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87
화
“좋아. 그러니까 내가 이 행정청을 공격한 것은 실수라는 말이네? 너희는 우리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이들이란 소리고?”
나는 이야기가 이리저리 두서없이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내가 알고 싶은 것을 물었다.
“맞아요. 간결하게 정리를 하자면 그 말이 옳아요. 우리와 세이커씨 당신은 아직까지 접점이 없어요.”
파워가 손뼉까지 치면서 내 말에 동의를 표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
“정말 당신들, 아니 행정청의 핵심이라고 하는 이곳 사람들은 외부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걸 믿으라고?”
솔직히 그걸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금까지 알고 있던 사실을 아니라고 하는데 그게 쉽게 믿어지나?
“그건 확실하네. 솔직히 우린 외부 상황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지.”
“그게 뭐죠?”
리샤가 스피릿의 말을 받아서 곧바로 물었다.
“진화.”
“진화지요.”
“진화예요. 우린 종의 진화를 꿈꾸고 있어요.”
“…….”
“…….”
“…….”
스피릿, 파워, 메틸이 모두 입을 모아서 진화가 목적이라고 대답했고, 나와 포포니, 리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침묵에 빠졌다.
진화? 그것도 종의 진화? 그렇다는 말은 이들이 원하는 것은 인류라는 종의 진화라는 말인데 그게 무슨 뜻일까? 진화는 어떤 것을 두고 진화라고 하는 걸까?
“저기 궁금해서 그러는데 진화란 것이 어떤 거야? 힘이 강해지는 거야? 수명이 길어지는 거야? 아니면 굉장한 능력을 지니게 되는 거야? 응? 어떤 것이 진화야?”
포포니가 내 궁금증을 대신해서 물어 본다. 정말 저들이 말하는 진화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 그게 궁금하다.
“흠, 인류는 말이네. 다른 종들에 비해서 꽤나 진화한 종이라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동식물들과 비교를 하면 쉽게 이해가 될 거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종들에 비해선 우리가 월등하게 진화된 종이라고 생각되지 않나? 기본적으로 이성, 즉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한 것이 가장 크지.”
스피릿이 그렇게 입을 떼고 설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들 인류가 우주에서 가장 진화한 종이라고 할 수는 없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초월자들에 대한 믿음은 바로 그러한 진화에 대한 욕구가 반영된 결과이고 또 진화에 성공한 이들에 대한 증거라네. 진실로 그러한 존재가 있다는 말이지. 사실 어느 행성이건 이성을 가진 종족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고 할 것 없이 일종의 종교의 대상과 같은 초월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곳이 없네.”
“그런 설명이 없더라도 중요한 것은 인류라는 종이 얼마 전부터 한계에 닿았다는 것이 문제죠. 더 이상 발전이 없어요. 계속 제자리에 있는 거죠.”
“하지만 그건 발전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나? 좀 더 진화된 기술이 퍼지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 이곳 행정청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메틸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맞아요. 기술 발전을 우리가 막고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것은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한 것이지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에요.”
“메틸의 말이 맞아요. 기술의 발전이란 워낙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어서 어느 순간이 되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려요. 그래서 우리들은 기술 수준을 현재 수준으로 붙들어 두려고 노력했어요. 물론 그래도 계속해서 어디선가 숨어서 진행되는 연구의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요.”
“그건 정말 곤란한 문제네. 기술을 사용하는 인류의 정신이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술만 발전하는 것은 어린아이에게 버튼이 달린 폭탄을 쥐어 주는 것과 같은 거네. 언제 터트릴지 모르지. 그래서 소소한 폭죽 정도는 몰라도 생명의 위협이 될 정도의 폭탄은 미리 제거를 하는 거네.”
메틸, 파워, 스피릿이 자신들이 기술 발전을 막고 있음을 시인하고 그 이유를 그렇게 설명했다.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위험한 기술을 잘못 사용하면 한 순간에 행성 하나 정도 혹은 그 이상을 날려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기술의 발달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말을 이해한다.
“그런데 이곳에선 그런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하고 있더군.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거지? 그건 독점 아닌가?”
