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98
화
“플레인 게이트 때문에 도시가 발달했을 거야. 그러면서 행성이 점령되기 전의 삶을 유지하는 이들은 그대로 남고, 도시 생활을 동경한 사람들은 도시로 가고 그랬겠지.”
“남편, 3급이면 뭔가 자원이 될 것이 많다는 소리잖아. 그런데 왜 개발을 안 한 걸까?”
포포니가 오랜만에 나와 함께 여행을 나와서 그런지 기분 좋은 얼굴로 나를 보며 묻는다.
좌우로 키가 큰 옥수수들이 자라는 길을 서로 팔짱을 끼고 걷고 있으니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모양이다. 하긴 이렇게 밝은 태양 아래서 산책을 하는 것도 오랜만이긴 할 거다. 더구나 이 행성은 나름대로 기운이 맑고 깨끗하니 포포니가 좋아할만 하다.
“알아보니까 지하자원이 굉장한 행성이야. 그런데 어쩐 일인지 개발 계획이 있었다가 폐지되었지. 아무래도 그 때부터 회사 오너들이 눈독을 들였던 모양이야. 저들이 살 곳으로 말이야.”
“그러니까 자기들이 살 행성이라서 오염되지 않도록 개발을 안 했다는 거네?”
“그런 거 아닐까 해. 아마 맞을 거야.”
나는 팔짱을 끼고 있는 포포니의 손등을 살살 쓰다듬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 사람들 어떻게 찾았어? 숨어 산다면서?”
포포니가 궁금한 표정을 묻는다.
열 두 명의 회사 오너들. 그들을 드디어 찾아 낸 것이다.
“행성이 크기는 하지만 이곳의 플레인 게이트가 모성과 연결이 되어야 모성의 생체 로봇을 통해서 오너 회의를 할 수가 있어. 그런데 만약에 오너 회의가 긴급으로 소집되면 곤란하지 않겠어?”
“우웅. 그렇겠네. 대부분의 오너들은 모성에 있는데 여기 있는 열 두 명은 그 소식을 듣지도 못할 거 아냐? 플레인 게이트가 열리지 않으면 말이야.”
“그래서 모성 쪽에서 몇 번 비상 회의를 소집했지.”
“우웅. 남편이 하수인으로 만든 사람들을 동원했구나?”
“뭐, 초거대 우주선에 대한 문제, 혹은 초거대 우주선의 차출로 인한 손해 같은 것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듯이 떠들기 시작하면서 회의 소집을 요구하면 어쩔 수 없이 모이게 되는 거지. 어차피 모성에 있는 사람들인데 굳이 회의를 못하겠다고 떠들 이유도 없잖아.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열 두 오너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는 거지.”
“그래서?”
“그게 세 번 쯤 반복이 되니까 모성에서 문제가 생기며 곧바로 이곳으로 플레인 게이트를 열어서 연락을 하고 오너들이 회의에 참석하는 쪽으로 시스템이 바뀌더라고.”
“모성에서 회의 시작 전에 플레인 게이트를 연다는 말이지?”
“그렇지. 그러니까 오너들이 회의를 소집하는 것이 아니라, 모성에서 회의를 소집하는 거야. 그러자면 당연히 이곳에 있던 오너들은 뜻하지 않은 시간에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되지. 그러다 보면 틈이 생기는 거고, 한 사람이라도 정체가 드러나게 되면 나머지는 줄줄이 딸려 나오게 되는 거고 말이야.”
“아, 알았다. 한 사람 잡아서 하수인으로 만들었구나?”
포포니가 이해를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 이젠 듀풀렉의 좌표를 이용해서 어디건 원하는 곳이라면 공간 이동이 가능해진 내게 남모르게 밀실에 침입해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제 몸을 지키려는 수작을 잔뜩 꾸며 놓았다고 해도 제 몸이 제압을 당한 상태에선 모두 필요가 없는 것. 더구나 갑자기 자기가 있던 밀실이 듀풀렉의 창고 공간으로 변하고 거기 있던 몸이 멀리 떨어져 있는 내 곁으로 꺼내지는 상황이면 더 말을 할 것도 없다. 창고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을 꺼내듯이 사람을 끌어내는 것도 가능하니 어쩌면 쓰기에 따라서 이 듀풀렉이란 것이 스피릿이나 파워 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능력이 아닌가 한다.
