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48
화
나는 언어가 자유롭게 통한다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자, 이제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나는 세이커가 좋아. 세이커는 내 남편이야.”
포포니가 조금은 걱정되는 눈빛으로 말한다. 내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까 두려운 표정이다.
“알아. 포포니. 나는 포포니의 남편이고 포포니는 내 아내야. 당연하지.”
“정말이야? 정말이지? 아, 다행이다. 나는 혹시 세이커가 날 싫어하면 어쩌나 했어. 세이커는 강한데 난 그만큼 강하지 않으니까.”
“무슨 소리야? 난 포포리보다 약해. 알잖아. 전에 그 몬스터에게도 이기지 못했어.”
“아니야. 세이커는 강해. 약해진 거지. 앞으로 계속 강해질 거야. 그래서 누구보다 강해질 거야. 나는 그걸 알아. 세이커는 약한 것이 아니라 약해진 거야. 맞지? 응?”
약해졌다? 제여넌의 전성기에 비하면 지금이야 비할 바도 아니지. 그렇게 보면 약해진 것이 맞는데 그걸 포포니가 어떻게 알지?
“내가 약해진 것을 포포니는 어떻게 알았어?”
“영혼에 기억되어 있는 거야. 세이커는 아주 강했어. 그건 영혼에 있어. 그런데 지금 약해. 그럼 무슨 이유로 약해진 거야. 그리고 지금 강해지고 있는 거지. 그래서 내가 세이커를 선택했어.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엔 아주 강해 질 거니까.”
여기서도 나는 새싹이냐? 잘 키워보겠다는 그런 거였냐?
“그래. 포포니 말이 맞아. 나는 지금 약하지만 앞으로 강해질 거야. 내 영혼에 있는 그 강함을 뛰어넘어 더 강해 질 거야.”
“당연하지. 성스러운 땅의 일족 포포니의 남편이잖아. 그렇게 될 거야. 그래야 해. 나중에 일족 언니나 자매를 만났는데 세이커가 약하면 나는 무척 속상할 거야.”
아, 그건 문제도 있는 거냐? 다른 여자에게 지기 싫은 그런?
이거 앞날이 조금 걱정되는데? 얼른 포포니가 인정하는 수준으로 오르지 않으면 잘못하다가 바가지 긁히는 남편이 될 수도 있겠다.
“아까 그거 사람들 많았는데 그 사람들 ‘연합’이야? 거기에 속해 있는 사람들?”
“어? 포포니가 연합을 알아?”
나는 뜻밖의 말에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알아. 연합은 우리와 친구가 되려고 하는 이방인들의 모임이야. 그들은 우리와 함께 몬스터를 처리하려고 해. 우리들 중에는 그걸 반기는 이들도 있고, 쓸데없는 짓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어. 그래도 나쁘지 않은 이방인이라고 생각하나봐.”
그래도 헛짓을 하진 않은 모양이다. 연합 놈들이.
“그래? 그런데 몬스터를 처리하는 일을 반기지 않는 사람들은 왜 그런 거야?”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래. 지금까지도 잘 살았는데 딱히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는 거지. 사실 서로 죽고 죽이면서 다시 강해지고 또 강해지고 그렇게 조상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지금 그 몬스터를 몰아낼 이유가 없잖아.”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겠다. 이들은 필요하면 사냥을 통해서 얻을 수 있으니 딱히 욕심을 부리지만 않으면 뭐 이대로 사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
하지만 이미 게이트가 열리고 헌터들이 몰려 온 이상, 이 행성의 주민들의 삶도 바뀌게 될 것이다. 그나마 이들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약자의 입장이 되지 않은 것은 이들에겐 다행일까?
뭐 우리 헌터들의 입장에서도 강력한 우군이라면 반가워 할 일이긴 하겠지. 워낙 몬스터들이 강하니까.
“그런데 근처에 가족들이 있는 거 아니었어?”
“응, 나 결혼 했으니까 이젠 안 가는 거야. 아이가 생기면 그 때는 찾아가도 될 거야. 아니면 세이커가 우리 아빠보다 강해지면 그 때 만나러 가도 되고.”
“왜? 지금 가면 약한 사위라고 어떻게 하나?”
“잘못하면 세이커 죽어. 새 가족 들어오면 싸워서 축제를 해. 그런데 약하면 죽을 수도 있어. 그래서 세이커는 아직 가족들 만나면 안 되는 거야.”
하아, 약골은 그냥 찌그러져 있어야 한다는 말이네? 이거 참.
포포닌이 곁에 있어서 일과가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내가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들어온 목적을 잊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수련에 힘쓰고 있다. 다만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포포니의 도움으로 파란색 등급의 몬스터를 간혹 잡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놈들의 사체에서 에테르 마법진을 그릴 수 있는 재료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법진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하나는 순간 발동형으로 한 번 발동을 하고 그 순간에 효과를 내면 소멸되는 마법진이다.
