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97
화
“그런데 듣자하니 사위가 작전을 벌이는 중이라고?”
“네? 그건 또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알려지지 않은 내용인데요?”
뭐냐? 또 누가 입을 가볍게 놀린 거야?
“얼마 전에 마샤가 와서 놀다 갔지. 자네 장모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그런 이야기를 했다더군.”
아, 이 놈, 텀덤!! 아무튼 덩치에 맞지 않게 입이 싼 놈이라니까. 뭐 마샤에게만 이야기를 했겠지만 그래도 이야길 한 건 한 거잖아. 입 다물라고 했더니만. 하지만 이왕 나온 이야기고, 여기서 속일 일도 아니니 털어 놓아야겠지.
“네. 아시는 것처럼 모성의 회사들이 힘을 모아서 어떤 일을 처리할 때에 컨소시엄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이번 공격도 그 컨소시엄에서 하는 일인데 100대 회사 중에서 61개의 회사가 직간접적으로 참여를 했습니다. 그 중에서 주도적인 회사가 도합 18개고 나머지는 간접적으로 동조를 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세이커씨가 하는 작전이란 건 뭐지요?”
말이 길어지니 답답했던지 섬사람들 중에 하나가 질문을 던진다. 이젠 툴틱을 통해서 말하는 것이 익숙해져서 머리로 울리는 소리는 듣지 않아도 된다.
“네. 아무래도 한 번에 많은 수의 초거대 화물선을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많은 수의 화물선으로 공격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그것이 첫 번째 작업이고 다음은 각 회사들의 오너들을 찾는 것입니다. 행방이 불확실한 이들이 많아서 최대한 쫓고 있는 중입니다. 그게 실패하면 아무래도 저들의 세력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입니다.”
회사의 오너라는 것들이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아니면 회사의 하위 조직으로 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정 이상의 역량이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허락이 필요한데 그 허락 코드를 지니고 있는 것이 회사의 오너들인 것이다.
우주 곳곳에 퍼져있는 수많은 자산들이 오너의 코드가 없으면 집행되지 않는 것이 많다. 그러니 오너가 중요한 것이다. 그 오너의 코드가 정상적으로 이양되지 못하면 회사는 그대로 허공에 뜬 상태로 정지하고 만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각자 자생의 길을 걷겠지만 다시 하나로 뭉치는 것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니 오너를 처리하는 것은 실제로 회사 건물을 수백 번 갈아엎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래 몇이나 찾았나요? 그 동안 시간이 제법 흘렀는데요?”
후쿠드의 어머니도 회사의 오너를 찾는 일에는 관심이 있으신 모양이다. 사정은 이미 알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그게 좀 문제가 있습니다. 다는 이들은 어느 정도 거처도 확보하고 사후 계획도 세울 수 있었는데 상위 12대 기업의 오너들은 종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대리인만 돌아다니고 있는데 그 대리인도 반은 인간이 아닌 기계라서 어떻게 회유할 방법이 없습니다.”
“으음. 기계라는 것은 무슨 말이죠?”
“만들어진 사람들이란 소리입니다. 거기다가 프로그램에 따라서 행동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세뇌나 최면이 통하지 않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사실상 오너의 다른 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른 몸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그것들은 오너들이 직접 통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본체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매우 발달한 기술인 듯 한데 그 출처도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뭐 그래서 내가 조만간 메틸을 만나볼까 하고 있지. 아무래도 인간과 거의 다름이 없는 생체 로봇이나 거기에 시시때때로 오너들이 제 몸처럼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평범한 기술로 보기 어렵거든. 메틸이라면 알 것 같아서 찾아가 볼까 하고 있는 거지. 솔직히 내키지는 않지만 말이야.
“신기한 일이군요. 생체 로봇을 이용한 원격 조종 같은 건가요? 그런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면 아무래도 찾기기 어렵겠네요. 그런데 그것도 통신을 이용한 거겠죠?”
후쿠드의 어머니께서 통신이란 매체를 통해서 놈들을 찾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신다.
“물론 그럴 걸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좀처럼 뒤를 밟을 수가 없습니다. 그 생체 로봇들이 사용하는 통신 채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위, 어떻게 할 생각인데?”
“작전 당일까지 그들의 거처를 찾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그들은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결국 후환이 남게 되는 건데….”
