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86
화
*** 스피릿, 파워, 메틸? 뭐냐 성의 없는 이 이름들은?
“아, 잠깐만 친구들이 방문을 요청하는구만. 다들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네. 뭐가 그리 답답하단 건지. 아무튼 그런 상황인데 어떤가? 그들을 불러도 될까?”
내가 스피릿이란 노인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그가 뜬금없이 친구들이 오고 싶다고 한다는 말을 꺼낸다.
친구들이라, 이 행정청을 관리하고 있다는 세 명의 사람들 중에 남은 둘을 말하는 것이겠지?
나는 포포니와 리샤의 얼굴을 한 번씩 바라봤다. 의견을 묻는 것이지만 뭐 알아서 하라는 반응만 돌아온다. 그래도 포포니나 리샤 모두 긴장을 늦춘 모습은 아니다.
“좋아. 어디 한 번 보자고. 이 모성을 관리하고 있는 최고 수뇌랄 수 있는 이들이 누군지 나도 궁금했으니까 말이야.”
“허락이라고 생각하고 오라고 하지. 그런데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어. 우리들은 이곳 행정청만 관리하지 그 외의 모성이라고 불리는 이 행성이나 그 밖의 다른 행성들에 관여하지 않아.”
“그게 웃기는 소리 아닌가? 지금도 내게 곤란한 사람이라며 몰아세우고 있는 이유가 다른 행성들이 나 때문에 에너지 부족으로 힘들어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던 것 같은데?”
“몰아세운 것은 아니지. 그저 내 생각이 그러하단 것을 이야기했을 뿐이지.”
“그런데 그거 말고, 아까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해 봐. 각 행성에 몬스터들 풀어 놓는 것을 도리어 그 행성들이 환영할 거란 소리 말이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직접 데블 플레인으로 가서 사냥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몬스터들이 자신들의 행성에 나타나 주면 고마운 일이 아니겠나?”
“뭐야? 그걸 잡아서 에테르 코어를 얻겠다는 그런 말? 그게 제정신을 할 이야기야?”
“그게 어떻다는 거지? 자네 말대로 그들에게 몬스터를 보내면 그들은 합당한 희생을 치르고 에테르 코어를 얻을 것이 아닌가. 그러면 되는 문제지. 그 사이에서 생기는 희생이란 것은 따지고 보면 그들 행성이 자초한 것이니 말이야. 코어를 얻기 원한다면 코어와 함께 몬스터를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란 말이지.”
이 인간이 미친 걸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아니 어떻게든 몬스터를 사냥해서 코어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거기서 생기는 희생은 그야말로 엄청날 텐데?
“굳이 그렇게 정색을 할 이유가 뭐지? 그냥 낮은 등급의 몬스터들을 보내면 될 일이지. 등급이 높은 것을 꼭 보낼 이유가 없지 않나?”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빨간색이나 주황색 등급 정도를 떼로 보내면 뭐 어떻게든 잡아서 해결을 하고 코어를 얻어서 활용을 할 수 있겠지.
“남편, 정말 그렇게 할 생각이야?”
그런데 포포니가 내 소매를 당기며 묻는다. 아, 정말 그렇게 할 이유가 있나? 왜 그렇게 하지? 그들에게 꼭 코어를 줘야 하나? 코어를 주지 않으면 그 행성들과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그렇게 되나? 코어를 우리가 몬스터를 잡아서 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저들이 알아서 잡으라고 몬스터를 몰아서 넘겨주는 것이 더 나을까?
아니 그럼 도대체 그 몬스터들은 또 어떻게 잡아서 넘기나? 그런 귀찮은 짓을 수 많은 행성에 어떻게 일일이 해 준다는 거야? 미친 짓이지.
으아아,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아.
“아, 저기 친구들이 오는구만.”
그런데 그런 내 복잡한 고민을 한방에 날리는 스피릿의 목소리에 나는 내 등 뒤쪽을 보고 있는 스피릿의 시선을 따라서 몸을 돌려 스피릿의 친우란 이들을 찾아봤다.
두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의 모습이다. 그리고 당연히 미인이다. 하긴 저게 본 모습이겠어? 뭐가 되었건 수없이 변하며 만들어진 모습이겠지.
어쨌거나 스피릿만 남성이고 나머지 둘은 여성이었던 모양이다.
