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43
화
초록색 등급의 몬스터.
아아, 정말 극악이야.
난 지금까지 물리 공격을 하는 몬스터만 봤었다지. 그런데 초록색 등급부터는 헌터들의 정신 능력자와 비슷한 공격을 하는 몬스터들이 나오기 시작을 하는 거지.
거기다가 비행형 몬스터도 있다.
나참, 기껏 몇 십 미터를 날아다니는 곤충형 몬스터만 보다가 날개가 달린 비행형 몬스터를 보게 되니 아주 뒷골이 쭈뼛 서더라.
그건 범위 디버프도 잘 안 먹혀. 휙 날아서 범위 밖으로 나가버리고, 그럼 또 회복을 하는 거거든.
개별 디버프?
그것도 안 먹히지 사실 그건 객체에게 범위를 한정하는 아주 좁은 범위의 범위 디버프거든.
아무튼 그런 날아다니는 비행 몬스터가 정신 능력을 지닌 놈이라면?
그래 원거리 공격을 하는 거지. 직접 발톱이나 부리로 공격을 하는 것도 무서운데 하늘을 날면서 원거리 공격을 하는 거야.
에테르의 급격한 변화를 느끼고 죽어라 달려서 몸을 피하지 않았으면 영락없이 당할 뻔 했지.
크기도 고작 몇 미터 되지도 않는 것이 생긴 것은 머리에 깃털 관을 쓴 단색의 공작을 닮았어. 뭐 화려한 수컷 공작 말고 암컷을 닮았지. 꼬리 깃이 별로 대단하진 않았으니 말이야.
그런데 그 놈이 쓴 공격, 그건 아마도 파동 공격이었던 것 같아. 일정 범위를 진동시켜서 부수는 뭐 그런 거 말이야. 급히 피하면서 내가 있던 곳을 보니까 일정 범위가 가루로 내려앉더라고.
얼마나 무섭던지.
우와 그걸 몸에 맞았으면 오러의 힘으로 견딜 수 있었을까 몰라.
어쩐지 자신이 없어. 안 될 것 같아.
그래서 잡았냐고?
잡았겠냐? 잡았으면 내가 이렇게 말이 많겠어?
죽어라 싸웠지. 디버프 걸고 연발 석궁 날리고 또 도망가다가 디버프 걸고 석궁 쏘고.
하지만 놈도 나도 별로 득을 보지 못했어. 제대로 걸리지 않은 디버프로는 석궁 따위로 놈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없었단 말이지.
그래서 결국 숲으로 들어와서 숨었지.
그 있잖아. 몬스터의 이목에서 몸을 숨기는 기술, 그걸 쓴 거지.
그래도 놈이 몇 번이나 그 파동 공격을 쓰는 바람에 도망을 치기도 했는데 결국은 녀석이 나를 놓치고 숲에다가 분풀이를 하고 떠났지.
그래. 겨우 살았어. 운도 좋았지. 그 와중에 다른 몬스터는 잘도 피해서 도망을 친 거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그 날짐승을 피하느라 이리저리 뛰었더니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툴틱에 지도 작성을 켜놓기는 했지만 그것도 무슨 개미굴처럼 이동 경로가 나타나니 이곳이 거점 도시에서 북쪽으로 제법 많이 올라온 곳이라는 정보가 고작이다.
물론 근처 지형도 자세하지 않다. 응? 데블 플레인에는 위성 같은 거 못 띄웠냐고?
쉽게 말하지. 데블 플레인에서 헌터들은 땅강아지다. 연합도 데블 플레인에서 비행선이나 우주선 따위를 성공시킨 경우는 없다.
땅 위를 달리는 전차도 에테르 코어를 이용한 동력기관을 쓰는데 그게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연합에서도 치를 떤다고 했다.
그건 그런 기계 자체가 데블 플레인 전체를 감싸는 에테르와 충돌을 하기 때문이라는데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비행선이나 뭐 그런 것은 아직 실현 불가능이다.
다른 동력원은 애초에 강력한 것일수록 데블 플레인에서 그냥 작동 중지다. 멈추는 거지.
그게 에테르의 작용이라는데 그 자세한 내용이야 내가 알 수 있나.
그나저나 위기 상황이네?
저런 것이 나오면 방법이 없잖아. 거기다가 난 방어가 너무 취약하다. 정신 능력 중에서 에테르로 방패 같은 방어막을 만드는 기술이 있으니 일단 그걸 익혀 둬야 할 것 같다.
디버프를 써야 하니 그 기술은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디버프 못 쓰고 피하거나 도망을 다닐 때에는 꼭 필요한 기술인 것 같다.