“그렇다고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무반응으로 일관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결국 그들 회사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은 꼭 이루어져야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처리하는 못한 회사의 오너들은 시간을 두고 찾아서 심판을 해야죠.”
워낙 교묘하게 숨어 지내는 것들이라서 찾는 것이 어려운 걸 어쩌겠어? 그렇다고 반격을 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
“허긴 그렇긴 하지.”
“숨어 있는 오너들을 잡는 것은 차후에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될 일입니다. 저들도 한 번 크게 당한 후에는 함부로 무슨 일을 꾸미진 못하겠죠. 그럼 어느 정도 목적은 달성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일단 그 정도로 만족을 하죠. 자, 그럼 이제 각자 어느 정도의 전력을 이번 원정에 투입하는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죠.”
“그럽시다. 일단 우리 솟구치는 번개 부족에서 추알 행성의 원정대를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그 인원이….”
세부적인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면 내가 끼어들 필요가 없다. 알아서들 인원 편성을 마칠 테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정말로 이것들은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
열 두 명의 오너, 아니 오너를 대신하는 생체 로봇을 감시하는 이들의 정보는 차곡차곡 쌓였다. 그러다가 아주 사소한 곳에서 추격의 실마리를 잡게 되었다.
그들 생체 로봇은 평상시에는 주어진 프로그램대로 행동을 한다. 그리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에는 오너가 개입해서 직접 컨트롤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직접 컨트롤 할 때에는 반드시 생체 로봇과 통신이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서 오너들이 모성 안에 있으면 언제든지 필요한 통신을 할 수 있을 테고, 다른 행성에 있을 때에는 플레인 게이트가 열리지 않은 이상은 생체 로봇과 연락할 길이 없다.
이점에 착안해서 오너들의 생체 로봇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살펴본 결과 그 로봇들이 오너들의 통제는 받는 시기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로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오너들이 모성에 있으면서 협의에 의해서 일정한 시간에 생체 로봇과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거나, 혹은 외부 행성에서 플레인 게이트가 열리는 때에 맞춰서 생체 로봇과 연결되는 것, 이 두 가지의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그 외의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복잡하고 또 희박한 확률까지 따져야 하기에 크게 이 두 가지의 추측을 바탕으로 일단 생체 로봇과 오너의 연결에 대해서 분석하고 또 분석을 했다.
그렇게 해서 특정한 경우, 그러니까 특정 행성과 연결된 플레인 게이트가 열리는 시기에 맞춰서 생체 로봇이 오너의 직접 조종을 받는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모성으로 들어오는 화물들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를 파악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서 크게 어렵지는 않은 일이었다. 동시에 열리는 플레인 게이트들이 워낙 많아서 그 중에서 생체 로봇의 움직임과 관계된 경우를 찾는 작업이 복잡했을 뿐이다.
그렇게 해서 결국 그들이 모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행성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젠지 모르지만 그들은 허수아비를 모성에 남겨두고 식민행성으로 나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무슨 이유로 모성을 떠났는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허수아비를 통해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굳이 모성을 고집할 이유도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식민 행성 등급으로 3등급이면 그런대로 사람이 살아가기에 모자라지 않은 행성이다. 물론 크게 주목을 받을 정도의 행성도 아니니 숨어서 살기에는 나름 괜찮은 곳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너들이 숨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행성을 찾은 후에 그곳에서 오너들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고민이었다.
실제로 내가 본 그 행성은 3등급 행성으로 분류가 된 것 치고는 개발이 거의 되어 있지 않은 곳이었다.
거대 도시가 몇 곳이 있었지만 그 도시들 말고는 자연을 보존한 상태로 개발을 제한한 느낌이 드는 그런 행성이었다.
행성의 원래 주민인 인류는 모성의 인류와 구별이 되지 않는 이들이었고, 거대 도시의 사람들과 도시 밖의 사람들은 생활 방식이 확연히 달랐다.
거대 도시는 모성과 별반 다름이 없는데 도시 밖의 사람들은 몇 세기는 정체되어 있는 듯이 최소한의 과학 기술만 받아들인 상태로 농업, 목축업, 임업, 수산업 등의 1차 산업에 매달려 살고 있는 것이다.
극과 극인 삶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대 도시는 그 자체로 생산과 소비의 자급자족이 가능했고, 도시 밖의 사람들도 자신들이 생산한 것을 먹고 사는 것에 지장을 받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 다른 두 세상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그 행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