리지 않네? 전기가 끊겼는데도 그대로인 걸 보면 확실히 뭔가 있다는 소리겠지?”
나는 우리들이 가던 건물 중앙 방향의 복도를 막고 있는 문을 보며 말했다.
“그렇겠죠. 안 그랬으면 다른 곳에 있던 문들처럼 저곳도 활짝 개방을 했어야 하죠. 뭐 얼마 전까지 전기가 살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지만, 일단은 저기서부터는 지금까지 지나왔던 곳들과는 다른 곳이란 점은 확실한 것 같아요.”
“어떻게 할까? 남편?”
포포니가 나를 보며 묻는다. 뭘 어쩌겠어?
“뚫고 가자. 안에 뭐가 있는지 보고 싶으니까 말이야.”
“웅웅. 바로 그거야. 남편. 그 말을 기다렸어. 그럼 간다앗!!”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포포니가 칼을 뽑아들고 달려 나간다.
거참, 성격하고는!
포포니가 들고 있는 칼에서 서리서리 뻗치는 강기가 무섭게 요동을 친다.
카가가가가강. 카가강!
포포니는 앞을 막고 있던 문을 조각조각 잘라 내고 있다.
그 너머로 또 다른 복도가 어둠에 묻혀 있다. 그곳에는 이전과 달리 발광체들이 하나도 없어서 어둠만이 가득하다.
“뭐지?”
“글쎄요?”
나와 리샤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다.
“남편, 뭐해? 빨리 와. 어서 가서 뭐가 있는지 봐야지.”
장애물을 처리한 포포니가 내게 손짓을 한다.
뭐 어차피 가려고 했던 곳이니 어디 한 번 가 보자.
나는 포포니와 리샤를 데리고 어둠이 가득한 복도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