또 다른 하나는 방동이 되면 일정시간 유지가 되다가 시간이 지나면 소멸되는 것이고 마지막은 마나석을 이용하거나 혹은 어떤 수단으로 지속적으로 마나를 주입하면 거의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형태의 마법진이다.
이전 강화 탄성 스티커는 먼저 이야기 한 세 유형 중에서 두 번째에 해당하는 것이고 내가 만들려는 공간 확장 배낭이나 봉인 쥬얼 같은 것은 세 번째에 해당한다.
물론 여기서는 마나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에테르를 써야 하고 또한 마나석이 없으니 몬스터 코어를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몬스터 코어는 에테르가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려면 화이트 코어가 필요하다.
뭐 그 전에 일단 에테르를 버틸 수 있는 마법진을 그려야 하는데 그 재료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이전 도마뱀거북이의 내장 기관에서 얻었던 재료도 에테르 마법진을 그릴 수 있었지만 단순한 마법진은 가능해도 복잡한 것은 불가능했다.
중요한 것은 에테르를 버티면서도 아주 세밀하게 그려진 선이라도 증발하거나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그게 되지 않으면 결국 마법진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부서지고 만다. 단 하나의 선이라도 잘못되면 망가지는 것이 마법진이다. 그런데 에테르의 흐름에 마법진을 그린 선이 증발하거나 변형을 일으키거나 하는 것이니 아주 돌아버릴 지경이 되는 거다.
도마뱀거북의 쓸개액(그걸 쓸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으로 그린 마법진은 일정 두께가 되어야 에테르를 견뎠고, 그런 굵기라면 코어를 이용해서 공격형 마법진을 그릴 수 있을 정도는 될 것 같았다. 물론 평면 마법진으로 그릴 수 있는 것들 정도가 가능한 한계다. 그 이상은 절대 무리였다.
왜냐면 평면 마법진이라도 복잡하면 그 크기가 엄청나게 커지기 때문이다.
전에는 손바닥 크기로 그릴 수 있었던 것을 지름 1미터가 넘는 원 안에 그려야 한다면 이해가 되나? 그만큼 선이 굵어져야 마법진이 유지되었단 말이지.
그런데 파란색 등급의 몬스터에서서 나오는 재료들은 그 원의 크기를 반 이상 줄였다.
그 정도면 장족의 발전인 셈이지.
그래서 그걸 구해서 연구하느라고 간혹 포포니의 도움으로 파란색 몬스터를 사냥하는 거다.
그 외에는 나 혼자 초록색 등급을 사냥하고 또 오러 호흡을 하고 정신 능력 수련을 하는 걸로 시간을 보낸다.
아, 요리도 한다. 이제 준비했던 건조 식품들이 떨어질 때가 되어서 툴틱에서 보고 배워서 야생에 있는 재료들로 음식을 만드는 거다.
우리 포포니와의 만남이 먹을 것으로 이어진 사이가 아니던가.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잘 먹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건 포포니도 마찬가지고 또 우리들의 음식이 포포니, 그러니까 타모얀 종족의 음식 문화에 비해선 훨씬 다양하게 발달을 해 있기 때문에 포포니는 그런 음식을 배우고 싶어 했다.
물론 마땅한 양념이나 향신료 같은 것이 없기는 하지만 야생에서 일생을 살아온 포포니는 어렵지 않게 대체품을 찾아내곤 했다. 매운 맛이 나는 식물의 뿌리라거나 혹은 짠 맛이 나는 줄기라거나 식초를 대신할 액체라거나 하는 것들인데 음, 간혹 먹고 탈이 나는 것도 있더라.
타모얀은 면역력이 있는데 나는 없는 거지.
이상한 것은 내가 먹는 모든 것을 포포니가 먹는데 포포니는 탈이 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거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그러더라.
“속이 조금 불편한 음식도 있었는데 그냥 밖에 나갔다가 오면 괜찮아져요.”
밖에? 밖에 뭐가 있지?
그래서 또 물어봤더니 내 가슴을 조막만한 주먹으로 꽝꽝 치면서 그랬다.
“아이, 뭘 물어요. 그냥 방귀가… 아이 참. 부끄럽게.”
퍼억, 퍼억.
이, 이봐 마누라 그러다가 남편 죽어. 죽는다고.
뭐 이런 일도 있었다는 거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하는 요리에 취미를 붙였다는 거다.
그래도 대부분의 준비는 포포니가 하고 정작 만들기를 할 때만 내가 함께 한다. 왜냐면 온갖 수련으로 내가 무척 바쁘기 때문이다.