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40
화
맞다. 난 이제 사냥이 아니라 수련을 해야 한다.
돈이 더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내 능력이다.
렘리나 게리 등을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당분간을 저들을 셜림 파티에 맡기고 나는 나대로 수련을 하고 내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일개미 주제에 각성을 해서 능력이 생겼지만 이걸로는 갑질은 못할 것 같다. 디버프 그거 좋기는 하지만 딱 이리저리 끌려 다니면서 이용만 당하는 그 수준이다.
디버프를 익혀서 갑질 하려면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의 생체 에테르도 흩어 놓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갑이 되는 거다.
노란색 등급의 생체 에너지도 다 풀어 내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갑이냐 갑이.
이렇게 주제 파악을 하고 나니 할 일이 눈에 보인다.
그래 어디 한 번 해 보자.
“그래서 뭐? 자갸가 지금 수련을 해야 할 것 같으니까 여기 이 세 사람을 당분가 맡아 달라고?”
“그래. 그게 안 되면 저 셋은 다시 초원을 보내서 수련을 쌓게 하고 나는 나대로 수련을 해야지.”
“흐응. 솔직히 자갸가 하는 부탁이라 들어주고 싶지만 저 세 사람은 우리 파티와는 차이가 많이 나잖아. 저 셋은 자갸 말대로 첫 번째 임시 거점에서 사냥을 해야 정상이야. 그것도 사람이 더 있어야 안전하지. 셋으론 부족해. 그리고 우린 지금 여기서 사냥이 가능한 파티라서 아무래도 힘들지.”
셜린은 딱 잘라 말하면서도 미안한 표정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셜린의 말이 맞다.
저렇게 단호한 면이 있으니까 저 파티의 리더 역할을 하는 거다. 라니에도 실력은 뛰어나지만 저런 면이 조금 모자라서 셜린에게 리더를 맡기는 거다.
“그래. 이해해. 그 말이 맞아. 그래서 나도 저들을 초원으로 보내거나 거점 도시로 보낼 생각이야. 거기서 일단 일반 헌터라도 몇 구해서 데리고 다니면서 사냥을 하면 될 것 같으니까 말이야.”
“아, 그건 괜찮은 생각이네. 돈도 제법 있잖아. 그러니까 에테르 무기랑 방어구 좀 사서 입히고 일반 헌터들 몇 명을 데리고 다니면 저 셋이서도 제1 임시 거점 주변은 무난하지. 그러다가 경험이 좀 쌓이면 주황색 등급까지도 노려 볼 수 있을 거야. 편편나무 숲 이전까진 가능하단 소리지.”
“맞아. 그 정도까진 될 거야. 일반 헌터라도 장비만 좋으면 주황색은 충분하니까 말이야. 돈도 있겠다 무리 없는 계획이네.”
세라와 시에나가 적극 찬성을 하고 나선다.
뭐 그래도 파티너라고 챙기긴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리고 내가 일반 헌터라고 했지만 실제론 그렇게 시작해서 렘리 등이 데리고 다니면서 조금씩 포섭을 하면 쓸만한 놈들 찾아서 육체 능력자로 만들 수도 있다. 그거야 뭐 에테르를 일부러 차단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받아 들이면서 체내에서 정착하는 에테르와 일반 에테르를 구별해서 받아들이고 배출하는 것만 가르쳐도 되는 일이다.
그거면 빠르면 몇 년 이내에 렘리와 게리, 마토 밑으로 육체 능력자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그 정도면 아주 성공적이지 않은가.
그렇게 렘리 등이 수련을 하는 동안에 나는 조금 더 높은 등급의 몬스터가 있는 곳을 전전하며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 많다.
아무래도 서클을 만드는 것은 어려우니 육체 능력을 키우면서 정신 능력도 연합에서 판매하는 기술들을 우선적으로 살펴서 마법진과 섞어 볼 생각이다.
궁극적으로는 정신 능력을 쓰면서 육체 능력을 자유롭게 쓰는 것과 디버프를 하면서 또 다른 정신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목표다.
마법으로야 더블 캐스팅이지만 여기선 정신 능력자들도 아주 간혹 둘 이상의 능력을 함께 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 디버프와 공격 기술을 함께 쓸 수 있다면 그건 정말로 대단하지 않을까?
