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90
화
“세이커씨, 하지만 플레인 게이트는 그냥 두는 것이 좋아요. 어차피 플레인 게이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에테르 코어가 필요해요. 하지만 지금은 과거처럼 에테르 코어가 흔하지 않죠. 가치가 점차 상승하고 있고 희소가치가 높아지고 있어요. 그럼 오래지 않아서 플레인 게이트를 가동하기 위한 에테르 코어가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예요. 결국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플레인 게이트는 열리지 않게 될 확률이 높죠. 그러니 굳이 당신이 플레인 게이트를 닫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에요. 지금 그걸 닫으려고 하면 만만찮은 저항에 부딪히게 될 거예요. 그러니 그냥 흘러가게 두는 것이 좋겠죠.”
“정말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
나는 파워의 말에 확인하듯 물었다.
“에테르 코어가 필요한 곳은 많은데 수가 줄어들면 당연히 필요 없는 부분부터 줄이게 되겠지. 결국 그들은 생각을 해야 할 거야. 에테르 코어를 수입하기 위해서 플레인 게이트를 여는 것도 부담이 될 때가 올 테니까 말이야. 그 때가 되면 자네의 행성 이동 게이트가 확실히 의미를 가지게 되겠지. 굳이 자네가 나서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
스피릿이 대답을 대신한다.
“당신들의 진보된 기술이 회사들에게 제공되지 않는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겠지. 하지만 당신들이 당신들의 기술을 알리지 않는다고 어떻게 믿지?”
“아직 멀었어요. 인류는 아직 어려요. 그래서 우린 지금 수준 이상의 기술은 제한하고 있어요. 회사들이 우리 눈을 속이고 이런저런 짓들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결국 성공하기 어려워요. 그들의 진보가 우리의 성장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죠.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나는? 내가 성간-게이트를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건가?”
“으음. 이건 좀 다른 문제인데 우리들은 데블 플레인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살아가는 그곳의 원주민들을 일반적인 인류보다 조금 더 진보한 상태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사실 그들 정도의 수준이라면 어느 정도 발달한 기술을 전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죠. 다만 대기권에 에테르가 가득한 상황이라 그렇게 할 수 없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원주민과 비슷한 세이커씨 같은 경우는 그 게이트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묵인하기로 했던 거죠. 그들 데블 플레인의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 수준은 일반 행성에 비해선 월등하다고 할 수 있어요.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긴 하죠. 그 제9 데블 플레인이라고 했던가요? 거기 있는 이들은 대체로 그렇죠.”
역시 그놈들은 어딜 가서도 문제가 되는 놈들이라니까. 그것 참.
“그런데 듣고 있자니까 언제든 내가 하는 일을 막고자 했으면 막을 수 있었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조금 짜증이 나네? 내가 그렇게 허술하고 약해 보였나? 기분이 꽤나 상하는데?
“사실이 그래요. 물론 아직까지 세이커씨가 사용하는 능력에 대해서 파악하진 못했어요. 하지만 적어도 그 능력을 쓸 때에 나타나는 에너지의 흐름에 간섭하고 막아설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죠. 거기에 내가 아니라 메틸이 나선다고 해도 세이커씨 일행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어요.”
“물론 내가 나선다고 해도 자네 일행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네. 음, 이런 걸 보여줄까?”
스피릿이 한 손을 내밀어서 살짝 흔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 앞에 있던 탁자가 사라졌다. 앞서 내가 던졌단 에테르 폭탄이 사라진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이건 정신력을 이용해서 대상을 이동시키는 것일세. 원하는 것을 원하는 곳에 보내는 능력이지. 이 능력으로 내가 공간의 제약을 벗었다네. 그럼 여기서 자네들을 각기 다른 곳으로 보내면 어찌될 것 같은가? 그것도 플레인 게이트가 없는 행성 같은 곳에 말이네.”
그나마 죽을 곳에 버린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다행인가? 그나저나 정말 탁자처럼 우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저 능력은 그야말로 무적이겠군. 어떻게 저항할 방법은 없나? 저것이 정신력을 이용한 것이라고 했으니 내가 정신력으로 버티면 가능할까?
하지만 시험을 해볼 엄두가 안 나는데? 순식간에 행성의 내핵 같은 곳에 떨어지게 되면? 이거 겁나는데?
팔에 자극이 와서 돌아보니 포포니가 내 팔을 잡고 있다. 포포니도 딱 보고 견적이 나온 모양이다. 덤비지 말라는 뜻이겠지?
