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88
화
“미안하군. 좀 흥분을 한 것 같다. 솔직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 그랬는데, 따지고 보니 사람이란 모두가 제 각각의 목표를 가지고 사는 것인데, 그걸 두고 당신들이 틀렸다고 한 것은 사과하지. 당신들이 틀린 것이 아니라 그냥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겠어.”
“사과 받아들이지.”
“굳이 사과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마음 상할 말도 아니에요. 모두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해요.”
제각각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사과는 한 것이고, 그럼 이제 아까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해 볼까?
“그래서 당신들이나 행정청의 중앙에 있는 이들은 우리 데블 플레인과는 접점이 없다는 거고, 그런 상황에서 굳이 에테르 폭탄 때문에 피해를 입고 싶지 않다는 말이네?”
“맞네. 대충 그런 뜻이지.”
“거기에 더하자면 에테르 코어를 다른 행성들에서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해 주면 고맙겠어요.”
“맞아요. 굳이 그걸 껴안고 있을 이유가 있나요?”
“뭔가 잘못 생각한 것 같은데, 데블 플레인에선 몬스터와 싸우는 것이 생존과 직결된 것이야. 거기다가 최대한 에테르 코어를 정화해서 그 행성에서 인류가 살 여건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지. 거기에 들어가는 에테르 코어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밖으로 공급되는 에테르 코어의 양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 이전에 비해서 조금 여유가 생기면서 될 수 있으면 대기 중의 에테르 농도를 낮추기 위해서 애쓰고 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건 이상하군요. 이미 에테르에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요? 굳이 에테르를 정화할 이유가 있나요?”
파워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선주민이나 일부 헌터와 일개미들이 에테르에 적응한 것은 사실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에테르 기반 생명체처럼 변한 것은 아니야. 우리들은 여전히 에테르가 아닌 일반적인 기운을 품고 자란 것을 먹고 마셔야 살 수 있어. 행성 전체가 에테르에 잠식되면 그 행성에선 일반 생명체는 살지 못하게 되지. 오로지 에테르 기반 생명체들만 살 수 있게 되는 거야. 그걸 모르나?”
“하긴, 아직 진화의 단계에 들어서지 못한 이상, 에테르는 위험하겠군. 이해한다.”
파워가 그렇게 내 말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듣고 있자니 파워는 에테르를 극복한 듯이 들린다.
“설마 파워 당신은 에테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건 여기 셋이 모두 마찬가지야. 우리들은 에테르를 기반으로 한 어떤 것이건 일반적인 행성에서 난 것처럼 쓸 수 있지. 그것들을 먹고 마실 수 있다는 소리야.”
메틸이 내 질문에 그렇게 답한다. 뭐지 이 인간들은? 정말 뭐가 있다는 말인가?
“허허, 우릴 보는 눈빛이 처음으로 조금 달라졌군. 그게 그렇게 이상한가? 우린 분명히 자네들 보다는 높은 수준에 이른 사람들이라네. 믿기 어려워도 그건 사실이지.”
증거라도 내 놓으라고 할까? 대체 뭐가 잘났다고 하는지?
아서라 말자. 지들끼리 어울려서 사는 것들과 내가 무슨 연관이 있다고 굳이 진화의 증거를 대라 마라 하겠어?
“정말인가요? 그럼 그 증거를 볼 수 있나요? 당신들이 우리들보다 훨씬 진화에 가깝게 다가갔다는 증거 말이에요.”
우아악, 얘가 결국 사고를 치는구나. 아니 그걸 꼭 봐야겠어? 리샤 너 왜 그러니? 정말로.
“어려울 것 없어요.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나는 메틸이라고 불러요. 그리고 나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육체를 바꾸는 것에 관심을 뒀어요. 예전에는 인공 신체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던 때가 있었지만 그 후에는 유전자 연구가 주가 되었죠. 저는 그 결과로 늙지 않는 세포를 가지게 되었어요. 그것은 일종이 병과도 같은 것이지만 세포가 이상 증식을 하지 않고 제 역할을 하면서 늙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불사의 꿈을 이룰 수가 있죠. 지금의 내 상태가 그래요. 몸을 이루는 모든 세포는 늙지 않고 제 역할을 하죠. 물론 이 상태에서도 지속적으로 육체를 발전시켜서 이런 것이 가능하게 되었죠.”
