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4
화
그래서 내가 손에 든 선택지가 뭐냐고?
뭘 물어 보나? 당연히 오러의 그릇을 만들고 시작을 해야지.
처음 성장이 느리긴 하겠지만 어쩔 수가 없는 거라니까. 거기다가 나는 마나 호흡도 해야 하거든?
이게 심상의 공간에 서클을 만드는 거란 말이지. 마법사가 되는 방법이야.
잘 알아 둬야 하는데 서클은 심상의 공간에 만들어. 오러의 그릇도 심상의 공간에 만들지. 하지만 조금 달라, 오러의 그릇은 실제로 몸 안에 존재하거든. 마법의 서클은 완전히 관념의 세계에 존재하고 말이야. 다르지.
오러의 그릇이라는 이건 몸 안에 오러를 저장하는 기관이야. 그런데 알다시피 오러란 것은 무형의 것이거든? 기운이지. 그건 정말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고 봐야 하는데 문제는 이게 실체화가 된다는 거야. 오러의 실체화, 그걸 의지로 이루게 되면 검기가 되고 검강이 되고 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러니 오러의 그릇에 오러가 가득가득 담기고 그 한계가 넘어가면 관념의 기관이었던 오러 그릇이 몸 안에 실제 하게 된다는 말이야. 그 정도 되어야 겨우 이 놈이 칼질을 좀 하겠구나 하는 거지.
일컬어서 오러 유저가 되는 거야. 깨알 같은 그릇으로 말이야.
그 다음엔 익스퍼트. 뭐 능숙한 사용자가 되는 거지.
물론 다음 단계로 가면 마스터가 있지. 그 위에? 그랜드 마스터? 몰라 듣보잡이야. 적어도 제여넌의 기억엔 없어. 이곳 세이커의 세상에도 창작물 속에서나 있던 거지. 그런데 데블 플레인이 등장하면서 정말 그랜드 마스터인지 뭔지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생겼지.
헌터들 중에서도 갑중갑. 그들이 그랜드 마스터야. 각 데블 플레인에 열 명 정도씩 있을 거야. 그러니까 행성마다 열 명 정도라고 보면 되는 거지.
지금까지 열린 데블 플레인이 아홉이니까 90명 정도 될까?
뭐 각 데블 플레인마다 편차가 있으니 정확한 것은 아니고 또 연합에서 한 자리 한다고 무조건 강자인 것도 아니고 뭐 그렇지.
하지만 아직 그건 머리에서 지워야 하지.
난 오러 유저도 안 되었거든?
오러 유저는 되어야 초급 헌터가 되고, 익스퍼트가 되어야 중상급 헌터가 되고 마스터가 되어야 최상급에 가까운 헌터가 되는 거야. 아마도 그럴 거야.
비교할 수가 없었어. 나같은 놈이 없었으니까 말이야. 그냥 짐작이 그렇다는 거야.
하지만 예상하기론 그래.
아마도 그럴 거야.
도축장 일은 고되고 힘들어.
하지만 요즘은 좀 재미가 있어.
왜냐고?
하하, 일을 하면서 에테르를 훔치고 있으니까 그래.
전에 이야기 했지?
도축용으로 쓰는 칼에 에테르가 흘러 들어와서 몬스터의 사체를 도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이야.
바로 그거야. 그렇게 칼로 들어오는 에테르를 훔쳐서 내가 오러 그릇에 담는 거지.
물론 처음에는 도축을 하면서 오러 호흡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
하지만 하다 보니 되더라고.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는 거야. 아, 안 되는 일도 많구나. 미안. 그래도 되는 일도 있어.
이번 경우가 그 경우지.
어쨌거나 그래서 도축장의 에테르를 훔쳐서 오러의 그릇을 키우고 오러를 늘려가느라 재미가 깨를 볶아.
다른 곳은 모르지만 내가 일하는 도축장에는 개인별로 에테르 계량이 되지 않아. 누가 얼마의 에테르를 썼는지 구별이 안 된다는 거지. 원래는 일을 해야만 에테르가 소비되니까 에테르를 많이 소비하는 사람이 일을 열심히 한 걸로 인정이 되는데 그걸 구별하겠다고 작업장에서 개인별 에테르 사용량을 측정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어. 하지만 내가 일하는 곳은 그런 것이 없어. 그러니 내가 뭔 짓을 해도 들킬 염려가 없는 거지.
내가 에테르를 뽑아 쓴다고 해 봐야 얼마나 쓰겠어?