“사실 우리도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네. 하지만 자네의 활동이 인류 전체를 놓고 봤을 때에도 지극히 긍정적인 면이 많았지. 그래서 그냥 묵인하기로 한 건데 의외로 여길 치고 들어 온 건 곤란했거든. 덕분에 이렇게 만나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말이야.”
흠, 그러니까 여기서 죽이네 살리네 하진 않겠다는 뜻? 그냥 행정청만 건드리지 않으면 내 맘대로 알아서 해도 된다는 뜻인 거지?
“거대 회사들의 횡포, 줄일 수 있으면 줄이는 것이 좋겠지. 그걸 위해서 싸우는 거야 알아서 할 일이고. 다만 너무 크게 싸움이 번지지 않았으면 하는 거지.”
“맞아요. 그리고 간혹 심부름도 좀 해 주면 좋겠고요.”
“그 정도면 될 거예요. 그래요.”
이건 또 무슨? 그러니까 나한테 가끔 심부름꾼 노릇을 하라고 하는 거야? 뭐야? 안 그런 척 하면서 실제론 나 지금 협박 받고 있는 건가?
발끈 하려는데 소매를 잡고 있는 포포니의 힘이 완강하다.
이런 씨 발라 먹을 놈의 것들을 봤나.
“그렇게 화를 낼 필요는 없네. 우리가 굳이 자네의 도움을 받을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야. 그저 우리도 우리식으로 자존심을 세우려는 말일 뿐이네. 그건 거니까 진정하게.”
여기서 엎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를 심각하게 고민하는데 스피릿 저 작자가 저렇게 이야기를 한다. 슬쩍 물러나는 모양이라 조금은 마음이 풀리는 것 같기도 하다.
“좋아. 그러니까 당신들은 이제부터 내가 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거고, 대신에 나는 행정청에 대해서나 당신들에 대해서 적대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는 거? 그게 지금 여기서 결정할 내용이지? 알았어. 그렇게 하자고. 나야 뭐 다른 회사 놈들과 싸우는 것만도 벅찬 사람이니까.”
“시간은 당신 편이에요. 세상은 에테르 코어로 돌아가고 있고, 에테르 코어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어요. 비축분이 얼마나 남았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예전의 소비 행태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큰 충격을 받게 될 거예요.”
“그들은 사실 비축되어 있는 에테르 코어의 총량을 모르죠. 그 관리를 메인이 하고 있으니까요.”
“메인이 플레인 게이트를 관리하기 때문에 에테르 코어도 메인이 담당하게 된 거지만, 그 누구도 에테르 코어가 얼마나 남았는지 신경쓰지 않는 것 같더군요. 이렇게 시간이 조금 더 지나게 되면 정말로 세이커씨가 원하는 그런 상황이 오게 되는 거죠. 플레인 게이트를 작동시키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되는 상황 말이죠.”
“그렇게 되면 자네는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게 되겠지. 물론 데블 플레인이라고 부르는 행성들에 대한 일반 행성과 회사의 압박도 줄어들게 될 테고 말이야.”
“참, 그것도 고려를 해야 해요. 플레인 게이트가 막히게 되면 행성간의 의사 소통의 길도 막혀요. 지금 모든 정보들이 플레인 게이트를 통해서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요. 만약 플레인 게이트가 완전히 멈추게 되면 그 의사소통의 통로 역할을 세이커 위아드 당신히 만들어 줘야 할지도 몰라요.”
그거야 봐야 알 일이지. 미친 것들이 마지막 힘을 모아서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겠어? 아무튼 이런 고급 정보들을 얻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그나저나 통신 문제는 나도 생각을 못했던 건데 그것도 좀 생각을 해 봐야겠군. 아니면 그냥 소통을 막아 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지. 굳이 행성끼리 의사소통이 필요한가? 모르겠군.
“자자, 이젠 할 이야기는 모두 끝난 건가?”
스피릿이 파워와 메틸을 보며 물었고 그녀들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만 가 보게. 뭐 자네 덕분에 세상이 조금 바뀌긴 하겠군. 변화란 좋은 거지. 아무렴. 그럼 잘 가게.”
어이, 이봐 뭐가 그렇게 급해? 응? 우리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 거야? 좀 천천히 이야기도 하고 그러는… 젠장 이건 또 뭐야?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버렸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보다도 더 떨리는 상황이다. 무슨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