다 경험이 사람을 바꾸는 거다. 그런 거지.
그 다음은 장비를 바꾸는 건데 그건 여기선 별로 방법이 없다. 그냥 스티커나 준비를 하는 방법뿐이다.
나는 일곱 고리를 돌리는 마법사가 아니어서 심벌 같은 건 쓸 수가 없다. 재료를 마음대로 변형시키는 그 권능이 한없이 아쉽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포기하자. 나중에 내 정신 능력이 엄청나게 오르면 또 무슨 방법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다른 건? 아, 몸의 내구력을 증가시키는 육체 능력자의 기본 기술이 있었다. 음 그것도 익히긴 했지만 수련은 안 했지. 응? 당연히 순발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그런 거지. 하지만 그걸 보충할 수 있는 기술을 구해 놓았으니 함께 익히면 순발력 손해는 보충할 수 있다.
거기에 오러를 이용해서 몸을 빠르게 하는 방법은 또 있으니 안전을 위해서 신체의 내구력을 올리는 기술을 수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가 정말 속도에 이상이 있다고 느껴지면 수련을 멈추면 그만이다.
일정 수준만 유지하면 자동적으로 수련이 되거나 하는 그런 것도 아니고 또 수련을 멈추고 시간이 지나면 경지가 조금씩 낮아지기도 하니 되돌리지 못할 상황이 되지도 않는다. 그러니 시도를 해 봐야지.
그래서 당장 신체 내구력 증가를 위한 오러 운용법을 시행했다.
사실 오러가 아니라 에테르 운용법이지만 나와 게리, 렘리 등은 오러를 운용한다. 그것도 오러 그릇에 담아 놓은 아주 질이 좋은 오러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나는 렘리 등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지에 올라있다. 익스퍼트 초급을 지나 중급으로 가는 길에 있으니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거다.
그런 오러가 신체 내구력 증가 기술에 따른 오러 로드를 휘돌자 예전에 시험 삼아서 했던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효과가 일어난다.
피부나 근육은 물론이고 뼈까지 조이는 느낌이 들면서 바짝 긴장이 되는 것 같다. 거기다가 뇌까지도 영향이 있는지 훨씬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이거 이러다가 돌머리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런 부작용에 대한 설명은 없었으니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뇌가 조이는 생경한 느낌에 불안감을 살짝 느꼈다.
하지만 결과는 흡족했다. 신체 내구력 증가가 자그마치 정신력을 쓸 때에 가중되는 뇌의 부담까지 완화시킬 줄은 정말 몰랐다.
연속적으로 디버프를 쓰고 있으면 뇌를 쥐어짜는 고통을 느끼는데 신체 내구력을 증가시키는 기술이 그 고통을 줄여 줘서 정신력을 사용하는 지구력을 높여 준 것이다.
와아! 이런 엄청난 사실이?
그런데 어째서 툴틱엔 그런 내용이 없을까? 아는 놈이 없을 리는 없고 그것도 비밀이라고 아는 놈만 알고 숨기는 탓이겠지? 뭐 나도 굳이 이런 좋은 걸 누구에게 알려 줄 생각은 없다.
정신 능력자가 육체 내구성을 올리는 오러 운용을 하는 놈이 몇이나 될까?
정신 능력자는 오러 운용도 잘 못하는 현실에서 말이다. 흐흐흐.
아까부터 몬스터 탐지 기술에 걸리는 이 느낌은 뭘까?
몬스터인지 뭔지 있기는 있는데 탐지는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놈이 나를 감시하는 것인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따르고 있는 거다.
느낌이 헌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곳에 혼자 돌아다니는 헌터는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일까?
맞다. 이 느낌은 몬스터가 아니라 헌터에게서 느껴지는 느낌과 비슷하다.
어쩌지?
내가 알아차렸다는 신호를 하고 나오라고 해 볼까? 아니면 모른척하고 그냥 꼬리로 달고 가다가 기회를 봐서 역습을 할까?
아직 서로 적대적인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니까 정체를 드러내고 나오라고 하는 것이 좋겠지?
괜히 기습을 하면 그건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이 되니 돌이키기도 힘들 것 같고 말이지.
숫자도 한 명 밖에 되지 않으니 일단 만나보기로 결정을 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이른 시간이지만 점심을 먹기 위해 배낭에서 몇 가지 건조식품을 꺼내서 물에 넣어 불렸다.
그냥 물에 넣으면 부풀어 오르는데 물과 반응해서 열을 발생시켜 음식을 익히는 것도 있고, 그냥 부풀려서 원래 모양으로 되돌리는 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