메틸이 먼저 나서서 자신의 능력을 설명하며 굴러다니는 돌을 손에 쥐고 살짝 쥐는 것으로 가루를 만드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힘은 그저 잔재주에 불과해요. 제 몸은 쉽게 상처가 나지도 않고 또 파괴되거나 충격을 받지도 않지요. 헌터들이나 선주민들이 에테르를 이용해서 하는 여러 공격들에도 해를 입지 않을 정도로 제 몸은 뛰어난 내구성을 지니고 있어요. 물론 전혀 파괴가 되지 않을 거라는 불괴를 자신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 모자람을 채울 재생력이 있죠. 저는 제 몸이 제가 아는 어떤 인류보다도 진화한 상태라고 자신할 수 있어요. 어때요? 한 번 시험해 보고 싶어요?”
시험이란 말은 공격을 해 보라는 말을 터, 하지만 리샤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메틸의 말이 사실이라고 인정한 모양이다. 그리고 리샤의 시선은 파워에게로 향했다.
“난 사실을 이야기하자면 에테르 생명체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그들이 우리보다 진화한 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죠. 왜냐하면 그들은 에너지에서 태어나는 종이기 때문이에요. 여러분이 말하는 에테르에서 태어나죠. 물론 그 근원이 있기는 해요. 흔히 말하는 상위 코어를 지닌 것들이 하위 존재를 만들어 내는 거죠. 그들의 상위 코어에는 하위 코어를 만들어 내는 엄청난 설계도를 가지고 있는 거죠. 그걸 여러분들은 해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죠. 아무튼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에너지로 몸을 구성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나도 그에 도전을 했죠. 우주에 존재하는 무수한 에너지를 가지고 연구를 하며 에너지 자체로 된 생명에 대해서 고민했어요. 그래서 지금의 제가 있는 거죠. 이렇게요.”
파워는 ‘이렇게요.’라는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뭔가가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전해지는 느낌은 그게 아니었다. 엄청난 무언가를 품고 있는 존재감이 느껴진 것이다.
“아! 남편!”
포포니 조차도 놀라서 내 곁으로 다가와 팔을 잡으며 기댈 정도다.
“놀랍군요. 뭐지요? 그게?”
리샤가 파워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홀린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수많은 에너지의 집합. 아니 정확히는 섞이지 않은 에너지들의 혼돈스러움. 지금 나는 그 힘을 품고 있는 존재지요. 사실 겉으로 보이는 형상은 별로 의미가 없는 상태라고 봐도 되죠. 에너지로 이루어진 생명에 근접한 모습이죠. 하지만 아직 완벽하진 않아요. 이 모든 에너지를 하나로 만드는 때가 진정한 진화의 때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죠. 음, 어때요? 이 힘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요?”
리샤는 파워의 질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잘했다. 리샤. 나는 절대로 저 힘이 어떤 식으로든 사용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거든? 저건 괴수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힘이야. 그리고 내가 보기에 파워도 저 힘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하는 상황이 분명해 보여. 아주 일부만 쓸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거든? 그러니 그냥 두자. 괜히 건들지 말고.
“이제 나만 남았나? 그것 참, 나는 그리 대단할 것은 없는 사람이지. 나는 정신의 성숙과 발달이 진화에 이르는 길이라고 믿고 오래도록 정신 수양을 했지. 그러다보니 결국 나이를 먹으면서 육체가 점점 죽어가더군.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지. 여전히 정신은 살아 있으니 그 정신의 힘으로 육체를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거든. 그 후로는 저기 메틸과는 다른 형태의 불사를 이루게 되었지. 음, 사실 중요한 것은 정신이지 육체가 아니니 말이야. 물론 아직도 육체를 완전히 버리고 정신만으로 존재하는 어떤 경지에 이르진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육체의 제약이 없는 정신으로 존재하는 기간이 늘어나고 있지. 이러다가 어느 순간 육체를 완전히 버리게 되면 그것이 진정한 진화가 아닐까 한다네. 물론 그것은 죽음과는 전혀 다르지. 알지 모르지만 죽음은 육체와 영혼의 단절인 동시에 영혼의 정화를 포함하는 과정이네. 하지만 나는 정신으로 존재하며 죽음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 진화라고 여기는 사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