어쨌거나 그렇게 잡은 오너에게서 정보를 얻고 나머지 열 한 명의 오너를 확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그것은 듀풀렉의 새로운 이용방법을 깨우친 덕분에 쉽게 일처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니었으면 한두 놈을 잡는 동안에 나머지 놈들이 낌새를 차리고 도망을 갔을 것이다.
하지만 도망갈 틈도 없이 모두 제압을 당했으니 이제 그 회사들에 대해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다만 문제가 조금 있는데, 그들 열두 명을 제압하고 얻은 정보에 ‘신기루’라는 이름의 단체가 나왔다.
이 신기루는 개별 회사에 속한 것이 아니라 회사들이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이를테면 기반시설과 같은 조직이란다.
매번 어떤 일을 도모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가 쓰고 버리기를 반복하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에 기본적인 허깨비 조직을 만들어서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조직이 언제부턴가 실체를 지니기 시작해서 결국 기묘한 형태로 발전을 하게 된 모양이다.
실제로는 회사들의 일을 처리하는 단체이면서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그런 상태의 조직이 생겨난 것이다.
여기서 내가 문제가 된다고 하는 것은 이 조직이 자생력을 지니고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는 것 때문이다.
열두 명의 오너들이 가진 정보를 모아보니 이 신기루라는 조직이 어쩌면 모든 회사들의 배후에 있는 단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여러 일들을 대신해서 처리하다보니 그 많은 회사들의 비밀이 모여들게 된 것이고, 그러다보니 힘을 지니게 된 것이다.
“무슨 생각 하고 있어? 응? 남편?”
한동안 말없이 걷기만 하는 내가 이상했는지 포포니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보며 묻는다.
“신기루?”
“웅? 신기루? 그 사막에 가면 보인다는 그거?”
“음. 그거. 그런데 회사들에 그 신기루가 있다네? 그래서 그걸 생각하고 있었어.”
“회사에 신기루? 그건 또 뭐야? 응?”
어차피 이야기를 해 줄 생각이었으니 나는 다시 걸음을 옮기며 포포니에게 신기루란 단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줬다.
“그럼 거기서 우릴 공격하고 그러는 거야? 회사들 다 망해도 신기루가 남으면 우릴 공격하고 그럴까?”
“그건 모르지. 일단 회사들이 무너지면 신기루는 명령을 받지 못하니까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겠어. 하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사라질 조직은 아닌 것 같아. 거기다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이 단일 회사의 수준은 아득하게 넘은 것 같아. 여러 회사들이 가지고 있던 기술들을 골고루 모아서 하나로 묶어 낸 조직이니까.”
“우웅. 거기서 에테르 기관을 사용해서 인간 개조도 하고 그러는 거야?”
“아, 그것도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한 일이니까. 신기루에서 담당했던 일이지. 어느 한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그렇게 에테르 코어에 대한 연구가 끝난 후에는 거기에 참가했던 회사들이 모두 그 기술을 보유하게 되긴 했지만, 아무래도 신기루 쪽에서 다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
“그렇구나. 그럼, 신기루는 어디 있는데?”
그래 그걸 물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나도 알 수가 없어.
이 조직이란 것이 그냥 점조직으로 되어 있고, 거기에 속한 이들도 자신이 신기루에 속해 있는지도 모르는 이들이 많거든. 결국 여기서도 회사에서 명령을 받고 또 그걸 아래로 전달하는 이들 정도만 드러나 있고, 나머지는 실체가 없이 존재하는 거거든.
나는 거기에 대해서도 포포니에게 설명을 했지만, 결론은 신기루는 완전히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거였다. 누구라도 신기루에 대한 전체적인 조직도를 손에 넣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코드만 안다면 언제든지 신기루는 부활해서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이라서 완전 박멸은 거의 불가능이다.
이것들이 아주 웃기게도 수십 수백 가지의 방법으로 신기루를 되살릴 수 있는 방법들을 툴틱이라는 공개된 정보의 바다에 흩어 놓았다니 그걸 손에 넣는 이들이 혹시 장난으로라도 신기루를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명령이 실행될 테니까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