그들 둘은 서둘지 않고 스피릿의 마당으로 들어와서 스피릿 옆으로 가서 의자도 없는 공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렇다고 흙바닥에 앉았다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은 흙을 끌어 올려서 의자를 만들어 앉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냥 보이지 않는 의자가 있는 것처럼 허공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다리를 꼬았다.
도대체 무슨 힘을 쓴 걸까? 그걸 파악하지 못하니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거 위험한 상황인 것 같다. 내가 상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다니 말이다.
“소개하지. 이쪽은 메틸, 또 이쪽은 파워라고 하네.”
흙으로 의자를 만들어 앉은 쪽은 메틸이고 허공에 앉은 여자는 파워?
메틸, 파워, 스피릿? 물질과 에너지와 정신?
그러고 보니 셋이 이름이 뜻하는 바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겠다. 정신을 의미하는 스피릿과 물질을 의미하는 메틸, 에너지를 뜻하는 파워.
“짐작한 모양이군요. 그래요. 우리는 물질과 정신과 에너지를 뜻해요. 그리고 그것은 각자가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죠. 우리 셋은 그 본질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 있다고 자부하고 있어요.”
파워가 여전히 다리를 꼰 상태에서 표정 없는 얼굴로 그렇게 설명을 한다.
그런데 듣고 이해를 했는데도 뭔가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뭔가요? 각자가 추구하는 궁극에 도달하면 뭐가 남는다는 거죠?”
리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리고 확실히 내가 짚어 내지 못한 것을 찔렀다.
“음, 그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하나요? 지금까지 이야기하고 있던 것이 그러니까 에테르 코어에 대한 이야기였죠? 그런데 솔직히 미안해요. 이야기의 시작이 그렇게 되면 안 되는 건데 스피릿이 너무 앞서서 이야기를 진행했어요. 그래서 나와 메틸이 오지 않을 수가 없었죠.”
“다시 처음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해요. 세이커 위아드. 솔직히 당신이 진행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우리는 별로 간섭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냥 되는대로 흘러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죠. 문제가 있다면 행정청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테르 정도인데 그것도 사실 수급에 별 문제는 없어요. 데블 플레인이라고 부르는 그곳이 아니라도 별들은 많고, 에테르 기반의 생명체가 있는 행성도 많아요. 그러니까 세이커씨가 알지 못하는 행성들도 많다는 거죠. 그런 곳에 사람들을 파견하거나 혹은 다른 방법으로 에테르 코어를 수급해도 행정청 건물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아요.”
파워와 메틸이 번갈아가며 하는 말인데 결과적으로 이들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나는 그저 이야기를 듣고 앉아 있는 것 밖에는 할 일이 없다. 내 일에 별로 참견하지 않겠다는데 무슨 말을 할까?
“우리가 세이커 위아드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저 외부에서 워낙에 말들이 많아서, 아니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귀찮게 하는 이들이 많아서 한 번 나서볼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뿐이에요.”
“그런데 예상 밖으로 여기 행정청이 공격을 받는 상황이 생긴 거죠. 그건 좀 문제거든요. 우린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뜬금없이 공격을 받은 상황이 된 거죠.”
“물론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에요. 밖에선 우리 행정청이 이 모성을 다스리고 있다고 알려져 있죠. 그러니 우리가 공격을 받게 된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아, 어쩌면 행정청도 공격의 대상이 된 것을 뭐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행정청에 있는 이들 중에서 외부와 결탁한 이들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메틸, 잠시 좀 생각을 정리해요. 내가 나머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자, 계속 이어서 이야기를 하자면 행정청에서도 핵심이랄 수 있는 영역이 있어요. 아까 여러분들이 지나온 곳이죠. 그 영역에 있는 이들이 실제로 이 행정청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외의 사람들은 사실 별 의미가 없어요.”
“잠깐 파워 그건 아니지. 그들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야. 부족하지만 그들 역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지 않나?”
“스피릿 가능성은 어떤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거죠. 여기서 이야기하는 핵심은 나름대로 싹이라도 보이는 이들을 말하는 거죠. 안 그런가요?”
쯧, 이젠 셋이서 싸워? 그런데 뭔 소리야? 결국 행정청은 외부와 거의 단절되어 살아가고 있고, 따로 그들과 어떤 연계를 할 생각도 없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