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401
화
*** 우리 포포니, 우리 포포니가!!!
“남편 뭐하고 있어?”
오랜만에 옴파롱트의 살림집에 들어와 느긋한 오후를 즐기며 창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는데 포포니가 음식을 만들다말고 거실로 나오다가 나를 보곤 다가온다.
“음, 이런 저런 생각.”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하게 하는 건데? 응?”
“우리 언제 만났지?”
“우리?”
“응.”
내 질문이 뜬금없었던지 포포니가 손가락까지 접어가며 눈동자를 오른쪽 위로 향하고 계산을 한다.
수리적인 계산을 할 때는 눈동자가 오른쪽 위로 향한다고 했나? 반대던가?
왼쪽으로 눈동자가 향하면? 아 지금처럼 오른쪽으로 향하던 눈동자가 저렇게 왼쪽으로 향하도록 바뀌면 그게 정서적, 감상적 사고를 할 때라고 한 것 같은데?
“무슨 생각해?”
“우웅? 우리 만났을 때 함께 여행하던 생각.”
“만난 지 얼마나 되었는지 물었더니 여행하던 때를 생각하고 있어?”
“에헤헤. 그 때 있잖아.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남편 따라다니다가 음식도 얻어먹고, 또 몬스터 나와서 싸우고, 내가 남편 음, 덮치고 에헤헤헤. 그거 생각했어.”
더, 덮쳐?
그래, 그랬지. 괭이 몬스터 때문에 다친 내 몸을 핥아 주다가 피를 먹고는 달려들어서 나를 그렇게 한 것이 인연이 되어서 지금까지 함께 한 거지.
그러니까 생각해보면 나, 포포니에게 강 뭐시기 당해서 결혼한 거네?
“남편 이상한 생각하고 있지?”
엇뜨! 역시 우리 포포니 감각은 묘한 곳에서 탁월한 면이 있다.
“아니야. 그냥 그 때 생각한 거야.”
뭐 이런 말을 하는 지금 내 입가에 맺힌 미소는 의도적인 것이 아니다. 그냥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즐거운 추억인 것이다.
“으으응. 그렇구나. 에헤헤.”
포포니가 곁으로 다가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내 앞에 앉아서 나를 본다.
스윽스윽.
머리를 쓰다듬기에 딱 좋은 상태다.
“그런데 왜 우리 언제 만났는지 물어? 내가 잊어버리고 있을까봐?”
포포니가 오랜만의 쓰다듬기에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묻는다.
“아니. 꽤 오래 된 것 같기도 하고, 또 얼마 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참 시간이 묘하다 싶어서.”
“그런가? 시간이 많이 된 걸까? 잘 모르겠어. 남편.”
“그래. 나도 모르겠네. 생각해보면 금방이고, 또 생각해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고.”
“정말 그러네? 맞아. 일이 참 많았던 것 같아. 응응.”
포포니가 내 무릎에 뺨을 대고 고개를 기울인 상태로 뭔가 생각에 잠긴다.
나는 그런 포포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또 나름의 사색에 빠진다.
“있잖아. 남편.”
그런데 갑자기 포포니가 목이 잠긴 목소리를 나를 부른다.
“응?”
“우리 이제 괜찮은 거야?”
“뭐가?”
“이제 남편이 바라는 거, 하고 싶은 거 다 한 거냐고.”
“바라는 거? 하고 싶은 거?”
내가 바라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을까? 포포니는 그게 뭐라고 생각한 걸까?
“남편 그랬잖아. 일개미 세이커 위아드가 어디 가서고 어깨 펴고 떳떳할 수 있고,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그래서 그걸 위해서 열심히 사는 거라고.”
그랬던가? 하긴 일개미가 헌터가 된 것으로도 충분히 출세했다고 할 수 있는데도 거기서 멈추지 않고 여기까지 달린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겠지.
누가 내 머리 위에 있는 것이 싫어서.
누가 나를 강제하는 것이 싫어서.
내 삶이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싫어서, 그래서 나름대로 저항하며 살다보니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된 것이었지.
그런데 이제 괜찮은 건가? 아니면 행정청의 그 괴물들을 뛰어넘을 때까지 나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남편?”
내가 말이 없자 포포니가 나를 올려다보며 부른다.
“그래. 이젠 예전 같지 않지. 맞아. 포포니.”
“그럼 다 한 거야? 할 일?”
