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99
화
“그런 곳이 있어? 우와 무시무시하네. 그래서 남편도 방법이 없는 거야?”
“일단 코드가 있다는 것은 알았으니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봐야지. 그리고 이번 초거대 화물선 쪽의 작업을 하는 신기루는 어떻게든 꼬리를 잡아서 처리를 하고 말이야. 그래봐야 신기루의 일부분일 뿐이겠지만.”
이렇게 말을 하는 내 속도 뭔가 막혀 있는 듯이 답답하지만 당장 무슨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니 이 정도가 최선일 밖에.
나는 포포니와 산책을 한 그 날, 열두 오너들에 대한 세뇌 작업을 마무리했다.
덕분에 회사들이 세운 데블 플레인에 대한 우주 공습 계획은 내 입맛에 맞게 고쳐진 상태로 진행이 되었다.
각 행성별로 서른 척 정도의 초거대 화물선이 모이고, 그 화물선들은 또 내가 보낸 해커들에 의해서 중앙 시스템이 해킹된 상태로 마지막 명령만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다.
그 우주선들은 마지막으로 행성을 향한 돌진 명령을 받으면 그 순간부터 회사가 운영하는 화물선 운영 시스템에서 제외될 것이다. 모든 외부 명령을 거부하고 오로지 새로 주입된 명령에 따라서 각 행성의 정지괘도에 머물면서 우주 기지로의 변신을 기다리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나는 내가 관여하고 있는 데블 플레인과 몬스터 전선 행성들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모여든 우주선들을 하나하나 손에 넣으면서 때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행정청의 괴물들에게 회사들을 100대 회사들 중에서 절반 이상을 한꺼번에 정리할 것임을 알렸다. 그들이 비록 행정청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고는 하지만 모성에서 대대적인 전투나 파괴 행위가 벌어지는데 그걸 미리 알리지 않으면 어떤 심술을 부릴지 모를 일 아닌가.
사실 그들이 지닌 힘이 무서워서 알아서 기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래도 알아듣게 설명을 하고 이해를 시킬 수 있었다. 그들도 회사의 회포가 심하니 어느 정도 정리를 하겠다는 내 말을 받아들여 줬다.
사실 그들과 상관도 없는 일인데 허락을 받으려니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었지만 어쩌겠는가 힘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 날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날이었다.
플레인 게이트가 열리고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모성이 외부의 공격을 받은 것은 초창기에 데블 플레인에서 헌터들이 반기를 들고 모성으로 쳐들어 온 이후로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아니 플레인 게이트 자체가 모성으로 들어오는 일체의 생명을 허락하지 않았으니 모성은 언제나 안전한 곳으로 인식이 되어 왔다.
그러던 것이 근래에 에테르 폭탄의 테러가 연속적으로 일어나면서 수많은 회사 건물들이 피해를 입게 되고, 그 때문에 모성도 안전지역이 아니라는 위기 의식이 생기고 있던 상황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모성의 주민들은 그러한 모든 일들이 모성 사람들에 의해서 벌어지는 것이지 외부 행성에서 들어온 나같은 놈이 일을 일으키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에 대한 현상 광고가 넘쳐나는 중에도 설마 내가 진짜로 모성에 들어와서 활동을 할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 더 많았다.
그런데 그 날, 모성의 이름난 회사 건물 앞으로 허공에서 사람들이 꾸물꾸물 걸어 나와서 열을 지어서 서기 시작하면서 모성의 주민들은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아예 처음부터 작정을 한 듯이 툴틱을 통해서 그들의 등장이 알려지고, 그들이 데블 플레인에서 온 공격대란 사실이 신속하게 전파되었다.
그리고 회사들이 데블 플레인에 초거대 우주선을 이용한 충돌 작전을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소식이 함께 전해졌다.
당연히 그 공격에 대한 반격으로 모성의 회사들을 공격하기 위해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 능력자들이 자그마치 5만이나 동원이 되었다는 소식으로 모성은 파헤쳐 놓은 개미집처럼 혼란에 빠졌다.
회사의 규모에 따라서 다르지만 최소 500명 규모의 에테르 능력자들이 몰려갔다. 에테르 폭탄이 여기저기서 터지더니 곧바로 회사 건물을 장작 패듯이 충격을 주어서 초고층 건물을 쓰러뜨렸다.
그런 일이 가능할 거라고 상상했던 사람이 있었을까?