“우린 기술의 발전을 막무가내로 막지는 않아요. 발전은 계속 되어야 해요. 다만 사용하거나 혹은 사용하지 않거나 하는 문제는 조금 다르죠. 그리고 또 한 가지, 우리들, 그러니까 행정청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은 밖에 있는 사람들과 달라요. 우리는 조금 더 이성적이고 조금 더 자제할 수 있는 성숙한 정신을 지니고 있어요. 그래서 그 수준에 어울리는 기술사용을 허락한 거죠.”
“모두 세 단계로 나뉘어져 있어요. 당신들이 행정청 건물에서 메인을 만나기 전까지 공간에 있었던 이들, 그리고 그 안쪽으로 들어와서 우리를 만나기 위해서 지나온 영역에 있는 이들, 마지막으로 우리 셋. 이렇게 단계가 구별되는 거죠. 그리고 그에 따라서 취급이 가능한 수준이 있어요. 그것이 기술이거나 정보거나 혹은 다른 무엇이라도 말이죠.”
셋이서 자기가 더 잘났다고 싸우는 것들이 제일 성숙한 정신을 지녔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지들이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우월하다고? 헛웃음이 안 나오면 그게 더 이상할 일이네.
“당신들은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래요?”
리샤가 세 사람을 보고 묻는다.
“음. 맞아요. 우린 나름대로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에게 한참 미치지 못하는 이들과 우리를 구별할 수밖에 없었어요. 나는 물질 혹은 기술을 연구해서 그 극한에 이르면 인류라는 종의 진화가 가능하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결국 그 쪽으로 치중했죠.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의 저예요. 늙지 않는 육체, 다시 말하면 죽지 않는 불사를 지니게 되었죠.”
“나는 정신의 성숙이 곧 진화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네. 그래서 끝없는 사색과 명상을 거듭해서 정신의 힘을 깨우쳤지.”
“저는 에너지를 연구했어요. 우주의 수많은 에너지들을 연구하고 연구한 끝에 결국 그것들이 하나로 귀결된다는 것을 알았죠. 그리고 그 에너지를 흡수하면 진화에 이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어요.”
“그런데 셋 다 아직 진화를 한 것은 아니라면서? 그래 불사를 이룬 메틸? 이제 진화를 위해서 뭐가 남았지? 정신의 힘을 깨우진 스피릿? 당신은? 그리고 에너지가 궁극적으로 하나란 사실을 알았다는 파워? 당신이 부족한 것은 뭐지? 결국 아직 아무것도 아니란 소리잖아. 정신력으로 어떤 이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우리 헌터들 사이에선 흔한 일이지. 그리고 불사? 죽지 않는다고? 정말인지 확인을 해 볼까? 궁극적으로 하나인 에너지? 그걸 누가 몰라? 우주가 만들어질 때엔 무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보편적인 학설이지. 하지만 그 무에서 최초에 무엇인가 나타나서 우주가 될 때의 그 최초의 무엇이 세상 만물을 품고 있었을 거란 것은 어린 아이도 알 수 있는 문제야. 그러니 따지면 온 우주가 바로 그 하나에서 나왔으니 에너지고 물질이고 정신이고 할 것 없이 모두가 하나로 귀결이 되지. 이런 건 정말 조금이라도 머리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지껄일 수 있는 헛소리에 불과해. 그러니까 결과가 있기 전까지 당신들 셋이 떠드는 소리는 헛소리일 뿐이란 거지.”
“남편, 진정해.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야? 우리에게 함께 진화를 하자고 하는 것도 아니잖아.”
포포니가 흥분한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팔을 잡고 당긴다.
아, 내가 잠깐 회까닥 했던 모양이다.
“그래요. 진정하세요. 그리고 좀 더 나은 뭔가를 추구하는 것은 모든 인류가 지향해야 할 목표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우리에게 강요한 것도 없는데 말이죠.”
리샤까지 나서서 나를 말린다.
그야 그렇지. 저들이 이곳 행정청 안에 머물면서 무슨 짓을 하고 있건 그건 나하고 상관이 없는 일이긴 하지. 자, 그럼 이제 계속 이야기를 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