뭐 지금도 디버프 걸고 석궁 쏘면 몬스터 한 마리씩 잡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공격 기술은 광역 공격 기술을 말하는 거다.
디버프를 광역으로 펼치고 거기에 범위 공격 기술을 쓸 수 있으면 얼마나 멋질까. 하하하.
뭐 이런 것은 잡생각이고 실제론 디버프를 유지하면서 오러를 자유롭게 쓰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내 주변에 범위 디버프를 쓰면서 칼질로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남색이나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를 혼자 처리할 수 있게 되면 정말로 어깨에 힘 주고 고개 뻣뻣하게 들고 다닐 수 있게 되는 거다.
돈이야 이젠 제법 된다. 모성의 가족들에겐 충분하게 보내고 남는다.
어차피 모성의 가족들도 게이트를 넘어가는 내게 그 이상을 바라진 않았을 것이다.
할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제여넌의 기억이 살아난 탓인지 모성의 가족들에 대한 애틋함이 많이 줄어든 모양이다.
그저 할 도리를 다했고, 다시 만날 가능성도 없다 여겼던 사람들이니 미련을 두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가족들이 게이트를 건너서 식민 행성으로 건너오면 나도 게이트를 타고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라고 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그것이 내게 짐이 될 것 같으니 모성에서 행복하게 살라고 하고 싶은 거다.
만나고 서로 기댈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그저 가족들은 모성에, 나는 데블 플레인에서 각자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자유로운 나는 데블 플레인에서 일개미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련다.
셜린 등과는 아쉽지만 이별을 해야 했다.
나와 우리 파티원들은 거점 도시로 돌아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선은 파티원 셋의 자리를 잡아 줘야 한다.
그래야 마음 놓고 내가 일을 벌일 수가 있는 거다.
셜린 등은 뼈묻은 여관을 중심으로 노란색 등급의 몬스터를 사냥하며 실력을 키울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제든 제3 임시 거점에 오면 찾아 달라고 슬쩍 몸을 비비고 갔다. 셜린도 미셀도, 라니에도.
그렇게 이별을 하곤 곧바로 우리는 거점 사이를 오가는 정기 운행의 전차를 타고 거점도시까지 왔다. 정말 빠르긴 하다. 뭣같이 비싸서 그렇지.
어떻게 넷이 타고 온 편도 이용료가 5천만 텔론을 넘는단 말인가. 우와 완전히 도둑놈들이라니까. 연합 놈들은.
어쨌거나 그렇게 거점 도시로 들어온 우리는 하루를 쉬고 제각각 일을 보기 시작했다.
렘리와 게리, 마토는 각각 세 명의 일반 헌터 후보를 뽑기로 했다.
그들이 알아서 가르치고 또 데리고 다녀야 할 사람이라 아는 사람들 중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뽑으라고 이야기를 해 뒀다.
사실 그 동안 우리가 일개미 노릇을 하지 않았으니 그 쪽에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굳이 이곳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
모성에 가족에게 알아보면 연결되는 사람은 많을 거다.
같은 처지, 그러니까 게이트 너머로 자식들을 일개미로 보낸 경우는 서로서로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고 특히 성공을 거둔 일개미의 집은 다른 일개미 가족이 있는 집안들의 부러움을 받는다고 하니 그런 쪽으로 알아보는 것도 좋을 거라고 충고도 해 줬다.
뭐 이건 뜻밖에도 미셀이 알려준 내용이다.
맹한 분위기지만 알고 보면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렇게 되고 그렇게 보일 뿐.
백치미가 꾸민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율티 지부장과는 한동안 말싸움까지 했다.
스티커가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판에 내가 그걸 만들고 있을 여유가 없을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으니 길길이 뛰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나는 내 일을 포기하면서까지 스티커를 만들고 있을 생각이 전혀 없고, 율티 지부장도 내게 그것을 강요할 자격은 없다.
그러니 화를 내고 애원하고 별 수단을 다 쓰는데 실제론 상당히 무서웠다.
그 여자 예상보다 더 강한 여자였다. 숨기고 있는 실력이 살짝 드러난 것 같은데 마스터 수준은 가뿐하게 넘은 거다. 마스터도 아주 능숙한 수준의 마스터인 것 같았다.
우와 얼마나 등골이 서늘하던지.
뭐 그래도 어찌어찌 마무리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