수백 층의 건물을 마치 커다란 나무를 벌목하듯이 아래층에 충격을 주어서 무너뜨리는 것은 정말 아찔해지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리 튼튼하게 잘 지은 건물이라도 기초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꼿꼿하게 서 있을 수 있는 건물은 없었다. 모성도 중력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행성은 아닌 것이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전기가 살아 있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반중력 자동차들이 널리고 널린 모성에서 건물이 무너지는 상황이라도 어떻게든 사람과 기록은 지킬 방법이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에테르 폭탄이 심심하면 터지는 상황에서 그런 것은 꿈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회사 건물 안에서 에테르 기관을 몸에 이식한 개조 인간들이 쏟아져 나와서 반격을 하는 곳도 있었지만 그래봐야 그들의 능력은 그랜드 마스터 앞에선 모자람이 많았다.
꼬박 사흘 동안이었다. 데블 플레인에서 온 원정대가 모성의 거대 회사들을 공격하고 건물을 무너뜨리고 쓰러진 건물을 다시 해체하는데 걸린 시간이 말이다.
나는 그저 원정대가 에테르를 모두 소비하고 힘이 다할 때가 되면 그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다시 미리 준비하고 있던 후발대가 올 수 있도록 게이트를 열어 주는 일밖에 할 것이 없었다.
아니 그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녹초가 될 지경이었다.
임시로 성간-게이트를 만들어서 열어 두었지만 그 관리는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가 없어서 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게이트 관리를 맡아야 했던 것이다.
사실 회사 건물들을 파괴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자료를 남기지 않는 걸로 회사에 대한 징벌은 대충 끝났다고 할 수 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그들 중에 숨어 있는 신기루를 색출해서 처리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화물선 충돌 계획과 에테르 기관 연구에 관여한 이들 정도만 겨우겨우 밝혀서 처벌을 할 수 있었을 뿐이고, 그조차도 완벽하게 처리한 것도 아니지만 일단 회사의 오너들은 거의 완전히 처리를 했고, 그들이 지니고 있던 회사 통제 코드도 손에 넣었으니 그걸로 모성 공격의 성과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원래는 회사들을 그대로 공중분해 시킬 생각이었지만, 일단 회사의 자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코드는 데블 플레인 연합에서 보유하고 있기로 했다. 일종의 전리품 같은 것이다.
이로서 연합은 어마어마한 자산을 지닌 단체가 되었지만, 자신들이 살아가는 행성을 지키고 되살리는 데에 텔론은 별로 쓸모가 없었으니 아직까지는 그런 자산에 신경을 쓰는 이들은 없었다.
아, 텀덤이나 게리, 마토 같은 외부 인사들은 군침을 흘리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적어도 분수를 지킬 수 있는 이들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내 곁에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과욕이 없었으니 지금까지 내 동생이고 친구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었으면 벌써 정리를 했겠지.
아,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냉정한 인간이 되었는지 모르겠네. 이러면 안 되는데 말이지.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모성의 100대 회사가 가지고 있는 본사 건물의 크기가 얼마나 될 것 같은가?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수는 또 얼마나 될 것 같은가?
건물 하나에 수백만 이상의 사람들이 산다.
이전에도 이야길 했지만 모성에선 건물 하나에서 태어나서 거기서 죽는 사람들이 흔할 정도다. 건물 하나는 하나의 거대 도시와 같다. 그 안에서 생산과 소비라는 순환이 이루어지고 독립적인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건물이 자그마치 68개나 무너졌다. 초거대 우주선을 이용한 공격에 참여한 61개 회사와 에테르 기관 연구에 참여하고 또 그것을 이용해서 개조 인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 회사를 포함하니 그 숫자가 된 것이다. 물론 에테르 기관에 관계된 회사의 수는 40개가 넘었지만 그 대부분이 우주선 공격 계획에 동참을 했기 때문에 에테르 기관에 관련된 회사까지 공격 대상을 삼았는데도 일곱 회사만 더해진 결과가 된 것이다. 중복되는 회사가 그렇게 많았다는 뜻이다.
확실치 않지만 어쨌거나 이번 공격으로 죽은 사람의 수가 수천만을 넘어 억에 가까울 거란 소리가 있다.
그러니 여론이 뒤숭숭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회사에게 몹쓸 짓을 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그런 무자비한 공격을 할 수 있느냔 것이 데블 플레인에 속하지 않은 많은 행성 주민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