“설마, 그럴 리는 없지. 사람이 할 일이 없으면 안 되는 거야. 또 하고 싶은 일이 없어도 안 되는 거지.”
“웅? 그럼?”
“그래도 옛날처럼 그렇게 쫓기듯이 사는 건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다는 거지. 아직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이야 많지만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해야 할 일은 없는 것 같다는 말이야. 전에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일들이 많았잖아. 그걸 안 하면 곤란해지고 그러는 일.”
“아, 알겠어. 무슨 말인지. 그러니까 이제 여유가 많이 생겼다는 말이구나?”
“맞아. 그거야. 여유. 이제 우리도 그걸 누릴 수 있게 된 거지.”
“웅웅. 좋아.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응응.”
포포니는 내 대답이 굉장히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활짝 웃으면서 연신 긍정의 소리를 낸다.
그런데 우리 마눌이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포포니 무슨 일 있어?”
“응? 아니. 어제 오늘 남편이 집에서 한가하게 보내니까 물어 본 거야. 그러고 이제 남편 시간이 많이 남으니까 나하고 보낼 시간도 많아질 거잖아. 응, 그래서 좋은 거야.”
“그래?”
하긴, 우리 부부 사이도 약간 소원했던 것이 사실이지. 워낙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할 일들이 많았으니까 말이야.
“미안해. 마눌. 그래, 이제부턴 우리 마눌에게 좀 더 집중할게.”
“웅. 남편. 나두.”
포포니가 다시 내 무릎에 뺨을 대고 기댄다.
하늘은 여전히 흐리지만 저녁 기운을 받아서 붉은 빛을 한창 머금었다.
날 저무는 창가에서 포포니와 나는 그렇게 잠깐의 망중한을 즐겼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정말 오랜만이군. 그런데 이 행성의 총독이라고?”
“맞아요. 출세했죠. 데블 플레인의 작은, 도시 지부장에서 행성 하나를 책임지는 총독의 자리라면 출세도 이만한 출세가 없는 거죠.”
“그렇군. 그런데 왜 직접 나왔지? 내가 율티 총독에게 별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텐데?”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지만 결코 반가운 얼굴은 아니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죠. 나도 세이커 당신에게 별로 좋은 감정은 없어요. 하지만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식적인 문제를 다루는 자리죠. 더구나 내가 대리인을 보낸다고 해도 이후에 당신이 그걸 알게 되면 더 기분이 나빠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 행성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냥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행성 등급이 4급이더군.”
개인적은 이야긴 저 하고 싶지 않으니 본론으로 곧바로 들어가자. 세삼 과거 이야길 해 봐야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맞아요. 하지만 우리 행성은 엄청난 농업 생산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굳이 외부의 지원이 필요하지도 않죠. 일단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이 되면, 이후야 어떻게 되건 상관이 없으니까요.”
“그런가?”
“맞아요. 그래요. 다만 상위 몇 %에 들어가는 이들이 언제나 문제죠. 좀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싶어 하는 이들은 다른 행성과의 교류를 원하고 또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여러 혜택을 누리고 싶어 하죠.”
“그래서 에테르 코어가 필요하다?”
그렇겠지. 사실 일반인들이야 형성 자체의 생산성이 많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은 플레인 게이트 따위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지. 다만 에테르 코어를 이용한 에너지 공급은 좀 다른 문제지만.
“아시는 것처럼 플레인 게이트가 점차 닫히고 있어요. 그걸 사용하는데 필요한 에테르 코어의 부담이 커지는 탓이죠. 이제 행성간 여행 같은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몰라요. 더구나 플레인 게이트를 이용해서 수출입을 하는 것은 너무 필요비용이 커져서 어려워지고 있어요.”
“대신에 초거대 화물선을 통한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지 않나?”
“그렇긴 하죠. 누구 덕분에 기술 수준이 과거로의 퇴행을 거듭하고 있죠.”
“아, 그건 아니지. 정상적인 발전이라고 봐야지. 플레인 게이트 같은 것이 오버 테크놀러지라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
“호호호, 오버 테크놀러지요? 그런 그 듀풀렉 게이트라거나 행성간 이동 게이트 같은 것은 뭐라고 해야 하죠? 그건 정말 사기 아닌가요?”
“뭐 그거야 과학이 아니니까. 다른 쪽에서 접근을 해야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