어쨌거나 도축장에서 일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 된 것은 참 묘한 일이야. 뭐 이런 일도 있어야 사는 맛이 나는 것 아니겠어?
“세이커, 너 요즈음 이상해. 일 끝나면 곧바로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고 말이야.”
“아, 렘리. 뭐 그럴 일이 좀 있어. 운동도 조금 하고 그러느라고.”
“운동? 우리가 하는 일이 곧 운동이다. 여기서 무슨 운동을 더 하냐?”
하긴 그 말이 맞긴 하지. 도축용 칼이 가볍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뭐 필요에 따라서 칼날을 교체해서 쓰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에테르를 변용하는 부분이 붙어 있는 손잡이가 무겁지. 칼날까지 대형으로 달리면 더 무겁고.
“언젠가 나도 헌터가 되어야지. 참, 너도 알려줄까? 이건 정말 비밀인데.”
“응? 뭐? 비밀?”
비밀이란 한 마디에 혹하는 렘리.
나와 동갑으로 비슷한 이유로 일개미가 된 녀석이다. 그다지 대단할 것도 없는 수많은 일개미 중에 하나란 소리지.
그러니 다른 일개미들과 같은 꿈을 꾼다. 헌터가 되는 꿈.
“운동을 할 때에 에테르가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대로 두면 그게 몸에 쌓여서 나중에 능력자가 된다더라.”
“우와, 이 미친놈. 그러다가 돌연변이가 되면 어쩌려고 그런 짓을 한다는 거야? 너 돌았지?”
렘리가 누가 듣는 사람이 있을까봐 사방을 살피면서 목소리를 낮춘다.
“괜찮아. 아무도 없어. 그리고 돌연변이 안 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무슨 소리야?”
렘리의 목소리가 은근해진다. 뭔가 있다고 느낀 모양이다. 눈빛까지 가라앉는 것을 보니 이 놈이 꽤나 촉이 좋은 놈인 것 같다.
“에테르가 그대로 몸에 있으면 곤란해. 네 말대로 돌연변이가 되는 수가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게 에테르를 내 몸에 알맞게 변형을 시켜서 쌓으면 그건 약이 되는 거야. 그렇게 일정 이상 쌓게 되면 육체 능력자가 되는 거지.”
“그, 그 거짓말 정말이야? 그걸 어떻게 알았어?”
“그건 알려줄 수 없어. 하지만 그게 사실인 건 틀림없어.”
“그럼 운동을 하면서 에테르를 조금씩 받아들이면 된다는 거야? 그걸로 되는 거야?”
이 놈이 흥분을 했구나. 하긴 그렇지 않을 수가 있나.
“물론이야.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분명히 그렇게 될 거야. 육체 능력자가 될 수 있어.”
“그런데 어째서 아무도 그걸 모르지?”
“아니, 아는 이들이 있어. 너도 알겠지만 일개미로 오래 일한 사람들 중에서 간혹 육체 능력자가 되는 경우가 있어. 너도 알지?”
“어, 그래 아주 가끔이지만 있다고 들었어. 일개미로 10년 이상 일을 한 경우에나 간혹.”
“그게 그거야. 죽도록 육체노동을 하는데 에테르를 막는다고 막아도 결국에는 쌓이게 되는 거지. 그래서 그 때문에 능력자가 되는 거야. 우린 그걸 조금 효율적으로 하면 더 일찍 능력자가 될 수 있다는 거지.”
“효율적?”
“잘 들어. 무조건 에테르를 받아들이면 돌연변이가 되거나 몸에 이상이 생겨, 그러니까 적당히 해야 하는 거야. 그걸 운동을 하면서 하면 일종의 에테르 변환이 쉬워진다는 거지. 몸에 맞는 기운으로 바뀌는 것이 쉬워지는 거야. 그걸 느낄 수 있어야 해. 몸에 쌓이는 에테르를 닮은 기운. 에테르가 몸에 들어와서 변한 그것을 느끼는 것이 우선이지. 그 다음은 그걸 몸에 가둬 둬야 하는 거고. 물론 그 외에 에테르, 즉 몸에 맞게 변하지 않은 것은 서둘러 배출을 시켜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으응? 그럼 정화를 받아야 한다는 거야?”
정화는 몸에 쌓인 에테르를 깨끗하게 씻어주는 것을 말한다. 많이 비싸진 않지만 한 번에 2백만 텔론 정도를 줘야 하고 1년에 두 번 정도 받아야 한다고 선전하는 그거다. 뭐 돈이 아까우면 1년에 한 번 정도 받아도 되고, 아니면 안 받고 버티는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